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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름은 온달, 천재죠.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21.08.11 13:59
최근연재일 :
2021.08.30 13:04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65
추천수 :
8
글자수 :
26,394

작성
21.08.27 23:28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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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내가 나서야 할 일

DUMMY

무슨 일인지, 평강이 곤히 자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웠어.


"드디어 남편이 나설 일이 생겼어."


매우 흥분해 있더군. 그래서 내가 물었어.


“내가 나설 일이라니. 어서 말해주시오. 대체 그것이 무엇이오?”


왜 어울리지 않게 점잖은 척이냐고? 이해해 줘. 이렇게 점잖은 척 안 하면, 평강한테 혼나거든. 앞으로 큰일 할 사람이니, 거기에 어울리는 말투를 써야 한다나?


“간단해. 남편이 때려잡아야 할, 나쁜 놈이 나타났거든.”

“나쁜 놈?”

“어, 나쁘으으은 놈. 남편도 가두치 알지?”

“당연히 알고 있소. 가끔 우리 마을에 나타나 노략질을 하는 산적두목이 아니오?”


가두치는 우리 마을에서 이자의 이름을 모르면 세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 산적이야. 얼마나 신출귀몰하고, 잔악한지. 정부에서도 포기한 놈이라고. 그런 가두치를 때려잡을 수만 있다면물론 대박이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봐. 나는 그놈의 산채가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설사 산채가 어디인지 알았다고 치자. 그러면 어쩔 건데? 저쪽은 집단이고, 나는 혼자야. 내가 아무리 천재라도 나 혼자 집단을 상대할 수는 없다고.


병법에 이르길, 병력이 적군보다 적을 때는 적과 부딪치지 말고 싸움터에서 벗어나야 하며,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전투를 피해야 한다고 했어.


진정한 장수라면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 될 때를 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 법. 냉정하게 말해. 지금은 때가 아니야.


“부인 물론 그자가 때려잡아야 할 나쁜 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병법에 이르길······,”

“어쭈, 많이 컸는데? 설마 바보 남편도 아는 그런 당연한 얘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대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평강이야, 평강.”

“내 평소라면 부인의 말을 따랐을 것이오. 허나 부인도 알고 있지 않소? 아무리 산적 나부랭이라지만, 그래도 엄연한 집단이 아니오. 나 혼자서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소. 그것은 중과부적이오.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일단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지 않소이까?”


나는 답답한 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았어. 그녀는 그런 내게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씩 웃었어.


“이거 교육 다시 해야겠네, 우리 남편. 아까 말했지. 설마 남편이 아는 걸,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해? 설마 내가 그런 것도 고려 안 했을까봐?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는 당연히 내가 그놈의 산채가 어디인지 드디어 알아냈기 때문이라는 생각 한 번도 안 해 봤어?”

“부인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 믿소. 허나 나는 혼자이지만 그들은 여럿이다. 나 혼자 그들 전부 상대할 수는 없다. 내 이미 이리 말하지 않았소이까?”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치며 호소했어. 거듭 말하지만, 의도가 좋은 건 알겠는데,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잖아.


“어허, 아직 내 말 안 끝났다. 그 대답은 잠깐만 기다려. 잠시 후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부인?”


사실 좀 더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집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그러지 못했어. 평강이 말한 대답이 설마 이거였던 건가? 그런 생각에 평강을 바라보니, 그녀는 대답대신 턱짓으로 어서 나가보라고 신호를 주더군.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입이 떡 벌어졌지. 대단하더군. 우리 집 마당 앞에 30명 남짓한 마을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거야.


“그대들의 용기에 감탄했소. 좋소. 해봅시다. 내 그대들과 함께 반드시 가두치 일당을 일망타진하겠소이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어. 하지만 곧 후회했지. 시원하게 외친 것까지는 좋았는데, 가두치 일당을 일망타진하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았거든.


손자는 병력이 적군보다 10배일 때에는 적을 포위하고, 5배일 때에는 적을 공격하며, 2배일 때에는 계략을 써서 적을 분산시키며, 병력이 적과 비슷할 때는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 했어.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 백중세는커녕 완벽한 열세야. 단순 병력으로는 비슷할지 몰라. 하지만 전력은 절대로 눈에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고. 이대로 쳐들어간다면 우리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반드시 패배하게 될 거야.


여러분도 곰곰이 생각해봐. 저쪽은 그래도 싸움을 해본 놈들이라고. 지금이야 다들 열기가 넘치니 기세 좋게 파도처럼 밀어닥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무너지기 시작하면, 혼비백산해서 모래알처럼 흩어질 걸?


그러지 않기 위해서 내가 이들을 훈련시켜야 하는 데. 문제는 그 훈련을 이 사람들이 과연 견뎌 주느냐는 거지. 설사 견딘다고 해도 문제야.


갑자기 마을 젊은이들이 한 곳에 모여 무술과 병법을 배우는 데, 이 소식이 과연 가두치 귀에 안 들어가겠어? 당장에 부하들을 이끌고 쳐들어올걸?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여기 왔다고.”


맙소사.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나도 모르게 평강을 바라보았어.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 그런데 어쩐 일인지 평강은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여유가 넘쳐보였어.


“그래, 맞아. 그 일자리가 바로 가두치일당을 때려잡는 거라고.”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어. 아무래도 겁에 질린 것 같더군. 하긴 그럴 수밖에. 이 사람들은 그저 농사꾼들이야. 그런 농사꾼들에게 지금 무기를 들고 무시무시한 산적과 싸우라는 거야. 어떻게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겠어?


“떠나는 건 상관없는데 당신들 괜찮겠어? 난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고. 지금쯤 아마 길길이 날뛰면서 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준비를 하고 있을 걸?”


겁먹은 표정으로 하나 둘 짐을 싸서 떠날 채비를 하는 그들에게 평강이 일갈했어.


“거짓말하지 마. 그 말을 우리보고 믿으라고?”


“그 입 닥치지 못할까? 무례하구나. 나는 이 나라의 공주다.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성질 같아서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렇게는 못해. 평강의 정체가 공주라는 것은 일단은 비밀이니까. 물론 다들 알지도 모르겠다.


평강이 바보 온달과 결혼하기 위해 도성을 뛰쳐나왔다는 소문은 저잣거리에 이미 파다하게 퍼진지 오래니까, 말이지. 그리고 바로 이 몸이 그 유명한 온달님이시니, 사실은 평강이 공주라는 사실을 유추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믿든 말든 그건 당신들 마음인데, 내가 아는 건, 만약 내 말이 맞는다면, 당신들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거야. 하지만 당신들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돈도 있고, 살길도 있지. 선택은 당신들 몫이야.”

“그래서 대장은 누군데?"


갑작스럽게 들려온 그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어. 한눈에 봐도 힘깨나 쓸 것 같이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남자. 천복이였어.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내가 동네 골목대장 하던 시절. 그 시절에 언제나 내게 밀려 마을 2인자에 머물렀던 녀석. 그게 내심 분했는지,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서 바보인 척을 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날 괴롭히던 아름다운 개나리.


“설마 아녀자인 당신은 아닐 테고. 그 옆에 있는 저 바보 자식도 아닐 거 아니야?”

“내가 왜 아니라고 생각하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나지막이 물었어. 천복이는 그런 나에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걸 몰라? 그걸 모르니까, 네가 바보라는 거다. 이 바보 자식아.”

“뭐가 어째?”

“좋다. 내 아량을 베풀어 자세히 알려줄 터이니 잘 들어둬. 설사 거기 있는 여자의 말이 맞는다고 치고, 그래서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왜 정상인 우리가 너 같은 바보천치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안 그래?”


역시 예상대로구나. 이 녀석 아직도 내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어. 이거 안 되겠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이 녀석에게는 분수를 가르쳐줘야 할 필요가 있겠어. 마침 평강하고도 눈이 마주쳤는데, 평강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자! 그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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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지 21.08.30 8 0 6쪽
» 내가 나서야 할 일 21.08.27 12 0 9쪽
7 천천히 아주 치밀하게 21.08.25 13 1 6쪽
6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1.08.23 15 1 4쪽
5 5. 내 목적을 위해 그녀를 이용하리 21.08.20 12 1 4쪽
4 4. 다시 만난 운명 21.08.18 13 1 5쪽
3 3.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 21.08.16 19 1 9쪽
2 2화 운명의 만남. 21.08.13 21 1 9쪽
1 1. 내 이름은 온달. +7 21.08.11 5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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