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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님의 서재입니다.

사랑하는 중입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9.02.26 18:54
최근연재일 :
2019.03.07 09: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095
추천수 :
104
글자수 :
249,983

작성
19.03.02 06:00
조회
109
추천
1
글자
11쪽

37. 선물하다

DUMMY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재희는 자신의 차로 민준이와 함께 희연의 집으로 향했다. 재희는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다 같이 먹을 케이크와 샴페인, 배여사를 위한 꽃다발 그리고 곧 청소년이 될 나경이를 위한 코트를 샀다.


“형, 저는 아무것도 준비 안했는데 어떻게 해요.”


“이거 너랑 같이 산거야.”


“에이, 어떻게 그래요.”


“그렇게 해. 그래도 돼. 내가 혼자 준비했다 그러면 그게 더 이상해.”


“그런가? 그래도 돼요?”


“응. 그게 나한테는 더 고마워.”


그래야 배여사님이 오해하지 않지. 재희는 뒷말은 생략했다.


“네. 그나저나 오늘 첫눈 온다고 하더니 안 올 건가 봐요. 올해는 눈이 안 오네요.”


“그러게. 눈 내리면 좋겠다.”


대문 앞에서 벨을 누르자 나경이가 나와서 문을 열어줬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재희의 인사에 나경은 새초롬하게 인사를 했다. 그때, 희연의 차가 대문 앞으로 와 정차했다. 재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더니 저절로 재희의 몸이 희연의 차로 다가가고 있었다.


“흠. 저기 아저씨.”


“어?”


“들고 있는 거 하나 주세요.”


“괜찮아.”


누가 들고 들어가느냐로 재희와 나경이 티격태격하다 보니 희연이 어느새 주차를 하고 다가왔다.


“사장님, 오늘까지 일하신 거예요?”


“응. 들어가자.”


나경을 따라서 민준이 들어가자 재희가 그 뒤를 따라 가면서 희연의 손을 또 슬쩍 잡았다. 희연은 눈을 흘기면서 고갯짓으로 민준이와 나경이를 가리키지만 재희는 안 본다며 그저 웃기만 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해 왔다. 거실에 차려진 상차림에 놀란 희연이 배여사를 쳐다봤다.


“배여사, 무슨 잔치해?”


“카페 식구들 처음 왔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너무 오버야.”


희연은 배여사의 큰손에 또 한 번 놀라서 핀잔을 주었다.


“얘, 어떻게 오늘만 먹니? 민준이 갈 때 싸주고 해야지.”


“정말요? 감사합니다. 매번 주시는 반찬도 너무 감사한데..”


“우리 먹는 거 조금 덜어서 가져다주는 걸 뭘 그래. 남자 혼자 살면서 잘 챙겨 먹지도 못 할 텐데.”


“어머님!!”


갑자기 재희가 또 억울하다는 듯 큰소리로 배여사를 불렀다.


“아, 깜짝이야. 왜?”


“저는요? 왜 저는 반찬 안주세요? 저도 혼자 사는데?”


“자네는 결혼할 애인이 갖다 줄 거 아니야?”


재희는 다시 한 번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말한 자신의 입을 원망하며 희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쀼루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애인이 안 갖다 줍니다. 아무래도 요리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머님이 주시는 거랑은 다르죠.”


“알았어. 챙겨줄게.”


“저 여기 있는 거 다 싸주세요.”


“알았어.”


“어머니, 그건 뭐에요?”


“맛 좀 볼래?”


“네.”


어느새 재희는 배여사 옆에서 바짝 붙어서 음식들 하나하나 맛보며 쿵짝이 되어 있었다. 집에서 음식은 해먹지도 않으면서 이 많은 걸 가져가서 어쩌려는지, 희연은 그런 재희를 보면서 이럴 땐 딱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식사시간이 되자, 배여사는 냉장고에서 술을 한 아름 갖고 나왔다.


“배여사, 윤재희씨 차 갖고 왔어. 민준이도 술 잘 못해.”


재희랑 민준은 희연의 말에 뭔가 대꾸를 하고 싶어 하는 듯 했으나 희연의 칼 같은 음성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얘, 이럴 때 술 안마시면 그게 연말 분위기가 나니? 이렇게 훌륭한 안주가 있는데? 안 그래?”


“그...그렇,죠.”


재희랑 민준은 배여사와 희연의 사이에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럼 자고 가.”


“엄마!!”


“얘가 왜이래? 어차피 민준이도 집에 가면 혼자일거고, 자네는..”


“네. 재희에요. 재희라고 불러주세요. 저도 집에 가면 혼자에요.”


재희는 희연의 눈은 아예 안보기로 했는지 자고가라는 말에 그저 신이 나서 대답했다.


“민준이는 괜찮아?”


“네, 저도 괜찮습니다.”


믿었던 민준이 마저도 배여사의 꼬임에 넘어가 날름 대답을 했다.


“그럼 됐네.”


그세 술은 언제 오픈했는지 이미 술잔에 채워지고 있었다. 희연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밥을 먹으면서도 재희는 이 사람, 저 사람 챙기느라 바빴다. 갈비찜을 민준의 앞으로 슬쩍 옮겨 놓았다. 그러자 민준은 감동받았는지 재희에게 인사를 했다.


“형, 고마워요.”


“응. 많이 먹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기가 재희네 집인 줄 알겠다. 재희는 희연의 젓가락이 많이 가는 음식을 가져와 희연의 밥 위에 올려주기도 했는데, 이 행동들이 너무 자연스러워 원래 재희의 성격이 그런가보다 하고 누구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나경만이 이 모습을 쳐다보며 나 홀로 혀를 차고 있을 뿐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을 불어야 한다는 재희의 말에 모두 밥상을 물리고 케이크 앞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거실의 불을 끄자 케이크 위의 촛불과 미니 트리의 꼬마전구에만 불이 들어와 있어,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지금까지 재희는 부모님이 이혼할 때까지 자신의 집이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희연의 집에 오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희연의 집을 보니 그동안 자신의 집은 잘 꾸며진 모델하우스 같은 그런 집이었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온기가 없는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차가운 모델하우스였다.


그러나 희연의 집에는 자신의 집에는 없었던 사람냄새가 나고, 따뜻한 온기가 있었다. 재희는 이런 게 집이구나 싶었다. 이런 게 사랑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추운 곳에서 지냈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집안의 따뜻함을 맛본 자신은 다시 그 집에는 못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갑자기 재희의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져 왔다. 그러면서 뜨거워졌다. 이런 재희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상 밑으로 희연이 재희의 손을 가만히 잡아 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희연이 괜찮다는 듯 위로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재희는 그런 희연의 마음이 고마워 손을 가만히 그러잡았다. 어쩌면 김희연이란 사람은 제게 이런 따스함을 알려주기 위해 신이 보내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배여사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덕담을 듣고 있는데, 흔들리는 촛불에 비친 희연과 그녀의 가족들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재희는 이 안에 자신도 계속 함께 하고 싶어졌다.


케이크의 촛불을 끄자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배여사는 작정이라도 한 듯 술을 재희와 민준에게 먹였다. 그리고 술이 약한 민준이 나가떨어지자, 배여사와 재희의 독대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내일 카페를 열어야 한다는 희연의 말에 술자리는 끝이 날 수 있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민준과 재희는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다. 민준은 이미 곯아떨어져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재희는 술을 많이 마셨음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아 거실 창문에 쳐져있는 커튼을 살짝 들추는데 어느새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재희는 희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요?」


그런데 희연에게 답이 없다.


‘이 여자, 남친을 이렇게 두고 자는 거야? 그래도 오늘은 처음 같이 보내는 크리스마스인데, 게다가 첫눈도 오는데...’


재희는 피곤이고 뭐고 오늘은 무조건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는 거야?」


그래도 답이 없다.


「밖에 눈 와.」


여전히 답이 없다. 힝, 벌써 깊게 잠들었나 싶어 포기하려는데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외투까지 챙겨 입은 희연이 방에서 조용히 나왔다. 재희는 그게 또 좋아서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중이다. 재희도 얼른 자신의 겉옷을 챙겨서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희연에게 다가갔다.


재희는 희연에게 다가가자마자 입술에 쪽 뽀뽀를 했다. 그러자 희연이 재희의 손을 잡고 쉿, 조용히 하라며 현관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갔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함박눈이라 그런지 마당은 벌써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재희와 희연은 평상에 쌓인 눈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자는 줄 알았어.”


“그러게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셔?”


“그럼 어떻게 해? 어머님이 주시는데.”


“적당히.”


“응.”


재희가 희연의 겉옷을 여며주며 묻는다.


“안 추워?”


“응. 괜찮아.”


재희는 희연의 손에 깍지를 껴잡은 후 자신의 외투 주머니로 가져왔다.


“우리 이렇게 눈 맞는 거 처음이다.”


“그러게.”


“김희연씨.”


“응?”


재희가 희연을 부르자, 희연이 재희를 쳐다보면 쪽 입술을 부딪쳐온다.


“메리크리스마스.”


“응. 메리크리스마스.”


희연이 갑자기 깍지 낀 손을 빼려했다.


“왜?”


“뭐 줄 거 있어.”


희연이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건넸다. 재희가 상자를 열어보면 손목시계가 있었다.


“채워줘.”


희연은 재희에게 손목시계를 채워주면서 말을 꺼냈다.


“손목시계를 여자가 남자한테 선물을 하는 건 당신의 시간을 소유하고 싶다는 뜻이래. 커플 시계를 할까도 했는데, 이 선물의 의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네 것만 샀어.”


그 사이 시계를 손목에 다 채운 희연이 재희를 바라봤다. 그러자 재희가 쪽, 입술을 부딪쳤다 떨어졌다.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이제부터 내 시간은 다 당신 거 해. 그리고 나도 줄 거 있어.”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희연이 상자를 열어보면 팔찌가 들어 있었다. 재희가 팔찌를 꺼내 희연의 손목에 채워주며 설명했다.


“여기에 들어간 보석은 문스톤이라고 반지에 들어있는 보석이랑 같은 거야.”


“응.”


“반지는 남들한테 보여줄 수 없지만, 이거는 보여줘도 될 것 같아서.”


“응.”


“그리고 팔찌 선물은 당신이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래.”


희연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피어올랐다. 팔찌를 다 채운 재희가 희연의 머리위에 쌓인 눈을 털어주었다.


“재희야.”


“응?”


희연이 먼저 재희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사랑해.”


이번에는 재희가 희연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나도 사랑해, 김희연.”


재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의 입술이 오랫동안 서로 맞물렸다 떨어졌다. 재희가 희연의 손을 다시 깍지 끼며 말했다.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이렇게 시간이 오래오래 멈춰있으면 좋겠어.”


“나도 그래. 그래도 아쉬워하지 마. 우리 앞으로 오래오래 이렇게 함께 할 거니까.”


희연이 재희의 어깨에 머리를 내려 기댔다.


“응. 우리 첫눈에 소원 빌까? 이렇게 오래오래 행복하자고.”


“그래. 그러자.”


재희는 눈을 감고 함께 맞는 첫눈에 간절히 빌었다. 지금 잡은 이 손을 절대, 다시는 놓지 않게 해달라고.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앞으로의 모든 크리스마스를 이 사람과 함께 보내게 해달라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붙어 앉은 두 사람 위로 눈이 화답하듯 내려와 앉았다. 눈이 내리는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서로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따스한 온기로 충만하기만 했던, 고요한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야 말로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 제게 해줬던 말이 갑자기 생각인 납니다. 내가 사랑받았던 추억 하나만으로도 열개 이상의 시련은 이겨낼 수 있다고.
정말 그런가요? 그렇다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러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줘야 겠어요.
모두들 사랑 가득한 날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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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에필로그3. 김희연의 꿈꾸는 오늘 19.03.05 127 1 12쪽
47 에필로그 2. 윤재희표 가족만들기 19.03.04 103 2 15쪽
46 에필로그 1. 김희연 기획 신혼여행 19.03.03 107 3 12쪽
45 45. 계속되다 19.03.02 113 1 12쪽
44 44. 설득하다 19.03.02 106 3 14쪽
43 43. 다투다 19.03.02 101 2 12쪽
42 42. 예뻐보이다 19.03.02 101 2 11쪽
41 41. 주정하다 19.03.02 103 3 11쪽
40 40. 허락받다 19.03.02 98 2 15쪽
39 39. 사랑하다 19.03.02 107 2 11쪽
38 38. 결심하다 19.03.02 107 1 11쪽
» 37. 선물하다 19.03.02 110 1 11쪽
36 36. 질투하다 19.03.01 95 2 10쪽
35 35. 비우다 19.03.01 103 2 11쪽
34 34. 아쉬워지다 19.03.01 100 2 11쪽
33 33. 바라다 19.03.01 104 2 9쪽
32 32. 해명하다 19.03.01 98 2 10쪽
31 31. 마주하다 19.03.01 114 1 10쪽
30 30. 고백하다 19.03.01 93 2 13쪽
29 29. 오해하다 19.03.01 90 2 9쪽
28 28. 어긋나다 19.03.01 103 3 11쪽
27 27. 신경쓰이다 19.03.01 118 1 10쪽
26 26. 거래하다 19.03.01 97 2 10쪽
25 25. 재회하다 19.03.01 9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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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울다 19.03.01 9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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