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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빙의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모타
작품등록일 :
2020.05.11 14:47
최근연재일 :
2020.08.09 23:2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88
추천수 :
19
글자수 :
58,414

작성
20.08.05 14:40
조회
82
추천
2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아드림 나무 주변을 서성였다.

내가 악녀 ‘이브락’에게 연락을 받은 건 지금으로부터 약 5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무심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오늘 밤 10시까지 아드림 나무로 나와. 네게 할 말이 있어.’



그 말에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그녀가 원작에서 시녀를 배갈라 죽이고, 장로들을 참수했으며, 어린아이들의 피를 취했다는 것만 말하겠다.


무, 물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았다.

이브락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질투로 미쳐버린 후였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성격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건 또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 그렇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보면 이브락의 본성은 날 때부터 글러 먹은 게 분명하다.



‘······설마 그 시발점이 내가 되는 건 아니겠지?’



끔찍한 상상에 온몸에 핏기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아직 여주가 이쪽 세계로 차원이동 하지도 않았고, 남주와 이브락의 약혼도 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브락 입장에서 나를 괴롭힐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거기다 내가 빙의한 카야와 이브락 사이에는 신분이라는 커다란 벽이 있었다.

위대한 피를 물려받은 이브락과 노예 바로 위의 계급인 평범한 하급 전사 카야.

원작에서도 카야가 여주와 친해지고 나서야 겨우 몇 번 스치는 게 전부인데, 지금 그런 일이 생길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그냥 도망칠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타고난 내 쫄보 심장이 더는 이 자리를 못 버틸 거 같아.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짐했다. 그리고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브락과 눈이 마주친 건 그 다음이었다.


아드림 나무로 오던 이브락은 나를 발견하곤 한쪽 손을 들어 보였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나 할 법한 여유로운 인사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위대한 피에게 인사 올립니다.”



나는 잽싸게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이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인사가 아무렇지 않게 나오다니. 역시 목숨보다 중한 건 없었다.



“아, 격식 갖출 필요 없어.”



······말씀은 감사하나 그게 그렇다고 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요······.


어쨌든 저쪽에서 그러라 했으니 마냥 있을 수 없었던 난 쭈뼛쭈뼛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덧붙이는데, 나는 정말 겁이 많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도 잘해 공포나 호러 영화는 물론 관련 요소를 품은 예능도 못 봤다.

그런 나에게 악녀 이브락의 존재는 좀비보다 더 무서웠다.


나는 이브락 몰래 숨을 길게 내뱉으며 심호흡했다.

나를 이곳까지 불러낸 이브락은 아무 말 없이 나만 응시했다. 악녀 버프를 받은 아름다운 얼굴이 달빛을 받아 더욱 화사하게 빛났다.


역시 얼굴과 성품은 반비례하는구나.

신은 공평했어.


생전 찾지도 않던 신의 현명함을 칭찬할 때, 이브락이 조심스레 운을 띠었다.



“갑자기 불러내서 많이 놀랐지.”



놀라기만 했을까요. 생명의 위협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 말곤 마땅한 사람이 없었어.”



뭐죠, 그 표현······. 더 무서운데요.



“저, 저기 그래서 무슨 일로······.”



내가 느끼기에도 바싹 얼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애꿎은 아랫입술만 깨물었다. 다행히도 이브락은 내 목소리에서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대신 나보다 더 긴장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이브락이 마른침을 꼴깍 삼킨 뒤, 내게 말했다.



“나 사실 이 몸에 빙의했어.”

“······.”



나 사실 이 몸에 빙의했어······ 빙의했어······ 빙의했어······.


이브락의 말이 내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가 잘 안 갔다.


뭐라고? 누가 뭘 해?


믿지 못할 이야기에 턱 하니 입만 벌리자, 이걸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이브락이 뒷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확실히 교양과 품위를 중시하는 이브락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혹시 몰라 말하는데 미친 건 아니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로 이 몸에 빙의했어. 내 원래 이름은 박 찬송이고, 한국이란 곳에서 왔는데······ 아니, 여기까지 설명할 필욘 없나······. 어쨌든 눈을 떠보니 이브락의 몸에 들어와 있었어.”

“······.”

“네 도움이 필요해. 그니까······.”



애원에 가까운 해명을 하던 이브락이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살짝 다정하기까지 한 질문에 뒤늦게 긴장이 풀리며 정신이 돌아왔다.

그니까······ 이분도 나처럼 빙의했단 거야? 거기다 한국이라니.


익숙한 명칭에 문뜩 애틋한 그리움이 일었다. 덧붙여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반가움도.

나는 이브락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리고 이 몸에 빙의한 이래 처음으로 한국식 질문(?)을 건넸다.



“저기,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모타입니다.

공모전도 끝났고 해서 다시 들고왔습니다.

모쪼록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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