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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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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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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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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불꽃(4)

DUMMY

“장문인을......”

“알고 계신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야장.

작은 움직임에도 꿈틀거리는 근맥이 전혀 죽을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명이 다했다 확신하고 있었다. 경지에 오른 사람의 직감이라도 되는 것일까.


“놈이 젊었을 시절 만난적이 있다. 말코놈이 한때 세상을 유랑하다가......음? 모르는 눈치로군.”


백연은 청율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도 전혀 아는게 없다는 표정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말갛게 미소지은 청율이 입을 열었다.


“저는 장문인께서 거두신 제자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분의 과거는 잘 모르지요. 신유, 신웅 사숙이나 되어야 알까.”

“그리 깊은 교분을 나눈 적은 없다. 놈이 곤륜이라는 문파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허나 그의 인간됨이 세월의 흐름에 마모되어 바뀌지 않았다면, 그나마 믿을 만한 놈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야장의 시선이 곧았다. 꿰뚫어 보듯 뻗어오는 눈빛이 강렬했다.


“너희들이 곤륜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리 부탁하지.”


범이 고개를 숙였다. 거칠게 뻗은 머리칼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당황한 청율이 손을 내저었다.


“저희야 당연히 괜찮습니다. 장문인께서는 어떤 아이도 밀어내지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청율이 바깥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 아이의 의지는 어떤지 묻고 싶군요.”


그에 야장이 머뭇거렸다. 직선적이던 그의 시선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설득할 것이다.”

“어려울텐데요.”


백연이 말을 툭 던졌다.

그도 그럴것이, 저 녀석은 야장을 지키려고 앞뒤 안가리고 자신에게 덤벼든 놈이었다. 야장이 어떻게 설득한들 쉽지 않아보이는 일이었다.


그에 한숨을 내쉬는 야장. 그가 흉이 가득한 두꺼운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할 수 있다. 그대들이 내 부탁을 들어주는가가 중요할 뿐.”


백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율도 마찬가지였다.

야장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색 비슷한 것이 돌았다.


“참으로 고맙다.”

“아니요. 저희에게 고마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백연의 대답. 청율과 야장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는 본디 일이 이렇게 흐르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야장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당연히 곤륜파의 전력 강화. 그가 문파를 일으키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암야서고에 들어가 백철에 관련된 정보를 찾은 이유였다.


그는 검귀 시절 백철검을 다뤄보았기에, 백철로 된 병장기가 무인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는 수라궁이 백철 야장을 집어삼키는 것이 곤륜파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령에게 뒤늦게 들은 정보만 취합해 보아도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야장 본인이 아닌 선아만을 데려가 맡는것은 곤륜파에 크게 이득이 되기 어려운 행위였다. 아무리 그녀가 백철 야장의 기술을 배웠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하령이 발견한 병장기들.’


미완의 백철 병장기. 그것들이 아마 선아가 만든 것일테다. 간단히 말하면 그녀는 지금 반쪽짜리 야장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선아를 곤륜파에 받아들인다 했을 때의 이득보다 위험이 훨씬 크다.


‘수라궁에게 쫓길 위험을 감수하면서 데려오기에는 가치가 부족해.’


그녀가 향후 몇년 안에 진정한 야장으로 성장한다 해도, 그 몇년 동안 곤륜파가 덜 위험한 편이 나았다. 하오문도 만금장과 수라궁을 위시한 여러 대문파들을 한번에 막아줄 수는 없을테니까. 곤륜파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과 비교하자면 백철 병장기 몇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장문인이라면 아무런 말 없이 선아를 곤륜파에 받아들이셨겠죠.”


그가 처음 곤륜을 올랐을 때, 운결은 그랬기에.


“그래서입니다. 감사의 인사를 하실거면 장문인께 하시지요.”


곤륜의 장문인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백연은 따를 생각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앉아있던 야장이 허, 하는 웃음 소리를 내었다.


“좋다. 따라와라.”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야장. 그의 덩치가 방 안을 가득 드리웠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그가 바깥으로 걸음했다.


“어디 가십니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작은 집 바깥으로 나간 그가 향한 방향은, 집의 뒤편에 자리한 화로였다.


“하, 할아버지?”


그의 기세에 밖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선아가 깜짝 놀라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작업을 좀 해야겠구나.”


야장의 말에 순식간에 굳어드는 표정. 뭐라 말할듯이 입술을 몇번 달싹인 그녀가 중얼거렸다.


“몸도 안 좋으시면서......”

“너보다는 건강하니 걱정 말고, 들어가서 한숨 자고 있거라.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저도 볼래요. 오랜만이잖아요.”

“피곤하지 않겠느냐?”

“어차피 시끄러워서 못 자는걸요.”


선아의 말에 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뒤편의 백연과 청율을 향해 손짓했다.


자연스레 화로에 다가간 야장.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이 물었다.


“왜 갑자기......?”


그에 야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켠에서 낡은 망치를 꺼내들며 답했다.


“나는 마음을 붓끝 하나에 걸어 줄글을 적어내리는 서생이 아니다. 검식 하나에 겪어온 세월을 담아내는 너희 무인도 아니다.”


허름한 대장간. 그러나 안에 마련된 것들은 허름하지 않았다. 낡은 망치는 야장의 손의 일부인 듯 자연스레 움직였고, 옆에서 끌어온 모루는 무게가 짐작이 가지 않을만큼 무거워 보였다.


“나는 야장이다.”


쿵.


바삐 움직이던 그의 손이 한켠에서 덩어리진 광석을 꺼내어 올려놓았다. 백철 광석이었다.

그것을 앞에 둔 야장이 뒤를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야장인 내가 감사를 표하는 방법이다.”


동시에, 야장의 몸에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강대한 진기였다. 하령의 술법무공을 처음 봤을때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력한 기운이 물결치듯 흐르며 사방을 뒤덮었다. 그러나 백연이 진정 놀란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기운의 성질이.’


야장의 오른쪽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파. 녹아내릴 것 같이 뜨거운 화염의 파도가 몰아쳤다. 육안으로도 보였다. 그의 오른팔을 타고 일어나는 진기가 대기에 아지랑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한밤의 찬 공기 아래임에도.


야장의 피부 위를 타고 김이 솟아올랐다. 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백철 광석을 집어든 야장이 화로에 팔을 집어넣었다.


화르륵-!


일순 일어난 불꽃이 거칠게 내달렸다. 눈부실 정도로 강렬한 적색과 청색의 불꽃이 눈 앞을 수놓았다. 잠시간 눈이 아프다 느낄 정도였다.


이윽고 눈이 점차 불꽃에 적응해 들어가고 나서야 화로 안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스스로 빛을 발할 정도로 달아오른 백철 광석. 점차 형태를 잃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태양과도 같다 느껴졌다.


‘어떻게 가능한거지?’


야장은 분명 극양지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가 기파에 예민하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본질적으로 극양지체인 사람은 신체가 극한의 양기에 가깝기에 이리 평범하게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걷기만 해도 사방으로 열을 발산하고, 스스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살아있는 불덩이가 되기 일쑤이다.


‘그러니까 저것이 그냥 내공이라는 소리인데.’


일반적인 몸에 저런 기운을 담고 살아있을 수 있다니.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때. 야장의 손이 화로 안에서 움직였다.


그 사이 형체를 잃고 무너진 백철 광석이 액체에 가까운 형태로 흘러내렸다. 그렇게 밑으로 흘러내린 백철은 이윽고 화로 안에 있던 길쭉한 틀에 담기며 직선적인 형태가 되었다.


다음 순간. 화로 속에서 야장이 백철을 꺼내었다. 동시에 야장의 몸에서 다시 한번 거대한 기파가 일었다. 왼팔이었다. 일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후욱.


허공을 감싸며 도는 기파는 지극히 한랭했다. 지금까지 오른팔에서 일어나던 기파와는 정반대로.

대기가 차갑고 습한 기운을 머금으며 순식간에 침잠했다. 깊은 수면 아래로 끝없이 빠져드는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


수(水)기였다.


끝없이 드높은 파도가 몸을 뒤덮어 끌어내리는 듯 했다. 대기를 내리누르는 묵직한 기운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북해(北海)의 검은 바다에 빠지면 이러할까.


야장의 움직임에는 단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극히 자연스러운 동작. 그가 왼손을 가벼이 들어올렸다. 그 손에 휘감긴 진기는 대해처럼 무거웠음에도 야장은 아무런 방해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그가 왼손으로 백철을 집어드는 순간.


치이이-!


두 기운이 마주하며 대기가 거칠게 반발했다. 한랭한 수기로 인해, 잔뜩 달아올랐던 금속이 순식간에 식어갔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른손으로 망치를 집어든 야장. 그가 짧게 한호흡을 들이쉬는 순간 그의 오른팔에 불꽃이 재차 일었다.


그리고, 그가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깡! 까앙-!


간결하고 반복적인 움직임. 하지만 그 과정에 담긴 힘은 그렇지 않았다.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백철이 달아오르고, 왼손에 힘을 줄때마다 식기를 반복한다.


그와 함께 백연에게는 느껴졌다. 야장의 몸에 둘러진 두가지의 기운이 백철로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것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망치가 허공을 가르고 백철을 두들길 때마다 뇌리에서 벼락이 치는 듯 했다.


야장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감이자 단초였다.


그의 호흡, 기도, 자세.

전신에서 뻗어나오는 기세와 기파를 뿜어내는 발경. 어깨를 타고 솟아오른 화기가 팔뚝에 맺혀 망치를 비껴 흐르며 백철로 흘러 들어간다. 동시에 왼손에 맺힌 수기가 과하게 달아오른 부분만을 짚어 식힌다.


그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백연의 호흡은 야장의 그것과 같아져 있었다.


들숨과 날숨이 이어지고 감각이 무아에 빠져 맴돌았다. 불꽃이 내리치고 파도가 뒤덮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야장이 손을 멈추었을때.


“......아.”


백연은 저도 모르게 아쉬움의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이 밝아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두웠던 하늘은 이미 연한 청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동녘 하늘에 걸린 불덩이가 눈부셨다.


종일 몸을 숙이고 망치를 휘두르던 야장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한자루의 검신이 들려 있었다.

아직 자루도, 검집도, 어떠한 문양도 없는 검이었다. 곧게 뻗어있는 시리도록 새하얀 검신. 산봉우리에 내린 눈을 그러모아 검으로 빚어낸 듯 한 형상이었다.


검을 든 야장이 입을 열었다. 메마른 목소리 속에 새겨진 것은 자부심이었다.


“백의를 다시 만날때 이 검과 함께 대신 전해다오.”


야장의 시선이 백연의 두 눈과 똑바로 마주쳤다.


“이 야장, 천관(天觀)이 곤륜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



“잠드셨어.”


방문을 닫고 나온 선아의 말이었다.

강대한 기세를 내뿜던 야장, 천관은 검을 완성시키고 급작스레 지친 기색을 보였다.


“쉬고 나면 회복하실거야. 나도 좀 쉬고 올게.”


그렇게 말하는 선아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린다.

백연은 부정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관이 약해져 있다는 것은 잘 느껴졌다. 어째서 죽음을 입에 담았는지도.


‘검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몸에 무리가 커.’


백철 병장기.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시대에 몇 없는 백철 야장들이 왜 그리 귀했는지 확실히 알았다.


‘두개의 상충되는 기운을 동시에 다룰 줄 알아야 하다니.’


검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백철은 지나치게 섬세한 금속이었다. 한번 녹인 시점에서 완전히 식어버리면 다시 가공하는 것이 불가에 가까웠다. 금속의 구조 자체가 그랬다.

천관이 다룬 방식으로 단조를 하지 않으면 백철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놀랍네요.”


청율의 목소리였다. 백연과 같이 바깥의 바위에 걸터앉은 사숙은 보기 드물게 멍한 표정이었다.

그의 눈이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필시 새벽 동안 본 천관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백철. 다루기 어려운 금속에다가 그것으로 만든 병장기가 극히 귀하다는 건 들어봤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만드는 것일 줄은 몰랐어요.”

“그건 저도 몰랐습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하나의 몸에 화기와 수기를 동시에 담고, 야장 본인의 기운을 이용해 금속을 섬세하게 조형하며 제작해야 하다니.


“그럴 가치가 있는 물건인가요?”


청율의 시선이 닫혀있는 집의 문을 향했다.

백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인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죠.”

“공능이 무엇이길래 그러는 건지 모르겠네요.”


의문을 표하는 청율. 그럴만 했다. 백철 병장기는 직접 써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써본 사람조차 제대로 된 공능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표본이 적으니 기록으로도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강도가 그리 강한가요?”


백연은 고개를 저었다.


“강도는 강하긴 하나, 가장 단단하진 않습니다. 따지면 만년한철이 더 단단합니다.”

“그러면 왜?”

“백철로 만든 무기는, 주인의 내공을 먹습니다.”


눈을 깜빡이는 청율. 사숙의 미간이 약하게 좁혀진다. 그가 의문이 가득 담긴 눈을 했다.


“내공을 먹는다고요?”

“네. 더 정확히는, 다루는 사람에 따라 무기가 변화합니다. 성장한다고 해야 할까요.”


백철 병장기만의 독보적인 특성이었다. 사용자의 내공에 반응한다는 점. 검을 잡은 무인이 내공을 불어넣고 사용할 수록 무기의 성질이 변화한다. 자하신공을 익힌 검객이 백철검으로 매화검법을 펼쳐내면 자연스레 노을빛 내공이 섞여들며 검의 색도 변화하고, 동시에 검의 강도나 경도, 부드러운 정도와 무게도 그에 맞춰 바뀐다.


더불어 똑같은 자하신공 사용자의 백철검이라 해도,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의 신체 상태나 구조, 진기의 양과 성향 등등에 따라 성질이 변화한다.


“오직 하나뿐인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겁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한 백철검이 가장 강하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몸에 가장 알맞는 검이 된다는 것 만은 사실이었다.


“무공을 펼치기가 여러모로 수월해지죠. 그 검을 잡은 무인이 고강할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경지에 오른 무인은 검과 몸이 일체가 된다고 표현한다.

달리 말해 신검합일(身劍合一)이다. 백철 병장기의 공능은 신검합일을 수월하게 이끌어내 주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타인에게 병장기를 탈취당할 위험도 감소합니다. 소소한 장점이지만.”

“이미 특정한 무인의 몸에 맞도록 바뀌었기 때문인가 보군요. 그것 참......신기하다 해야 하나요.”


고개를 젓는 청율.


“맞습니다. 때문에 백철 병장기는 타인에게 전수하거나 물려주는 일이 거의 없죠.”


백연이 검귀 시절의 검을 다시 찾으려 들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검은 이미 검귀의 무공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찾아봐야 쓸모가 없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는 아는데.’


사실, 지금 가기에는 위험할 듯 싶기도 했다.


“귀한 선물을 받았네요.”


대장간의 안쪽에 얌전히 놓여있는 흰색 검. 청율이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백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검도 귀한 선물이긴 하죠.”


원래도 귀한 것인데, 백철 야장이 천관밖에 남지 않았다면 정말 가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의 물건이다.


‘하지만.’


정작 백연이 받은것은 따로 있었다. 백철검과는 별개로, 지금 그에게 정말로 더욱 귀중한 것.


‘찾았어. 내공 운용법의 단초.’


그의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다. 화기와 수기를 동시에 다루며 검을 만들던 천관의 모습. 그 속에서 방법을 찾은 것이다.


화기는 파괴적이고 강렬해 몸에 담는 것이 위험하다. 그러니 화기만을 담지 않고, 그것을 억누를 수 있는 수기를 함께 받아들여 누른다.


‘처음부터 둘로 나눠서 동시에 담는거야.’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지금까지 왜 생각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였다.


‘다만, 위험한건 한가지.’


두가지 상충되는 기운이 반발을 일으키지 않게 쪼개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서로 극상에 자리한 두 기운이 부딪히기 시작하면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백연에게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무공. 만들어 낼 때가 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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