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마 1
타이언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 한 명은 단숨에 베어 넘겼다. 이어서 다섯 명의 적이 한꺼번에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운명도 먼저 죽은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 놀랍고도 정확한 솜씨에 적들은 충격을 받았는지, 감히 덤비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뭐하는 짓이냐? 겨우 한 명이다. 당장 공격하지 못할까?”
마법사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여전히 서로 눈치만 살살 볼 뿐 감히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맞아, 겨우 한 명이야. 그러니까 빨리 덤벼, 재미없게 왜 그래? 너희가 안 오면 내가 간다잉.”
타이언이 씩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결국, 이를 참지 못한 다른 한 명이 기합과 함께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순식간에 쓰러진 동료들을 보고, 적들은 더욱더 용기를 잃은 듯 보였다.
“너희 사내 맞냐? 자존심 없어? 그냥 한꺼번에 다 덤벼. 나도 사람인데, 너희가 한 번에 다 덤비면, 대책 없지 않겠냐?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말이야.”
타이언이 계속해서 적들을 도발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들고 있는 검을 파리를 내쫓는 것처럼 붕붕 돌리며, 훠이훠이 손짓까지 했다. 결국, 적들은 치욕감에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이 행동에 먼저 반응한 이가 있었다. 바로 여인이었다.
“당신 뭐 잊은 거 없어요?”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녀는 겁에 질려있었다. 타이언은
“뭐야? 왜 갑자기 말 걸어?”
이렇게 퉁명스럽게 대꾸했지만, 그 순간 뭔가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이···잊긴 뭘 잊어. 난 그런 거 없어.”
이렇게 자신 있게 허세를 부렸지만, 아차 싶었다. 지금은 적진 한복판이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인질 되기 딱 좋은 이가 있지 않은가? 설사 인질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다. 타이언의 도발대로 적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아무리 그라도 여인을 보호할 수 없다.
여인이 벌벌 떨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타이언은 그런 여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뭐하는 거예요?”
깜짝 놀란 여인이 소리쳤다. 타이언은 한 손으로는 여전히 검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 여인을 꽉 잡고 귓속말로 조용히 얘기했다.
“가만있어. 내가 지금부터 퇴로를 뚫을 거야. 그러니까 잘 따라와. 그리고 최대한 빨리 나와 형씨가 어제 투숙했던 숙소로 달려가. 그럼 넌 안전해. 그 형씨는 나보다 더 강하거든.”
그러고는 여인이 미처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한 손으로 여인의 허리를 휘감았다.
“꺄악. 뭐하는 거예요?”
당황한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타이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을 자신의 왼쪽어 깨로 둘러매었다. 여인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발버둥 쳤지만, 타이언은
“거 가만있으라니까.”
이렇게 말하며 여인의 엉덩이를 한 대 친 후,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마치 성난 황소처럼 달려가는 그 모습에 안 그래도 잔뜩 겁을 먹고 있던 그들은 싸워보지도 않고, 엉겁결에 퇴로를 열어주었다.
“아이구야. 매너들이 좋네. 아주 그냥, 귀한 손님 올 때 대문 열어주는 것처럼, 퇴로를 활짝 열어주고, 말이야. 어쨌든 고마워잉. 이따 보자구.”
타이언이 열린 퇴로로 뛰어가며, 이렇게 한 번 더 비아냥거렸다. 물론 마법사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의 부하들에게
“쫓아.”
이렇게 명령을 내렸고, 부하들은 어쩔 수 없이 추격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달리기는 여자를 둘러맨 타이언보다 느렸다.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쫓아갔지만, 타이언은 점점 더 그들에게 멀어졌다.
한편 정신없이 달린 타이언은 어느새 동산에서 내려와 마을에 도착했다. 그는 그제야 여인을 내려놓으며,
“자! 이제 아까 얘기한 대로 형씨에게 가 있어.”
이렇게 말했다. 이에 여인이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이렇게 묻자, 타이언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몰라서 물어? 아까 말했잖아. 싹 다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겠다고. 이 오빠가 말이야. 원래 허언은 안 하거든. 이제 다들 끊어주러 가야지.”
그러고는 다시 왔단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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