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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이유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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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24
최근연재일 :
2018.07.11 15:58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99
추천수 :
0
글자수 :
31,857

작성
18.06.24 23:36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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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고목 안에 마법사.

DUMMY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타이언은 여인을 찾아갔다.


“그래서 그 빌어먹을 사기꾼은 어디 있는 데?”

“저 마을 밖에 동산 꼭대기 위에 있는 몇 천 년 묶은 고목에 살아요.”

“고목? 그놈이 무슨 다람쥐야? 나무에서 살게?”


타이언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툴툴거렸다.


“정말이에요. 그 고목에는 충분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구멍이 있다고요.”

“그럼 처음부터 그렇다고 얘기하던가?”

“아예 말할 기회를 안 줬잖아요.”


여인이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타이언이 영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됐고. 어쨌든 거기 있으니까. 가서 족치면 되는 거 아니야?”

“잠깐만요.”


여인이 다급하게 타이언을 불러세웠다.


“왜? 같이 가자고? 그러면 따라오던가.”

“그게 아니라요. 그 장소에는 밤에만 가야 돼요.”

“그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헛소리야? 왜. 그때 안 가면 그 사기꾼 놈이 저주라도 내린다고 하디?”


타이언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인이 그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이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뭐라고. 그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가 이유라면, 됐수다. 저주인지 지랄인지, 진짜로 그놈이 그런걸, 발휘한다면, 내가 온몸으로 받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슈.”


그렇게 내뱉은 후 그 즉시 떠나려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아! 하며 뒤로 돌아섰다.


“그나저나 어제는 아주 그냥 세상 다 꺼진 것처럼 미친 듯이 우울하드만, 오늘은 꽤 밝아잉. 이 오빠가 그 정도로 믿음직하니? 막 네가 걱정한 모든 일들이 이제 완전 해결됐구나 싶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여인이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 이에 타이언이 특유의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헤헤거리며 말했다.


“에,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구먼. 됐고, 너 그냥 따라와라. 내가 보여줄게, 이 오빠의 멋진 활약을 말이야. 네 눈앞에서 제대로.”





------------------------






두 사람은 동산 위에 올라갔다. 과연 그 동산에는 여인이 말한 아주 오래된 고목이 있었다.





“이야! 기가 막히네. 으리으리하구마잉.”


타이언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꽤 많은 곳을 여행하고 다닌 그도 이렇게 큰 나무는 처음이었다. 상당히 큰 키의 그도 이 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서 봐야 할 정도였다. 세월이 만든 자연스러운 웅장함에 숙연한 마음마저 들었다.


“저기에요. 바로 저기 중간에 있는 구멍이에요.”


여인이 겁이 났는지 은근히 타이언 뒤로 숨으며 고목을 검지로 가리켰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충분히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큰 구멍이 있었다.


“여기란 말이지? 좋아.”


타이언이 씩 미소를 짓더니,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이. 사기꾼. 당장 나와라.”

“뭐하는 거예요?”


여인이 사색이 되어 그런 그를 말렸다.


"뭐하긴 뭐해? 사기꾼 불러내지.”

“그게 그러니까······. 제 말은.”

“아직도 저주가 걱정돼? 그 저주 이 오빠가 다 받아준다니까. 오빠 한 번 믿어봐잉.”


타이언은 안절부절 못하는 여인에게 이렇게 윙크를 날린 후, 갑자기 바닥에서 돌을 두 개 집어 들었다.


“뭐하는 거예요?”

“불 만들려고.”

“네?”


여인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겁쟁이가 쫄아가지고. 불러도 안 나오잖아. 그런 협박해야지.”

“이 나무를 태운다고요? 이 나무가 얼마나 유서 깊은 나무인데.”

“그러니까. 저 사기꾼 놈이 나와야지. 그 유서 깊은 나무를 태우기 전에.”


그러고는 바로 그 돌을 서로 부딪쳐 적당한 나뭇가지에 불을 붙인 후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이 겁쟁이. 들었지? 빨랑 나와라잉. 안 나오면 확 태워불겨.”


타이언의 협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드디어 고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네놈은 저주가 두렵지 않으냐?”


음산한 목소리였다.


“저주?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어. 나 그딴거 안 무서워. 그러니까 얼릉 나와라잉. 진짜로 태워버린다잉.”


타이언의 계속되는 비아냥거림에 드디어 그 음산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쭈. 꼴에 변장은 잘했어잉. 확실히 순진한 사람이 보면은 진짜 마법사로 볼만해잉.”


그 말 대로였다. 누가 봐도 마법사 냄새 풀풀 풍기는 로브. 그리고 그런 마법사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지팡이. 거기에 길게 늘어뜨린 수염까지. 그자는 정말 마법사란 존재가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싶을 정도로, 마법사 같았다.


“닥쳐라. 네놈에게 저주를 내릴 것이다. 네놈만이 아니라, 네놈을 데려온 그 빌어먹을 마을 사람에게도 저주를 내릴 것이다.”


그자가 지팡이를 들어 타이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겁을 먹은 여인이 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자는 매몰차게 고개를 내어저었다. 이 모습을 머리를 긁적이며, 귀찮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타이언이 투덜댔다.


“거 걱정하지 말라니까. 왜 거기서 모양 빠지게 빌고 그러나 그래? 피곤하게 시리.”

“무슨 짓이냐? 정녕 저주의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테냐?”


마법사가 지팡이로 타이언의 갑작스러운 기습을 막아냈다. 이에 타이언의 얼굴에 흥미로운 미소가 번졌다.


“어쭈? 실력이 제법 괜찮은데. 당신도 무인이구먼. 그럼 어쭙잖은 저주 타령 집어치우고. 무기 꺼내드슈. 맞짱 제대로 한 번 떠야지.”

“어리석구나. 마법의 무서움을 알지 못하는 무지몽매한자여.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면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다.”

“대단해잉. 목에 칼이 들어와도 컨셉을 유지하려는 그 의지. 내가 아주 그냥 높게 사줄게. 그나저나 뭐 하나만 물읍시다. 투석기는 어따 갔다놔수?”


타이언의 그 말에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던 그자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표정이 재밌어잉. 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나, 궁금해?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아? 애초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순진하고 착하니까, 그딴 기초적인 속임수에 넘어간 거지. 거 순진한 사람 등 처먹으면, 안 쪽팔리나? 하긴 안 쪽팔리니까 이런 짓을 하겠지.”

“말이 많구나. 네놈 이제 진짜로 죽어줘야겠어.”

“뭐야, 그 전형적인 삼류 악당 같은 대사는? 거기다가 양념처럼 한 마디 더 해야지. 네놈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이런 거 말이야. 거기다가 하나 더 붙여서, 어차피 죽을 놈이니까, 나의 온갖 사악한 계획들을 알려주지. 이런 것도 좋고.”


타이언이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당신 정도 실력이면 알지 않나? 상대와 나의 실력차이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 당신 그 정도는 되잖아? 지금 당신 목이 거기 붙어있는 것도, 내가 당신이 무기를 꺼내 들 때까지 이렇게 신사처럼 기다려줬기 때문인 것도 당연히 알거고.”

“언제 내가 죽인다고 했나?”


그자가 음산하고 비열한 목소리로 낮게 깔아서 내뱉었다.


“오 그렇단 말이지? 우리 사기꾼 씨가 믿고 있는 게 이거였어?”


타이언이 주위를 돌아보며 으하하 웃었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그자의 부하들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타이언은 천천히 그들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얼추 2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싸울 맛이 나지. 드루와, 드루와. 싹 다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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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편과 4편 사이의 무려 4편이 있는데 실수로 빼놓고 올렸네요. 18.07.11 21 0 -
13 사내의 과거1 18.07.11 37 0 6쪽
12 따뜻한 환대 18.07.10 35 0 6쪽
11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 18.07.10 36 0 5쪽
10 내 이름은 밀라 밀라 메건 18.07.06 28 0 7쪽
9 형씨 같이가! 18.07.04 30 0 3쪽
8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마2 18.07.01 30 0 7쪽
7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마 1 18.06.27 43 0 5쪽
» 고목 안에 마법사. 18.06.24 29 0 8쪽
5 위대한 왕 18.06.22 60 0 7쪽
4 여인의 사연 18.06.21 43 0 6쪽
3 내 이름은 타이언. 타이언 라이노스 18.06.21 66 0 6쪽
2 이유따위는 없다. 18.06.20 74 0 6쪽
1 다리 위의 그놈 18.06.19 88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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