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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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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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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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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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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남궁세가(4)

DUMMY

손끝에 느껴지는 경파가 가볍지 않았다. 주변의 무형지기를 휘어 싣는 신공. 첫 발검을 받아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제왕검형의 기초군.’


이 아이, 이미 신공을 몸에 담았다.


그 여파가 팔을 타고 저릿하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공 자체에 내가중수법과 더불어 진기를 흐트러뜨리는 다채로운 기예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백연은 머릿속으로 기억해두었다. 제왕검형이 실린 공격은 정면으로 받아치지 말 것.


허나 크게 영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담아놨던 운연동공의 바람이 몸을 재차 휘감으며 팔에 실린 경력 여파를 해소했다. 화신풍 보법을 내딛는 것과 동시였다.


“감히!”


잠깐 당황으로 물들었던 소년의 표정이 뒤바뀌며 검의 궤적이 뒤틀렸다. 옆으로 튕겨나갔던 검이 갑작스레 분절된 듯 움직이며 사선으로 짓쳐왔다. 얇아보이는 팔 어디에서 저런 용력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부족해.”


하지만 그 사이 백연의 걸음은 이미 소년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보법 화신풍. 간합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탁월한 공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공을 허용하고도 자신의 간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그랬다.


‘이거, 어쩌면 어울리는 권각술을 만들어 조합해도.’


문득 스치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에 새겨두며 손을 내뻗었다.


이미 소년의 팔 안쪽 간합에 짓쳐든 상태였다. 검을 휘두르는 팔의 팔꿈치 안쪽을 손목으로 끊어치며 백연이 중얼거렸다.


“느리고.”

“이런 개......”


소년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왼손을 내뻗었다. 손가락 사이에 감겨오는 경파. 제왕검형의 기운을 응용한 금나수법인 듯 했다.


‘저렇게도 쓸 수 있군.’


제왕검형은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는 다르게 그저 검법이 아니다. 크게 보면 기운을 다루는 하나의 기예라고도 볼 수 있는 무공. 사용하는 이의 주변 모든 기운을 찍어눌러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제왕의 기세, 그 자체를 실체화 시킨 것이라고.


일격에 산을 갈라버린다는 강검과 중검을 지향하는 남궁의 검법은 대체로 극한의 쾌(快)를 연마하는 무인들에게 약한 면모를 보일때가 종종 있는데, 제왕검형은 그러한 점까지도 전부 상쇄시킬 수 있는 극강의 신공이라 했다.


그 이유인 즉슨, 제왕검형의 영역 내에 들어온 모든 무인들의 움직임은 제왕검형의 기운에 짓눌려 약화되기 때문이다. 모두를 자신의 시간 간극하에 끌어들이는 신공절학.


하지만 백연의 움직임은 소년의 기세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내공을 더 쌓아야겠네. 아직 주변 기운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해. 허울만 좋은 신공이다.”


말을 흘리면서 동시에 오른손을 내뻗었다. 쾌속하게 일으킨 운연동공의 바람이 제각기의 흐름으로 뒤틀리며 백연의 손에 휘감겼다. 소년의 금나수에 한발 앞선 움직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부드럽게 휘어진 백연의 손아귀가 짓쳐오던 소년의 손목을 가볍게 쥐어냈다.


그러나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 왼 손목이 붙잡히자마자 몸을 뒤틀며 아래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각법이 날카로웠다. 몸 전체에 기파를 두른 것이, 형태가 따로 없는 단순한 각법임에도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제왕검형. 여러모로 응용력이 뛰어난 무공이다.


‘그래봐야 아직이지만.’


백연이 한층 빨랐다. 이런 수를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이 자신이었다. 근접 박투에서 이 정도 공격을 예측하지 못할리가 없는 일인 것이다.


밑에서 솟아올라오던 소년의 무릎위로 기파를 실은 발이 그대로 내리찍혔다.


쿠웅.


소년의 미간이 살풋 찡그려졌다. 바닥에 내리찍힌 다리의 충격이 컸을텐데,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는 것을 보아 상당히 강인한 성격인 듯 했다.


이윽고 완벽하게 제압당한 소년이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며 짓씹듯이 내뱉었다.


“......죽여라.”

“아니, 그럴 생각은 없......”

“다만, 네가 남궁에서 원하는게 무엇이든 이곳에서 얻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근본도 없는 사파의 잡종놈아. 아버님께서 너희를 이 땅에서 지워버릴테니......!”

“잠깐, 잠깐. 성격이 급하네.”


백연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 꼬맹이, 표정에 옅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는데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연 제왕검형을 전수받은 무인의 자질인지.


“일단, 나는 사파가 아니야. 그리고 널 죽일 생각도 없고.”

“......?”

“그리고 이렇게 된 김에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몇 가지 있는데.”

“내 입이 찢어져도 네 물음에 답해줄 일은 없다.”

“말하는 걸 보니 남궁산의 아들인가 보군. 나이를 보아하니 첫째나 둘째는 당연히 아니고.”


백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었다. 방금 이 소년이 펼치는 무공을 마주하는 내내 그의 머릿속에 머물렀던 생각.


“제왕검형. 분명 가주 직전(直傳) 무공일텐데. 내가 알기로 남궁세가의 소가주는 장자인 남궁혁이야.”


이 아이의 자질. 분명히 뛰어나다. 그것은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이 나이에 신공의 구결을 어설프게나마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괴물에 가까운 것이다. 과연 검왕 남궁산의 핏줄.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히.


“너, 왜 배워서는 안되는 무공을 몸에 담고 있는 것이지?”


남궁세가를 상징하는 무공이다. 가주와 그의 후계 이외에는 누구도 배워서는 안되는 무공. 지금의 남궁세가라 하면 소가주 남궁혁이 익히고 있어야 맞겠지. 이런 꼬맹이가 몸에 담고 있어서는 안될 일인 것이다.


그의 물음에 소년의 시선이 흔들렸다. 고민하듯 입술을 달싹이던 소년이 이윽고 천천히 중얼거렸다.


“......가주님의 선택이시다.”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남궁은 소가주를 교체하기로 한건가?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없을텐데.”

“형님을 모욕하지 마라! 가문의 미래를 이끄실 분을 감히 그 입에......”

“소가주를 바꾸려는게 아니라고?”


백연의 시선이 가라앉았다. 그렇다는 말은 소가주랑 별도로 눈앞의 소년에게 제왕검형이 전수되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것이 남궁산의 선택이라 했다.


‘소가주가 아닌 이에게 제왕검형을 전수했다는 건가.’


그 의미가 얕지 않았다. 남궁산의 의도가 어떠한 것이든 세간에 이 사실이 알려졌을때 미칠 여파가 크다. 소가주 남궁혁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일이다.


“그럼 하나 더. 남궁혁은 제왕검형을 익혔나?”


소년이 침묵했다. 옅게 흔들리는 시선에 백연이 가면을 매만졌다.


“검왕, 알고보니 상당히 미친 사람이었군.”


소가주가 아닌 이에게 제왕검형을 전수한 것도 정신나간 짓이다. 그런데 정작 본래 제왕검형을 익혀야 했을 소가주에겐 전수하지 않았다? 남궁산의 생각이 무엇인지 머리를 열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복잡한 머리에 고민하고 있던 백연의 귓가에 인기척이 들렸다. 백연의 머리가 문쪽으로 돌아간 것과, 소년이 숨을 들이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안되지.”


눈앞의 소년이 소리를 내지르려는 순간, 백연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내공을 싣고 소년의 혈도를 빠르게 짚어냈다. 아혈(啞穴)과 마혈(痲穴)을 짚힌 소년의 몸이 기운을 잃고 축 늘어졌다.


소년의 몸을 안아든 백연이 즉시 몸에 기파를 일으켰다. 이미 문 밖에서 들리는 기척이 상당히 가까웠다. 남궁산의 집무실에는 문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최대한 싸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소년과 싸운것도 선공을 당해서였을 뿐, 그를 목격한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백연이 그대로 위쪽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가벼운 바람이 그의 몸을 휘감고, 그의 신형이 높은 천장을 가로지르는 대들보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이곳이오.”


그 순간 말소리와 함께 세 사람의 인영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아슬아슬한 찰나였다. 간발의 차이로 몸을 피한 백연이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히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가 그 검왕의 집무실입니까? 그 드높은 위명과는 달리 상당히 소박하군요.”


제각기 다른 복식을 한 세 명의 사람이었다. 둘은 새하얀 바탕에 화려한 장식이 된 무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형식이 곁의 소년이 입은것과 거의 비슷했다. 한눈에 남궁세가의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머지 한명은 평범한 회백색 도포를 걸친 사내였는데, 커다란 죽립을 뒤집어 쓰고 있는 꼴이 수상하기가 그지없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아서는 얼굴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가주의 개인적인 취향이오. 덕분에 나까지 이곳에서 집무를 보지.”


말투에 잔뜩 담긴 불편한 감정이 선연했다. 죽립의 사내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웃음을 흘렸다.


“소가주께선 좀 더 웅대한 꿈을 꾸시나 봅니다.”

“허. 대 남궁세가의 가주라는 작자가 이리 배포가 작다는 것이 개탄스럽소. 내 가주가 되는 즉시 여기부터 밀어버리고 새로 짓든가 해야지.”

“지당하신 말씁입니다요. 본디 가주의 거처란 그 위엄을 드러내야 하는 법. 북경의 황궁에는 못 미쳐도 그 언저리에 닿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대세가의 수좌인 남궁인데.”


옆에서 사근사근 거드는 것이 꽤나 불쾌한 목소리였다. 흘러나오는 음성이 가느다랬는데, 그것이 여인이나 어린 아이의 미성과는 달랐다. 마치 목을 죄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소가주, 남궁혁은 무엇이 좋은지 허허 웃었다.


“그럴 계획이오. 이미 뛰어난 장인들을 준이를 시켜 몇 수배해 놓았소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가 옆을 돌아보자, 백색 무복을 입은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려한 외양과 커다란 근골의 무인. 준이라는 이름을 보아 저 청년이 남궁산의 차남인 남궁준인듯 했다.


‘둘다, 여기서 뭣 하는거지.’


백연의 시선이 날카롭게 두 청년을 응시했다. 소가주 남궁혁과 차남 남궁준. 지금 이곳에 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이번 토벌 작전에 몸소 나서 모범을 보여야 할 무인들이 비어있는 남궁세가에 남아있다니.


“크흠. 그럼 그때가 되면 자재는 저희 상회에서 구입해 주시는 것으로......”

“당연하지. 그대들의 노고를 잊은적은 없소. 이미 이번 용봉지회에서 느끼지 않았소?”

“지극히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납품도 확인해 주십사 하는데.”


죽립을 쓴 사내의 손에서 하얀 종이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건네받은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용 철검 일백 오십 자루. 빠르군.”

“저희 상회의 장점 아니겠습니까요.”

“좋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남궁혁이, 집무실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간 위쪽을 스치는 시선에 백연이 흠칫 뒤로 몸을 물렸다. 하지만 남궁혁의 눈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듯 앞으로 향했다.


남궁산의 자리에 앉은 남궁혁.


마치 가주의 위가 자신의 것인 양 한껏 가슴을 펼친 채였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그랬다. 주변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익숙한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


그가 가벼운 손짓으로 종이에 인감을 찍어냈다. 그것을 본 백연의 시선이 한층 깊게 가라앉았다.


‘그 인감. 소가주의 것이었군.’


용봉지회를 주관하는 자가 남궁혁인 듯 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그러했다. 심지어 그것이 남궁혁 혼자도 아닌, 둘째인 남궁준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덕분에 근래 봤던 손해는 전부 메우고도 남은 듯 하군요.”

“손해라. 그대들에게 손해를 끼칠만한 사람도 있나 보군.”

“하하핫.”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죽립을 매만지는 사내. 그의 몸에서는 내공이랄 것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흘러나오는 기세가 약하지 않았다.


“요새 암휘군(暗輝君)과 적귀(寂鬼)를 위시한 하오문의 개들이 날뛰고 있어서 말입니다.”

“암휘군? 서안의 노괴, 성화방주를 말하는 것이오?”

“예. 한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다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더군요. 잠시지만 서안에서 몸을 일으킬 정도로.”


백연이 몸을 기울였다. 갑자기 들려오는 이름이 익숙했다. 여기에서 하령과 흑랑의 이름이 나오다니.


“흐음. 그것도 이상하군. 적귀는 몰라도 암휘군은......”

“뭐, 개인적으로는 그 원인으로 의심해 주목하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만.”

“그게 누구요?”

“곤륜파에 속한 꼬맹이입니다. 혹 들어보셨습니까? 암화라고.”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백연이 몸을 살풋 굳혔다. 자신의 이름. 널리 알려져 있다는건 잘 알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흘러나올 줄은 몰랐다. 백연이 천천히 등에 매인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것을 여기서 뽑아들어야 할까.


저 죽립을 쓴 사내가, 자신의 기척을 알아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때 남궁혁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당연히 들어봤소. 최근 갑자기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소년이 아니오? 이번 용봉지회도 참여했다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금안나찰을 격살했다 들었소.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어 개인적으론 거짓이라 생각하고 있소만, 화산과 종남의 공증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말이오. 뭐, 아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숨통을 끊는 정도는 했겠지.”


그에 사내가 웃음을 흘렸다.


“무튼 그 꼬맹이가 있는 곳 마다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혈령쌍귀도 옥수에서 소식이 끊겼는데, 곤륜파가 자리한 도시가 그곳이지요.”

“혈령쌍귀가?”

“그렇습니다. 덕분에 본 상회가 손해본 것이 얼마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혈령쌍귀?’


백연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시선이 죽립의 사내를 눈에 담았다. 눈앞에 있는 저 사내가 바로, 만금장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소가주 남궁혁. 일련의 상황을 보며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곳 까지 만금장의 일원을 데려올 줄이야.


심지어 혈령쌍귀나 하오문의 소식을 듣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이, 이미 만금장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침착한 행동을 보일수가 없으니.


“여하간, 소가주께서 여러모로 편의를 봐주신 덕에 상회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로 돕는 것이니 당연하지. 헌데, 그렇다면 이번 분기의 약재는......”


말끝을 흐리는 남궁혁의 모습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다 떨어진겁니까?”

“가주가 자주 즐기더군. 덕분에 일은 잘 진행되고 있소.”

“조만간 준비해서 다시 찾겠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좋소. 나머지 서류는 오후에 다시 처리해 주도록 하지. 그나저나 세가의 내부나 한번 둘러보겠소? 혹 향후 필요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저야 좋은 일이지요.”


이윽고 남궁혁과 사내가 바깥으로 걸음했다. 뒤이어 남궁준도 말 없이 그들을 뒤따라 나갔다. 멀어지는 말소리와 기척에 집중하며 백연이 눈을 감았다.


‘남궁혁과 남궁준이 만금장과 손잡았다.’


확실했다. 방금 전 그 대화. 짧은 내용이었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이 일을 남궁산이 알고 있나?’


백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대화만 들어서는 남궁산이 모르는 일인 듯 보이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이 일을 검왕에게 알리는 것은 불가하다.


‘물증이 있어야 해.’


아직 검왕의 마기가 정확히 어떻게 체내에 들어간 것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것을 알아내는게 급선무였다.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백연이 밑으로 몸을 날렸다. 곁에 축 늘어진 소년을 안고서였다.


소년을 내려놓은 백연이 혈도를 가볍게 다시 짚었다. 잠시 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소년을 보며 백연이 입을 열었다.


“너, 방금 대화 전부 들었지.”

“......”


백연을 응시하는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더 이상 반항하거나 싸우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기색을 보건데 전혀 모르는 내용을 듣게 되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네 형들이 가문 내에서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들리나?”

“......얼굴도 모르는 작자의 혓바닥에 놀아나고 싶지 않다.”


백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얼굴에 손을 뻗어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가면 아래로 드러나는 그의 맨 얼굴을 보며 소년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통성명부터 할까. 내가 저들이 말한 그 암화야.”

“......네가?”

“그래. 너는 이름이 뭐지?”


망설이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남궁유진이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누그러진 남궁유진의 기세.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어느 정도 통할 듯 했다.


“남궁유진. 일단 짧게 말하도록 할게.”

“무엇을?”

“네 아버지, 남궁산의 목숨이 위험한 것 같아. 그것도 네 형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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