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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님의 서재입니다.

100년 후의 무림으로 와버렸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스완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4
최근연재일 :
2022.06.15 01:2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89
추천수 :
158
글자수 :
106,760

작성
22.06.0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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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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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7화 용봉지회-남궁혜정

DUMMY

당소소가 용을 잡아 먹는 금시조를 떠올리게 했다면 남궁혜정의 검은 창공에서 먹잇감을 향해 급강하하는 송골매를 더올리게 했다.


‘그렇게까지 가문이 싫은 건가? 무공을 바꿀 정도로?’


타고난 체질에 따라 같은 무공을 배웠어도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체질에 무공이 맞지 않아서 익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궁혜정의 경우는 체질이 특이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일부러 남궁의 창궁무애검법을 익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남궁의 검법인 창궁무애검법은 빠르기는 하지만 쾌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둔검이라고 하기에는 빠르다.


그 미묘한 속도로 검격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내서 상대를 압박하는 검이 남궁의 검이다.


가문의 상징인 독수리처럼 덩치는 커다래서 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속도로 먹잇감을 덮치는 검법이다.


그에 반해 남궁혜정의 검은 명백한 쾌검이다.


남궁혜정은 검격 사이의 틈이 아예 없을 정도로 검을 휘둘러서 상대방을 몰아 붙이고 있었다.



“제가 그럼 남궁 공녀님은 이길 수 있나요?”


“네가 무슨 전투력 측정기야? 이길 수 있어. 형태가 있는 만큼 파고 들 수 있으니까. 네가 당소소를 이기지 못하는 것은 틈이 있어도 실력이 모자라서 파고 들 수가 없어서고 사쿠라는 파고 들 틈이 없어서 그래.”



묘한 표정으로 제갈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설명이 아리송한 모양인데 독고성과 비무를 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테니 굳이 설명해주지 않았다.


제갈위아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승부는 끝났다.


예를 취하고 비무대를 내려오던 남궁혜정은 관중석에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는지 눈에 띄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밖에서 만나지.]



내 전음을 들은 남궁혜정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절정의 벽을 넘었다는 소리다.


여기 모인 재능 있는 후기지수들이라면 몇 년 안에 절정의 벽 정도는 넘을 수 있다.


그 정도의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니더라도 노력만하면 삼십 대 중반에는 충분히 절정의 벽을 넘을 수 있다.


남궁혜정의 얼굴에서 설마 살아 있을 줄 몰랐다는 경악과 절정을 넘은 경지에 대한 놀람이 섞여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약해보이나?’


인상이 좀 약하다는 소리도 듣고 같이 다니던 놈들이 워낙 잘생겨서 존재감이 작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는데 절정을 못 넘은 수준으로 보인다는건 살짝 충격이다.


그러니까 암살 시도 같은 걸 했겠지.



“잠깐 나갔다가 올게. 계속 보고 있어.”


“어디 가시게요? 저도 따라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호위무사잖아요.”


“아냐. 나 혼자 가야하는 일이야. 비무 보고 있어. 혹시 끝날 때까지 안 돌아와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방으로 가. 이걸로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고.”


“칫. 제가 뭐 애에요?”



볼을 부풀리고 입술을 삐죽이는 것을 보니 애는 애다.


자신이 애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제갈위아에게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이게 뭐예요? 구슬?”


“연막탄이랑 신호탄이야. 무슨 일 생기면 신호탄을 하늘로 향하게 한 뒤에 줄을 당겨. 바로 달려갈게.”


“신호탄도 못 터트릴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되면요?”


“그럼 어차피 내가 오기 전에 당할 걸? 어디까지나 만약이야.”



대화를 하는 사이에 벌써 남궁혜정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로 다친 곳도 없어서 바로 밖으로 나갈 것인데 용봉지회라고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사라지면 찾기가 힘들어진다.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을 하려고 하는 제갈위아를 뒤로 하고 남궁혜정을 쫓아서 비무장 밖으로 나갔다.



“...자리를 옮기죠.”


“그러지. 마땅한 장소가 있나?”


“제가 아는 찻집이 있어요. 따라오세요.”



비무장의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궁혜정이 경공을 사용해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면서 그림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남궁혜정이 따로 말을 해둔 모양인지 몰래 따돌리고 온 것인지 곁에 호위무사는 붙어 있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던 남궁혜정이 나름 분위기가 있어보이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서 기다려주지도 않네.’


매정하게 혼자 들어가 버린 남궁혜정을 따라서 찻집으로 들어갔다.


남궁혜정은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자리로 가서 앉더니 차를 주문했다.



“저는 기문홍차로 하겠어요. 뭐로 하실래요?”


“누가 남궁 아니랄까봐, 기문홍차라. 나는 도산매화차로 하지.”



기문홍차는 안휘성 일대에서 유명한 홍차다.


당연한 말로 안휘성에 적을 두고 있는 남궁세가에서는 기문홍차를 주로 마신다.


‘100년이나 지났는데 그런 점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네.’


화산은 도사들이 산다고 해서 도산이라고도 불린다.


화산의 매화로 만든 매화차는 기문홍차에 밀리지 않는 고급차의 종류다.



“왜 그렇게 서두른거야?”


“아시지 않나요?”


“그림자들이라면 네가 아무리 달려도 떼어둘 수 없어.”


“그 말을 어떻게...?”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궁혜정은 제 나름대로 그림자를 떼어버리려고 했겠지만 호위에 붙은 그림자들 중에 뜬구름이 하나 정도는 있을텐데 남궁혜정의 경공으로는 뜬구름을 따돌릴 수 없다.


‘게다가 어둠도 몰래 호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고.’



“기막을 폈으니까 안심하고 말해도 돼. 기막을 뚫고 대화를 엿들으려면 더 다가와야하는데 그럼 들키니까 오지 않을거야. 몸으로 입 모양도 안 보이게 가렸고.”


“기막까지...확실히 절정의 실력이시군요...”



호위로 붙은 그림자들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비밀 호위다.


호위 대상에게 자신들을 노출하면서까지 대화를 염탐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혹여 정보를 얻었더라도 주인이 말하라고 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그림자들이다.


인간이라기보다는 인형에 가까운 존재들.


족적에서 뜬구름으로 뜬구름에서 어둠으로 갈수록 인간성은 점점 사라지고 명령에만 따르는 인형이 되는 것이다.



“그것보다 내가 왜 보자고 했는 지는 알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짐작이 안 가네요.”



남궁혜정이 싱긋 웃었다.



“네가 보낸 건 아니지만 너 때문에 온 거잖아?”



품 안에서 족적의 피가 묻은 복면을 꺼내려다가 손을 멈췄다.


차를 내온 점원이 그림자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점원이 차를 내려놓고 간 다음 품 안에 넣은 손을 그대로 꺼냈다.


남궁혜정이 맨 손을 품에 넣었다가 꺼낸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피 묻은 복면을 꺼내서 차 맛을 떨굴 필요는 없잖아.”


“배려에 감사하네요.”



비꼬는 남궁혜정의 말에 어깨를 살짝 들썩이고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100년이나 지났지만 차 맛은 그대로였다.


발전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완성된 차 맛을 100년이나 유지한다는 것도 굉장한 일이다.


여전히 화산파는 건재한 모양이었다.


도산매화차는 화산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면서 화산에서 나온 매화차만 도산매화차라고 부르니까.



“역시 작은 문파의 분이라는 것은 위장신분이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겉모습과 달리 뛰어난 경지, 자연스럽게 고급 차인 도산매화차를 주문하고 마시는 예법도 어긋나지 않았네요. 그리고 아시나요? 지난 밤의 굽실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낮은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되셨다는 거.”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한테는 말이 곱게 안 나가네.”



족적에게 명령을 내린 것은 남궁혜정이 아니지만 지난 밤과 오늘의 태도로 보아서 남궁혜정은 자신과 엮이면 족적이 나를 제거하러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당소소를 따라왔다는 것은 나를 죽이려고 한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내가 너를 죽이면 안되는 이유를 말해봐. 장담하건데 그림자들이 내 검을 막기 전에 네 목을 벨 수 있어.”


“승계의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남궁의 직계인 저를 죽이신다면 뒤가 좋지는 않으실 거예요.”


“그건 그렇지. 그렇다고 나 죽이려고 한 놈들을 그대로 둔 적은 없거든. 예나 지금이나.”


“이유라도...들어주시겠어요?”


“...”



내가 아무 대답 없이 차를 홀짝이자 남궁혜정이 말을 이어나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사정은 들으신 모양이네요. 그 날 당 소저의 부탁을 들어준 건 신 소협이 자리에 나올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자세히 말해봐.”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남궁 가의 그림자는 주인의 명 밖에 듣지 않아요. 제 말을 듣질 않으니 그런 명령이 내려져 있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요. 제가 유명 문파나 가문의 후기지수들만 만나온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족적에게 내려지니 명령은 ‘남궁혜정과 대화를 하는 남자를 죽여라.’였다.


그렇다고 짧게 대화를 나눈 시종들이나 상인들도 죽이는 것은 아니고 족적의 판단 하에 실력이 있어보이는 자는 또 노리지 않았다.


대 문파의 후기지수들은 실력도 그렇지만 죽였다가는 큰 문제가 되기에 족적도 건드리지 않았다.


족적이 처리한 것은 소문파의 후기지수들이다.


남궁혜정도 어릴 적에 활달한 성격으로 안휘 근방을 여기저기 쏘다녔다고 한다.


또래의 후기지수들은 남자든 여자든 가문이든 문파든 상관 없이 어울렸고 뒤에서는 수많은 후기지수들이 고혼이 되었다.



“그런 명령을 받은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유명 문파의 후기지수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었어요. 그 정도가 아니면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죽어나가니까요.”



나에게 한 칼에 손목이 달아난 족적이지만 어지간한 문파에서는 흔적을 찾지 못할 정도의 훈련을 받은 살수였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추적할 능력이 되는 문파의 후기지수는 건드리지 않았다는게 옳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잘생긴 남자들만 밝힌다는 헛소문이 퍼졌지만...소문의 시작이 어딘지는 짐작이 가네요.”



힘 있는 가문의 사람들은 대부분 한 미모한다.


그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가문도 아니고 최소 몇 백년을 그 권세를 이어왔는데 가주들이 당연히 예쁜 여자들과 결혼을 반복해왔으니 한 미모 할 수 밖에 없다.


대문파의 후기지수들이 잘생긴 것은 맞지만 어린 남궁혜정이 이상했던 것이지 원래 대문파의 후기지수들은 급이 맞는 자기들끼리 어울린다.


그러니 대문파의 후기지수들과 어울린다고 잘생긴 남자를 밝힌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남궁혜정이 한 이야기는 나도 족적으로부터 모두 들은 이야기였다.



“아직도 나는 왜 일부러 당 소저의 약속을 들어주면서까지 나한테 그림자를 보낸 이유를 모르겠는데?”


“도박이었어요.“


“도박?”


“네. 당 소저와 특별석에서 신 소협의 모습을 보고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꼈어요. 겉 보기에는 소문파의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것 같지만 실력을 숨기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자를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실력을 숨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겉보기에는 약해 보이니까 너랑 대화를 하면 그림자는 나를 죽이러 올거고. 사실 나는 실력이 출중하니까 그림자를 처리해줄거라고 생각했다?”


“맞아요. 성공한 셈이죠.”


“...내가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근거는?”


“없었어요. 단지 느낌이 그랬을 뿐이에요. 제가 알 수 있었던거라면 그림자도 알아채고 가지 않았겠죠.”


“나를 만났을 때 놀란 표정을 지은 건?”


“연기였어요. 그림자 호위를 인식해서요.”


“내가 실력이 없어서 그림자에게 죽었다면?”


“안타까운 일이었겠죠?”


“이거 미친년 아니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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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용봉지회 22.05.28 49 2 12쪽
10 10화 하남으로 22.05.26 5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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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하남으로-당소소와의 만남 22.05.21 82 3 12쪽
6 6화 하남으로 22.05.16 76 6 12쪽
5 5화 하남으로 22.05.15 96 3 11쪽
4 4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2 123 18 12쪽
3 3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1 131 22 12쪽
2 2화 제갈세가의 호위무사 22.05.11 158 35 12쪽
1 1화 100년 후의 무림 22.05.11 302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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