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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름은 온달, 천재죠.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21.08.11 13:59
최근연재일 :
2021.08.30 13:0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64
추천수 :
8
글자수 :
26,394

작성
21.08.3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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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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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DUMMY

일단 목검을 하나 집어 녀석에게 던져줬어. 물론 나는 맨손. 그래야 녀석이 제 분수를 제대로 알 것 같았거든. 진검을 던져줘도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녀석이 위험해질까 봐 안 그런 거야.


“이게 무슨 의미냐?”


예상대로 부들부들 대더군. 그럴 수밖에. 자존심 강한 놈이니까.


“몰라서 물으시오?”


내가 천연덕스럽게 되물었어.


“내 말은 왜 넌 무기를 집지 않느냐는 뜻이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오. 그대도 생각해 보시오.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않소?”


최대한 빈정대는 목소리로 말했어. 역시 예상대로 더는 참지 못하고 달려들더군. 뭐, 그러라고 한 거니까. 가볍게 몸을 비틀어서 목검을 피하고, 다리를 살짝 걸어 고꾸라트렸지.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도대체 왜 혼자 넘어지는 것이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뭐가 어쩌고 저째?”



흥분한 놈이 눈의 쌍심지를 켜고 다시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어. 그러면 뭐해? 결과는 똑같지. 녀석은 휘두르는 검을 살짝살짝 피해가며, 가볍게 발만 거는 거야. 그러면 또 고꾸라지고. 아예 한술 더 떠서 뒷짐까지 졌다니까.


“허허허. 그대에게 이렇게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지 미처 몰랐소.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시기에 우스꽝스럽게 잘 넘어지는 것이오?”


실실 웃으면서 이렇게 골려주는 거지.


“반드시 죽여 버린다.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또 지분에 못 이겨서 길길이 날뛴다. 그래 봤자 결과 똑같은 거 알면서. 그렇게 땅바닥하고 입맞춤하고 싶나? 이해가 안 가, 이해가.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지? 나는 무술인이야. 그것도 그냥 무술인이 아니고, 엄청난 고수지.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 민망하냐고? 당연히 안 민망하지. 사실이니까. 아직 붙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나라 장군들하고 싸워도 지지는 않을걸?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이 나라 장군들의 실력이야 어렸을 때,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지금의 내 실력과 비교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질 것 같지 않거든.


참고로 우리 고구려가 무인의 나라인 거 알지? 고구려에서도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겠어? 완전 대장군감이지. 이거, 이거 자꾸 따가운 눈총이 느껴지는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실인 걸 어떡해. 이건 내가 이 나라 최고의 미남인 것처럼 저명한 사실이라니까.


워워, 거기 들고 있는 돌들 좀 내려놓으시고. 어쨌든 여러분이 궁금한 건, 그래서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 이거잖아. 지금부터 대답해 줄게.


쉽게 말해서 절대 고수인 내 눈으로 볼 때, 천복이같은 무술에 무자도 모르는 일반인의 움직임은 뻔하다는 거야. 어깨만 보면 대충 휘두르는 방향이 보인다니까.


“으아아.”


천복이가 분을 못 이겨서 부들부들 떨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어. 그리고 계속해서 달려들었지만, 그다음 장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놈. 이 미꾸라지 같은 자식. 거기 가만있어.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그래도 내가 근성 하나는 인정한다. 이 정도 했으면 이제 지칠 때도 되었는데. 이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거 보면 말이야.


어쨌든 이쯤 되니까. 거기 있는 모두가 천복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즐기고 있더군. 아예 박수까지 치던데? 관객이 있으니까 나도 더 신이 나고 말이야. 그런데 평강이가 자꾸 눈치를 주더라고. 이제 그만 하라고 말이야.


살짝 아쉬워. 꽤 재밌었거든. 하지만 어쩌겠어? 여러분도 알잖아. 평강이 말에는 내가 절대복종하는 거. 안 그러면, 후환이 두렵거든. 알아, 모양 빠지는 거. 그래도 어쩌겠어? 팔자려니 해야지.


자 이제 재미있는 장면 갑니다. 일단은 슬며시 빈 장독대에 뚜껑을 열고, 은근슬쩍 천복이를 그쪽으로 유인하는 거야. 그다음에 적기에 천복이의 발을 걸어서 장독대 안으로 머리부터 고꾸라지게 만드는 거지.


아 유쾌해. 다리만 내놓은 채 바동바동하는 게 너무 재밌어.


어서 많이 봤던 장면이지? 내가 어렸을 때 했던 거잖아. 일부러 바보인 척 하려고. 물론 자의냐 타의냐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야. 뭐, 두 경우 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는 것은 공통점이려나?


“미안하오. 내가 그대를 과소평가했소. 그대는 이 나라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광대요. 대체 어느 누가 그대처럼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이렇게 완벽하게 넘어지는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겠소?”


장독대에 빠진 천복이를 꺼내주며 그렇게 한 번 더 골려주었어. 이쯤 하니까. 천복이 놈도 느껴지는 게 있었는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묻더군.


“그래서 그 빌어먹을 계획은 뭔데?”


나도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 계획을 세운 게 내가 아닌데.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지. 그러면 너무 모양 빠지잖아. 이제는 나 대신 이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 나설 차례라고.


그래, 맞아. 바로 평강의 시간이라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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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21.08.30 8 0 6쪽
8 내가 나서야 할 일 21.08.27 11 0 9쪽
7 천천히 아주 치밀하게 21.08.25 13 1 6쪽
6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1.08.23 15 1 4쪽
5 5. 내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용하리 21.08.20 12 1 4쪽
4 4. 다시 만난 운명 21.08.18 13 1 5쪽
3 3.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21.08.16 19 1 9쪽
2 2화 운명의 만남. 21.08.13 21 1 9쪽
1 1. 내 이름은 온달. +7 21.08.11 5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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