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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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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863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04.26 08:10
조회
783
추천
12
글자
10쪽

어제보다 슬픈 오늘 -1-

DUMMY

28화. 어제보다 슬픈 오늘 -1-



봄이 도래했다. 하지만 유리와 소영, 류연은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내고 있었다. 정지우의 가택구금이 곧 끝나는 탓이었다. 특히 소영이는 매일 밤 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해했다.


“으으으···.”


‘엄마는 오늘도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네.’


유리는 소영이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조금 있자 소영이가 눈을 떴다. 유리는 소영이를 꼭 안아주었다.


“또 악몽을 꾼 거야?”


소영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오빠랑 힘을 합쳐 지켜줄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소영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지만 숨소리는 여전히 고르지 못했다. 유리는 소영이가 깊은 잠에 빠져 들 때까지 소영이의 등을 쓸어 주었다.


**


“지금 용병들이 아래층에 와 있다고?”


“예. 부회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려가지.”


자리에서 일어난 정지우는 비틀거렸다. 비서는 급히 약을 적신 손수건을 가지고 왔다. 손수건을 입에 가져다 대고 나서야 정지우는 똑바로 걸어 엘리베이터로 갔다.


센트럴 타워 150층에는 허름한 옷을 입은 무리가 모여 있었다. 복장은 제각각이었지만 절도 있는 자세와 옆구리의 통일된 검집이 이들이 같은 소속임을 말해주었다.


“부회장님 들어오십니다.”


정지우는 특수 경호원 스무 명을 대동해 그들과 만났다. 이들은 원래 정지우를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인원이었지만, 현재로선 정지우의 개인 사병이나 다름없었다.


“힘들게 오셨습니다. 코어 코퍼레이션 부회장 정지우라고 합니다.”


“인사는 됐소. 서로 누군지 알 테니. 여기 모인 모두를 고용하고 싶으시다고?”


“예. 그렇습니다.”


“선수금을 받았으니 일은 해야겠지. 도장을 찍기 전에, 다시 한 번 의뢰 내용을 말해주시오.”


“이 셋을 생포해 주시면 됩니다. 남자는 죽여도 상관없지만 여자나 꼬마를 죽인다면 계약은 파기입니다.”


정지우는 유리, 소영, 류연의 인적 사항을 용병 대장에게 건넸다. 용병 대장은 잠시 훑어보더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작전 개시일은 앞으로 한 달 후입니다. 그동안 제 개인 공간을 편히 사용해 주십시오.”


“자. 짐 풀어라. 타지에 나와 있다고 해서 풀어지는 놈은 내가 용서치 않는다.”


“예.”



‘저들 중에서 몇이나 넘어오려나.’


이번에 정지우는 E 구역의 중소 세력 하나를 통째로 고용했다. 확실한 일처리를 위해서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정지우의 최종 목표는 코어 코퍼레이션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힘이 필요했다. 정지우는 일이 끝나면 내공 수련자들에게 향락을 제공해 최대한 많은 수를 영입할 생각이었다.


**


물방울로 슬픈 그림을 그린다.

어린 새의 둥지는 어디에.

비명의 아리아가 메아리 되어 창공에 흩어진다.

되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8월 13일 아침 뉴스입니다. 오늘 낮까지는 이상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맑은 날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늦은 오후부터는 우천을 동반한 강한 바람이···.”


TV에서는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었다. 류연은 TV를 끄고 일어났다.


“갔다 올게.”


“다녀오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지하실로 숨어.”


“그래. 잘 갔다 와.”


유리와 류연은 평소와 같이 집을 나서 미개발지로 향했다. 오늘은 해가 뜨는 날이 아니었지만 특이하게도 먼지구름이 걷혀 맑은 햇살이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정지우가 가택 구금에서 풀려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갔다. 아직까지 아무 일도 없었지만 유리는 소영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가는 게 늘 불안했다.


“오빠.”


“왜?”


“오늘은 집에 있어.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알았어.”


결국 유리는 미개발지로 가다 류연을 돌려보냈다. 류연도 그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류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연아. 왜 돌아왔어?”


“유리가 오늘은 집에 있으래.”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밤에 잠을 설친 소영이는 가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 재고정리 하는 것 좀 도와줘,”


“알았어.”


류연은 소영이가 재고정리를 하는 것을 도왔다. 재고정리를 마치자 점심때가 되었다.


“날이 뒤숭숭해서 그런가. 어떻게 점심때까지 손님이 한 명도 없지?”


“그러게.”


“오늘은 가게 문 닫고 쉬어야겠다. 점심이나 먹자. 금방 밥 차릴게.”


소영이는 ‘금일휴업’이라 적힌 팻말을 가게 앞에 걸어두고는 집으로 갔다. 소영이는 고기를 굽고 아침에 먹은 국을 데워 왔다.


“간단하게 비빔면 같은 거 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잘 먹어야지.”


“고마워. 잘 먹을게.”


점심을 다 먹은 류연은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고 있자 뒤에서 소영이가 다가와 끌어안았다.


“서방님~ 고마워요.”


“서방님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왜? 유리도 없잖아. 옛날부터 연이는 내 서방님이었는데. 안 그래?”


처음 해동되었을 때의 류연은 키도 소영이보다 작았고 얼굴도 실종되었을 당시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동안 잘 먹고 높은 강도의 체력 훈련을 하자 금세 성장했다.


류연은 소영이보다 머리 하나 더 커졌고 체격도 좋아졌다. 얼굴도 어른스러워져 소영이는 종종 류연을 서방님이라 불렀다.


류연은 이 호칭을 약간 부끄러워했다. 설거지를 마친 류연은 뒤돌아 소영이를 번쩍 안았다.


“어맛.”


소영이의 얼굴은 발그스름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류연은 자신의 방 침대로 갔다.


누울 공간이 좁았기에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침대가 들썩이더니 남녀의 야릇한 채취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


센트럴 타워 최상층에서 네오 메트로폴리스를 장난감처럼 내려다보던 정지우는 박수를 쳤다.


“오늘이다. 준비시켜.”


“예.”


정지우는 하층에 있는 개인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용병들은 값비싼 스포츠카 사이에 주차해둔 승합 차량에 미리 탑승해 있었다. 정지우도 그 중 한 대에 올라탔다.


“차종 좀 다양하게 준비하라 했잖아?”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뭐. 상관없어. 출발!”



“여긴 동네가 뭐 이래.”


“그러니까요. 무정부시보다도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오 메트로폴리스 외부, 즉 E 구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E 구역이라 부르지 않았다. 대신 현 실정에 가장 근접한 이름인 ‘무정부시’라 부르고 있었다.


“대장님. 2호차는 당장 못 들어올 것 같답니다.”


“어쩔 수 없지.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할거라고 본다.”


**


류연과 소영이는 나체로 끌어안고 잠이 들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전운을 느낀 류연은 소영이를 깨웠다.


“소영아. 일어나. 정지우가 온 것 같아.”


“뭐? 알았어. 너도 조심해.”


“미리 정한 암호가 아니면 절대 열어주면 안 돼. 유리가 올 때까진 내가 버텨볼게.”


둘은 무사를 기원하는 입맞춤을 나눴다. 소영이는 재빨리 옷을 입고 지하 대피소로 피신했다.


류연도 유리에게 연락하고 장비를 착용했다. 이제부터 류연은 유리가 올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했다.



“정의의 용사?”


적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정지우가 거만을 떨며 선두로 나왔다. 정건우와 닮은 그의 얼굴을 보자 류연은 속에서 화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너희 형제들은 예전에도 잘 살았고, 지금은 더 잘 살고 있잖아. 왜 우리를 괴롭히는 거지?”


“내 동생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하나 못 가진 게 있거든. 그게 강소영 그년이야.”


“그럼 앞으로도 못 가질 거야. 소영이는 원래 내 거였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건방진 놈. 어서 저 놈을 죽여 버려.”


용병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혼자서 우리 모두를 막겠다고?”


“···.”


류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아아아악.”


류연이 날린 검기에 정지우의 팔이 하늘로 치솟았다. 지준성이 급히 감싸지 않았다면 잘려나간 것은 팔이 아니라 목이었을 것이었다.


‘내가 먼저 노린다.’


유리가 알려준 필승의 방법이었다.


“커허헉.”


베기와 찌르기 중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당연 찌르기다. 섬광과도 같은 쇄도에 한눈팔고 있던 용병의 목이 뚫렸다.


그의 실력으로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완벽한 기습이었다. 검을 뽑자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적들의 동요가 피부로 느껴져 왔다. 명령에 따라 전진하고는 있었지만 처음보다는 기세가 많이 꺾여있었다. 충분히 많은 수가 마당으로 들어왔을 때, 류연은 소리쳤다.


“소환! 블러드 골렘.”


“그워어어어.”


담벼락이 땅에서 뽑혀 나와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블러드 골렘에 의해 용병들이 구성하고 있던 대열이 흐트러졌다.


“당황하지 마라. 1, 2, 3조는 거인을, 4조는 저 놈을, 나머지는 회장님을 지킨다.”


하지만 명령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전투는 그대로 난전이 되었다.


“검기가 안 통합니다.”


“으아아악.”


블러드 골렘은 전보다 강력해져 있었다. 블러드 골렘은 보유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적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 나갔다.


류연 쪽으로 간 4조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수치적인 전력은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지만 계속 피해가 누적되었다.


“중상자는 뒤로 후퇴하라. 진형을 새로 짠다.”


살의가 가득 담긴 류연의 검이 화려하게 춤 출 때마다 바닥에 붉은 물감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미 4조 구성원 열 명중 두 명은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고, 세 명은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할 중상을 입었다.


“2호차는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다고 합니다!!”



‘유리는 언제 오는 거야.’


적의 숫자가 계속 늘어났다. 류연의 정신은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신체가 따라오지 못했다.


‘윽.’


결국 류연은 복부에 치명상을 허용해버렸다. 피를 흘리자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는데···. 소영이가 위험해···. 블러드 골렘도 한계인 것 같은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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