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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바퀴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의 관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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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바퀴
작품등록일 :
2020.05.12 13:06
최근연재일 :
2020.10.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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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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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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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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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5화. 성녀의 싸움(2)

DUMMY

사실 사쿠라도 익숙하지 않았다.

얀이 플러스의 육체가 어색한 것처럼 사쿠라도 온전히 자신의 탄생 설화를 다루지 못했다.


‘그래도 쉽게 넘어가진 못 할 거야!’


제법 능숙하게 신성력을 침투시켰다.

아무리 초대 용사 얀이라 하더라도 분명 타격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쿠라의 신성력은 얀의 치명적인 급소를 향한다.


얀의 주변에 빛의 화살의 가득 찬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의 육체 내부에도 자그마한 빛의 화살들이 생성된다.


‘가라!’


성녀 사쿠라는 망설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칠 각오는 진즉에 마쳤다.

그 대상이 몬스터가 아닌 것은 처음이었지만 사쿠라의 손짓엔 어떠한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켜야 할 이들이 생긴 것만으로도 그녀는 내면을 단단히 세울 수 있었다.


“흐아아아압!”


얀이 기합을 내지른다.

필사적으로 사쿠라의 신성력에 맞선다.


‘이미 늦었어!’


사쿠라가 만들어 낸 화살이 얀의 마나와 마주한다.


콰앙!


그리고 신성력과 마나가 격렬한 충돌을 일으킨다.

혹여나 신성력이 밀리더라도 상관없었다.

얀의 내부에서 일어난 충돌은 그 반발만으로도 그에게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방심했다.

아니, 지금의 상태라면 성녀 사쿠라는 방심하지 않더라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강자였다.


“크윽!”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내부는 진탕이 되어 엉망이다.

외부도 수많은 화살의 빗발침에 무사하지 못했다.


“대단해... 아주 제법이구나.”


얀은 감탄했다.

단순한 유희로만 생각했던 싸움이 이리도 불리하게 진행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건만 어느새 공간을 장악한 성녀의 신성력은 재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훌륭하군.”


성녀는 자신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신성력에 정신을 집중한 채 자신의 목숨만을 노리고 있었다.


언제라도 자신의 내부로 침투하기 위해 신성력이 빈틈을 찾는다.

화살을 비롯해 창과 검으로 형상화 된 빗줄기가 사방에서 몰려든다.


“이정도면 레오나르는 볼 것도 없고 플러스보다도 강하겠어. 아주 대단해!”


성녀는 용사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신성력을 활용한 공격이 점점 매서워진다.


“허나... 아직은 자잘하기만 하구나.”


얀의 마나가 서서히 성녀의 신성력을 밀어낸다.

이전과 다르게 쉽게 스며들 틈조차 내주지 않는다.


“육체는 익숙하지 않다만... 마나는 제법 일가견이 있다네.”


당한 것은 한번으로 족했다.

얀은 순식간에 신성력의 성질을 파악하고 대응해 나갔다.

그 특유의 침투력이 놀라울 뿐 보통의 신성력과 다를 게 없다.


“음... 피를 너무 많이 흘렸군. 미안하네만 조금은 진심으로 상대해주겠네.”


아슬아슬하게 성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과는 다르게 얀의 목소리는 평온함을 유지했다.

단순한 허장성세가 아니었다.

얀은 여유가 있었다.

첫 격돌이후 성녀는 단 한 번도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긴장 하게나!”


얀이 빠르게 성녀에게 접근한다.

계속해서 마나와 신성력의 싸움을 이어나가도 자신이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상대가 근접전에 약하다면 약한 부분을 노리면 그만이었다.


“앗!”


신성력의 방어를 뚫고 얀이 다가가자 성녀는 다급해진다.

애써 장악해둔 그녀의 공간이 집중력을 잃는다.


‘확실히. 아직은 경험이 적은 애송이군.’


상황이 뒤바뀐다.

얀의 공세에 점점 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 * *


뭐 이딴 싸움이!


레오나르는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정녕 저기 서 있는 년이 자신이 알던 사쿠라가 맞단 말인가!


그녀가 장악한 공간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온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은 반항조차 하지 못할 압도적인 신성력이 느껴진다.

심지어 그 거대한 신성력을 세밀하게 다뤄낸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자신의 곁에서 헤실헤실 거리기만 했던 년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비웃듯 그녀는 급격하게 강해져 있었다.


신성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몬스터 랜드에서 무언가를 얻은 건가?


이유야 어찌되었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오랜 시간 자신을 갈고 닦았건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자신은 얀에게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반면 그녀는 저리도 당당하게 그와 맞서 싸우고 있다.


눈부신 빛의 조각들이 춤을 춘다.

마치 파도처럼 휘몰아치고 부딪쳤다 다시 모여들어 나아간다.

그 아름다움 속엔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갈 날카로움이 숨어있다.


질투로 인해 감정이 요동친다.

그 찬란함에 홀려 레오나르가 바닥을 뒹구는 검을 집어 든다.


╺ &%^$%^$%


플러스가 뭐라고 했지만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빛의 조각을 따른다.

그 찬란함을 막아내는 얀의 마나를 흉내 낸다.


챙!

쫘자자자장!


그리고...

플러스가 담겨 있던 검이 조각조각 빛을 머금고 흩어진다.


아!


아쉬웠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허나 멍청한 플러스는 끝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항상 자신은 이런 식이란 말인가!

자신을 따르던 천운이 사라진 후 실망과 좌절만이 가득하다.


죽어라!

차라리 죽어버려!


어느새 전세가 역전되어 얀이 사쿠라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레오나르는 둘의 양패구상을 꿈꿨다.


자신이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면!

자신보다 강한 이들이 죽으면 그만이었다.


그래...

아직 내게도...

기회는 있어.


레오나르의 눈이 추악하게 빛을 낸다.


* * *


흔들린다.

따스한 햇살이 거친 풍랑을 만난다.

평온함이 흔들린 햇살에 그림자가 진다.


‘더는... 무리야!’


그녀의 능력으론 얀의 접근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굼뜬 자신의 몸으로 저 흉흉한 검을 피해낼 길도 없었다.


콰과과과광!


전력으로 신성력을 휘몰아쳐도 얀의 걸음은 오히려 빨라지고만 있다.


‘자잘하다고?’


다른 수가 필요했다.

그에겐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럼 이건 어때!’


잠시간 공세를 멈춘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거리가 급격히 좁혀진다.


300미터.

100미터.

20미터.

지금!


사쿠라가 아슬아슬하게 신성력을 모아낸다.


스아아아아아아.


모든 신성력을 끌어 모아 만든 거대한 창이 얀에게 창끝을 겨눈다.

그 존재만으로도 거대한 위압감을 뽐낸다.


“으하하하! 제법이구나!”


얀도 더 이상의 접근을 멈추고 마나에 더욱 힘을 불어 넣는다.


“받아라!”


창이 느릿하게 허공을 유영한다.

허나 그 압도적인 크기 탓에 얀이 피할 길은 없어 보였다.


“오너라!”


얀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사쿠라가 바라던 바였지만 과연 자신의 공격이 통할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쏴아아아아아!


아직 충돌하지도 않았건만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사쿠라가 흔들리는 자신의 육체를 바로잡는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었다.


“가라!!!”


사쿠라는 거대한 폭음을 대비했다.

충돌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게 자세를 낮췄다.

그런데...


쩌억!


자신이 만든 창이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진다.

그리곤 그 사이를 비집고 얀이 날아든다.


“끝이다!”


얀의 검이 순식간에 솟아올라 그녀의 정수리를 향한다.


* * *


얀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녀는 그만큼 아까운 인재였다.


오랜만에 심장에 뛰는 전투를 벌인다.

마치 다시 마왕을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리 육체를 지니고 뛰어노니 진정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즐거움을 준 선물로 자비를 베풀까?

처음으로 두 번의 기회를 줘봐?


슬그머니 그녀를 반으로 가르려던 검에 힘을 줄인다.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빛과 표정을 살핀다.


아니야.

저런 눈빛은 방법이 없겠군.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저런 눈빛은 부러지고 망가질 때까지 회유되지 않는다.

망가진 것을 가져봐야 하등 쓸모가 없다.


얀이 다시금 검에 살의를 담는다.

아주 조금 지체되었지만 별다를 것은 없다.

곧 그녀의 몸은 반으로 쪼개져 탐스러운 붉은 꽃을 피워낼 것이다.


아까운 인재를 잃겠군...

잘 가게나.


얀의 검이 순식간에 아래로 향했다.


쾅!!!


* * *


두두두둑.


허물어진 형체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 쓸쓸한 마지막이 안타깝다.


‘됐다!’


사쿠라는 제 할 일을 무사히 마치고 사라진 반지가 고마웠다.


콰앙!


거대한 화염구가 얀을 휩쓸고 날아가 허공에서 폭발한다.


휘이이이잉!


막대한 열기가 순식간에 공기를 뛰어논다.

사쿠라가 마지막 신성력을 쥐어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해치웠나?’


장담할 수는 없었다.

화염구가 더 날아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사쿠라가 조심스레 정면을 살핀다.


스아아아아...


매캐한 먼지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 안에 검은 그림자가 흐릿하게 보인다.


‘아...!’


그림자는 검을 정면으로 내세운 채 서있었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그림자가 위아래로 들썩인다.


‘살아... 있어...’


끝내 그를 해치우지 못했다.

신성력은 바닥이 났다.

반지도 부서졌다.


‘결국 이리 도망쳐야 되나?’


자신의 연약한 다리로는 그를 따돌릴 수 없었다.

아직도...

아직도 자신은 나약하고 부족했다.


‘레온과 하늘이에게 작별인사라도 해둘걸 그랬어...’


분명 금방 돌아간다고 약속을 해뒀다.

쉽게 열렸던 자신의 입을 후회한다.


‘미안... 조금은 늦을 거야. 잘 지낼 수 있지?’


억지로 버티던 다리에 힘이 풀린다.


털썩.


사쿠라가 주저앉아 멍하니 얀의 공격을 기다린다.

그의 공격에 머얼리스의 방어마법이 발동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남겨둔 채 자신은 잊혀진 섬으로 이동될 것이다.


‘후우...’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 * *


하하하하하!

요망한 아가씨로구만!


이번 건 확실히 위험했다.

플러스의 육체가 담아두었던 마나가 대부분 소실됐다.


그 상황에서 마지막 반격까지 준비해 뒀을 줄이야...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것이 얼마만이던가!


얀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자신과 대등하게 겨룬 강자에게 최고의 대우를 선사해 주어야 했다.


고통 없이 베어주마!


육체가 말을 듣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성녀를 베어내고 육체와 마나를 회복하면 그만이었다.


“응?”


허.

참 나.


비루한 놈이 자신의 앞을 막는다.

어느새 자신의 옆구리에서 뽑아낸 단검을 들고 서있다.


건방진!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망가진다.

주제도 모르고 신성한 결투를 망치는 놈에게 분노가 쏟아진다.


“흐아아아아압!”


레오나르가 달려든다.


우스웠다.

자신이 부상을 당했다고 만만해 보였나보다.


슥!


놈의 남은 오른팔을 베어낸다.


“으아아아악!”


놈이 주제에 맞게 바닥 나뒹군다.


“네 놈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얀은 레오나르의 죽음을 미뤘다.

성녀와의 결투를 깔끔하게 끝내고 그에게 기나긴 체벌을 내릴 작정이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어느새 자신을 올려다보는 성녀의 곁에 선다.


“좋은 승부였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귀가 닫힌 당신에게 해줄 말은 없어요.”

“...... 그렇군.”


얀은 환하게 웃었다.

그녀다운 대답이라 생각했다.


“잘 가게나.”


제법 길었던 싸움을 끝낼 시간이다.

깔끔하게 목을 베어낼 생각이었다.


“네 이놈!!! 멈춰라!!!”


허허허...


하늘에서 방해꾼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육체를 얻고 처음 치룬 전투였다.

만족스러운 상대였고 즐거웠던 싸움이었다.

그런데 마무리가 아쉽다.

자꾸 방해꾼이 끼어든다.


“자넨 누군가?”


새하얀 날개가 창공에서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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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마왕 vs 용사 (2) +2 20.10.21 24 3 12쪽
90 90화. 마왕 vs 용사(1) +2 20.10.20 26 2 12쪽
89 89화. 잊혀진 섬(3) +2 20.10.20 29 2 12쪽
88 88화. 잊혀진 섬(2) +2 20.10.16 26 3 12쪽
87 87화. 잊혀진 섬(1) +2 20.10.15 23 3 13쪽
86 86화. 인성 문제 있어? +6 20.10.14 33 4 13쪽
85 85화. 많이많이많이많이 사랑해. +6 20.10.13 33 4 13쪽
84 84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2 20.10.12 34 4 13쪽
83 83화. 마왕 마령이라 하네. +4 20.10.09 40 3 13쪽
82 82화. 꽃이 지다. +2 20.10.09 36 2 13쪽
81 81화. 혈화가 예쁘다. +4 20.10.08 32 6 12쪽
80 80화. 끝났구나. +6 20.10.07 36 3 13쪽
79 79화. 전쟁은 아름답지 않다. +6 20.10.06 44 3 12쪽
78 78화. 용이 날아올라! +4 20.10.02 40 3 12쪽
77 77화. 끝맺음 그리고 시작 +4 20.10.01 39 3 12쪽
76 76화. 고고한 구름이 되어 +4 20.09.30 41 2 12쪽
» 75화. 성녀의 싸움(2) +4 20.09.25 47 3 11쪽
74 74화. 성녀의 싸움(1) +4 20.09.24 42 3 12쪽
73 73화. 속이고 속고 +4 20.09.23 44 3 12쪽
72 72화. 괜찮나? +4 20.09.22 41 3 12쪽
71 71화. 뀨아아아앙! +2 20.09.21 50 3 12쪽
70 70화. 깨어난 자들(feat. 뀨?) +6 20.09.18 50 6 12쪽
69 69화. 받아랏!파이어볼! +2 20.09.17 42 4 12쪽
68 68화. 내가 지켜줄게. +2 20.09.16 45 3 12쪽
67 67화. 기적을 바라다. +2 20.09.15 41 5 12쪽
66 66화. 설득 +4 20.09.14 41 3 12쪽
65 65화. 호위기사의 방문 +2 20.09.11 4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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