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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님의 서재입니다.

100년 후의 무림으로 와버렸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스완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4
최근연재일 :
2022.06.15 01:23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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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추천수 :
158
글자수 :
106,760

작성
22.05.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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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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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화 100년 후의 무림

DUMMY

무신(武神) 신무열.


중원의 호사가들이 말하기를 중원 땅 위에 두 명의 황제가 있고 그 위에 삼존이 있고 그 위에 하늘이 있다하는대.


지상(地上) 이제(二帝), 천하(天下) 삼존(三尊)이라. 중원의 무수한 무인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다.


그들의 강함은 인간을 넘어서 하늘에 닿았지만 하늘을 넘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감히 말하기를 하늘을 넘어선 사람은 고금을 통틀어 오직 둘 뿐이라.


마교의 수장이자 주먹으로 하늘을 때린다는 천마신권의 천마가 그 중 하나이고,


무의 정수(精髓)라고 불리는 무신(武神) 신무열이 나머지 하나라.


중원이라는 작은 산에 용과 호랑이가 공존하니 둘이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둘의 싸움은 칠 주야 동안 이어졌고 무신 신무열의 승리로 끝이 났다.


천마를 필두로 집결했던 마인들은 천마의 죽음을 계기로 모두 흩어졌고 신무열은 당당히 중원제일인이며 천하제일인이자 고금제일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랬을 터인데...



“근데 이게 무슨 꼴이지?”



천마의 가슴에 백호검을 찔러 넣던 기억은 생생하다.


기억뿐만이 아니라 단단하기로는 금강석 이상이라는 교룡(蛟龍)의 갑옷을 부수고 천마의 살을 베고 뼈를 가르는 감각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다.


‘여긴 어디야?’


천마의 심장에 검을 넣는 순간 갈라진 천마의 가슴에서 어둠이 빛처럼 터져 나왔다.


어둠이 빛처럼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긴 한데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사천당가의 섬광탄이 터지는 것처럼 눈앞에서 어둠이 터져 나왔으니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알몸으로 저잣거리 중심에 서 있었지.’


단전을 채우던 바다처럼 깊고 넓은 내공은 모두 사라졌고 하늘이 선택한 검이라는 뜻에서 천책상검(天策上劍)이라고 불리는 액수갈리보(厄收喝理寶)도 걸치고 있던 옷도 모두 사라졌다.


싸움이 끝나면 먹으려고 남겨뒀던 도우나두(道友㖠豆)도 사라졌다.


도우나두는 찐빵 중앙에 구멍을 뚫어서 고리모양으로 만든 빵이었는데 돈긴(豚緊)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음식이었다.


빵 중앙에 구멍이 뚫렸으니 반죽을 덜 썼을 텐데 가격은 오히려 찐빵보다 비싸니 먹기가 꺼려져서 먹지 않았던 것인데 연우가 맛이라도 보라고 사다준 것이었다.


혹 결전 도중에 천마가 던진 비수를 막아주는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품에 넣어뒀던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없어졌다.


‘아니지 중앙에 구멍이 뚫렸으니 비수가 날아왔어도 막지 못했겠구나.’


아무튼 전쟁은 어찌되었고 나는 왜 저잣거리에 알몸으로 서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조씨. 여기는 제 구역인데여? 오디 소속이세여?”


“응? 아아. 나는 거지가 아니란다.”



벽에 기대서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 것은 꽤 예쁘장하게 생긴 거지 소녀였다.


이제 7~8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는데 나를 같은 거지로 오해를 한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알몸으로 저잣거리 중앙에 서 있었지만 나의 판단을 빨랐다.


나의 훌륭한 물건을 본 아낙이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자리를 피하고 나신으로 있을 수는 없으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거적데기를 걸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꼴이 그러니 같은 거지로 오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누가 봐도 거지인데여? 본 적 없는 얼굴이기는 한데...아조씨 좋은 말로 할 때 이 바닥 뜨세요. 개방 소속이 아닌 거지들이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여?”



‘개방 소속의 거지였나?’


하긴 전국 거지들의 팔 할은 개방의 거지일 것이니 웬만한 거지들은 다 개방 소속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린 소녀가 나름 겁을 주려는 것인지 고운 얼굴을 찌푸리고 허리에 손을 척 얹고 말을 이었다.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혹시 개방의 거지라면 뭐 좀 물어봐도 되겠니?”


“흠...그치만 스승님이 뭘 알려줄 때는 대가를 받으라고 했어요.”


“그럼 이걸 주마.”


“이건...돌멩이잖아여?”


“아니야! 이게 평범한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철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니?”


“철이요? 우움...반짝반짝하고 날카롭고...딱딱해요.”


“그건 가공을 했을 때의 이야기란다. 본래의 철은 원래 이렇게 돌이랑 섞여있단다. 여기서 철을 골라서 무기를 만드는 것이지. 이건 만년한철이라고 하는 건데. 주먹만 한 이 돌멩이를 사천당가에 가져다주면 뭐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거란다. 스승님께 가져다 드리면 굉장히 좋아하실 거야.”


“정말요?”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돌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을 할 때는 나조차도 진실이라고 믿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손에 든 돌멩이는 방금 길에서 주운 것이 아니라 만년한철의 원석이다.


천하제일의 허풍쟁이라는 피가놈과 막상막하로 허풍대결을 하던 나다.


‘피가놈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사실 나무 인형이라는 거짓말을 하다니. 상상 조차 못 했어.’


정말 나무 인형이라도 된 것 마냥 행동하는 모습에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만 피가놈 다음으로 허풍을 잘 치던 사람이 나다.


이런 어린 소녀를 속이는 것쯤은 식은 만두 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우와아...근데 저는 어리고 배분도 낮아서 좋은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은걸요...”


“그럼 많이 알려주면 되지 않겠니?”


“아하! 그러면 되겠네요! 아조씨 진짜 똑똑하네요.”



본래는 내공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대의 기를 흐트러뜨려서 속이는 것이 피가놈의 허풍신공이었지만 순진한 거지 소녀를 속이는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공이 없기도 하고.’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거지 소녀를 속일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나는 길에서 주운 만년한철의 원석을 넘겨주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묻냐는 표정이었지만 거지 소녀는 성실히 아는 범위 내의 정보를 모두 알려주었다.



“고맙다. 그 돌멩이를 스승님께 가져가면 아주 기뻐하실 거야.”


“흐헤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나중에 또 보자.”



해맑게 웃으며 자리를 뜨는 거지 소녀는 자신이 처음에 왜 나에게 말을 걸었는지 조차 잊은 모양이었다.


‘어린 애들이란.’


속인 것이 양심에 살짝 찔리기는 하지만 나도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자.



“허허. 100년이나 지났다고?”



내가 어린 소녀를 속인 것 보다 큰 문제는 시간이 100년이나 흘러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천마와 나의 싸움 끝에 나는 등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천마대전은 정파와 사파 연합군의 싸움으로 끝이 났고, 50년간 평화가 유지 되다가 정파와 사파 간의 전쟁, 정사대전이 일어났다.


정사대전은 명확한 승자가 없이 협정으로 끝이 났고 다시 50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확히 100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나는 대충 그 정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다.



“시간을 다루는 무공은 없는데.”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무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영(東瀛)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과거에 시간을 달리는 처자가 있었다고는 한다만 전설일 뿐이고,


해동(海東) 홍가의 사조가 땅을 접어 달리는 보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소문일 뿐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무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무공이 실존한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


있었다면 난리가 났겠지.


‘그럼 나는 무슨 연유로 어떻게 시간을 넘은 것인가.’


짐작이 가는 것은 천마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던 어둠인데.


그게 원인일 것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추측이 가능한 것이 없었다.



“천마가 원인이면 마교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나.”



마교를 조사하다 보면 무언가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거지 소녀의 말에 따르면 천마가 죽은 후에도 마교는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다고 하니 그에 대해서 찾아보면 될 것 같다.



“좋았어. 그럼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풀었다.


내공은 사라졌지만 환골탈태한 육체는 그대로였기에 운신을 하는 것에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내공은 다시 쌓으면 되는 일이고.’


지금은 내공을 쌓는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속옷을 구해야 해.”



아랫도리에 바람이 숭숭 들어와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속옷부터 입고 생각해보도록 하자.




********




“좋아. 속옷도 챙겨 입었고 옷도 사 입었다.”



그럴 듯한 철검도 하나 사서 허리춤에 찼다.


중원에는 수많은 무기가 있었지만 그 중 제일은 역시나 검이다.


적당한 길이에 도보다 무겁지 않아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다.



“주모! 여기 고기만두 두 개랑 국밥 한 그릇 주소!”


“만두는 찐 거루? 술은 안 마시고?”


“대낮부터 무슨 술은. 만두는 찐 거로 해줘요.”


“알았으~. 잠깐만 기다려!”



100년이 지났지만 주막의 음식이나 주모들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점소이가 있는 객잔에서 먹을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객잔에서는 싸움이 많이 일어난다.


그런 싸움에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아, 참고로 돈은 건방져 보이는 공자의 주머니에서 슬쩍했다.


금발에 햇빛에 그을린 피부색을 가진 금태양(金太陽) 공자였는데 주머니가 꽤 두둑했다.


호위도 붙어 있던 것으로 보면 잘 사는 집이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해동신투(海東神偸)가 봤으면 한 소리 했겠지만 이미 100년 전의 사람이다.



“마교에 대해 조사는 해야겠는데...어디부터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히네.”



‘맹에 찾아가서 내가 무신 신무열이라고 하면 믿어줄까?’


안 믿어줄 것이 뻔하다.


시간을 넘은 나조차도 이게 환술이나 진법의 영향은 아닌지 골백번은 더 확인했으니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잃어버린 내공도 찾아야하고 할 일이 많네.”



‘내공은 일류 초입에서 더 쌓이지를 않네.’


사라진 내공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도 알아서 쌓였지만 일류 초입에서 더 늘지 않고 있었다.


벽이라고 불리는 일류 말, 절정에 다다르기 직전에서 멈춘 것도 아니고 일류 초입에서 벽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운공을 해봐도 내공이 더 쌓이지 않았다.


내공의 영향을 받는 경지는 예전에 지났다만 그래도 역시 내공이 받쳐줘야 예전의 신위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 밖의 일투성이다.


원인도 모르는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일단 덮어두고 나중에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어디 가서 칼침 맞고 비명횡사할 수준은 아니니까. 밥부터 먹자.’



“자. 국밥 한 그릇이랑 찐 고기만두 두 개!”



고민을 하는 사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과 찐 만두가 나왔다.


커다란 만두를 젓가락으로 잘랐다.


두껍고 부드러워 보이는 피가 갈라지고 소로 꽉 찬 속살이 드러났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내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따지고 보면 100년만의 식사잖아.”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하기에 반으로 가른 만두를 집어 들고 호호 불어서 입에 넣었다.


잘 익은 고기와 야채의 조합.


고기와 다진 야채가 알맞은 비율로 섞여 있어서 조화가 완벽했다.


고기 맛이 강하지도 야채 맛이 강하지도 않고 딱 좋은 상태다.


말랑말랑한 피는 그 둘을 감싸면서 제대로 어울리고 있었다.


완벽한 고기만두다.


고기만두로 이루어진 동산에서 뛰어 노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맛이다.



“너 이 년! 어디서 장난질이야? 소매 들춰봐!”



고기만두 동산으로의 여행은 어떤 사내의 노성에 의해 깨졌다.


싸움을 피해서 주막으로 왔거늘 여기서도 결국 싸움이다.



“바람 잘 날이 없구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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