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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리안 님의 서재입니다.

이유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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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사랑
작품등록일 :
2018.06.19 22:24
최근연재일 :
2018.07.11 15:58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97
추천수 :
0
글자수 :
31,857

작성
18.06.21 09:40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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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내 이름은 타이언. 타이언 라이노스

DUMMY

사내는 마을을 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산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땅을 침대 삼고, 적당한 크기의 돌을 베개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그런 사내의 뒤를 청년은 계속해서 쫓아갔지만, 사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청년은 계속해서


“형씨. 어떻게 그렇게 강해진 거야? 내가 형씨처럼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도대체 그 비법이 뭐야?”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그때마다 사내는 그저 껄껄 웃으며.


“비법이라고 할 것이 뭐 있겠나? 열심히 수련하게.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닌가? 그러다 보면 자네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지 않겠나?”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청년이 포기하지 않고, 이름이 무엇인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이런 유의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며칠. 결국, 질문하기를 포기한 청년은 사내를 관찰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다. 물론 청년이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발견한 것은 단 하나. 그의 모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이런 유랑생활을 하는 떠돌이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랄까? 그의 말투와 행동 그 모든 부분에서 일반인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대귀족의 품격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우아함이 느껴지는 걸음걸이. 간단하게 과일로 요기를 할 때도 정확하게 지키는 귀족적인 식사예절. 잠을 청할 때도, 심지어 볼일을 보러 갈 때도, 몸가짐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리 대단한 가문은 아니지만, 청년 역시 일단은 귀족 출신이기에 알 수 있었다. 사내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자로 잰 것처럼, 귀족의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더 사내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알아낼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다. 청년은 계속해서 사내를 따라가는 중이다. 그 정성에 드디어 감격이라도 한 것인가? 그날 저녁 드디어 사내가 청년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왜 나를 따라오는 것인가?”

“간단해. 형씨가 나를 꺾은 첫 번째 사람이거든.”


청년이 대답했지만, 사내는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이유로? 대체 왜?”

“내 목표는 하나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는 거. 그런데 형씨가 날 꺾었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는 형씨를 꺾어야 하거든.”

“그러면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나를 계속해서 따라다닐 예정인가?”

“바로 그거야.”


청년이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사내는 엄격한 표정으로 청년에게 충고했다.


“하지만 비효율적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의 자네 실력으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렵네.”

“나도 알아.”

“그렇다면 이렇게 나를 따라다니는 것보다는 다시 수련을 시작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 수련을 형씨한테 받으려고.”


청년의 이 황당한 대답에 사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가 없어서였다.


“ 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던 사내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나를 이기기 위해 내 제자가 되겠다는 건가?”

“그래. 그럼 난 최강이 될 테니까.”


청년이 오른 주먹으로 왼쪽 가슴을 퉁퉁 두들겼다.


“어떻게 확신하나? 세상은 넓네. 이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보다 강한 이를 만나게 될지도 몰라.”

“만나본 적 있어?”


청년이 물었다. 사내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은 없네.”

“그 봐. 역시 형씨는 최강이라니까.”


청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격하게 동의했다. 이에 사내가 차분하게 타일렀다.


“하지만 자네 역시 나를 만나기 전에는 자네보다 강한 이를 만나지 못하지 않았나? 나 역시 자네처럼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설사 그런 자가 있다고 해도 내가 형씨를 못 넘으면 그자도 못 이겨. 그러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거야. 난 원래 오늘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내가.”

“무슨 말인지 알겠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청년이 반가운 마음에 크게 외쳤다.


“그래서 받아들인 거야?”

“뭘 말인가?”

“알면서 왜 물어? 날 제자로 받아들일 거냐고.”

“날이 어두워졌네. 오늘은 잠을 청하세.”


사내는 대답 대신 딴청을 피우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뭔가?”

“내 이름?”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하긴 그렇지. 잘 들어둬. 내 이름은 타이언이야. 타이언 라이노스. 당신 이름은?”


하지만 청년, 아니 타이언은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사내가 어느새 눈을 감고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청년이


“어이 형씨? 진짜로 자는 거야?”


이렇게 물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흔들어서 깨워도 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타이언은 멋쩍은 표정으로


“거 대답하기 싫으면 그렇다고 하던가? 왜 자는 척을 하나, 그래? 피곤해. 안 좋아.”


이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본인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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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편과 4편 사이의 무려 4편이 있는데 실수로 빼놓고 올렸네요. 18.07.11 21 0 -
13 사내의 과거1 18.07.11 37 0 6쪽
12 따뜻한 환대 18.07.10 35 0 6쪽
11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 18.07.10 36 0 5쪽
10 내 이름은 밀라 밀라 메건 18.07.06 28 0 7쪽
9 형씨 같이가! 18.07.04 30 0 3쪽
8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마2 18.07.01 30 0 7쪽
7 저승행 급행선을 태워주마 1 18.06.27 43 0 5쪽
6 고목 안에 마법사. 18.06.24 28 0 8쪽
5 위대한 왕 18.06.22 59 0 7쪽
4 여인의 사연 18.06.21 43 0 6쪽
» 내 이름은 타이언. 타이언 라이노스 18.06.21 66 0 6쪽
2 이유따위는 없다. 18.06.20 74 0 6쪽
1 다리 위의 그놈 18.06.19 88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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