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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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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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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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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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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용봉지회

DUMMY

백연이 차분한 시선으로 남궁유진을 응시했다. 이윽고 소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알기로, 암화는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불꽃을 검끝에서 피워낸다고 들었는데. 그 경지가 검룡과 맞먹는 정도라고.”

“불꽃이라면.”


백연이 말과 함께 손을 뻗어 가볍게 허공을 그어냈다. 두 손가락을 겹쳐 검결지의 형태를 만든채였다. 손가락 끝을 타고 쾌속하게 뻗어나온 적양공의 불꽃이 한줄기 붉은 선이 되어 대기를 수놓았다.


“이걸 말하는건가?”

“......불꽃.”

“잘은 모르지만, 화기를 다루는 무공을 쓰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텐데.”


남궁유진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어린 소년은 겉으로나마 침착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백연은 가만히 기다렸다. 다그쳐서 좋을 것이 없었다. 지금쯤 머릿속으로 남궁혁이 죽립의 사내와 나누었던 대화를 되새기고 있겠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멍청할 리는 없다.’


그런 사람이라면 애시당초 남궁산에게 제왕검형을 물려받지도 못했을 터. 신공절학은 어중이떠중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기신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해야 전수가 가능한 것이 절세의 무학.


신체적 재능이 있다 해도 무학의 정수가 담긴 구결을 익혀낼 머리가 없다면 완벽한 신공에 다다르기는 어려운 법이다. 특히 정파의 무공은 그 뿌리와 근간 자체가 선도(仙道)나 불도(佛道)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그렇다.


물론 정말로 하늘에 닿은 감각이 있어 모든 무학 구결을 몸으로 때려박아 체화시키는 수준이라면 또 모르지만, 그런 사람은 평생 본 적이 없었다.


“......왜. 암화같은 자가 지금 남궁세가의 내에 침입해 있는 것이지?”


이윽고 남궁유진이 생각을 전부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를 쳐다보는 눈빛이 단단해져 있었다.


“쫓고 있는 것이 있어서. 이번에 남궁세가와 엇갈렸지. 아까 죽립을 쓴 사내, 봤지?”


백연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남궁유진을 설득하는 것은 중요했다. 이 자리에서 남궁산의 삼남을 살인멸구 할 수는 없는 일. 더해 남궁세가 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궁유진이 필요했다.


‘기회야.’


세가 내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그를 도울 수만 있다면 조사하는 것도 한결 편해질 터.


“만금장이 뭔지 알아?”

“사파 무뢰배들의 상회. 알고 있다. 정파 무림에도 손을 뻗쳐놓은 간악한 놈들이지.”

“그놈이 만금장 사람이야. 나는 만금장을 쫓고 있었고.”


절반의 진실만을 담았다. 남궁유진의 앞에서 남궁산을 의심해 추적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위다. 아무리 사리분별이 밝은 소년이라 해도 자신의 부친을 의심하는 것은 가만 보아 넘기지는 않을테니.


남궁유진이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증거는?”

“혈령쌍귀의 이름은 들어봤을텐데. 혈령쌍귀가 만금장 아래로 들어갔었어. 청해 옥수에 출몰했었지.”

“......그 이후로 자취를 감춘 놈들이다. 정말 죽은건가?”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무영방 방주 대리가 격살했어.”


여상한 어투로 내뱉은 말. 한치의 거짓도 없었기에 그를 잠시 쳐다보던 남궁유진이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가 없군.”

“믿지 않아도 돼. 다만 네 형의 입에서 혈령쌍귀의 이름이 나온 것은 분명하지.”


그 말에 남궁유진의 시선이 다시 흔들렸다. 어린 소년의 얼굴에 드리운 것은 짙은 혼란과 부정의 감정이었다.


“형님께서 그럴 리가. 아무런 이유가......”

“정말, 없어?”


백연이 남궁유진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소가주가 저리 행동할 이유. 나는 알 것 같은데.”


잠시 남궁유진을 바라보던 백연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아까 물었지. 제왕검형을 어떻게 배웠냐고.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본래 가주 직전 무공인 제왕검형을 네가 몸에 담고 있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야.”

“가주님께서.”

“그게 문제라는 거야. 남궁산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세간에서는 제왕검형의 계승자를 남궁의 가주로 인식하는 것이 당연해. 당장 나만해도 네 제왕검형을 보자마자 소가주의 교체부터 생각했는데.”


문파와 가문을 상징하는 무공이란 그러하다. 구파를 위시한 문파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적지만, 세가들은 훨씬 그런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가문을 상징하는 것은 허울뿐인 이름이 아니다. 세상 천지에 이름 하나로 천하를 오시할 수 있는 이들은 북경의 주(朱)씨 일가밖에 없다.


한 세가를 이루는 가주의 힘은 무공을 통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니.


제왕검형을 배우지 않은 소가주와 제왕검형을 익힌 삼남. 삼남이 분가해 새로 남궁세가를 일군다 하면 그쪽이 적통으로 인정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래도 정말 이유가 없다 말할건가?”


백연은 알지 못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소가주 남궁혁이 저럴 위인이었기에 검왕이 제왕검형을 전수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검왕이 이렇게 행동했기에 남궁혁이 배신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순서의 문제.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명확한 사실은 남궁혁이 만금장과 손잡았다는 것 하나 뿐이니까.


“형님께서 가주님께 해를 끼치려 한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남궁유진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꽉 쥐어진 주먹이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맞아. 증거가 없지. 그래서 네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남궁혁이 만금장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지만,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 부분.


검왕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


‘검왕이 변절했을 가능성은 일단 조금 미뤄두고 생각하자.’


근거는 있었다.


만일 백연 스스로가 정파의 거두에 앉아있는 무인이었다면, 그리고 만약 그가 정파를 배신하려 마음 먹었다면. 그는 마기를 몸에 받아들였을까?


‘그럴리가.’


이유가 없다. 검왕같은 수준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마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일시적인 힘의 증폭 이외에는 전부 손해인 행동이다.


만일 그가 마기를 섭취하는 때가 있다면, 그것은 그가 정파를 향해 검을 돌리는 바로 그날 당일이 되겠지. 미리부터 주변에 마기를 흩뿌리고 다닐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움이라니. 나보고 지금 가문의 분란을 조장하라는 건가.”

“아니. 간단한 일이야.”


남궁유진에게 큰 것을 부탁할 생각은 없었다.


“남궁산이 먹거나 섭취하는 식재. 가문을 통해서가 아닌, 네 형의 손을 거친 것. 특히 아까 언급되었던 약재 있지? 그게 들어오면 좀 가져다줘. 아주 소량이면 돼.”

“그것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주님의 지병에 좋은 효능을 보이는......”


말하던 남궁유진이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백연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지병?”

“......말이 헛나왔다.”

“뭐, 그건 좋아. 무튼 그 약재. 아까 들어보니 만금장이 공급하는 것인데. 그래도 이상하지 않아?”

“......”

“직접 보고 확인 하고픈게 있어. 부탁할게.”


남궁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는 듯 보이던 소년이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남궁유진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백연은 그곳을 벗어났다. 아무리 방비가 허술하다고 한들 계속 머무르긴 어려운 탓이었다.


더해 남궁산의 집무실이 아닌 더 안쪽의 본가는 방비가 더 철저한 편이었다. 남궁산의 부인을 위시한 가족들이 기거하는 곳이였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부탁한 약초 자재도 그쪽에 보관된다 했다. 지금은 다 떨어져 없는데, 들어온 주기로 보아 일주일 이내에 공급될 것 같다 했다.


한번 생각을 정한 남궁유진의 행동은 거침이 없어졌다. 뚜렷해진 시선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리하는 모습. 이미 소가주라 해도 믿을 일이었다.



‘어쩌면 정말 소가주가 될 지도 모르겠고.’


남궁혁과 남궁준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남궁유진이 되겠지.


본의 아니게 가문 내의 힘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협잡질을 해대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닌데.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더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연 자신도 숙소로 제공받은 전각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한창 이름을 날리던 그가 토벌에 참여하지 않는것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많을 터라, 아파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에라도 얌전히 방에 머물러야 했다.


그가 보기에는 어설픈 변명이었지만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었다.


덕분에 이렇게 밖에서 그를 걱정하는 사람의 인사도 간간히-


“암화 소협. 전에 인사 나눴던 위소선이라 합니다. 몸이 편찮다는 소리를 듣고 한번 찾아왔습니다. 괜찮으신지요?”


끼익.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고운 인상의 여검객이 바깥에 서 있었다.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황산파의 위소선이라 했던가. 토벌을 나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돌아온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찌......”

“여기 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재입니다. 잔병치례를 줄여주는데 효능이 좋지요. 드시고 건강하게 대회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색이 걱정되는군요.”

“아,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위소선이 건네는 보따리를 받아들었다. 가볍게 포권하며 인사하는데, 그의 발치로 붉은 물방울이 툭 떨어져내렸다. 그것을 본 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시작인가.’


남궁세가를 조사한 것을 빼면, 전각 내에 처박혀서 그가 한 일은 하나였다. 수기(水氣)를 다루는 내공운용법에 대한 연구.


그런데 밤새 기운을 돌려댄 영향이 몸에 상당한 부하를 준 모양이었다. 장시간 심법을 운용할때마다 벌어지는 일에 백연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천을 꺼내 피를 닦아냈다.


‘이거 원, 백면서생도 아니고.’


몸뚱아리가 허약한 것은 아닌데, 매번 심법을 파고 들때마다 피를 줄줄 흘려대니 죽을 맛이었다.


그때 앞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소선이었다. 그녀가 입을 틀어막으며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소, 소협. 피가......!”

“이건 괜찮습니다. 자주 그래서. 별 일 아닙니다.”

“그 무슨 말입니까. 무인의 몸은 곧 재산입니다. 심지어 암화 소협같은 촉망받는 후기지수의 몸을 이리 허해진 상태로 다룰 것이 아니지요. 다치기라도 하면 중원 무림의 손실입니다.”

“그 정도까지......?”

”제가 조만간 도움이 되는 약이라도 하나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왠지 결연한 표정의 위소선이 포권하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백연은 그 뒷모습을 쳐다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람.”


그때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윽고 익숙한 두 인영이 그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단휘와 당소하였다.


“사제!”


그를 부르는 단휘의 목소리. 유달리 기분이 들떠 보였다. 여전히 어깨 위로 비스듬히 검을 걸치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찢어진 무복이 그가 상당히 격렬한 전투를 치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곳곳에 묻은 말라붙은 핏자국도 진했다. 튄 방향과 모양새를 보아하니 사형의 피는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잘 갔다 왔어?”

“당연하지. 황산 근처에 자리잡은 녹림도를 전부 쓸어버리고 왔다. 그리고 이번 실전에서 몇가지 익힌게 있는데, 좀 봐줄 수 있어?”

“언제든지.”


단휘가 씨익 웃었다.


“사이 좋은 사형과 사제로군. 그나저나 방금 나간 여인은 황산파의 위소선 아닌가.”


그 사이 곁에 다가온 당소하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약재를 주러 왔다던데. 앞으로는 아프다는 핑계는 안 써야겠어.”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백연이 위소선에게 받은 약재를 전각 안쪽 한켠에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이미 쌓여있는 보따리가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쪽을 슬쩍 확인한 당소하가 헛웃음을 지었다.


“역시 저 정도 되어야 저런 인기를 자랑하는건가. 장난 아니군.”

“그렇지? 백연이가 인기가 많다니까.”


백연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사이 더 친해졌는지 어느새 말까지 놓은 단휘와 당소하다. 둘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웃는것이 이상했다.


“무슨 소리 하는건데.”


그러나 당소하는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내가 소가주로써 한창 뭇 여인들과 혼담이 오갈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네 정도면 굉장히 뛰어난 외모 아닌가?”

“저놈하고 비교하면 초라하지. 아니, 어쩌면 여검객들은 조금 병약한 외양을 좋아하는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척 봐도 백면서생 같이 생긴 놈이 검은 기가 막히게 쓰잖아. 그 차이에서 오는 분위기의 문제랄까.”


죽이 척척 들어맞는 두 사람을 쳐다보던 백연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이른 오후였다. 토벌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난 듯 했다.


“밤새 움직였다. 야산에서 녹림을 상대하는건 쉽지만은 않더군.”


그 사이 웃음기를 지운 당소하가 중얼거렸다. 그가 어깨를 매만졌다. 불편한 듯 한 움직임이었다. 녹빛 장포를 살짝 끌어내리자 그 아래로 칭칭 감긴 붕대가 보였다.


“다행히 놈들이 크게 덤벼들 의지가 없어 보여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다만.”

“아무래도 검왕의 출정 소식이 들렸으니.”


백연이 중얼거렸다.


검왕이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파 무리의 의지가 약해진다. 그만한 위명의 검객이었다.


“해하쪽은?”

“모른다. 남쪽과 동쪽은 이미 복귀했는데, 나머지 두 방향은 아직이다.”


어깨를 추스른 당소하가 답했다. 그때 단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나도 소하 덕분에 살았어.”

“딱히 그건 아니다만.”

“네가 채주의 검격을 받아줬잖아. 아니었으면 내가 죽었을텐데.”

“네 보법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네 실력이 그리 낮지 않아.”


백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이 두 사람이 녹림의 채주를 정면으로 맞상대 했다는 소리인가.


“채주를 상대했어?”

“그래.”


당소하가 담담히 말했다.


“네 사형이 목을 쳤다.”

“소하가 전부 만든거긴 하지만.”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사도 육진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는 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寨)의 채주.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저기서 싱글거리고 있는 사형이 채주를 격살했다고?


“세상에. 진짜로 사형이 채주를?”


진심으로 놀랐다. 단휘의 성장세는 대강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순간 토벌에 따라가서 두 눈으로 보지 못한게 후회될 정도였다.


“여럿이서 합공했으니까. 내가 한건 별로 없어.”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 단휘. 그럼에도 기분이 잔뜩 좋아보였다. 어쩐지 들떠 보이더라니.


“무슨 소리. 마지막 채주의 이연격을 흘리고 목을 친건 단휘 너다.”


백연이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잘했어. 사형. 정말로 검왕의 무공을 차지할지도 모르겠네.”


그에 단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욕심나지만, 그보다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서.”

“그래. 이따 바로 봐줄게. 우선은 옷부터 갈아입고 와. 다친데는 없어?”

“아주 멀쩡해. 그럼 잠시 좀 씻고 올게?”


단휘가 성큼성큼 걸어 사라지고, 당소하와 둘이 남은 백연이 전각의 바깥에 걸터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당소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찾으려 한건, 찾았나?”


백연이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반쯤은.”

“반쯤은?”

“그 기운에 대한 거는 확실하게 못 찾았어.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것 같기는 한데.”

“중요한 문제다. 네 입으로 말했을텐데.”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요한걸 확인했지.”

“뭐지?”

“소가주 남궁혁. 가문 외부 세력과 손잡았어. 제왕검형을 전수받은게 소가주가 아니라 삼남이더군.”


그에 당소하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의 표정에 일순 당황과 안타까움이 어렸다.


“......그렇군. 그렇게 되었나.”

“반응이 침착하네.”

“아예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은 아니었으니까.”


그가 한숨을 내뱉었다. 머리를 쓸어넘긴 당가의 소가주가 입을 열었다.


“검왕께선 여타 가주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다. 며칠 전 독대할때도 오간 내용이었는데.”

“그게 가문의 일을 자식들에게 분할해 넘겨주는건가? 미친 짓이야.”

“그건 내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네가 그것을 확인했고, 이제는 어떻게 움직이느냐의 여부겠군.”


백연이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들겼다.


“우선은 기운의 출처를 확인해야지. 그건 이미 작업해뒀어. 일주일 내로 알 수 있을 듯 싶은데.”

“그리고?”

“만약 그가 변절한게 아니라면, 이 사실을 검왕에게 알려야겠지.”


당소하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떻게?”

“물증을 확보해서 검왕과 독대할 생각이다.”

“그건 쉽지 않을거다. 네 이름값이 뛰어나긴 하나 검왕과의 독대는 나도 쉬이 만들 수 없는 자리야.”


일정한 간격으로 무릎을 두드리던 백연의 손이 멈췄다. 시선을 들어올린 그가 당소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럼 독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되지.”

“어떻게?”


그가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용봉지회를 우승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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