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옷색깔이 달라서였다.(현충일)

고작 옷 색깔이 달라서였다.(현충일)
KYJ
너와 나
키도 고만 고만
나이도 또래 맞고
쓰는 농에 서로 웃으니
분명 어제 만났으면
개울가에서 물장난 치는
둘도 없는 동무였을걸
옷 색깔 달리 입혀 놓고 죽이고 죽이라 하니
깜깜한 밤에는
한참 눈 비비고 봐도
내 편인지 저편인지
영 구별하기 어렵고
자세히 보니
딱 고향 동무 닮아
총 겨누고 통 성명하는 상황
이상하기 짝이없고
죽이고도 우는
이상함이 당연함은
나는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전쟁이라
내가 나를 죽인 듯
이긴 것도 진 것도 없는
허무한 동족상잔
못 해 먹겠다
색깔 다른 옷 벗어던지니
적군도 아군도 아닌
우리 그냥 대한민국 사람이다.
우리 그냥 어제 친구이다.
전쟁통 총 맞아
둘이 나란히 누워도
색이 다른 옷 벗었더니
구분할 길 없어 한곳에 묻히고
이 색옷은 적군
이 색옷은 아군
그 옷만 벗어 버리면
과녁 잃은 총질도 멈췄으려나?
우리 다 똑같다.
우리 옷 색깔만 달랐다.
우리 죽여야 하는 이유가
고작 옷 색깔이 달라서였다.
고작 옷 색깔이 달라서였다.
PS 전쟁에 나간 사람들 중 몇이나 전쟁의 목적을 알고
싸웠을까요?
어떤 욕심으로 군화 끈을 굳게 묶었을까요?
이기고 지는 것도 없는 내가 나를 죽이는
동족상잔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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