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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름은 온달, 천재죠.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21.08.11 13:59
최근연재일 :
2021.08.30 13:0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68
추천수 :
8
글자수 :
26,394

작성
21.08.25 11:48
조회
13
추천
1
글자
6쪽

천천히 아주 치밀하게

DUMMY

평강과 결혼한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 그 5년 동안 나는 바보에서 천천히 똑똑해지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군자답지 않은가?’”


예를 들어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이 유명한 구절을 평강이 읊어주면 최대한 얼빠진 표정으로 말하는 거야.


“우와아! 그거 너무너무 재미있드아아아아앗.”


그럼 평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어.


“재밌어? 이게?”


당연하지. 다른 것도 아닌 논어에 나오는 구절을 재미있다고 난리치니, 그것도 나 같은 바보가 말이야. 여러분이 생각해도 황당하지 않겠어? 그럼 나는 더욱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해.


“그렇다. 온달 그게 너무너무 재미있드앗.”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한테 말해줘 봐.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았어. 우리 예쁜 각시. 내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에에. 글쎄 논어가 그랬데. 고기를 익히면 공자라고, 그러니까 군자가 그랬데. 화를 내면 공자라고. 어때. 무지이하게 재미있지이?”


이렇게 하면 평강은 어떻게 반응 하느냐고? 어떻게 반응하긴 어떻게 반응해? 그 자리에서 숟가락으로 나를 엄청나게 뚜드려 패지. 그래도 내가 인정하는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여자 진짜 현명하다는 거야.


그 예로 이런 일이 있었어. 글쎄 어느 날 이 여자가 갑자기 날 부르는 거야. 나는 최대한 바보 같은 표정으로 쫄래쫄래 따라갔지.


“이봐 바보 남편. 잘 들어.”


“헤헤, 알았어. 온달 잘 들을게.”


“이제 말을 한 마리 사야 하는 데. 사기 전에 명심할게, 하나 있어.”


“명심?”


“어, 그래 명심. 남편은 이제 말을 사야 하는데, 그 말을 시장 사람에게 사지 말고, 나라에서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여 백성에게 파는 말을 사와.”


이 말을 듣고 순간 귀를 의심했어. 이 여자 바보 아니야? 뭔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해. 진짜 이렇게 생각했다니까? 물론 그걸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 그랬다가는 맞아 죽을 테니.


아무튼 이거 나만 황당해? 여러분도 어이없지 않아? 그런데 이 여자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중요한 건, 그 가운데 가장 병들고 수척한 말을 골라야 한다는 거야. 아마 거의 거저 줄걸?”


맙소사. 이게 말이야, 당나귀야?


“어쭈, 표정이 이상하다? 맞고 갈래. 그냥 갈래?”


가야지요.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아주 그냥 말 파는 사람이 좋아서 죽으려고 하더라.


얼마나 기분 좋겠어. 안 그래도 처치 곤란했던 말을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데. 안 그래? 속으로는 아마 바보야 고맙다. 이렇게 낄낄대고 있을걸?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난 그녀가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어. 내가 사 왔던 병든 말들이 그녀의 보살핌 아래 날로 살찌고 건강해졌거든. 우리는 그 말들을 시장에 팔아서 큰 이문을 남겼어.


나라에서야 굳이 그 병든 말을 돌보는 것보다는 다른 건강한 말들을 신경 쓰는 편이 더 효율적일 터이니 그것들을 백성에게 팔았을 것이고, 이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내 여자가 그걸 나에게 사오라고 시킨 거지 뭐.


그래서 내가 더 대단하다는 거야. 지난 세월동안 이 영민한 여자에게 들키지 않고, 바보에서 범재로 범재에서 귀재가 되는 연기를 한 거잖아. 말이 쉽지.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역시 나는 광대가 천직이라니까.


내 자랑은 이쯤 해두고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나는 잘나도 너무 잘나서 내 자랑을 제대로 하려면 하루 반나절도 모자라거든. 그러니 어쩔 수 없잖아?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논어를 시작으로 소학도 배우고, 대학 중용 맹자 명심보감 채근담 시경 같은 학문도 차례로 공부했어. 그게 끝난 다음에는 손자병법이나 육도삼략 같은 병법도 익혔지.


물론 이 중에는 예전에 내가 궁에 있었을 때 배웠던 것들도 있었어. 그런데 궁에서 나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거든. 그러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즉 배운 것을 다시 복습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시간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까 이게 바로 온고지신이네.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고 공자님께서 말씀하셨잖아. 역시 난 참 대단하단 말이야. 벌써 누군가의 스승이 될 자격을 다 갖추고 말이야.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렇게 따지면 스승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그래 바로 그거야. 누구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게 바로 공자님의 뜻이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쯤에서 그만하고, 다시 시작할게요. 거 참 여러분 왜 이렇게 까칠하시나, 그래? 안 좋아.


물론 그동안 오로지 서책만 읽은 건 아니야. 틈틈이 평강에게 무술도 배웠어. 이건 연기하기 훨씬 쉬웠지. 나는 공식적으로는 머리는 부족하지만, 운동신경은 타고난 사람이었거든. 그러니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식으로 금방금방 넘어갈 수 있었지.


여러분도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다 내 목표를 위해서 하고 있는 거야.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녀가 생각 없이 바보인 나를 이렇게까지 성장시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야. 비록 그 목표의 원인과 결승점은 서로 다르겠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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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내가 나서야 할 일 21.08.27 12 0 9쪽
» 천천히 아주 치밀하게 21.08.25 14 1 6쪽
6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1.08.23 15 1 4쪽
5 5. 내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용하리 21.08.20 12 1 4쪽
4 4. 다시 만난 운명 21.08.18 13 1 5쪽
3 3.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21.08.16 19 1 9쪽
2 2화 운명의 만남. 21.08.13 22 1 9쪽
1 1. 내 이름은 온달. +7 21.08.11 5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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