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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름은 온달, 천재죠.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21.08.11 13:59
최근연재일 :
2021.08.30 13:0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67
추천수 :
8
글자수 :
26,394

작성
21.08.13 06:00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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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2화 운명의 만남.

DUMMY

사실 그 날도 나는 내 검술선생과 함께 검술연습을 하고 있었어. 물론 내가 검술을 한다는 것은 철저한 비밀이니까, 아무도 모르게 아주 몰래.


그때 당시 내 실력은 이미 내 검술선생도 인정할 만큼 상당히 훌륭했는데, 바보가 검술이라니 어울리지 않잖아?


어쨌든 그렇게 검술연습을 하고 있는데, 내 검술선생이 내게 눈치를 주더라고. 사람이 오고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바로 연기를 시작했어. 내가 지난 10년 동안 지겹게 해왔던 바보연기 말이야.


“야! 너 가만있어. 움직이지 마.”


나는 들고 있는 목검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친 듯이 흔들었어. 훈련장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며 비틀비틀. 다음 단계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목검으로 내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는 거야.


표정은 한 박자 느리게 최대한 바보같이 취하면서,


“아야!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래, 오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렇게 말하며 목검을 한 번 노려봐주고, 마치 그 검과 내가 사투라도 벌이듯 정신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거지.


그러다가 일부러 천천히 장독이 있는 곳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서 마침 바닥에 놓여있던 장독뚜껑에 발이 걸리는 연기를 보여주며, 그대로 장독대에 머리를 박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다리를 바동대는 거야.


“깔깔깔!”


그리고 울려 퍼지는 관객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여인의 웃음소리였어. 역시 나는 광대에도 엄청난 소질이 있다니까. 왜 관객이 이 모습을 보고 웃었겠어?


완벽한 적기에 맞고 넘어지는 능력, 거기에 이를 뒷받침해주는 내 천부적인 연기력. 이런 요소들이 모여서 웃음을 만들어 낸 거 아니냐? 이거야말로, 완벽한 웃음의 예술 아니겠어?


뭐라고? 왜 갑자기 난데없이 지자랑이냐고? 거!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뿌듯해서 그런 거니까. 그냥 대충 넘어갑시다. 어쨌든 검술선생은 서둘러 장독대를 넘어뜨려 나를 꺼내주었어. 그리고 나를 일으켜 세우며


“도련님, 자꾸 속상하게 왜 그러세요? 도대체 이 평범한 목검이 왜 살아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속상한 듯 이렇게 말했지. 마치 내 검술선생이 아니라, 우리 집안에서 일하는 하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말이야. 나는 최대한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어리둥절히는 거지.


"어라, 이상하네? 분명 아까는 살아 있었는데?”


물론 우리의 관객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지. 아주 그냥 배를 잡고 뒤로 벌러덩 넘어져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 같더라니까? 그래, 거기까진 좋았어. 거기까지는 말이야.


문제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 연기의 집중 하느라 보지 못했던 관객의 얼굴을 내가 봐버렸다는 거야.


“예쁘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어. 나도 모르게. 바보인 내가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초승달 같은 눈썹과 맑은 호수처럼 깊고 그윽한 눈, 베일 것같이 오뚝한 콧날에 앵두 같은 입술. 복숭아처럼 맑고 하얀 피부. 고금을 막론하고 미인을 형용하는 비유를 모두 한데 모아둔 것 같았어.


순간 갑자기 바보연기 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지더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그냥 이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이여인 앞에서는 자꾸 부끄럽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어지는가!


“깔깔깔 나도 알아, 내가 예쁜 거. 그런데 너 이름이 뭐니?”


예쁜 목소리다.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 꾀꼬리와 같이 아름다운 목소리.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을 목소리다. 내 이름을 말해주고 싶다.


바보 같은 목소리 말고, 내 목소리로 진지하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그건 말이지. 별들에게 물어봐.”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 이름은 온달입니다. 낭자의 이름은 무엇이오? 이렇게 당당하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 상황이 너무 슬프다.


“별들에게 물어보라고? 아! 네가 바로 온달이구나? 반가워. 내 이름은 평강이야.”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어. 하지만 난 그걸 잡을 수 없었지. 대신 내 이름을 알았던 것을 화들짝 놀라 하며,


“아니, 어떻게 알았지? 안 되겠다.”


이렇게 말한 후, 내 특유의 몸동작과 함께 소리쳤어.


“띠리리 리리리 온달 으으으으읍다아.”


내가 지난 십년 동안 얼마나 이 띠리리리를 많이 했겠어? 아마 수백 번은 더 했을걸? 그런데 이번 띠리리리는 너무 슬프다. 겉으로는 바보처럼 울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서럽게 흐느끼고 있다고.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는 거야.


“어, 잠깐만! 너 가만있어 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어. 그래서 그걸 숨기기 위해 더 심하게 바보짓을 했지.


“가만있으라니까! 차렷.”


그녀가 내게 소리쳤어. 나는 충실한 양이 되어 그 말에 따랐지. 물론 여전히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야.


“좋았어. 그대로 가만있어. 표정도 가만있고, 무표정. 웃지 말고, 무표정. 가만있어 확. 그 표정 그대로 얼굴이 얼었다고 생각해.”


그녀는 내 얼굴 이곳저곳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내 흐르는 콧물을 닦아주었어. 그녀의 두 손으로 직접. 여기까지만 해도 나 충분히 당황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게 뭔 상황이래?


그렇게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가 갑자기 무슨 일인지 들떠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거야.


“야. 너 무지하게 잘생겼구나. 안 그래도 네가 궁금했다고. 어렸을 때부터 내가 울면 아바마마께서 너 그렇게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셨거든.


그런데 이런 꽃미남이었을 줄이야. 내가 지금까지 본 남자 중에 가장 잘생겼어. 좋아, 좋아. 나는 잘생긴 사람이 좋아. 너 마음에 들었어. 그러니까 온달. 내 말 잘 들어?”


당연하지. 그동안은 내가 내 자랑하는 게 조금 민망해서 말은 안 했는데, 그녀의 말대로 나는 근래의 보기 드문 미남 맞아.


사슴 같은 눈망울에, 깎아내리는 듯 날렵한 콧날, 여자라고 해도 믿을만한 백옥 같은 피부, 전체적으로 큼직하고 뚜렷하며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그녀가 고금을 막론하고, 미인을 형용하는 비유를 한데 모아놓은 것 같다면, 나는 고금을 막론하고, 미남을 형용하는 비유를 한데 모아놓았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진짜 안 민망하냐고?


그래서 얘기했잖아. 민망해서 지금까지 얘기 안 했다고. 하지만 어쩌겠어? 이게 사실인데.


어쨌든 그녀는 그녀답지 않게 잠깐 수줍은 체를 하더니, 내게 이렇게 선언했어.


“너 나한테 장가와라. 나는 남자 볼 때 무조건 얼굴부터 보거든? 근데, 내가 가만있으면 아바마마는 나를 정치적인 이유로 배 불뚝 나온 아버지뻘 중신에게 시집보낼 거야.


난 그게 너무너무 싫어. 뭐, 좀 멍청한 거야. 내가 가르치면 되는 거지만, 얼굴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잘생긴 네가 나한테 장가와라.”


내 기분이 어땠냐고? 당연히 날아갈 것 같았지. 하지만 어차피 불가능한일인거 여러분도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잖아? 그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장가가 뭐야? 그거 먹는 거야?”


이 멍청한 대답에 그녀가 다시 웃음을 터트리며, 내 엉덩이를 두들겼어.


“먹는 거냐고? 그것보다 더 좋은 거야. 괜찮아, 괜찮아.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줄 테니까.”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어. 딱 여기까지는······.


“고···공주마마. 혼자 돌아다니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녀의 시녀로 보이는 여인이 헉헉대며 달려왔어. 공주마마, 그녀가 공주마마였을 줄이야. 그래,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아닌, 아바마마라고 했어. 그리고 그 아바마마가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공신에게 시집보낼 거라고 했지. 내가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되잖아. 어쨌든 너, 알아들었지? 꼭 그렇게 하는 거다.”


그녀는 검지를 들어 나를 가리키며, 오른쪽 눈을 찡긋하고, 자리를 떠났어. 나는 그녀가 떠난 자리에 멍하니 서서,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았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무려 공주마마야. 공주마마가 내게 청혼했다고. 나도 지금 내 심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어. 너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해서 정신이 없었거든.


그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시간이 말해 줄 거야. 오늘 느낀 이 떨림과 슬픔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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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21.08.30 8 0 6쪽
8 내가 나서야 할 일 21.08.27 12 0 9쪽
7 천천히 아주 치밀하게 21.08.25 13 1 6쪽
6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1.08.23 15 1 4쪽
5 5. 내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용하리 21.08.20 12 1 4쪽
4 4. 다시 만난 운명 21.08.18 13 1 5쪽
3 3.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21.08.16 19 1 9쪽
» 2화 운명의 만남. 21.08.13 21 1 9쪽
1 1. 내 이름은 온달. +7 21.08.11 5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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