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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님의 서재입니다.

100년 후의 무림으로 와버렸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스완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4
최근연재일 :
2022.06.15 01:2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00
추천수 :
158
글자수 :
106,760

작성
22.06.10 22:39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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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8화 용봉지회-남궁혜정

DUMMY

“머,뭐요? 미친년?”



남궁혜정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명가의 금지옥엽으로 자란 그녀가 뒤라면 몰라도 언제 앞에서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들어봤을까.


족적의 말을 듣고서 가족의 집착 때문에 인생이 꼬인 불쌍한 여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피가 어디 가는지 남궁혜정도 같은 미친년이었다.



“그럼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는 소리 아니야? 내가 족적을 처리하면 그걸로 좋은 거고 죽으면 그냥 죽은 거고?”


“당연한 것 아닌가요?”


“지금까지 소리 소문 없이 죽어간 남자들에 대한 미안함은 없는 거야? 단지 너랑 대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사람들 말이야.”


“제가 왜 미안해해야 하는 거죠? 그들이 죽은 건 자신들의 가문이 힘이 없는 탓이지 제 탓이 아니잖아요?”


“...그럼 명문의 후기지수들 하고만 어울린 이유는? 다른 후기지수들이 죽는 것이 마음에 쓰여서 아니야?”


“전혀요. 그럼 명령이 있었든 없었든 나이를 들고 보니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기가 찼다.


족적도 남궁가에서도 남궁혜정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 여자는 죽어나간 후기지수들의 목숨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여자였다.


대화를 나눈 상대의 목숨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고 남궁가가 얼마나 커다란 지를 깨닫고 그에 맞는 물에서 놀 생각을 했을 뿐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했던 내가 병신이지...’


요즘 너무 편하게 살다보니 생각하는 것도 부드러워졌던 모양이다.



“지랄 났네...내가 좀 오해를 했던 모양이니. 난 가겠소.”


“혹시 나를 남궁가에 갇힌 가련한 공주 정도로 생각한건가요? 꺄하하하. 진짜로? 생각보다 푸흡. 순수하시군요.”



나보다 10년 이상은 어린 여인에게 비웃음을 당해도 싸다.


혼자 되도 않는 착각을 해서 호의를 베푸려고 했으니...역시 사람은 살던 대로 살아야하는 모양이다.


‘이게 다 남궁문, 그 놈 때문이다.’


본래 남궁세가는 중원에서 제일 싸가지 없기로 유명했다.


저들의 무공에 제왕검형이라는 오만한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렇고 거만하고 싸가지가 없었다.


스스로는 고고하고 도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하도 가문이 크다보니 다들 ‘그래, 그래. 너희 대단하다!’라고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지.


‘지들이 무슨 왕의 핏줄이니 뭐니 하는데, 내가 알기로 남궁가에서는 왕이 나온 적이 없다. 모용이라면 모를까...’


정작 그 모용이 가만히 있고 남궁이 고귀한 핏줄이라고 떠들지만 남궁세가의 위세가 대단해 아무도 반발하지 않는 것이다.


세간의 인식이 그러한데 나와 친하게 지냈던 검왕(劍王) 남궁문의 사람이 너무 좋았다.


그 탓에 나도 모르게 남궁가의 본질을 잊었던 모양이다.


얘들은 원래 이렇게 안하무인하고 이기적인 게 가문의 특징인 것을...



“다 웃으셨소? 실컷 웃으셨으니 이제 가보겠습니다.”


“푸흐흐...잠깐, 잠깐 기다려요. 불쌍한 저를 그대로 두고 가실 생각이신가요?”


“적당히 하시는 걸 권하겠소.”


“푸흡. 네...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하겠어요. 제안할 것이 있으니 자리에 앉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본론만 간단히 말하시오. 길게 이야기 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니.”


“그러죠. 신 소협의 경지는 어느 정도죠? 멍청한 명령 때문은 아니지만 저도 남궁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거든요. 제가 신 소협을 고용하겠어요.”



남궁혜정이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얹었다.


묵직한 소리와 주머니의 크기를 보니 일반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금액이 들어 있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맹에서 뭐 빠지게 일해서 저금하면 뭐하나...새파랗게 어린 것이 들고 다니는 돈만 못한데...’


나름 대주로 활약하고 천하제일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어도 대대로 전해진 명가의 재력 앞에서는 한 없이 작게 느껴진다.


저 주머니 안에 내가 맹에서 가져온 금 절편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월급쟁이는 월급쟁이인가...’



“원준이가 보낸 그림자를 처리할 실력이면 저와 힘을 합치면 제 호위로 붙은 그림자 정도는 처리할 수 있겠죠? 저는 자유가 되고 싶어요. 남궁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서 당당하게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으로 살고 싶어요.”


“...지랄하네. 진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남궁혜정 때문에 또 평정심이 깨져버렸다.


일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오해를 해서 똥 밝았다는 셈 치고 족적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정신 차려. 남궁의 그림자가 우스워?”


“호위 대상인 저를 공격할 수는 없으니까 제가 틈을 만들고 신 소협이 그 틈을 노리면 무리는 아닐 텐데요?”



맞는 말이기는 하다.


남궁혜정 혼자였다면 그림자들이 상처 없이 제압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옆에 절정의 고수가 칼을 갈면서 대기를 하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남궁혜정은 칼을 맞을 일이 없으니 방어에 몰두하지 않고 공격을 하고 틈이 생기면 내가 검을 날리는 것으로 그림자를 처리할 수 있다.


제 목숨이 위험해지면 그림자들이 남궁혜정을 벨 거라는 가정 따위는 무의미하다.


그림자는 죽으면 죽었지 호위 대상을 공격하지 않는다.


비록 절정의 경지에 있는 그림자들이라도 남궁혜정의 도움이 있다면 처리할 수 있다.


지금도 몰래 지켜보고 있을 어둠의 존재는 뒤로 하더라도 완전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려고? 누가 봐도 남궁인데. 숨어서 살게?”


“처음에 몇 년은 숨어서 살면서 실력을 키울 거예요. 몇 년 안에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오를 자신이 있어요. 완숙한 절정의 경지에 다다르고 나면 당당히 가문으로 돌아가겠어요. 당당하게 돌아가서 제 가치를 증명할 거예요.”



골이 땡긴다.


누가 정수리에 대고 커다란 정을 때려 박는 듯 한 통증이 느껴졌다.


세상 영악한 여자인 척 굴어도 역시 애는 애다.



“입장을 하나만 딱 정해줄래? 영악한 명문가의 영애인지 아니면 순진한 후기지수인지 하나만 해라. 사람 골치 아프게 하지 말고.”


“...무슨 말씀이시죠?”


“뭐? 숨어 살면서 절정의 경지에 오르겠다고?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문의 지원 없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옛날이야기를 보면 혼자 산골에 숨어 살면서 복수의 칼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스운 이야기다.



“혼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하면서 무공 연마까지 하겠다고? 물론 할 수는 있는데. 가문 안에서 느긋하게 무공 연마만 하는 놈을 제칠 수 있겠어? 걔는 밥 먹고 검만 휘두를 텐데? 거기에 값비싼 영약을 만두 먹듯이 집어 먹을 텐데?”


“그 정도는 재능의 차이로 극복 할 수 있어요.”


“그건 그렇다고 치고 몇 년이나 숨어 살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누나랑 대화 만해도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미친놈이 숨어사는 너 하나 못 찾을 것 같아? 개방이 우스워?”



흔히 개방이 말하기를 조건만 맞춰준다면 황제의 속옷 색도 알아와 줄 수 있다고들 한다.


많은 이들이 거지새끼들이 허풍은 도사라며 비웃지만 개방의 정보력은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개방이 가진 것은 정보력뿐이다.


정보를 돈 받고 판다고 해도 개방 방도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나누면 별 것 아닌 돈이 되어서 재력은 의미가 없고, 타구봉법(打狗棒法)이라는 무공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말 그대로 개 때려잡는 방법일 뿐이다.


그런 개방이 다른 구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보력 때문이다.


첩첩산중에 숨어 산다고 해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하러 현으로 와야만 한다.


숨어 살던 제갈위아도 돈 벌려고 도박판에 갔다가 걸리지 않았던가?



“너 평생 나물만 먹고 살 거야? 농사랑 사냥을 한다고 쳐도 검은? 도끼는? 그런 것도 다 네가 만들어서 쓸 거 아니잖아?”



내 스승님처럼 별호도 없고 활동도 없는 양반이 아닌 이상에야 개방이 못 찾아낼 일이 없다.


그마저도 스승님이 타계하시고 몇 년 지난 후에 내가 활동을 시작해서 그렇지 살아계셨다면 개방에서 찾아냈을 것이다.


‘아니면 의뢰비가 적었을 수도 있지.’


아무튼 가문의 보호 아래 살아왔던 방년의 금지옥엽은 개방의 손바닥 안이다.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림자나 처리 해주시죠?”



자신의 생각을 논파 당한 남궁혜정이 얼굴에 짜증을 드러내면서 탁자 위에 놓인 주머니를 들어서 내 눈앞에서 흔들었다.



“이 돈 보여요? 그것만이 아니라 남궁가의 둘 밖에 없는 직계와 연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구요. 그림자를 처리한 뒤에는 잡혀가든 숨어 살든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그림자를 제거하는 것만 도와주면 된다구요.”


“정확히 말하면 직계 후기지수가 둘 뿐인 거지. 너희 아버지도 직계잖아?”


“말꼬리 잡지 말고! 할 거냐고 말거냐고!”



남궁혜정이 노기를 드러내면서 탁자를 탕탕 쳤다.


그 바람에 찻잔이 넘어지면서 차가 흘러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바닥으로 똑똑 방울져 떨어지는 차를 보면서 멀리서 점원이 손에 닦을 거리를 들고 우물쭈물하는 것이 보였다.



“괜찮으니 이리 와서 정리 좀 해주겠습니까? 혹시 주인을 불러줄 수 있겠소?”


“무,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잔말 말고 주인 볼 수 있냐고!”


“히익!”



남궁혜정의 노성에 손을 덜덜 떨면서 차를 닦던 점원이 새파랗게 질렸다.


성질머리를 보니 남궁가의 미래가 그려지는 듯했다.


‘쟤들은 원래 저랬으니까 그건 또 아닌가?’


역시 중원 제일의 성격파탄가(家)다운 태도다.



“괜찮으니 가서 주인을 불러오시오.”


“주,주인 어르신은 지금 현 내에 찻잎을 사러 가신 터라 지금 아니 계십니다...”


“그럼. 이 돈을 좀 전해드리시오. 소저께서는 몸을 좀 피해계시고.”



탁자 위에 주머니를 열어서 은화를 몇 개 꺼내 점원의 손에 쥐어주니 점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고 물러났다.


남궁혜정의 태도에 겁을 먹은 듯 하지만 무림맹이 지근에 있는 찻집의 점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정도는 예상한 모양이다.



“후후후. 결국 의뢰를 받아드리는 군요. 잘 생각했어요.”


“기왕 채울 거면 다 금 절편으로 채우지 은화랑 섞어서 채웠어? 쪼잔하게.”


“원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남궁가의 이름으로 어음을 작성해드리죠.”


“바보야? 남궁가랑 척을 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음이 무슨 소용이야. 현금으로.”


“그것도 그렇네요. 이 정도 돈이라면 되겠어요?”



남궁혜정이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하나 더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갑작스럽게 만난 것이라 돈을 준비할 틈이 없었을 텐데 품에서 돈을 팍팍 꺼내는 것을 보니 내가 왜 대주 짓을 하면서 월급 받고 살았나 싶다.


‘그냥 데릴사위로 살 걸 그랬나?’


탁자 위에 주머니를 챙겨 품에 넣으니 남궁혜정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시작하는 게 좋겠죠?”


“이 정도 돈을 받았는데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점원이 은화를 받고 물러난 시점부터 뒤통수에 살기 가득한 시선이 꽂혀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일개 찻집의 점원이 눈치 챈 일을 그림자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정체를 드러내지 아니해야 할 그림자들이 대놓고 살기를 보낸다는 것은 그들도 한 판 벌어질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쉬익!


아니나 다를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비수가 나를 목표로 허공을 갈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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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용봉지회-남궁혜정 22.06.11 35 0 12쪽
» 18화 용봉지회-남궁혜정 22.06.10 36 1 12쪽
17 17화 용봉지회-남궁혜정 22.06.09 41 1 12쪽
16 16화 용봉지회-남궁혜정 22.06.04 46 2 12쪽
15 15화 용봉지회 -남궁혜정 +1 22.06.03 41 3 11쪽
14 14화 용봉지회 22.06.03 43 3 12쪽
13 13화 용봉지회 22.05.31 48 3 12쪽
12 12화 용봉지회 22.05.29 46 3 12쪽
11 11화 용봉지회 22.05.28 49 2 12쪽
10 10화 하남으로 22.05.26 59 1 11쪽
9 9화 하남으로 22.05.23 60 3 13쪽
8 8화 하남으로-특별 훈련의 시작 22.05.22 58 4 12쪽
7 7화 하남으로-당소소와의 만남 22.05.21 83 3 12쪽
6 6화 하남으로 22.05.16 77 6 12쪽
5 5화 하남으로 22.05.15 98 3 11쪽
4 4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2 123 18 12쪽
3 3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1 132 22 12쪽
2 2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1 158 35 12쪽
1 1화 100년 후의 무림 22.05.11 305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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