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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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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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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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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27쪽

4장 20화 – 시대와 사람, 둘 중 택해야만 하는 하나

DUMMY

쿠웅-


필규원의 정문이 닫혔다.


제 사람들 외에 모든 손님이 돌아갔고, 어둠이 찾아든 하늘 위로 횃불을 쥐고 있는 이들이 순검을 돌며 그 날의 모든 것이 정리되는 듯 했다.


“다녀왔......., 왜 그러십니까?”


볼 일을 마치고 보고를 위해 안으로 들어서던 이문의 걸음이 잦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저를 살피는 그의 안색 또한 함께 변해가고 있었다.


“일 있다, 일.”


혼자 있고 싶었던 것을 도리어 그를 생각 못했다.


그 머리가 지끈거렸고 알게 모를 열기가 어지럼증을 동반하며 내면의 저를 괴롭히는 듯 했다.


“혹, 하묘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어, 전 하남윤이......, 나더러 만나서 얼굴 좀 보자네? 거기다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놓고 왜 다른 손으로 딴 짓거리 하느냐 잔소리도 좀 하고.”


“발각된 것입니까?”


“아, 내가 모자라서. 전혀 뜬금이 없어서, 그 무의식을 통제하지 못해서 내가 내 스스로 자백해버렸다.”


쪽팔리고 창피하고의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탄식과 허무함뿐이었다.


백번을 잘해도 단 한 번 못한다 하여 무너지는 것이 인생이고 세상이라지만, 실로 그 마지막 실수 하나가 모든 것을 망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주는 이쪽에 있지 않습니까?”


“대신에 허유가 저쪽에 있지.”


놀란 기색의 이문의 눈동자가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제가 서찰을 읽어 내려갔던 그때의 저도 아마 저러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제까짓 황건 나부랭이들보다 내 정체가 더 빨리 탄로나게 될지도 모르게 생겼지. 이걸, 대체 이걸 어쩌면 좋을까?”


“허 자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모르지. 아니, 모를 거야.”


알게 모르게 허유에 대한 소식은 들어왔었다.


제 미련이 놓지 못한 것인지, 경계와 후환이라는 빌미에 의한 감시를 내세워서있지는 모르겠지만 새해가 찾아왔음에도 아직도 원소를 찾아가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여러 주루를 찾아다니며 소박히 술을 마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마음의 한 순간이 멎을 듯 찡하니 울려왔던 것을 저는 억지로 거부하고 또 외면했다.


그런 그가 여태껏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니 아직 하진이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허유는 이미 자신의 직속으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그 명단을 뒤지다 홀로 외방으로 도는 그의 존재를 발견한 하진이 머리를 굴렸을 것이다.


그래, 대충 그림은 그려진다. 다만, 그래서 더 거슬리고 불편해지며 미련이 남는다.


“죽이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한 동안 말이 없던 제게, 멍하니 초점 하나 없는 눈으로 자리하던 제게, 돌연 이문이 날이 선 모습을 보였다.


“누구를? 하진을? 허유를?”


“누가 되었든 상관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각오를 다진 것일까? 물론, 그것이 저를 위함이라면 고마운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보다 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 마치 이전의 저와 다를 바 없는 모습 같지 않은가?


“냉철하고 좋은 판단이다. 하지만 그 여파를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 너무 크구나.”


“어째서입니까?”


“하진을 없애면 역사가 바뀌고, 허유를 죽이면 내가 바뀐다.”


제 이야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이문은 날이 선 눈빛으로 연신 이해하하기가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렵습니다.”


“어렵지, 어려워. 그래도 들어줄 테냐?”


제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이내 제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는 저를 향해 무식하리만치 가깝도록 그 귀를 내밀었다.


“이건 뭐, 하아......”


“말씀하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그래, 여하튼......, 내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이점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안목이고 또 달리 본다면 판단력이자 촉이겠지. 남들에 비해 보다 정확히 미래를 예견한다고나 할까? 앞길에 대한 대비책을 잘 세우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이점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위치에 내가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그건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아니, 뭔진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준비하고 대비하시는 모습에서 필히 연유나 곡절이 느껴지는 듯 보였으니까요.”


“그래. 하여 나는, 그 이점과 능력을 잘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점은 분명히 있지. 하여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비틀림을 싫어한다. 내 사고 속에 내 예측과 판단 속에 세상이 재단되고 흘러가야지만 내 능력이 발휘되고 내가 승승장구하며 내가 안돈을 찾고 힘을 키워가며 성장할 수 있으니까.”


“허면 역사를 논하신 연유가 그 예상 범위의 바깥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런 셈이지. 아직 뒤바뀐 역사를 감당할 자신은 없거든. 무엇보다 내가 한때나마 그려놓았던 그림이 있던 것이라서. 아니, 이 또한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실로 그만큼 편한 길도 없는 것이라서......, 쯧. 아까워진 것이라고 봐야지, 굳이 먼 길을 돌아가는 바보짓은 사절이니까.”


“허면 허유를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돌연, 가슴이 덜컥였다.


그 묵직함에서 느껴오는 무심함이 어째서 이럴 때만큼은 제 것이 아닌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내가 살아오면서 한 가지 모순과 오류를 범했구나. 그것이 아니라면 너무 간과한 것이겠지.”


“예?”


“너는 네 사람을 죽이냐? 그것도 어쩌면 그 믿음과 미련이 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이를?”


“그건......”


이문이 그 입을 우물쭈물 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그 입을 그냥 닫아버렸다.


제대로 듣진 못하였지만 아무래도 네가 그런 말한 처지는 아니지 않느냐? 너답지 않게 왜 이러느냐? 등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그저 그리 짐작을 해본다.


“안다, 알아. 언제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나고, 네 앞에서도 나만 챙기겠다고 했던 나였지? 하지만 대놓고 필요할 때마다 내 사람들 죽여대면 더는 내 곁에 남는 사람이 없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없이는 큰일을 이를 수가 없다. 그게 작금의 내가 이리 머뭇대며, 멈춰 서있고 그 발목이 잡혀있는 연유다.”


“.......”


“그까짓 정이 뭐라 싶겠지만, 그 외에 믿음이니 신용이니 하는 것들도 섞여 있을뿐더러, 앞으로의 내가 평(評) 되는 척도이기도 하니 그것이 미치는 것이지. 아직 제대로 무엇 하나 가져보고 제대로 된 세력이나 기반 따위 쥐어본 적도 없는데 벌써 권력에 찌들어 노망난 것들 마냥, 그러면 어떻게 저 드높은 곳에 올라? 어떻게 세상을 쥐어? 너라면 필요할 때마다 네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부터 희생시키는 이를 믿을 수 있겠어? 그것도 자의로 나가 뛰어들어 죽는 것도 아니고 죽을 자리로 매양 밀어 넣는다고, 모두의 필요도 아닌, 그 생명과 안위에 직결된 것도 아닌 고작 제 필요에 의해 쓰다 버리듯이 사람을 쓴다고.”


구역질이 나는 것은 바로 제가 그리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보다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제가 그리 살았다는 것이다.


제 모순은 바로 저에게 있었다.


그렇다고 그 과거의 자신이 그릇되었냐 함은, 그 또한 그르다는 판단이 들지 않아서 문제였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내 정체가 발각된다고 해도 내가 딱히 위협받지는 않는다. 내 생명이 위험하지도 않고, 그저 그 정체를 하진이 알고 훗날의 그가 써먹을 패가 하나 더 생기는 것뿐이야. 이쪽이 당주를 쥐고 있는 것처럼, 그와 다를 바 없는 것뿐이야.”


“이미 허유가 고신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또한 아직 안 받았어. 원소를 쥐고 있으니 알았을 거야. 한때 내 수하로 있던 허유에 대해 조사하며 그 관계를 알았겠지.”


그래. 그러고 보니 원소가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던, 열지 않았던 그래서 보다 쉽게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듯 하진이 재빠른 반격을 가했을지도 모른다.


“허면 그 원소라는 자에게 협조를......”


“그 또한 불가. 애초에 둘이 해결할 문제를, 굳이 밝히지 않을 문제를 제 삼자에게, 그것도 외부인에게 떠넘겨 일을 키우는 병신 같은 짓거리 난 찬성 못 해. 상승(上昇)에 목말라 있는 원소다. 허유가 내게 말해주었지, 뜻깊은 청운을 품고서도 원가라는 하늘에 갇혀 연신 그 하늘을 보고서도 날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조금이라도 그 하늘에 틈이 보이면 언제든 창공을 향해 날개를 퍼덕일 놈이다. 지금이야 힘이 없지만 조그마한 힘이라도 생기면 그 하늘에 틈바구니를 찢어서라도 창공에 발을 들일 놈이다. 그런 놈에게 기회를 주라고? 그 위험한 놈에게 나와 내 아비를 소재로 던져주라고? 서로 감춘 것 많고, 탐하는 것도 많고, 바라는 것도 많은 이기적인 부자가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미는 것을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문의 표정이 조금씩 변해갔다.


의문에서 이해로, 이해해서 또다시 의문으로, 그 의문에서 또다시 경악으로.


“주, 주공! 그러니까 주공께서.......”


아, 아직 그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구나.


그답지 않게 멍하니 멈춰서 굳어버린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내 사람이잖냐, 너. 허면 나에 대한 이야기도 이렇게 하나둘 듣게 되는 거지.”


“하오나 이는......., 후우.”


그 미간을 찌푸리며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해보려다 답답함을 느낀 채 또다시 한숨과 함께 제 머리를 박박 긁어대는 이문이었다.


“어렵지?”


“이게 대체 뭐가 어찌된 것인지.......”


“내겐 애증의 존재가, 그러한 경우가 딱 둘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한쪽은 증오와 의문이니 의중이지. 다만, 허유만큼은 애증이야. 내 사람이 아니었던 자를 내 사람으로 두려 했다. 하여 운이 좋게도 함께 한 세월은 내 사람이 되었으나, 애초에 설득하기를 또 그 운명이 남아있기를 내 사람이 아니라 했다. 하여 이리 그 시간이 끝이 났건만, 내 마음조차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니 그게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주공께서는 전위와 소인을.......”


“고심했지. 내 사람이기 이전에 너였기에, 그래서 고심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잖아?”


연신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 말을 듣던 그도 이번만큼은 쉽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두 호흡 정도를 지나친 그가 이내 어려운 한 마디를 건넸다.


“주공답지 않으십니다.”


“나다운 게 뭐냐?”


“그야, 당연히.....!”


스릉-


“네게 건네준 피마냥 이리 긴 칼을 뽑아 쥐고, 세상 거칠 것 없고 두려울 것 없듯이 자신만만한 기색으로 너를 설득할 그때의 그 모습? 오직 그뿐만이 나다? 천만에, 그건 고작 내 일면에 불과한 거야.”


어느새 방 한구석에 구비된 거치대에서 뽑아 쥔 긴 검날을 지닌 칼을 그때와 다를 바 없이 그 목 가까이에, 그의 한쪽 어깨에 걸쳐놓은 저는 또다시 그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어 그를 안심시켰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해서 또다시 네게 안정감을 심어줄 수도 있겠지. 어때, 조금 편안하지?”


“예. 훨씬 나은 모습이십니다.”


“사람이 본래 그렇다, 제 상사건, 제가 모시는 주인이건, 제 아비나 어미건, 제 무리를 이끄는 이건 간에 저보다 위에 있다 여겨지는 이의 나약한 모습에 함께 불안해하거나 이를 불편히 여기는 이들이 많지. 그 연유 또한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 모습이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불온한 감정이 절로 전염이 돼서 등등 다양하다만 결국 아랫사람은 아랫사람 나름대로 제 편함을 위하여 무조건적으로 제 윗사람에게 뛰어나길 강요하며 죽을 때까지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지. 그래, 마치 기계처럼. 혹은 영웅이나 위인처럼.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그 방향을 정하는 이들이 시키는 대로 그 명을 따르며 그가 가리킨 곳으로만 편히 발을 내딛으면 되는 것이지.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 인생 참 느긋하게 사는 거야. 별다른 걱정 없이, 그저 그렇게 사는 거야. 헌데 어쩌면 그 또한 꽤나 이기적이라 생각지 않더냐?”


또 다시 이문의 표정이 볼만해졌다. 아예 그 안면에 어렵다라고 글자가 떠다니는 것 같다.


“이문, 일체유심조다.”


“일체유심조......”


“그리고 이는 비단 너뿐만이 아니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네 마음을 얻을 거다. 누가 뭐래도 넌 내 사람이야. 일체유심조. 아직도 네게서 과희의 향취가 느껴지냐 함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제 내 눈에 든 너는 엄연히 이전의 너와 다른 내 사람이 된 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마음속의 너는 누가 뭐라 해도 내 사람이야. 내가 거둬들이고, 내가 택하였으며, 내가 설득시켰고, 내가 호의를 베풀었다. 그러니까 그냥 그리 알아. 알면서도 품는 것은 제 새끼여야만 한다.”


제 말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까?


철컥-


그 얼굴을 보아하니 분명 도움은 된 것 같은데, 어째 그 기다란 피가 제게 겨눠지는 것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만 같다.


“제가 이리 훗날 주공에게 창을 겨눠도 말입니까?”


날카롭게 비려진 날.


서늘하게 다가오는 냉기와 더불어 알게 모를 떨림이 제 울대 앞까지 전해지는 것은, 그의 창대 앞에 꽂힌 검날 또한 제 주인의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불안하다고 스스로 울음을 토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대신에 약속했잖아? 복수,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그것도 전위가 먼저 죽어버리면 내게 하라고. 그 훗날 먼 미래야. 최소한도 그때까지 내가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반드시 꼭 보고 죽었으면 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저는 제 목 언저리에 도달한 검날을 보고서도 웃을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이문의 불편한 시선과 파르르 떨리는 그의 한쪽 입꼬리와 더불어 그의 안면이 뒤틀리는 그 순간에도 저는 보다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다.


“후우-.”


“마냥 나약한 것만은 아니지? 이전과 달리 변한 것만도 아니고.”


제 물음에 이문은 절레절레 제 고개를 흔들며 이내 제게 겨눴던 그 기다란 피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마치, 제가 아닌 그 허공을 긁어내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아직도 저는 그의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더냐?”


”허면 그 약속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십시오. 기왕이면, 쓰잘데 없는 고민 없이 흔들리지 말고 사십시오.”


“뭐?”


“복수할 대상이 없어지는 일도 그리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또한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일도 썩 좋은 일은 아니지요. 지금의 그 모습은 언제고 타인에게 쉬이 찔러 죽이고픈 마음이 들게 만들 겁니다.”


“무서운 놈. 그러니까 꼭 네 손으로 날 죽이고 싶다, 이거지?”


아닌 듯 보였지만 아직은 이문에게 이러한 제 모습이 크게 허용이 되는 것은 아니었나보다.


아직까진 그 복수를 빌미로 거리를 둬왔던 그였기에 저를 향한 충정조차도, 그가 기댄 제 주인의 모습이란 것조차도 그의 조건에 부합하는 일면에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아직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이러한 저를 이해해주면서도 또 한편으론 제가 기억하던 이전의 주인의 모습으로 돌아와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반대로, 제가 주공을 찌르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주공을 죽일 수 없을 것이니 그때까진 안전이 보장된다는 소리겠지요.”


“그 말이나 이 말이나.”


그래도 이리 그가 이기적인 위로를 건넨 덕에 저 또한 그 기분이 조금 후련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여하튼, 어쩌실 겁니까?”


“모르겠다. 아니, 일단 그 얼굴부터 가까이서 똑바로 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어.”


“아비이기 때문입니까?”


다만, 아직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하였기 때문에 완전히 후련해질 순 없었다.


“.......정확히는 날 버린 아비, 매몰차게 내 어미를 외면하다 못해 이 세상으로부터 지워내기까지 하려 했던 아비이기 때문이겠지?”


“인생사 참, 주공도 기구하십니다.”


“인신공격도 적당히 해라, 누가 보면 세상사는 이들 중에 나만 상처 입은 줄 알겠다.”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그만한 상처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지니지 않고 있을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딴에 또 다시 위로라고 건넨 것이 자꾸만 제 사고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 또한 핑계다. 사람이 말이다? 남 일에는 한 없이 매정해도 제 일에는 한없이 유약해지고 그 정을 뗄 수가 없나보다. 결국, 나도 껍데기뿐인 쓰레기인 것 같은 느낌이지. 어째 자꾸만 나약해져만 가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나와 또 다른 나로 변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함께하는 이들이 생기고,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생기고. 그만큼 지켜야하는 선과 제약이 생기고 보다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홀로 있을 적만큼 자유로울 수도 이기적일 수도 없는 것이 한이 되었으나 제 한을 작금의 현실은 이해해줄 생각조차 않는다.


“정녕, 내가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택하는 것이 옳을까? 그도 아니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모르는 것이 없는 세상에 나 홀로 자리한 것이 옳을까?”


이럴 땐 차라리 내가 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원의, 사람의 제약을 벗어나 이 따위에 것에 얽매이고 종속되며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자꾸만 저를 붙든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을 내리지 못해 결정을 미루는 제게 이문은 다시금 선택을 종용했다.


“허유를 버리십시오.”


“여차하면, 죽여라?”


“어차피 그간 알게 모르게 그 인연을 정리할 것을 생각해오셨을 것 아닙니까?”


이문이라고 허유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도리어 저보다 더 냉철하게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그래도 그간의 저를 살폈고 허유의 존재가 제게 알게 모를 불편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음을 그 또한 인지했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사람을 좀 믿지 않지. 헌데 그게 네게도 보였나 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지 못하십니까?”


“나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다. 설사 해냈다 하더라도 성취하고 이루어내기가 힘들지.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지시키고 지속시킬 수가 없으며 또한 나 홀로 저 드높은 곳까지 올라설 수가 없다.”


“허면 아비를. 아니, 하진을 죽이십시오.”


“그 또한 마찬가지야. 한 치 앞도 모르고 나아간다는 게 꽤 무섭지. 무엇보다 아직 하진이 죽어서도 아니 되기까지 하니 이것 참, 그냥 그 이빨을 드러내지도 발톱을 감추지도 말걸. 어떻게 보면 사람이 그래. 다 제가 자초한 업보라니까?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는데 정작 길게 보면 그 선택들을 하나로 이어도 곧지가 않아.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또 기억이 있었음에도 연신 부족한 것이 많아. 아마 이쯤 되면 내 연치가 어려서 이 몸뚱이가 다 자라지 않아서는 핑계지. 그냥 내가 부족한 거야.”


결국, 또 다시 제 자리였다.


평상시에 저답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멈춰서버린 저는 여전히 그 둘의 가치판단을 구분하여 그 무게추를 한쪽으로 기울여내지 못했다.


“길은 없습니까?”


“있지. 없으면 뚫고 가면 그게 바로 길이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해도 그냥 길이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뚫고 갈 길이 보이지가 않네?”


그러한 제 답답함에 이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자신의 피를 붙잡은 채 몸을 돌린 것은 서로의 침묵이 보다 길게 여겨졌을 즈음이었다.


“어디 가려고?”


“준비하겠습니다.”


“뭘 준비해?”


“허유, 하진. 여차하면 둘 중 하나를 정리할 수 있도록, 그 둘에 대한 암살을 준비하겠습니다.”


“야! 너......”


“유약한 척 하지 마십시오. 누군가에게 기대며 붙잡히는 모습도 보이지 마십시오. 설사, 그것이 아비이던 한 때의 주공의 사람이든 이러한 모습은 소인을 거두실 적의 주공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세우려 해?”


“끝까지 이기적이고 진절머리가 나도록 강직하고 전신이 젖어드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그 모습이 바로 제가 기억하는 주공이기 때문이지요. 훗날에 그 복수를 감행하더라도 그래야 제가 보람을 느낄 것이 아닙니까? 이리 착해진 이에게는 창을 겨눌 순 없으니, 굳이 이 따위 것들에 종속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문은 보란 듯이 손아귀에 쥐고 있는 피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무게가 정해지지 않을 땐 그 무게를 정의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그게 창날이건, 창대의 끝이건 말이지요. 물론, 이렇게......”


그러더니 이내 이를 또 수평으로 뉘어 이를 쥐고 문이 자리하고 있는 앞으로 걸어갔다.


덜컥-


그러자 그 기다란 피에 의해 가로막힌 이문은 더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문 앞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한쪽을 기울이지 못해 문제가 생긴 주공의 상황에서 주공이 택할 것은 네 갈래가 있겠지만, 그중 문을 부수지 않고 피를 지닌 채 통과할 방법은 세 가집니다.”


“어느 한쪽을 기울이는 방안,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방안이 두 가지. 그리고.......”


부우웅-


돌연, 제 기다란 피를 회전시키며 회수한 그가 이를 내지르듯 앞뒤로 길게 뻗어내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리 당장에, 작금에 한쪽으로 기울여 떨어질 문제를 그 방향을 틀어 앞뒤로 길게 잡으면, 그건 더는 순간의 선택이 아닌 보다 긴 시간을 두고 풀어내야 할 문제의 선후가 됩니다.”


“.......!”


그렇게 좌우로 길게 늘어진 피가 앞뒤로 그 방향이 바뀐 채, 이문에 손에 자리하자 출수의 자세를 멈춘 그는 이내 제 피를 쥐고 성큼성큼 문밖을 빠져나갔다.


그 기다란 피가 더는 문틀을 넘어서 사람이 지나갈 수 없도록 걸리지 않았고 굳이 한쪽을 기울이지 않아도 충분히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둘 다 챙기셔야 한다면, 그 관점부터 바꾸시지요. 당장에 허유를 택하던 하진을 택하던 그다음에 남겨진 이들을 챙기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시간이 보다 길어지겠지만, 지금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길게 보십시오. 둘 다 택할 수 있고 당장에 선택한 것이 창대의 앞에 나중에 챙겨야 하는 것이 창대의 뒤에 자리하여 그 시간이 뭇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최소한도 문을 부수지 않은 채, 그 둘을 놓지 않고 문을 통과할 방법은 이뿐입니다. 이미 주공께서도 알고 계신 방법이 아닙니까?”


저는 마치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내가 이를 알고 있다고?”


“당장에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취하십시오. 그렇다고 그다음 것을 멋대로 놓아버려야 한다 생각지도 마십시오. 애초에 저를 보고서도 보다 길게 제 뒤에 자리한 과희를 놓지 않겠다 선언하셨던 것이 바로 주공이십니다. 당장에 저를 필요로 하여 택하셨을지언정, 과희마저 놓지 않겠다 하신 것이 바로 주공이십니다. 이뿐입니까? 전위와, 저 그 둘을 모두 한 번에 쥐셨던 주공이십니다. 세상 모두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할지라도, 그건 그들의 관점이자 그들이 걸어갈 길일 뿐, 주공께서 보고 가셔야 하는 행보는 아닐 줄 압니다. 그 누구보다 이기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주공께선 이미 둘, 그 이상을 쥐는 법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 어찌,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어찌 그 무서운 사고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있더냐! 너는 지금 네가 그리 수하로 두고 싶어 하던 전위가 죽게 될 경우, 그보다 강대한 나를 노골적으로 수하로 들이려 한 것이다! 만일, 그 상황이 반대로 펼쳐졌다면 정작, 내 전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내가 내기에 졌어도 또다시 전위에게 그러한 내기를 벌였겠지. 너는 나와 전위 모두를 얻는 경우, 나나 전위 둘 중 하나를 얻는 경우 그리고 둘 다 얻게 되지 못할 경우. 그 모든 경우에 그 답을 내놓고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이야, 내 가문의 복원도 다 나를 꼬드기기 위한 것이야! 진심이되, 이는 너를 위한 진심이다! 오직 너만을 위한, 가식과 진심인 것이야!


- 내가 내외 구분이 있어도 내 사람만큼은 아끼고 챙긴다. 나를 위해서라도,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 다 내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허니 어거지로라도 충성해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서라도 나를 그대의 주군으로 받아들여라.


- 그래 맞다, 뭐 간간이 틀린 부분도 존재하긴 하나 그 본질은 같다고 봐야지. 헌데 그것이 정녕 나쁜 것이냐?”


- 그렇지, 사람 마음 쉬우면서도 어렵지. 그래서 길들여지려는 거랑 거기서 더 한 발 나아가 충성을 다하는 것은 다르다고 한 거고, 내가 이리 약속을 어긴 대가로 새로운 다짐마저 받아낸 것 아니겠어? 그래도 다른 이도 아닌 과희가 널 추천했으니, 내게 있어 너는 과희가 내게 남긴 일종의 유지나 다름이 없다. 물론, 과희는 살아있겠지만 더는 내게 그 모습을 비추지 아니하려 할 것이니 그를 찾을 때까지 나는 그런 과희의 그림자와 그리움을 네게서 찾을 것이다. 허니 네게도 내가 과희에게 해주었던 말을 그대로 해주마.


- 내가 나고 주변이 있으며, 그 주변이 나고 세상이 있다. 내게 있어 신의의 기준은 내외(內外)다. 내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무조건적인 보장이나 믿음이 없다. 내 살면서 내가 믿었던 이에게도 배신을 당해 이 시대에 눈을 떴는데, 하물며 내 사람이 아닌 이를 믿겠느냐? 아니, 그나마 내 사람이라고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도리어 다행이라 여겨야지. 나는 말이다, 내가 세상을 버릴 순 있어도 세상이 나를 버리면 아니 된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


저는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전신을 부여잡으며 제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여러 기억들을 동시에 붙잡아야만 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그리고 영아부인 무인부아(寧我負人 無人負我).”


“것 보십시오. 이미 답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당장에 그 둘을 가질 수 없다면 우선 둘 중 하나를 쥐고 나중에 그 나머지를 되찾아오면 됩니다. 세상은 주공을 버리지 못해 그 선택지가 정해져 있지만 주공께선 아니시지 않습니까?”


이문은 보란 듯이 저 먼 문밖에서 저를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고, 저는 그러한 이문을 보며 제 내면의 소리를 바깥으로 끄집어내었다.


어느새 제 입 밖으로 나왔던 두 개의 답이 보다 넓은 하나의 가치관과 사고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더 많은 종속의 굴레를 벗어던진 인간만이 오직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형체와 대상이 없는 말 한마디가 제 뇌리 속을 떠다녔었다.


누가 했던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그래서 더 미칠 지경이었다.


당장에 제 내면이 만들어낸 말일 수도, 제 전생의 누군가가 제게 해준 말일 수도 있었지만, 작금에 또 당장의 자신에게 있어선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오직 이 말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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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들개의 머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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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4장 21화 – 시대와 사람, 그 둘을 택한 모두. 21.02.08 262 13 32쪽
» 4장 20화 – 시대와 사람, 둘 중 택해야만 하는 하나 21.02.05 253 12 27쪽
311 4장 19화 – 시대와 사람, 승자와 패자 21.02.04 284 10 29쪽
310 4장 18화 – 시대와 사람, 그려내는 자와 읽어내는 자 21.02.03 246 12 26쪽
309 4장 17화 – 시대와 사람, 올려다보는 자와 내려다보는 자 21.02.02 251 9 19쪽
308 4장 16화 – 시대와 사람, 열린 자와 닫힌 자 21.02.01 266 9 22쪽
307 4장 15화 – 갑자혈사, 갑자사화(3) 21.01.29 260 11 20쪽
306 4장 14화 – 갑자혈사, 갑자사화(2) 21.01.28 267 10 25쪽
305 4장 13화 – 갑자혈사, 갑자사화(1) 21.01.27 259 10 22쪽
304 4장 12화 – 계해혈사, 계해사화(3) +2 21.01.26 262 11 24쪽
303 4장 11화 – 계해혈사, 계해사화(2) 21.01.25 266 13 20쪽
302 4장 10화 – 계해혈사, 계해사화(1) 21.01.22 264 12 17쪽
301 4장 9화 – 기축옥사의 재림을 위하여 +2 21.01.21 262 11 19쪽
300 4장 8화 – 용연 속에 사는 것들이 용연 위로 드리워진 개의 얼굴을 반긴다(4) 21.01.19 277 11 33쪽
299 4장 7화 – 용연 속에 사는 것들이 용연 위로 드리워진 개의 얼굴을 반긴다(3) 21.01.18 256 10 27쪽
298 4장 6화 – 용연 속에 사는 것들이 용연 위로 드리워진 개의 얼굴을 반긴다(2) 21.01.15 264 9 22쪽
297 4장 5화 – 용연 속에 사는 것들이, 용연 위로 드리워진 개의 얼굴을 반긴다(1) 21.01.14 262 10 25쪽
296 4장 4화 – 경과의 결과가 불러낸 것은 +2 21.01.13 266 11 25쪽
295 4장 3화 – 당사자들의 변(2) 21.01.12 258 9 26쪽
294 4장 2화 – 당사자들의 변(1) 21.01.11 287 9 25쪽
293 4장 1화 – 관찰자와 관망자 21.01.07 298 7 30쪽
292 4장의 서 – 여강과 조숭, 그 아들들 21.01.06 306 8 25쪽
291 외전 3장 36화 – 상(上), 상(象), 상(相), 상(喪), 상(尙), 상(傷), 상(祥)(5) 21.01.05 210 9 35쪽
290 외전 3장 35화 – 상(上), 상(象), 상(相), 상(喪), 상(尙), 상(傷), 상(祥)(4) 21.01.04 197 8 20쪽
289 외전 3장 34화 – 상(上), 상(象), 상(相), 상(喪), 상(尙), 상(傷), 상(祥)(3) 21.01.01 195 6 22쪽
288 외전 3장 33화 – 상(上), 상(象), 상(相), 상(喪), 상(尙), 상(傷), 상(祥)(2) 20.12.31 193 5 22쪽
287 외전 3장 32화 – 상(上), 상(象), 상(相), 상(喪), 상(尙), 상(傷), 상(祥)(1) 20.12.30 197 7 22쪽
286 외전 3장 31화 - 해를 삼키거나 해를 지워내야 한다 20.12.29 199 9 23쪽
285 외전 3장 30화 – 저 하늘 위, 드높은 곳에 해가 아닌 달이 떠 있으려면 20.12.28 207 6 26쪽
284 외전 3장 29화 – 예상치 못한 개벽의 조짐 20.12.24 212 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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