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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142_kskdlxm 님의 서재입니다.

월타숲의 감시자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추리

묵독
작품등록일 :
2018.06.15 12:41
최근연재일 :
2018.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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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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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얼굴 (4)

DUMMY

감시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충해주기도 하면서 저녁 식사 동안 오갔던 이야기를 퀴에스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군······.”

이야기가 끝나고, 그제야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게 된 퀴에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래. 마침 누가 범인일지 이야기하던 중에 네가 들어온 거야.”

카페르는 말을 마치고 목이 말랐는지 식탁에 아무렇게나 놓인 맥주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범인은 주정뱅이 귀족 놈이야. 카수스 가(家)는 물론이고 아우로 가까지 삼키려고 한 거지.”

팔코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퀴에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감시원들이 너도나도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었다.

“그 녀석이 그 정도로 능력이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걸. 오히려 광산과 함께 생각해보면 채굴권을 둘러싼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그건 진짜 아니다. 차라리 세크라멘교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겠어.”

“뭐야, 그 무시하는 말투는? 세크라멘교는 네 상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라고.”

감시원들은 저마다의 주장을 펼치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이 사건엔 어딘가 석연찮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오가는 이야기를 듣던 엔케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뭐가?”

팔코가 물음에 엔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지금 언급된 사람들 모두 후작을 죽일만한 근거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럼 단순한 사고라는 거야?”

“······.”

카페르의 물음에 엔케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지목된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범인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고일 리는 없었다.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해. 마법사들은 이래서 문제야. 생각이 너무 많다니까. 내가 볼 때는 주정뱅이 에브리오와 녀석의 아버지인 카수스 백작이 한통속이 돼서 아우로 가를 삼키려고 했던 게 분명해.”

카페르의 의기양양한 태도에 팔코가 이죽거렸다.

“아까는 유령 때문이라더니. 참, 네 엉덩방아는 꽤 볼만했다.”

“닥쳐, 팔코!”

“하지만 사고로 백작의 영애였던 후작 부인도 돌아가셨는걸요.”

“그건 운이 안 좋았던 거지. 누가 귀족의 부인이 먼지 나는 곳에 갈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아니면 또 모르지. 자기 손자까지 노리는 걸 보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일지.”

“······그럴까요?”

엔케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카페르는 엔케가 별달리 반박하지 않자, 자기 생각에 더욱 심취해 떠들어 댔다.

“확실하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후작의 아들이 여기에 있는 것도 쉽게 추리할 수 있지. 행색을 봐! 분명 의탁할 곳이 없는 몸이 된 이 녀석은 외가의 손길을 피해······.”

“여긴 어디죠?”

“어디긴 어디······?!”

신이 나서 떠들던 카페르는 누가 자신의 이야기에 끼어들자 화를 내려 했지만, 곧 그 목소리가 자신이 처음 듣는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말을 멈췄다.

“······.”

방금까지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던 감시원들도 한순간에 입을 다물었다.

카페르는 괴물이 있는 양 겁에 질린 얼굴로 벽난로 쪽을 바라보는 동료들을 보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카페르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목은 주인의 의지를 철저히 배신하며 천천히 고개를 벽난로 쪽으로 돌렸고, 그는 결국 몸을 반쯤 일으킨 채 자신을-사실은 감시원들을-보는 소년을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소년이 다시 한번 물었다. 소년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장작이 불타는 벽난로, 식당의 낡은 벽,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우락부락한 감시원들을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

감시원들은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그저 마른침만 삼켰다. 그들로서는 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험 많은 카니스나 똑똑한 엔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같은 평민이 귀족과 마주칠 일이라고는 수십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며 지나치는 귀족의 마차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소년은 아무도 자신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자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리고 그 찡그림이 감시원들에게는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느낀 엔케가 조심스레 입을 열려고 할 때, 다행스럽게도 소장실의 문이 열렸다.

“응?”

문을 열고 나온 세네오는 식당의 모든 눈이 자신을 향한 것을 보고 당황해버렸다. 평소에는 소장 대우는커녕 연장자 대우도 잘 하지 않던 감시원들이 전에 없던 존경심과 애정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잠시 황당한 얼굴로 부하들을 바라보던 세네오는 이내 벽난로 쪽에 일어나 앉아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금세 상황을 이해했다. 세네오는 고개를 숙이고 짧게 웃음을 터뜨린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지우며 소년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여긴 월타숲의 3번 감시소이고, 저는 이곳의 소장인 세네오입니다, 시스 아우로님.”

세네오는 소년에게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감시원들은 그들의 예상대로 소년이 후작의 아들이라는 것과 세네오가 이미 소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시스는 세네오가 자신의 정체를 알자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어떻게 알았죠?”

“공교롭게도 신원 확인을 위해 잠시 몸을 수색했습니다. 그러다 이 반지를 보고······.”

세네오는 침착하게 가져갔던 반지를 꺼내 시스에게 건넸다. 시스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반지를 받아 들고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아직 채 굵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고요해진 식당에 울려 퍼졌다. 시스는 반지를 받아들고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반지는 시스의 손가락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반짝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세네오의 질문에 시스의 손가락을 노니던 반지가 멈추었다. 시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세네오를 바라보았다.

“습격이 있었소.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잘 아는 듯한데, 그대들의 말처럼 가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말이오.”

시스의 말투는 더 이상 어린 소년의 말투가 아니었다. 시스는 말을 하며 감시원들을 한 번 훑어보았고, 그 눈빛에 감시원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셨군요. 한데 이 앞은 아시다시피 카팍스 산맥으로 가로막혀 있는데, 왜 이곳으로 오셨는지요?”

세네오의 추궁에 시스의 얼굴이 탐탁찮은 듯 일그러졌다. 그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4번 감시소로 향하던 중이었소. 그곳에는 카팍스 산맥을 넘는 데 도움을 주는 산림감시원들이 있다고 들어서······.”

시스의 대답에 세네오가 알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셰르파들 말이군요.”

“셰르파?”

“예. 저희끼리 부르는 별칭입니다.”

“그렇군.”

“하지만 제 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왜 셰르파들의 도움을 받아 카팍스 산맥을 넘으려고 하셨죠? 그리고 쓰러지시기 전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세네오는 조금 전부터 계속 핵심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시스에게 참다못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건······.”

세네오의 질문에 시스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말끝을 얼버무렸다. 세네오는 소년을 너무 몰아붙였는가 싶어 인상을 풀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희는 폐하의 충실한 신하들이자, 이 나라의 군인들입니다. 문제가 있으신 거라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네오의 태도에 시스는 용기를 얻은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가문에 생긴 불미스러운 일이긴 하나, 내 그대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으니 말할 수밖에 없겠군. 아까 대충 들어보니 다 아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워낙 유명한 일이니 말이야.”

감시원들은 또다시 자신들이 말실수를 하지 않았나 되짚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나를 해하려는 자들을 피해 잠시 국외로 나갈 생각으로 이곳으로 온 거였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국외로 나가는 방법 중에 카팍스 산맥을 넘어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들어서 말일세.”

“누군지 몰라도 무모한 조언을 했군요. 카팍스 산맥을 넘는 게 가장 조용한 방법일지는 몰라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건 알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네. 나는 최대한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야 했거든.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을 향하던 중 습격을 받았고, 한참을 쫓기다 어딘가에서 떨어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잠깐, 내가 어떻게 이곳에 온 건가? 나와 함께 있던 자들도 이곳에 있나?”

시스는 말하다 문득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는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퀴에스에게 안겨 이곳으로 올 동안의 기억이 없어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러셨군요. 저희 대원들 중 하나가 쓰러진 아우로 님을 발견하고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있던 일행은······.”

세네오는 말을 멈추고 퀴에스를 바라보았다. 퀴에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고, 시스는 몸짓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그런가······.”

시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일행을 생각하는 듯했다. 세네오는 아무 말 없이 시스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스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앳된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놈들······, 나, 나를 쫓던 자들은 어찌 되었나? 그들을 보지 못했나?”

“없었습니다.”

퀴에스가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스는 불안한 얼굴로 세네오를 올려다보았다.

“그대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소?”

세네오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나라의 녹을 먹고사는 자로서 어찌 청을 거절하겠습니까.”

“나를 습격한 자들은 분명 다시 나를 찾아올 것이네. 아마 지금도 나를 찾아 숲속을 헤매고 있겠지······. 그들을 찾아내 제거하고 나를 보호해 줄 수 있겠소?”

시스가 간절한 표정으로 세네오를 올려다보았다. 세네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와 대원들이 당장 숲을 수색해 그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고맙소.”

시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세네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켜보고 있던 감시원들에게 명령했다.

“카페르, 피쿠스, 퀴에스, 엔케는 날 따라오고, 나머지 대원들은 장비를 챙겨 후작님을 보호하도록 해라. 소릭!”

“예, 소장님.”

“자네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대원들을 통솔해주게.”

“알겠습니다.”

“자, 빨리빨리 움직여!”

세네오의 고함에 감시원들이 빠른 속도로 식당을 벗어났다. 감시원들이 준비를 위해 모두 빠져나간 뒤, 세네오는 다시 뒤돌아 시스를 바라보았다.

“보잘것없는 곳이나 잠시 이곳에 계시면서 몸을 녹이시지요. 대원들의 것이라 초라하겠지만 옷도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곳은 방문객의 왕래가 잦은 곳이 아니라 사정이 여의치 않군요.”

“괜찮소.”

“그럼 저도 준비할 게 있어서 이만······.”

세네오도 시스에게 인사하고 준비를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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