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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호리병 속 선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치맥세잔
그림/삽화
치맥한잔
작품등록일 :
2024.04.03 10:29
최근연재일 :
2024.05.19 13:3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6,508
추천수 :
962
글자수 :
199,302

작성
24.04.04 21:44
조회
1,219
추천
16
글자
8쪽

혼원양기결(1)

DUMMY

두려운 꿈을 꿨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할 자신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꿈이었다.

부모 형제 모든 이가 자신을 원망했고,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고 있었다.

단전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나 죽은 거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회상하듯 스치며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석호의 얼굴이 보인다.


석호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두려워?”

석호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한줄기의 빛이 되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헉.”

진운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열린 창문사이로 들어온 햇볕이 얼굴을 내리쬐고 있었다.

황급히 단전과 심장 부분을 만졌다.


멀쩡했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다.


흘린 땀으로 인해 온몸이 축축히 젖어있었다.

이곳은 진운이 배정받은 방이었다.


“악몽을 꿨구나”

지독한 악몽이었다.

그저 개잡부에 불과한 석호를 바닥에 엎드린 채로 올려다보는 그 순간을 말이다.


“그런 잡종에게 놈에게 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저 이 모든 게 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지독한 현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흐으... 흐하하하하. 꼴이 정말 우습구나 우스워.”

평생을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건만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진운이 묻자 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침하셨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중년의 남성이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진운 또한 황급히 자세를 갖추며 그에게 맞절을 했다.

그는 제 오봉의 장로를 보좌하는 결단기 수도사였다.

일설에 의하면 삼 장로 휘하의 인물로 삼 장로의 어머니를 모시다가 수선을 하게 되어 떠나게 된 삼 장로를 경지가 미약할 때부터 보좌했다고 한다.


그저 따지고 보면 시종에 불과한 위치였지만, 결단기 수도사인 동시에 장로의 측근이었던 것이다.

시종이라 하기에는 너무 높은 경지였기에 진운으로서는 조심을 할 수밖엔 없었다.


“부끄럽게도 동이 트는 줄도 몰랐습니다. 이숙(姨叔) 편안한 밤 되셨는지요?”

이숙이라 불리는 중년의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수련하느라 피로가 쌓였던 게지요. 장로님의 전언이 있으셨습니다.”

장로님의 전언에 흠칫 놀랐다.


“사부님께서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요?”

“별일은 아니고 일어나는 즉시 처소로 들라 하셨습니다.”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운은 몸을 씻고 옷 매무새를 가지런히 다듬었다.

그리곤 곧장 장로가 있는 처소로 향했다.


진운이 제삼봉의 장로가 거주하는 처소로 향할 무렵, 장로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 데, 그것은 수련을 도와줄 일종의 공법서였다.

책의 표지에는 혼원양기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자 사부님의 부르심에 따라 도착하였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오너라.”

진운은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했다.


“사부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보고 있던 책을 살포시 덮었다.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려는 듯,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뒷짐을 진 채로 말을 이었다.


“오랜시간 제자가 찾아오지 않아 부른 것이지. 그간 잘 쉬었느냐?”

오랜시간이라니?

잠깐 하룻밤 자고 일어난 것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제자 우둔해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진운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말했다.


“네가 며칠이나 누워 있었다고 생각되느냐?”

“... 제자 방금 전에 일어나 잘 모르겠습니다.”

“한달.”


흠칫.

진운은 자신이 그렇게나 오랜 시간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개잡부한테 졌고 그 사실을 알고 계신 것이라는 생각에 부끄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제자. 스승님께 실망시켜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하하. 그말이 듣고 싶어서 부른 게 아니란다. 제자야.”

그가 바닥에 엎드린 채로 벌벌 떨고 있는 진운의 오른쪽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히며 차 한잔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지고 이기는 것은 병가지 상사란다. 네가 한번 지면 어떠냐? 몸 성히 지내고 부지런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단다.”

진운은 조용히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바라봤다.


“제자야. 아니 진운아 세상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는지 아느냐?”

“제자는 잘 모릅니다.”

그 말에 삼장로가 피식 웃으며 좁쌀 한 주먹을 책상 위에 흩뿌렸다.


“내가 겪어 본 천재들은 눈앞에 보이는 좁쌀보다 더 많았다.”

진운은 그 말에 흠칫 놀랐다.

삼장로가 살아온 세월이 길다 하지만 선연을 지닌 수선자가 그리 많을 수 있다 말인가?


“수선자는 졌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란다. 마음이 꺾이는 것. 그것이야 말로 불충이자 불효인 것이다.”

부끄러웠다.

스승이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의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석호는 그 존재만으로 자신의 심마가 되어있었다.


“한 번 지면 어떻더냐? 두 번 세 번 도전해서 이기면 되지 않더냐? 그저 한번 졌다고 해서 낙심할 필요는 없단다. 수선자는 항상 오만과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 오만과 자만심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란다. 남을 베지 못하면 오히려 자신을 베게 만들지. 너는 한달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탓에 다른 제자들에 비해 배움이 늦어질 수밖에 없단다. 수련자원이 부족하면 내가 보태면 되지만, 마음이 꺾인 것은 내가 어떻게 하질 못한단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 뿐이란다.”

삼장로가 손을 휘두르자 사방에 흩어졌던 좁쌀들이 창밖으로 던지듯 사라졌다. 덮어 놓았던 책이 날아가 진운의 찻잔 옆에 놓였다.


“이것은..”


“하하. 이것은 혼원일기결에 수록된 공법 중 하나로 양기결의 내용만 정리해 놓은 책이란다. 내가 보기에 너와 가장 알맞은 공법으로 보여 준비했지. 비록 이 공법이 신공이라 칭하기에 부족한 점은 있어도 축기까지 성장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너는 지금 당장 가서 공법을 익히도록 하거라. 경지가 모자라면 단약을 영기가 부족하면 영석을 지원해줄테니 말이다. 이대로 넉놓고 있는 동안 네 경쟁자들은 하늘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반년 후 종문 내에 행사가 있을 예정이니 거기서 제 삼봉의 위상을 드높이기 바란다. 그때쯤이면 종문에서 내린 임무를 위해 떠난 네 사형제들도 돌아오겠지.”

사형제라니?

자신이 모르는 사형이 더 있는 건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책 표지에 적힌 글자 몇 개를 읽었을 뿐인데 온몸이 달아오르며 기운이 왕성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운은 모르고 있었지만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한계치 만큼 소모된 기운이 회복되며 연기 3성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다른 제자들에 비해 늦거나 모자람이 전혀 없었다.


“제자 진운... 스승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 송구하기 그저 없습니다. 하늘 같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물러가거라.”

진운은 스승이 준 책자를 받아들며 황급히 삼장로의 숙소에서 나갔다.

진운이 떠난 것을 본 삼장로가 창문을 닫고 들고 있던 찻잔을 수많은 공법서가 놓여 있는 단상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책장이 옆으로 움직이며 숨겨져 있던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장로는 익숙한 듯이 야명주 하나를 꺼내 들고는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는 얼기설기 만든 계단을 타고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스산한 음기가 샘솟은 관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소녀의 모습을 간직한 무언가가 잠들어 있었다.


“정아야...”


작가의말

으아.... 도저히 못쓰겠다.


오늘은 여기까지...쥬륵.

이 속도라도 유지하면서 쭉 나가야죠.


지금부터는 조금 성장에 대한 내용을 적을 수밖에 없네요.

쭉쭉 넘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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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오대 종문의 제자들과의 혈투(1) +2 24.05.14 582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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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혈호[血虎]! 서쪽 산의 제왕!(1) +7 24.05.10 670 20 9쪽
37 혈요비경[血妖秘境](2) +2 24.05.08 709 20 11쪽
36 혈요비경[血妖秘境] +4 24.05.06 757 19 15쪽
35 문지기의 시험(2) +6 24.05.05 702 18 9쪽
34 문지기의 시험(1) +5 24.05.05 693 16 11쪽
33 비경으로 향하다(3) +4 24.05.02 818 19 7쪽
32 비경으로 향하다(2) +2 24.05.01 774 17 10쪽
31 비경으로 향하다(1) +2 24.04.29 802 17 12쪽
30 16강. 열양지기와 검수 +4 24.04.23 897 15 8쪽
29 상선약수(上善若水)(2) +7 24.04.22 853 19 13쪽
28 상선약수(上善若水)(1) +5 24.04.21 906 18 10쪽
27 네번째 비무대회(2) +4 24.04.20 964 18 12쪽
26 네번째 비무대회(1) +4 24.04.18 91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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