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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님의 서재입니다.

사랑하는 중입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9.02.26 18:54
최근연재일 :
2019.03.07 09: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097
추천수 :
104
글자수 :
249,983

작성
19.03.05 09:00
조회
127
추천
1
글자
12쪽

에필로그3. 김희연의 꿈꾸는 오늘

DUMMY

희연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대 서랍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꺼내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테스트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게 속옷에 핏빛이 보였다.


희연의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자 그래놓고 자꾸만 기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참... 밑바닥까지 떨어지곤 했다.


결혼 전, 희연은 걱정되는 마음에 산부인과에 들러 검사를 받았었다. 다행히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피임을 하지 않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정말 아이는 신의 축복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인가 보다.


희연은 요즘 카페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재희와 하루 종일 함께 붙어있는 것도 뭔가 모르게 신경이 쓰였고, 재희의 권유도 있고 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글 작업은 주로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 했다.


이 날도 도서관을 가야했지만, 오늘은 생리가 시작되어 그런 것인지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나른했다. 그래서 집에서 미적 거리고 있다가 약속되어 있던 시부모님과의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움직일 생각이었다.


한참을 멍하게 있다 보니 어느새 식사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희연이 나갈 채비를 마치자 어떻게 알았는지 재희가 집으로 데리러 왔다. 그러나 재희는 희연의 안색을 보더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불편하면 안 만나도 된다니까.”


“어떻게 그래. 자기 부모님인데. 그리고 불편하지 않아. 단지 아직 조금 어려운 것뿐이야.”


“그게 불편한 거야.”


“불편한 거랑은 달라. 그러니까... 음...”


재희가 희연의 어깨를 끌어와 품에 안아 토닥여 줬다.


“알겠어.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가자.”


“응.”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이었지만 희연은 아직 그의 부모님이, 특히 어머니가 어려웠다. 식사도 하기 전인데, 벌써부터 소화가 안 되는 것 마냥 속이 불편해 지고 있었다.


결혼식 대신 가족사진을 찍은 이후로 네 식구가 이렇게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혼을 했어도 영진과 정화는 서로 원만하게 협의로 이루어진 것이라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혼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란히 앉는 걸 피하는 것을 보면 이혼한 게 맞는 거 같기도 했다.


“이혼한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서 밥 먹어야겠니?”


이날도 정화는 이 한마디를 톡 쏘아 붙이듯 하고는 희연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결국 재희는 영진과 함께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예약한 식당은 깔끔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한정식 식당이었다. 희연이 며칠을 찾다, 고르고 고른 곳이었다.


맛깔스런 음식들이 나오자 재희는 앞 접시에 이 반찬, 저 반찬들을 담아와 희연의 앞에 놔 주었다. 희연은 부모님 계신데도 재희가 집에서 하는 것처럼 행동하자 가시방석 같았다. 그래서 희연은 정화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어머니,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제가 담아 드릴게요.”


희연이 정화의 접시에 손을 대려하자, 정화가 희연의 손을 잡으며 간결하게 거절했다.


“괜찮다. 내가 먹으마.”


“네에. 그럼 아버님은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나는 생선전이나 좀 주겠니?”


“네.”


생각했던 것보다 식사 시간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소소한 일상에 대한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정화가 희연을 보면서 물었다.


“어디 불편하니? 통 음식을 못 먹네.”


“아니요, 어머니. 잘 먹고 있어요.”


“고기는 안 좋아하니?”


“좋아는 하는데 오늘은 별로 젓가락이 가질 않아서요.”


“그래?”


그 뒤로 정화는 별다른 얘기는 없었지만, 희연은 왠지 정화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밥이 어떻게 입으로 들어가는 지도 몰랐다. 고기를 먹어야 하나 싶어 불고기 한 점을 집어 드는데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 죄송합니다.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희연이 일어서자 당연한 듯 재희가 따라 일어나자 정화가 재희를 불렀다.


“윤재희.”


그러자 희연이 혼자 다녀오겠다는 눈짓을 하자 재희는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희연이 나가고 정화는 재희에게 뭐라고 나무랐다.


“네가 쫒아가서 어쩌려고? 여자 화장실이야. 내가 가볼게.”


그리고는 정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로 들어온 희연은 시원스럽지 않은 헛구역질에 속이 더 안 좋아졌다. 차라리 토하면 좋은데.. 그러나 불편해진 속보다 오해가 생길 만한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더 걱정이 되었다.


“괜찮니?”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던 희연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네. 괜찮습니다.”


희연이 입을 헹구고 나자, 정화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희연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는데, 갑자기 정화의 손이 희연의 이마를 짚었다.


“미열이 있네.”


희연은 순간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병원은 갔니?”


그제야 희연은 정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어머니, 그거 아니에요. 저... 오늘 시작했어요.”


“그래?”


“양은 많고?”


“어머니, 저 임신 아니에요. 많이 기다리고 계신 거 아는데 죄송해요.”


희연은 아이를 기대하는 정화나 영진에게 실망을 안겨 준 것 같아 너무도 죄송했다. 그러나 정화는 자신이 볼 때 임신 같은데, 정작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병원 한번 들려봐. 오늘 안색이 들어오기 전부터 좋지 않더라.”


“네.”


“그리고 이거. 어머니 드려라.”


정화가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희연에게 내밀었다. 희연이 봉투를 받아들고 물었다.


“이게 뭐에요?”


“별거 아니야. 그래도 사돈이 둘씩이나 의사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나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정화는 쑥스러운지 제 할 말을 하고 먼저 나갔다. 희연이 정화가 준 봉투를 열어보니 건강검진상품권이 들어있었다. 희연은 정화의 서툰 애정표현에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앞으로 오늘 같은 시간을 자주 만들어서 얼른 친해져야 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집으로 돌아온 희연은 기분이 다시 다운되기 시작했다. 재희는 희연을 혼자 두고 가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로 인해 카페 문을 닫을 예정이라 할 수 없이 마감을 위해 다시 카페로 나가야만 했다.


재희가 카페로 나가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희연은 안동에 계시는 이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희연이니?


“네, 이모. 건강하시죠? 인사도 못 드리고 죄송해요.”


-아니야. 바쁜데 그럴 수 있지. 내일 엄마 올라가려고 짐을 싸는데 짐이 많아서 니들이 터미널로 마중을 나와야 할 거 같아서 전화했어.


“네, 감사해요. 그럴게요. 요즘 엄마가 너무 자주 내려가죠?”


-그러니까, 네 엄마가 니들 눈치 보느라 그렇지 뭐.


“네?”


-니들 아직 신혼이잖아. 맘이 편해야 애도 빨리 들어선다고 오늘도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기더라.


“아, 네.”


-언제 한번 신랑이랑 와. 내가 몸에 좋은 거 구해 놓을 테니까.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이모, 조만간 인사드리러 갈게요.”


후우. 전화를 끊은 희연은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누가 볼세라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보다.


희연에게 오늘은 유독 길게 느껴지는 그런 하루였다. 임신을 기대했는데 생리가 시작되어 많이 실망을 했었다.


그리고 시부모님과 함께한 저녁시간에서 누구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어머니의 얼굴을 봤다. 게다가 배여사 또한 아이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초조해 하지 말자, 마음을 편하게 해야 아이가 생길 것이라고 마음을 먹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희연은 머리가 띵 했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니 정화의 말처럼 미열이 있는 것도 같았다.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감기몸살이 오려는 가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었는지 제 등 뒤로 느껴지는 차가운 체온에 희연이 잠에서 깼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는지 시원한 체온과 함께 상큼한 바디워시 향이 희연을 자극해 왔다.


재희는 침대에 눕자마자 희연의 머리 밑으로 제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해주고는 다른 팔은 희연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속은 괜찮아? 약은 먹었어?”


“응. 괜찮아 졌어. 그냥 긴장을 해서 그랬나봐. 집에 와서 그런지 이젠 나른해.”


“엄마는 신경 쓰지 마. 그러게 불편하면 다음에 보자니까.”


“그런 거 아니야. 오늘 어머님이 건강검진 상품권 주셨어. 엄마 건강검진 받게 하라고.”


“그랬어?”


“응. 그런데 그거 받고 났는데 아무래도 어머님이 날 싫어하는 건 아니구나, 어쩌면 날 조금은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싫어하진 않지.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리고 싫어했으면 우릴 끝까지 허락 안 했을 거야.”


“응.”


어느새 재희의 손이 파자마 안으로 들어와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손이 우뚝 멈추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재희는 희연의 이마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열이 있는 거 같은데?”


“아니야. 없어. 지금 자기 찬물로 샤워하고 왔잖아.”


“그거 때문이 아닌 거 같은데. 잠깐만.”


재희는 기어코 방을 나가더니 체온계를 챙겨 들고 와 방안의 불을 환하게 켰다. 그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체온계를 희연의 귀에 꽂아 체온을 확인했다.


“37.8도. 열 있어.”


“그 정도는 괜찮아.”


“왜? 어디가 안 좋은데?”


“감기가 오나봐. 아직은 참을만해.”


“역시 오늘은 만나는 게 아니었어.”


문득 재희는 누워있는 희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도 약은 안 먹을 거지?”


“난 약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더라.”


그러자 재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몸을 숙여 희연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었다 떨어졌다.


“뭐하는 거야? 감기라니까.”


“그래서. 내가 가져오려고. 나는 약 먹는 거 괜찮으니까.”


그러더니 다시 재희의 입술이 내려와 희연의 입술에 가볍게 몇 번 몇 번 쪽, 쪽 부딪치더니 본격적으로 그녀의 입안을 헤집으며 깊게 맞물렸다. 입맞춤이 깊어지자 재희의 가슴이 희연의 가슴 위로 맞닿으며 체중이 실렸다.


“아!!”


그런데 갑자기 희연이 아파하며 재희의 가슴을 밀었다. 재희는 희연의 소리에 놀랐는지 상체를 들고 쳐다보며 물었다.


“왜?”


“가슴이 아파.”


“가슴 어디가?”


재희가 자연스럽게 희연의 가슴을 만지자 다시 희연이 아프다며 그의 손을 치며 말했다.


“아프다니까.”


“여기가 어떻게 아픈데?”


“몰라서 물어? 매일 조몰락거리며 물고 빠는 누구 때문이지.”


희연의 대답을 들은 재희는 그제야 안심을 했는지 다시 희연의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오늘은 안 만질께. 그래도 감기는 가져와야겠어. 그래야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다시 희연과 재희의 길고 긴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희연은 이 입맞춤에 우울했던 마음을 위로 받았다. 그래, 아직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니까 마음을 편히 갖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있든 없든 괜찮다 말해 줄 내편인 사람이, 내겐 있으니까. 내 옆에 항상 이 사람이 함께 할 거니까.


희연은 잠이 든 재희의 앞머리를 만지다가 뒤로 넘겨주었다. 오늘처럼 조금씩 꿈을 꾸다보면 언젠가, 가까운 내일에는 그 꿈이 가까워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누구 남편인지 참 예쁘게도 자네.”


그리고 이날 밤, 재희는 잊지 못할 꿈을 꾸었다.


작가의말

우리 독자님들도 꿈꾸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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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외전. 사랑하는 중입니다. (완결) 19.03.07 136 4 16쪽
49 에필로그4. 윤재희의 행복한 내일 19.03.06 110 2 15쪽
» 에필로그3. 김희연의 꿈꾸는 오늘 19.03.05 128 1 12쪽
47 에필로그 2. 윤재희표 가족만들기 19.03.04 103 2 15쪽
46 에필로그 1. 김희연 기획 신혼여행 19.03.03 107 3 12쪽
45 45. 계속되다 19.03.02 113 1 12쪽
44 44. 설득하다 19.03.02 106 3 14쪽
43 43. 다투다 19.03.02 101 2 12쪽
42 42. 예뻐보이다 19.03.02 101 2 11쪽
41 41. 주정하다 19.03.02 103 3 11쪽
40 40. 허락받다 19.03.02 98 2 15쪽
39 39. 사랑하다 19.03.02 107 2 11쪽
38 38. 결심하다 19.03.02 107 1 11쪽
37 37. 선물하다 19.03.02 110 1 11쪽
36 36. 질투하다 19.03.01 95 2 10쪽
35 35. 비우다 19.03.01 103 2 11쪽
34 34. 아쉬워지다 19.03.01 100 2 11쪽
33 33. 바라다 19.03.01 104 2 9쪽
32 32. 해명하다 19.03.01 98 2 10쪽
31 31. 마주하다 19.03.01 114 1 10쪽
30 30. 고백하다 19.03.01 93 2 13쪽
29 29. 오해하다 19.03.01 90 2 9쪽
28 28. 어긋나다 19.03.01 104 3 11쪽
27 27. 신경쓰이다 19.03.01 118 1 10쪽
26 26. 거래하다 19.03.01 97 2 10쪽
25 25. 재회하다 19.03.01 95 2 10쪽
24 24. 미안해하다 19.03.01 108 2 13쪽
23 23. 타협하다 19.03.01 100 2 12쪽
22 22. 울다 19.03.01 95 2 10쪽
21 21. 다가오다 19.03.01 11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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