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의 그놈
한적한 공원 노인 두 명이 마주앉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머리가 살짝 벗어진 한 노인이 배가 불뚝 나온 다른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어떤 얘기?”
배가 불뚝 나온 노인이 되물었다.
“두런 강에 있는 다리 알지?”
“알지.”
배가 불뚝 나온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세. 어떤 미친놈이 그 다리를 점거하고 비키지를 않는다더구먼.
“그런 미친놈이 있어? 이유가 뭐래? 통행료라도 달래?”
배가 불뚝 나온 노인의 질문에 머리가 살짝 벗어진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돈을 필요 없데.”
“그거 진짜 미친놈일세. 돈이 목적도 아닌 데, 그 미친 짓을 왜하고 있어? 이유가 뭐래?”
배가 불뚝 나온 노인이 점점 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머리 벗어진 노인도 자기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없어. 그냥 거기를 지나가려면 자기를 꺾고 가야 한 데.”
“그거 제대로 미친놈이구먼.”
“맞아. 제대로 미친놈이지.”
두 사람은 그렇게 맞장구를 치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두 사람밖에 없던 그 한적한 공원에 다른 이가 나타났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년의 사내였다. 복장은 거적때기를 하나 대충 걸친 듯 굉장히 남루했다. 당연히 노인들도 그 사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사내는 노인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노인들이 나누던 얘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노인장. 그 얘기를 내게도 해주실 수 없겠소?”
낮게 깔리는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 그 전까지는 사내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노인들이었지만, 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무언가 홀린 듯 공손하고 정선어린 말투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어떤 얘기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방금 두 분께서 말씀하신 다리를 점거한 그 청년에 관해서 묻고 있는 것입니다.”
사내가 다시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그 미친놈 말이군요.”
노인들은 그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탁 치며, 다리를 점거한 그 청년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사내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문득 빛나는 그의 눈빛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기품이 느껴졌다.
“참 재미있는 청년이구려.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 청년의 존재가 이곳 사람에게 큰 불편을 끼치겠구려.”
“당연하지요. 그 미친놈이 그 다리를 점거한 덕분에, 그 강을 건너야 하는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요.”
머리 벗어진 노인이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에 사내가 껄껄 웃으며
“걱정하지 마시오. 그 문제는 이제 해결이 될 것이오.”
이렇게 대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두 노인은 떠나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이번엔 떠난 그 사내에 대해 또다시 잡담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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