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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우하사 대한제국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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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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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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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거리에 역도들의 목을 내걸다

DUMMY

작금의 조선에 대한 불만을 삭이지 못하여 정난(靖難)에 가담하고자 연판장에 수결한 자는 도합 백여 명이었다.

자신들이 부리는 젊은 가노(家奴)들을 동원하면 궁을 습격할 인원이 족히 오백은 나오리라.

나라를 뒤엎고자 하는 인원으로는 적을 것이나 그것은 딱히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조선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정난에 성공하면 자신들을 공격하고자 하는 세력은 없을 것이었다.

조선의 군대이든, 각 지역의 유지들이든.

그러니 임금을 손에 넣고, 전·현직 대신들로 이루어진 군국기무처의 위원들만 제거하면 된다.

그럼 정난은 성공할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전하를 확보하고, 왕명으로 군국기무처의 위원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죽입시다.”

“대원군과 세자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래도 이러니저러니 하여도 이 나라의 대원군과 세자가 아닌가.


“당연히 죽여야지요.”

“하지만...”

“그 둘을 죽이지 못하면 정난은 실패하고, 우리가 다 죽을 겁니다.”

“하지만 주상 전하의 친부와 적장자입니다. 지금이야 전하와의 사이가 나쁘다고 하여도 어찌 되었든 피를 나눈 가장 가까운 혈육입니다. 그 둘을 죽이면 전하께서 우리를 용납하시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용납하지 못하시겠지요. 본인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기회를 보아 우리를 다 없애고자 하겠지요. 그러니 정난을 끝내고 정난 공신으로서 정권을 장악하고 나면 적당한 왕족으로 임금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을 겁니다.”

“임금을 바꾼다니! 그건 진짜로 역적이지 않소!”

“그러지 않으면 정난이 성공하여도 우린 다 죽습니다! 역적이요? 성공하면 반정입니다.”

“...”

“그 정도의 각오도 없으셨습니까? 지금이라도 빠지시려고요?”


그럴 수는 없었다.

어찌 빠질 수 있단 말인가.

빠지겠다고 하는 순간, 다른 자들의 손에 당장 잔혹하게 살해당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 부리는 노비가 몇인데.”

“흐음...”


노비를 핑계로 덕분에 가까스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마터면 죽을 뻔하였다.


“궁의 정면으로, 광화문으로 궁에 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운현궁으로 갑시다. 운현궁 방면의 담장은 그리 높지도 않을 것이며, 경복궁과 통하는 문이 있다고도 하니까요. 신속하게 끝내야 합니다. 신속하게 끝내지 못하면 군대가 출동하여 우리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 겁니다.”

“아무렴요. 그래야지요.”

“사흘 후 자시에 이곳에 모여 거사를 시행합시다. 사흘이면 다들 준비가 가능하겠지요?”


사흘이면 무기를 장만하여 가노들을 무장시키기에 넉넉한 시간일 것이었다.


“사흘이면 충분하지요.”

“하면 사흘 후에 봅시다.”

“그럽시다.”


***


정난이든 반정이든 혁명이든 반역이든 그것들은 대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사흘.

가노들을 무장시키기에 넉넉한 시간일 것이었으나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 변하기에도 차고 넘치는 시간일 것이었다.


“합하!”


긴히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운현궁을 찾은 자는 흥선대원군에게 반역의 소식을 전해왔다.


“역도들이 반역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반역이라...”

“그렇사옵니다! 합하!”


한데 반역이라는 소식에도 흥선대원군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역시나 그렇겠지.”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던데, 진실로 그러하다면 자신은 불로장생하리라.

노비를 해방하는 일로 욕을 먹고, 그에 반발하여 들고 일어난 자들을 죽여없애어 욕을 먹고, 그렇게 곱절로 욕을 먹을 것이었으니까.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저 올 것이 온 것뿐이었다.

딱히 잔뜩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었다.


“그래. 자네 역시 본디 그들의 일원일 터. 하지만 역도들이 반역을 일으키고자 함을 알린 자네의 죄는 묻지 않겠네.”


대원군은 알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이야 모를 뿐, 반란에 대응하고자 진즉에 준비하고 있었다.

하긴 60년 세도정치를 끝내고 조선의 정권을 장악한 대원군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불온한 움직임을 모를 리 없었다.

참으로도 다행이었다.

정난이니 뭐니 하며 반란을 일으켰어도 실패하였으리라.

이리 먼저 달려와 역모를 고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목이 잘리고 자신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으리라.


***


“너희는 들어라! 이 나라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공맹의 도를 저버린 자들이 주상 전하를 겁박하며 조선을 망치고 있다!”


창칼과 활.

심지어 조총까지 구하여 무장했다.

그렇게 무장한 인원이 오백이 넘었다.

수양대군도 정난에 성공하였는데, 자신들이라고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우리가 조선을 바로 세운다! 국정을 농단하는 대원군을 사로잡고,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궁으로 진입하여 주상 전하를 구출한다!”


노비들 앞에서 차마 대원군을 죽이겠다 말하지는 않았다.

경복궁의 중건과 관련하여 욕을 많이 먹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삼정의 문란을 바로잡은 대원군이었다.

더욱이 대원군은 임금의 친부였으니 대원군을 죽이겠다면 분명 동요할 것이 뻔하였다.

그러니 그 사실은 밝히지 않는 편이 좋았다.

그러나 임금을 수중에 넣으면 대원군을 죽일 것이었다.

세자도 죽일 것이었다.

군국기무처의 위원들을 왕명으로 불러 그들도 다 죽일 것이었다.

이후 정권을 장악한 후, 임금을 폐위시키고 광해군처럼 제주도로 유배를 보낼 것이었다.

사실상 역모였으나 이는 역모가 아니었다.

역사는 이를 반정이라 할 것이었다.

역모인지 반정인지를 정하는 것은 어차피 승자의 권한이었으니까.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


타앙! 탕! 타앙! 타앙!


시끄러운 폭발음이 사방에서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정난을 위해 모인 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놈들! 무엇을 하느냐! 나를 지켜라! 어서!”

“이, 이게 뭐야! 도망쳐!”


어떤 자는 자신의 노비들로 벽을 만들어 그 뒤에 숨고자 했고, 어떤 자는 노비들은 물론 거사를 함께하기로 맹세한 동지들마저 버리고 도망치고자 했다.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군대도 아닌, 그저 무기를 들고 모인 것뿐인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불시에 기습을 받았으니 대응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사, 살려주시오! 우리는 그저 주인어른이 시키는 대로... 아아악!”


주인이 시키는 대로 반역을 저지르는 존재, 그것이 노비였다.

그리고 노비에게 있어 주인을 잘못 만난 것은 죄였다.

그것이 작금의 조선이었다.


“반역을 꾀한 역도들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다 죽여라!”


무기를 들고 이 자리에 모인 자, 그저 전부 역도일 뿐이다.

충성스러운 조선의 군대는 역도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역적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


도성 내에서 반역을 꾀한 역도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었다.

그들의 수급이 무려 오백여 개.

그것들은 육조거리에 내걸렸다.

단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


“지난밤에 역도들을 소탕했사옵니다. 전하.”

“역모라... 골치가 많이 아프시겠소. 대원군.”


도성에서 반역을 꾀하는 역도들을 소탕했음을 알리는 흥선대원군.

그리고 이를 가지고 은근히 비꼬는 고종이었다.


“하아... 주상.”


그런 고종의 반응에 흥선대원군은 한숨부터 나왔다.


“역도들의 칼날이 지금은 나와 세자를 노리고 있다지만, 그 끝이 어디를 향하리라 생각하시오. 주상은 무사하리라 생각하시오?”

“대원군. 말이 심하시오.”

“전혀 심하지 않소. 주상. 역도들의 칼날은 결국 주상을 노릴 수밖에 없소이다. 임금의 아비와 자식을 죽이고, 두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는 자가 있다고 보시오? 태조대왕께서 전조(前朝) 고려의 창을 어찌하여 폐하였겠소. 정말로 그가 왕씨가 아닌 신씨라 여겨 폐하였다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

“...”

“주상. 창이 왕씨이든 신씨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일이오. 창의 아비인 우를 폐한 태조대왕께서 어찌 창을 왕위에 앉혀두고 두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었겠소. 창이 우의 복수를 꾀하든 꾀하지 않든 그것 역시 중요하지 않은 일이오. 두 발 편히 뻗고 자자면 무슨 수를 써서든 창을 치울 수밖에 없는 일이오.”

“...”


대원군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대원군과 세자에 대한 복수를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었다.

임금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은 그저 명분일 뿐.

저들이 성공한다면 결국 자신은 왕위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왕위에서 쫓겨나면 어느 외딴 섬에 유폐될 것이 분명하였다.

어쩌면 세조대왕이 행하였던 것처럼 사약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종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과 대원군, 그리고 세자.

서로 권력을 두고 다투었어도 그저 다투는 것일 뿐이었다.

유폐를, 더 나아가 목숨까지 빼앗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들의 손에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대원군과 자신과 세자까지 삼대가 모조리 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도성에서의 반역은 진압했으나 역심을 품은 자들이 어찌 도성에만 있겠소이까. 또한 도성에서도 아직 역심을 품은 자들이 남아있을 수도 있는 일이오.”

“그, 그럼 어찌해야 하오. 대원군.”


노비는 역모가 아니고서는 주인을 관에 신고할 수 없다.

설령 자신의 부모와 자식이 주인에게 매를 맞아 죽어도, 자신의 처가 주인에게 강제로 범해져도 노비는 주인을 신고할 수 없었다.

노비가 주인을 신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역모뿐인데, 주인이 수상한 짓을 하여도 그것이 역모인지 역모가 아닌지 노비가 어찌 알겠는가.

만약 신고하였는데 역모가 아니라면 그 노비는 어찌 되겠는가.

주인의 손에 죽고 말 것이다.

그러니 노비는 실제로는 역모조차도 신고할 수 없는 몸이다.

오히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무기를 들고 따라나서 반역에 가담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조속히 노비의 해방을 선포하셔야 하오. 주상. 그리고 해방된 노비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불온한 자들을 색출하여 벌하셔야 하오.”

“알겠소. 내 역도들을 소탕하는 일에 관하여 필요한 모든 것을 윤허하오. 그러니 역도들을 모조리 소탕해주시오. 대원군.”

“명을 받들겠나이다. 전하.”


***


왕명이 떨어졌다.

조선의 조정은 양천제 폐지를 선포하였다.

군주 아래 ‘만민의 평등’이 그 명분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자는 왕권을 부정하는 자, 즉 역적이었다.

그리고 서양의 신식 무기로 무장한 4만의 대군을 보유한 조선의 조정이었다.

그랬기에 누구도 감히 반대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육조거리에 머리통이 내걸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양천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여도 당장에 신분이 천한 자가 신분이 귀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귀한 자는 귀한 자, 천한 자는 여전히 천한 자였다.

하지만...


“지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유!”

“이, 이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놈 저놈 하지 마시유! 나도 어르신도 다 똑같이 전하의 백성이 아니유!”

“이놈이!”


노비의 신분에서 해방된 자들의 신고로 관아는 미어터지고 있었다.


“어쨌든 신고가 들어왔으니 협조를 해주셔야겠소.”

“나, 나는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네. 죄가 없어.”

“그건 조사해보면 밝혀지지 않겠소.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고, 무고라면 그 역시 처벌을 받을 것이오.”


조정에 불만을 품고 역모를 꾀하던 자들은 속속들이 밝혀져 모조리 머리통이 날아갔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역적들의 머리통이 너무나도 많아 조정에서는 육조거리에 수급을 내거는 일을 포기할 정도였다.

더하여 역모가 아니더라도 지난 범죄가 밝혀진 자들 역시 처벌을 피하지 못하였다.

이는 그간 자신들을 학대해온 주인에 대한 옛 노비들의 반란이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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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교토(狡兔)는 삼굴(三窟)이라 했다 +7 24.04.25 1,562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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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청불전쟁의 똥물을 피하였다 +3 24.04.23 1,583 47 13쪽
46 파병하기엔 여력이 없을 예정이다 +5 24.04.22 1,623 50 12쪽
45 그저 영국하는 영국이었다 +5 24.04.19 1,759 51 13쪽
44 동양 평화를 위해 파이팅하는 청이었다 +4 24.04.18 1,782 50 13쪽
43 전쟁이다. 특수다 +3 24.04.17 1,799 50 12쪽
42 내 꿈은 국제결혼 +15 24.04.16 1,900 48 13쪽
41 산업사회로 걸음을 내딛다 +6 24.04.15 1,910 50 11쪽
40 믿을 것은 인적 자원 +5 24.04.12 2,075 55 12쪽
» 육조거리에 역도들의 목을 내걸다 +3 24.04.11 2,068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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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선의 세자는 규슈를 원한다 +3 24.04.08 2,063 54 13쪽
35 나는 그에게로 가서 신이 되었다 +9 24.04.05 2,141 58 12쪽
34 군주 아래에 만민이 평등한 법 +3 24.04.04 2,117 56 13쪽
33 내 돈 건드릴 생각 마라 +5 24.04.03 2,161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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