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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님의 서재입니다.

사랑하는 중입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9.02.26 18:54
최근연재일 :
2019.03.07 09: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096
추천수 :
104
글자수 :
249,983

작성
19.03.01 15:00
조회
103
추천
3
글자
11쪽

28. 어긋나다

DUMMY

희연은 재희와 카페에서 함께 일한 어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마음과 행동을 따로 움직여야 했기에 정신적 피로도가 엄청났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오픈 1시간 전에 카페로 나온 희연은 주차를 하고 가방을 챙기는데, 카페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재희와 그때 그 여자를 보았다.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꽁냥꽁냥에 가까운 사랑싸움이었다.


하아.. 희연은 저절로 나오는 한숨과 함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걸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벌써부터 재희와 함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여자를 달랬는지 여자가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출발하는 걸 확인한 재희는 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카페로 들어갔다. 희연은 차안에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카페로 들어갔다.


“어, 왔어요?”


“윤재희씨, 오픈은 제가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희연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맞이하는 재희를 보자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오픈 때부터 마감 때까지 있을게요. 사장님은 볼 일 보셔도 되요.”


“하아..”


희연은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한숨만 나왔다. 지금 자신의 얼굴 표정이 어떤지, 아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마음대로 해요. 저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희연은 재희와 한 공간에 있기가 힘들었다. 차가운 공기라도 맞아야 진정이 될 것만 같았다. 카페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재희가 희연의 팔을 잡아 세웠다.


“뭔데? 왜 그러는데?”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


“말해. 말해야 알지.”


희연이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재희를 쳐다보기만 했다. 재희가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려는데 카페 문이 열렸다.


“김희연, 오빠 왔다.”


정우였다. 정우는 손에 들린 박스를 들고 어색한 이 분위기에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나, 나중에 올까?”


희연은 재희의 손을 피해 눈물을 얼른 훔치고 정우에게로 갔다.


“정우야, 일단 나가. 나가서 얘기해.”


정우는 희연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재희를 쳐다봤다. 카페 앞에 세워둔 차의 보닛 위에 박스를 올려놓고 희연을 쳐다봤다.


“김희연, 무슨 일이야? 저 사람은 뭐고?”


“별일 아니야. 무슨 일로 왔어?”


“나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기 전에 이거 전해주려고.”


정우가 박스를 가리킨다. 박스 안에는 고목관련 자료가 프린트 되어 묶인 서류철과 많은 양의 나무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그래도 된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주저앉지 말라고. 가기 전에 그 얘기 꼭 해주고 싶어서.”


정우의 말을 듣던 희연의 눈에서 후두둑 폭포수 같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란 정우가 허리를 숙여 희연을 쳐다보려고 하자, 희연이 정우를 돌려 세웠다.


“한정우, 나 잠깐 네 등 좀 빌리자.”


희연이 정우의 팔을 붙든 채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


“김희연, 뭐야? 왜 그래?”


“흐윽... 너무 늦은 것 같아서. 흐윽. 그런데도 포기가 안돼서. 흐읏. 마음에 둑을 쌓았다 생각했는데, 자꾸 작은 걸로 그 둑이 무너져 버려서.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흐흐윽.”


희연의 얘기를 가만히 듣던 정우가 희연을 향해 돌아섰다.


“그거 꿈 얘기야? 아님 저 창가에서 여기 쳐다보고 있는 사람 얘기야?”


희연은 그제야 여기가 카페 앞이라는 걸 깨달았다. 눈물을 얼른 닦아낸 희연이 정우에게 물었다.


“여기 쳐다보고 있어?”


“응.”


“지금도?”


“응. 아무래도 처음부터 쭉 그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얼굴 어때?”


“완전 못 봐줄 정도야. 김희연, 혹시 저 친구가 네 꿈이야?”


희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우야, 미안한데 나 집까지 좀 태워다 줘.”


“지금 이렇게 가면 저 친구 완전 오해 할 텐데, 괜찮겠어?”


“오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이젠.”


“왜? 속 썩여? 내가 손 좀 봐주고 갈까?”


정우가 카페에 들어갈 것처럼 행동을 하자 희연이 재빠르게 팔을 잡아 세웠다.


재희는 갑자기 희연이 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웬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녀와 나갔다. 그리고는 나의 그녀가 그의 등에 기대어 울었다.


그녀가 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미칠 것 같은데, 다른 남자에게 기대어 우는 건 상상으로도 하기 싫었던 것인데 지금 제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에 화가 났다. 심장이 깨질 듯 부서지게 아파왔다.


분명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왜 오늘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희연은 카페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정우의 차를 탔다. 희연을 차에 태운 정우는 재희를 한번 쳐다보더니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실은 차는 어딘가로 떠났다.


재희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상황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희연이 울고 있던 곳을 멍하니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이곳에서 희연을 다시 봤을 때, 아기띠를 메고 있던 희연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제가 아는 김희연은 자신과 떨어지자마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어떤 의심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희연이 우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다른 남자와 가는 것만으로도 아기띠를 메고 있는 김희연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 카페의 전화가 울렸다. 재희는 그 전화가 희연의 전화 일 것 같았다. 수화기를 들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다 상대방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윤재희씨, 미안한데 오늘 오픈 좀 부탁할게요.


재희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희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었다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희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저기...”


재희는 희연이 이대로 전화를 끊을 것 같아 급하게 불렀지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


재희는 지금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언가 조금씩 희연과의 사이에서 엇갈리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1년 전에도 느끼지 못한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재희는 갑자기 예전에 지훈을 소개 받던 날이 떠올랐다.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지만 지금 기분은 비슷했던 것 같다. 내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도 모르게 바람에 날려 산화되고 있는 그런 기분.


***


재희가 군대에 들어가고 얼마 후 희연은 지훈과의 교재를 시작했다. 그렇기에 지훈을 따로 소개 받은 적은 없었다. 딱히 누굴 만나는지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희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는 희연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희연을 몇 번이나 졸라서 지훈과의 만남을 잡았다.


희연과 지훈은 3년이나 된 커플이라 그런지 연인이라기보다는 친구처럼 편안해 보였다. 지훈은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는 연구원이었는데 공대 출신이라 그런지 꽤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분위기는 처음보다 좀 더 편안해 졌다. 어느새 이야기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재희의 진로와 꿈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나는 네 부모님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진로 때문에 지금도 부모님과 대치중이라고 말하는 재희의 얘기에 지훈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의대를 갈 정도의 머리를 가진 아들이 아직 찾지도 않은 꿈 때문에 진학한 의대를 포기 한다 그러면 걱정이 되지 않을까?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꿈같은 이상을 쫓으며 살기에는 지금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 아닐까?”


“그렇지만 삶을 살아가는 건 부모님이 아니라 저잖아요. 부모님이 제가 죽을 때까지 저를 온전하게 책임지는 게 아니라면, 제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당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끔 밀어붙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철없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건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제 자식이 편하게 살았으면 해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거지.”


“그럼 제 행복은요? 부모님 말씀처럼 움직였을 때 편안한 삶은 살겠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닌 거잖아요. 그러면 제가 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행복하지 않으면요?”


“이상을 쫓았지만 당장의 먹을 걸 걱정해야 하는 사람과 이상은 아니지만 부유해서 적당히 남들에게 베풀면서 사는 사람 누가 더 행복할 것 같아?”


지훈과 재희의 설왕설래가 계속 되자 희연이 끼어들었다.


“지훈씨, 너무 극단적인 예로 자극 하지 마. 재희 말도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해.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국은 최종적으로 그 결과를 감당해야하는 건 부모님이 아니라 재희 자신인 거야.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누가 그래? 부자라서 행복하다고 누가 그래? 그런 말은 이렇게 가볍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김희연, 왜 네가 화를 내고 그래?”


“화내는 게 아니라 지훈씨가 지금 재희를 너무 애 취급하니까 하는 말이야. 재희도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걸 텐데 그걸 나이가 어려서라느니, 철이 없어서라고 치부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어느 누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쉽게 결정을 해. 지훈씨가 재희처럼 그렇게 못한다고 해서 그걸 깎아 내리지 말라는 말이야.”


지훈과 희연의 분위기가 저로 인해 안 좋아 진 것 같아 재희는 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누나는 내편이야. 형, 형이 저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 알아요. 그러니까 이 얘긴 이쯤에서 해요. 자, 짠해요.”


이날 재희는 희연이 제 맘을 누구보다 잘 이해 해준 것 같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아직은 한참 어리게 보여 어린 저 대신 그녀가 나서준 것 같아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남자로 봐주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에게 마냥 어린 동생으로만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재희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자 어느새 희연은 지훈의 품에 안겨 언제 다퉜냐는 듯 서로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었다.


그제야 재희는 이 자리를 만들어 지훈을 만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안기거나 스킨십을 하는 걸 보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재희의 심장 한 켠에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저 옆에서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자 했었는데, 막상 희연의 옆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속이 쓰려왔고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재희는 지훈과의 만남은 되도록 피했다. 그리고 희연에게 ‘누나’라는 호칭 대신 ‘김희연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존댓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서로의 마음에 틈이 생겨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마음의 틈이 더 벌어져 서로 어긋나 손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르거든요.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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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에필로그 2. 윤재희표 가족만들기 19.03.04 103 2 15쪽
46 에필로그 1. 김희연 기획 신혼여행 19.03.03 1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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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설득하다 19.03.02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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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오해하다 19.03.01 90 2 9쪽
» 28. 어긋나다 19.03.01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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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울다 19.03.01 9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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