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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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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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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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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남궁세가(3)

DUMMY

※※※



안휘성. 장강을 따라 수많은 물류와 상단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육로와 해로를 가릴 것 없이 사파 무리가 준동하는 작금의 무림에서, 검왕의 발언은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민생을 위한 사파 토벌에 무림의 쟁쟁한 후기지수들이 나선다. 대외적으로 내세우기 좋은 그림인 것이다. 심지어 다른 이도 아닌 검왕 본인도 함께 출정한다. 제아무리 사파 무리가 날고 기어도, 사도(邪道) 육진(六鎭)의 수장급에 이르는 괴물들이 아닌 이상에야 검왕의 앞에 바로 서 있을 수 있는 자들은 없다.


더해 그 녹림왕이라도 검왕과 일전을 붙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터. 후기지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말은 하나 사실상 그렇게까지 위험한 토벌 작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검왕의 몸은 하나야. 그가 사방 모든 범위를 전부 보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씩 웃었다.


“걱정마. 위험하면 바로 내뺀다니깐?”

“그래. 독룡의 곁에 딱 붙어 다니고. 녀석이 있으면 충분히 안전할거야.”

“검왕께선 북쪽으로 가신다 했던가.”

“맞아. 해하(垓下) 근처의 사파 무리를 절멸시킨다 했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문파의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숙주(宿州) 언저리에 자리한 해하. 과거 패왕(霸王)의 최후 일전이 치뤄졌던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다른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근래 준동하는 사파 무리들이 많아 민초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때문에 이번 토벌에 참여하는 무인의 세력을 넷으로 나누었다. 각기 동서남북 방향에 자리한 사파 무리들을 도맡아 척살하기로 했는데, 구파와 오대세가를 비롯한, 상대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각기 동서남 세 방위를 맡고 검왕 본인은 북쪽을 토벌하기로 한 것이다.


“사형은 황산 쪽이지? 조심해. 녹림의 무서운 점중 하나는 산의 지리를 완벽하게 꿰고 있다는 거야. 같이 가는 사람들 중에 황산파의 사람이 있다지만 그래도 녹림 보다는......”

“너는 너무 걱정이 많아.”

“......뭐, 북쪽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네.”


백연이 중얼거렸다.


이번 토벌, 검왕 남궁산과 동행하는게 과연 좋은 일일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긴가민가 할때는 아예 위험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낫다. 적으로 돌변한 검왕을 상대하는 것 보다는 녹림 채주를 상대하는 것이 백배 나을테니.


“그나저나 너는 정말 안가?”

“응.”

“검왕의 무공, 너라면 분명히 차지할 수 있을텐데 아쉽네.”


단휘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 이번 토벌의 상품으로 걸린 무공 전수가 아까운 모양이었다.


“그다지 욕심나지는 않아서.”


남의 무공을 그대로 전수받는 취미는 없다. 물론 받아서 그의 입맛대로 손을 대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까지 탐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 비도. 추적하고 있는거야?”

“비도? 아, 만금장.”


만금장을 찾기 위해 뿌려놓은 열 자루의 비도. 며칠 전 회녕에 내려가 기감으로 훑어 확인하고 온 적이 있었다. 제각기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직 명확한 위치로 모여드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한 두자루 정도는 같은 곳으로 이동중인데, 확실하진 않아. 좀 더 두고 봐야지.”


눈앞에 닥친 일들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잠시 잊고 있었다.


“만금장을 추적하는거. 조심해야 해. 놈들이 이번 용봉지회를 지원한게 맞다면 놈들로써도 큰 위험을 감수하는 거야. 아무리 그놈들이 정파와 연줄이 있다지만 그건 암암리에 움직이는 거고, 이런 거대한 일에 발을 들였다는 것은 그쪽 입장에서도 위험한 짓이니까.”

“알고 있어.”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다시금 복잡해졌다. 그러고 보니 남궁산에게서 흘러나온 마기. 혹시 만금장 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련지. 일련의 상황들이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기묘한 예감이 들었다.


“나보다 네가 걱정이다. 사파랑 싸우는거야 그냥 칼부림이지만 만금장은......”


말끝을 흐리는 단휘의 모습. 그의 얼굴에 미미한 두려움이 어렸다. 백연은 가만히 사형을 응시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걱정 마. 사형보다 내가 더 도망은 잘 다니니까.”

“하핫.”


미소를 지은 단휘가 장포 위에 걸친 피풍의를 여몄다.


이른 새벽이었다. 지금부터 약 한시진 뒤에 각 방향으로 무인들이 출정할 것이다. 사파 토벌의 시간이었다.


“이틀 뒤에 보자.”

“그래.”


이틀간의 토벌. 그 사이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볍게 전각을 걸어나가는 단휘의 뒷모습을 보며 백연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슬슬 그도 움직일 시간이었다.



※※※



“가주님께서는 이틀 뒤에 돌아오신대?”

“그렇다나봐. 해하까지 다녀오신다고.”

“어째. 요즘 가문 밖으로 걸음도 잘 안하시더니. 그 몸으로......”


사박.


남궁세가의 장원 깊숙한 곳 안이었다. 손에 잔뜩 무언가를 들고 걸음을 바삐 옮기는 시비들이 있었다.


평시보다 고요한 환경이었다. 용봉지회 때문에 가문에 몰려든 무인들은 대부분이 사파 토벌을 위해 바깥으로 걸음했고, 가문에 남은 사람은 얼마 없었다. 장원 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드넓은 남궁세가를 관리하는 시비들 몇몇 뿐이었다.


지키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애초에 누군가 침입할 것이라는 가정을 잘 하지 않는 것이다.


안휘성의 왕처럼 행세하는 명문세가. 거기에 평소에는 검왕이 버티고 있는 가문이다. 감히 누군가가 침입하려 들면 단칼에 목이 떨어질 곳이다. 감히 침입하려 드는 간 큰 인물이 있을리가. 그런 이유에서일까, 그들의 방비는 유난히 허술했다.


때문에 검왕이 자리를 비운 지금, 남궁세가는 무방비에 가까웠다.


스르륵, 툭.


시비들이 지나가고 난 직후, 그 길 위로 하얀 무복을 입은 인영이 툭 떨어져 내렸다. 발치에 바람을 휘감아 한점의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 몸놀림이 가벼웠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하얀 가면이 독특했다. 눈을 제외한 부분이 전부 드러나지 않는 형태였는데, 멀리서 언뜻 보면 얼굴의 일부라 착각할 정도로 얇은 물건이었다.


‘다행이군.’


몸을 일으킨 백연이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혹여나 누군가와 마주칠 때를 대비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가면을 착용하고 왔다. 하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


몸에서 떼놓은 적이 없는 여휘검은 마찬가지로 백색 천으로 둘둘 말아 등에 지고 있는 상태였다. 누가 보면 검이 아니라 봉으로 착각할 만도 했다.


여기에 침입한 것이 그라는 것을 들켜서는 안되는 탓이다. 여휘검은 한번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정도로 눈에 띄는 검이었으니까.


‘사람이 거의 없어.’


방금 전 지나간 시비 몇이나, 간간히 보이는 시종들은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너무 고요했다. 본래 이렇게 사람이 적은 곳인가. 아무리 그래도 전 무림에 이름을 떨치는 세가인데 이상할 정도였다.


‘남궁정도 되는 세가에서 사용인을 이리 적게 쓴다고?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이것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줄어들었다 봐야 할 터.


백연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그에게는 좋은 일이 맞으나,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알아봐야 할 터였다.


생각을 털어버린 그가 가볍게 걸음을 내딛었다. 동시에 발끝을 따라 풀려나온 바람이 주변을 휘돌았다. 그의 기운을 바람에 가볍게 실어낸 것이었다. 일순 그의 신형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넓게 펼쳐진 기감이 주변의 길을 인식했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백연이 장원의 길을 따라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쪽인가.’


어제 당소하가 움직였던 경로. 그대로 머릿속에서 재현해서 걷는 중이었다. 사방에 가득한 거대한 전각들과 길, 장식물들 사이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길이었다.


가히 궁궐이 따로 없었다. 남궁세가의 재력이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헌데 왜 만금장과 금원장의 돈을 받았지?’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백연이 주변을 살피며 미간을 좁혔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투성이였다. 그러고 보니 남궁세가의 재력 정도라면 용봉지회를 개최하기 위해 다른 곳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을 터인데.


모종의 연결점이 있다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에 백연이 입매를 틀었다.


그의 성질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리 움직이는 것은.


‘익숙해져야 해.’


지금은 이 방식이 옳다. 일을 치고 홀로 몸을 내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검귀와 백연의 차이였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백연이 마침내 걸음을 멈춰섰다.


그의 눈 앞에 낡은 전각이 나타난 것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장 깊숙한 심처에 자리한 건물.


외양으로 보아 오래 전에 지어진 전각인 듯 했는데, 그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옅지 않았다. 낡았으나 드높은 기세. 전각의 위에 걸려있는 현판의 필체에서 무형의 기운이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궁무애(蒼穹無涯)]


남궁을 상징하는 표어였다. 창천 남궁세가. 푸른 하늘은 넓고 멀어 끝이 없다는 표어는 얼핏 광오하기까지 한 의념을 담고 있었다.


저것을 새겨낸 무인이 얼마나 강력한 고수였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현판을 써내릴 때 담아낸 의념이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그 기세를 흩뿌리고 있었다. 저쯤 되면 보패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듯 했다.


‘여기가 맞군.’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이 남궁산의 집무실이 자리한 전각이었다.


‘기관진식이나 술법진은 없겠지.’


그 검왕의 집무실이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잔꾀를 굴려 함정을 파 놓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제갈세가라면 또 모르지만. 남궁의 자존심은 저 현판에 걸린 글씨만큼 드높았다.


백연이 전각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안쪽에 자리한 것은 별로 없었다. 양 옆의 벽을 따라 늘어선 것은 기운이 서려있는 보검과 정체를 알기 힘든 보패들이었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한 가운데에 작은 문이 버티고 서 있었다.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 작은 문은 소리없이 스르륵 열리며 안쪽의 공간을 드러내었다.


아무도 없는 작은 공간. 햇빛이 벽을 타 넘어 들어오며 방을 적시는 것이 운치있는 곳이었다. 가운데에 큼직하게 놓인 책상 위로는 늘어진 종이들이 가득했다.


‘소박하군.’


집무를 보기 위한 것 이외에는 다른 물건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검소한 방. 검왕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장소였다.


거침없이 책상에 다가간 백연이 종이를 집어들었다. 토벌을 출정하기 직전까지 집무를 보다 간 듯, 어지러운 공간이었다.


이것저것 쌓여있는 종이들은 대부분이 쓸데없는 내용이었다. 남궁의 금전이 사용되는 곳. 가주에게 인가받아야 할 문서들. 그리고 타 중소 세가들과의 교류 및, 곳곳에서 보내오는 뇌물에 가까운 선물들.


‘필요없고, 이건 아니고, 이것도......응?’


빠르게 종이를 넘기며 뒤지던 백연이 멈칫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가득 쌓여있던 종이들 맨 아래쪽에 자리한 한장의 문서. 위에 적혀있는 글씨가 용봉지회에 관련된 내용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건......’


내용 자체에는 별 것이 없었다. 용봉지회에 납품되는 물자의 관리에 관한 내용. 이번에 들어오는 등화(燈火)의 수량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입된 숫자가 수천에 달했다. 남궁세가 전체를 한달 가까이 밝혀야 하는 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백연이 보고 있는 것은 그 내용이 아니었다. 문서 맨 아래에 찍힌 인감. 물자 납품을 확인하는 가주의 확인이 자리해야 할 곳에 다른 형식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왜?’


문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궁산의 것이 틀림없는 인감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형태의 문양. 잘못 찍힌 위조 문서라 보기에도 이상했다. 만일 그런 것이라면 남궁산이 확인했을 터인데, 이런 종이가 이곳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리가 없었다.


종이를 내려놓은 백연이 다른 문서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용봉지회에 관련된 문서들.’


빠르게 종이를 넘겨가며 찾던 백연은 이윽고 다른 문서를 한장 더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용봉지회에 관련된 내용이 기입된 문서였는데, 이번에는 식자재에 관한 것이었다. 헌데 마찬가지로 끝자락에 찍힌 인감이 남궁산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백연이 천천히 종이를 내려놓으며 가면을 매만졌다. 그의 시선이 가라앉았다. 두 장의 문서가 가리키고 있는 사실은 명확했다.


‘용봉지회의 주관자가 남궁산이 아니군.’


남궁세가 내에서 검왕을 대신해 용봉지회를 주관할 수 있는 사람. 몇 없었다.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가능성이 채 서넛밖에 없다.


‘남궁의 장로들이나 남궁산의 부인. 또는 남궁의 소가주.’


가주를 대신해 결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사람은 그 정도밖에 없다. 아무나 이곳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었다.


‘만금장을 끌어들인게 검왕이 아닌 다른 사람인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용봉지회를 주관한 사람. 대체 누구인 것이지?


생각보다 깊게 엮여들어가고 있다. 용봉지회에 만금장과 금원방의 자금이 흐르고, 남궁산의 몸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따로 일어난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백연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용봉지회의 주관자, 그 사람과 남궁산의 마기가 관련이 있다고.


그때였다.


“누구냐!”


백연이 휙 뒤를 돌아보았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 주변의 기척을 놓쳤는지, 집무실의 문이 열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그의 시야에 백색 장포를 걸친 어린 소년이 들어왔다. 앳되다 못해 아직 열 다섯도 넘기지 못해 보이는 외양이었는데, 기세는 그렇지 못했다. 백연의 눈이 먼저 소년의 허리춤에 매인 검으로 향했다. 무공을 익힌 소년이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감히 천한 무뢰배가 가주께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남궁을 노리다니.”

“음, 그게 잠깐......”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백연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 소년이 발검하며 앞으로 보법을 밟았다. 참을성 없는 성정인 듯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옳은 선택이었다. 근접한 거리에서 무인들의 싸움은 선공이 절반이다. 소년은 그런 부분에 있어 합격점이었다.


‘뛰어난데.’


발걸음이 가벼웠다. 보법에서 퍼져나오는 기파가 무학 성취가 상당히 높음을 알려줬다. 남궁세가의 드높은 상승 무학. 어린 나이임에도 착실하게 배워낸 듯 했다.


동시에 허공을 짓쳐오는 검에 맺힌 기세가 강렬했다. 주변을 살풋 내리누르는 듯한 기운. 무형지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순간 놀람을 속으로 삼켰다.


‘제왕검형?’


어째서 이런 어린 소년의 손끝에서 제왕검형을 닮은 기세가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런.’


드높은 상승의 신공절학이다. 손대중으로 받아칠 정도는 아닌 것이다.


백연은 호흡을 가두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적양공은 쓸 수 없었다. 그의 별호인 암화 덕분에 불꽃을 사용하는 무공은 그의 상징과도 같이 알려져 있었다.


찰나에 일으킨 운연동공의 바람이 몸을 가득 휘감았다. 발뒤꿈치를 따라 여러겹의 바람이 중첩되듯 쌓였는데, 아직 내딛지 않았다. 상대가 전진해 들어오고 있다. 우선은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줄 생각이었다. 경지를 가늠하고 싶은 마음에.


쿠웅.


소년의 걸음이 묵직한 진각을 내리찍었다. 발검과 동시에 밟아낸 보법. 허리춤에서부터 뽑혀나온 은빛 검신이 방안에 쏟아지는 햇빛을 날에 휘감으며 솟아올랐다. 주변의 기운을 함께 휩쓸며 짓쳐오는 기세였다.


백연은 왼손을 뻗었다. 그의 손을 따라 바람이 나선으로 휘감겼다. 금안나찰과 싸우며 만들어낸 개(改) 낙안권의 일수였다.


쩌엉-!


손날이 검의 옆면을 후렸다. 가볍게 튕겨나간 검의 궤적이 허공을 그어냈다.


일순 소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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