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884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04.09 07:44
조회
864
추천
11
글자
10쪽

재회 -2-

DUMMY

23화. 재회 -2-



“되게 일찍 왔네? 잠깐. 이게 무슨 냄새야?”


“씻고 와서 말할게.”


옷에 밴 시체 냄새는 최악이었다. 쓰레기통에 옷을 던진 유리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씻고 나왔어.”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내일 나랑 미개발지에 가자. 가게는 하루 쉬고.”


“왜? 납득이 갈 만해야 가게를 쉬지.”


유리는 지하 연구소와 냉동인간에 대해 말했다. 비현실적인 내용에 소영이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 영화 시나리오 말하는 거 아니지?”


“정말 아니야.”


유리의 얼굴은 진지했다. 소영이는 유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근데 난 시체 보는 게 무서워. 그냥 앞까지만 가면 안 될까?


“괜찮아. 내가 있잖아.”



다음날 아침, 둘은 낡아서 버려야 할 옷들로 갈아입고 연구소를 향해 출발했다.


“이건 어디서 났어? 엄마한테 말 안했잖아.”


“저번에 얻은 전리품이야. 수련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쓰는 중.”


“오토바이는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타. 헬멧 사줄 테니 꼭 쓰고.”


“알았어. 꽉 잡아. 출발한다.”


유리는 소영이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미개발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아···니.”


미개발지를 달린 소영이의 얼굴은 초췌해져 있었다. 오토바이가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한 탓이었다.


“물 한잔 마셔. 퓨어 워터.”


정수된 물이 유리의 손바닥에 모였다. 소영이는 그것을 마시고 정신을 좀 차렸다.


“마스크랑 고무장갑 끼고. 워터 실드.”


물로 만들어진 얇은 막이 소영이의 몸 주변에 생성되었다. 신기하게도 입고 있는 옷은 전혀 젖지 않았다.


“보호막이야. 심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해제되지 않을 거야.”


“알았어.”


어젯밤 내린 눈을 치운 유리는 마법으로 봉해 둔 입구를 열었다. 보관실의 악취가 연구소 전체로 퍼졌는지 비 오는 날의 하수구 냄새가 밑에서 올라왔다.


“저길 꼭 내려가야 할까?”


“나 혼자 판단하기 힘든 문제라 어른이고 똑똑한 엄마가 같이 좀 가주면 좋겠어. 내가 먼저 내려갈게.”


“그래.”


유리는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불 키면 내려와. 발 조심하고.”


유리는 어둠 속에서 물체를 볼 수 없는 소영이를 위해 불을 밝혀주었다.


“숙직실이랑 운송실은 별 거 없어. 실험실부터 가자.”



“이런 실험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니.”


“그러니까.”


소영이도 문서를 보더니 당혹감을 멈추지 못했다. 냉동인간 프로젝트는 소영이의 정신세계로는 절대 생각해낼 수도 없고, 이해하지도 못할 종류의 실험이었다.


“이건 뭐야?”


“실험체들의 인적 사항이 기록된 차트.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사람들 거라 대충 보고 여기 놔뒀어.”


“···.”


“엄마. 왜 그래?”


차트를 읽고 있던 소영이의 손이 떨렸다. 들고 있던 문서가 땅에 떨어져 종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리는 소영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유, 유리야. 보관실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정말이야?”


“응.”


“보관실로 가자 얼른.”


소영이는 유리를 재촉했다.


“잠깐만, 잠깐만. 지금 가면 위험해. 환기를 좀 시킬게.”


환기는 금방 끝났다. 소영이는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도 괜찮아.”


“아직 가동 중인 생명 유지 장치가 어떤 거야?”


“맨 끝에 있는 거.”


소영이는 한달음에 보관실의 끝까지 달려갔다.


“유리야. 해동시키자. 이 냉동인간의 정체는···.”


소영이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했던 유리는 문서를 읽어보았다.


‘아하.’


이제야 소영이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냉동인간의 정체는 소영이가 오랜 세월동안 찾아왔던 인물이었다.


“지금 바로 해동할게. 엄마는 잠시 나가 있어. 신체에 손상이 가지 않게 알려면 보관실 전체를 얼려야 하거든.”


“같이 있으면 안 될까?”


“너무 위험해. 내가 씌워준 워터 실드가 얼어붙을 거고, 잘못하면 동상을 입게 될 수도 있어. 완벽하게 해동시킬 테니까 맛있는 저녁 기대할게.


**


유리는 보관실 내부의 온도를 낮추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배터리를 뜯어내자 전원 공급이 차단되었다. 생명 유지 장치를 냉각 캡슐에서 때어낸 유리는 내부의 고정 장치를 해제했다.


완전히 굳은 소년의 신체가 미리 그려둔 마법 문양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졌다. 유리는 보관실의 온도를 서서히 올렸다.


마법적인 방식으로 해동이 진행되었기에 내부에 손상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른쪽 절반을 차지한 동상의 흔적은 어쩔 수 없었다.


‘제법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지금까지 죽지 않았던 거구나.’


소년의 신체 절반에는 생각보다 많은 내공이 순환하고 있었다. 조금 있자 소년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유리는 수건으로 맺힌 물기를 닦아냈다.


‘잘 생기긴 했다. 엄마가 푹 빠질 만하네.’



“다 했어. 가자.”


“유리야. 고마워. 연아 일어나 봐. 나야 소영이. 15년이나 지나긴 했지만···.”


소영이는 흐느끼며 류연의 몸을 매만졌다. 하지만 류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일어나지 못할 거야. 어쩌면 평생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육체가 살아 있다 해도 정신은 어떨지 모르거든. 일단 집으로 가자.”


“그···래.”


“잘 잡아. 의식이 없는 상태라 떨어지면 크게 다쳐.”


“너도 조심해.”


“나야 뭐. 워낙 몸이 튼튼하니까.”


유리와 소영이는 류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춥다. 내 옷을 입힐게.”


“아니야. 엄마 감기 걸려. 사이즈도 안 맞고. 내가 해결할게.”


류연의 몸에 마법으로 만든 패딩과 두꺼운 바지가 입혀졌다.


“우리 딸은 옷도 잘 만드네.”


“아직 실력이 없어서 보기보다 착용감이 별로야. 임시방편이니까 그냥 출발하자.”


“근데 유리야···. 이번엔 좀 살살 달리면 안 될까?”


“알았어. 그래볼게.”


**


“일단 눕혀 놓자. 몸이 실온에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동상은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는 마족이라 치유 마법을 쓸 수 없어. 같은 마족이라면 마력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회복시킬 수 있겠지만.”

“근데 이 사람 내공 수련자였어?”


“수련을 하긴 했는데 기간은 길지 않아. 한 3년?”


“진짜? 전에 싸웠던 세 명의 합보다도 내공을 많이 쌓았는데? 그래서 말인데, 아마 빠른 시일 내에 깨어날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린 좀 씻자.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무슨 전쟁 때 몸에서 나던 냄새가 나네.”



“오늘 저녁은 뭐야?”


“애는 누굴 닮아서 식욕이 이리 강할까. 삼겹살 구워먹자. 엄마는 와인 한 잔 마셔야겠다.”


“콩 심은데 콩 나는 거지 뭐. 나도 와인 마실래.”


“술은 안 돼.”


“치. 한 잔만~ 응?”


“애교 부려도 안 돼. 냉장고에서 삼겹살이나 가지고 와.”


유리는 냉장고에서 삼겹살을 가지고 왔다. 식탁위에 삼겹살이 유리의 앉은키만큼 쌓였다.


“저걸 다 먹으려고? 돼지야.”


“엄마도 많이 먹잖아. 그냥 돼지 가족 하자. 삼겹살 올린다.”


유리는 적당한 양을 집어 불판 위에 올렸다. 고소한 삼겹살 굽는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삼겹살이 다 익어갈 때쯤 소영이는 잔에 와인을 따랐다.


“유리야. 건배할까? 넌 콜라로 해.”


“아. 밋밋한데. 알았어. 건배.”


“건배.”


많아 보였던 삼겹살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와인 병도 반 이상 비워졌다.


‘와인이 원래 저렇게 먹는 술이었던가?’


와인은 식전에 한 잔만 가볍게 마시는 술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영이는 와인을 맥주처럼 들이켰다.


‘뭐. 엄청 기쁜가 보지. 나였어도 그럴 것 같아.’


“유리야.”


“왜?”


“술 마시고 싶니? 한껏 취하고 싶니?”


“···. 응.”


“안 주지~ 히히.”


‘취했네.’


기분 좋은 상태에서 취한 소영이는 주사를 부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유리는 소영이의 주사를 받아 주었다.


“아 뭐야~ 엄마 취했어? 장난치지 마~”


“나 안 취했어. 가게 가서 마시고 싶은 거 가지고 와. 오늘은 둘이 진하게 마시자. 대신 다음부터는 절대 안 돼.”


“알았어.”


유리는 쾌재를 부르며 마셔보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가지고 왔다.



“으음··· 벌써 여섯 시네. 가게 문 열어야 하는데···. 얼마나 마신 거야.”


숙취로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거웠다. 이제 20대가 아닌 것이 실감되었다.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소영이를 움직이게 했다.


‘내가 미쳤지. 애한테 술을 먹이다니.’


유리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앞의 탁자에는 양주병이 놓여 있었다. 소영이는 유리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


“유리야. 이 닦고 올라가서 자.”


“우웅. 알았어.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야?”


“그러게.”


냄새의 근원지는 류연의 방이었다. 얼어있던 세포가 깨어나며 쌓여있던 노폐물을 신체 외부로 내보낸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좀 씻기자.”


소영이는 류연을 화장실로 데려 가 씻겼다. 꾸벅꾸벅 졸며 옆에 서 있던 유리는 류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 눈 뜬 것 같은데?”


“진짜? 난 못 봤는데.”


“아까 분명히 눈꺼풀이 떨렸어. 약간 의식이 돌아왔나 봐.”


“의식이 돌아온 거면···. 뭐라도 먹이는 게 좋겠지?”


“응.”


류연을 침대로 옮긴 소영이는 미음을 만들어왔다.


“후~.”


소영이는 적당한 온도로 미음을 식혀 류연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의식이 없어 미음은 대부분이 밖으로 흘러내렸지만 소영이는 차분히, 끝까지 먹였다.


“이제 쉬게 두자. 너도 어서 자러 가.”


작가의말

선작, 추천, 코멘트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개의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새 보금자리 -2- 19.05.10 730 11 10쪽
31 새 보금자리 -1- 19.05.07 749 12 11쪽
30 어제보다 슬픈 오늘 -3- 19.05.03 747 13 9쪽
29 어제보다 슬픈 오늘 -2- 19.04.30 738 10 9쪽
28 어제보다 슬픈 오늘 -1- 19.04.26 784 12 10쪽
27 이방인 -4- 19.04.23 780 12 9쪽
26 이방인 -3- 19.04.19 799 12 9쪽
25 이방인 -2- 19.04.16 819 11 12쪽
24 이방인 -1- 19.04.12 835 13 10쪽
» 재회 -2- 19.04.09 865 11 10쪽
22 재회 -1- 19.04.05 879 10 10쪽
21 배신 -4- 19.04.02 871 11 9쪽
20 배신 -3- 19.03.31 930 11 9쪽
19 배신 -2- 19.03.26 957 11 10쪽
18 배신 -1- 19.03.24 952 14 10쪽
17 새 친구들 -2- 19.03.19 944 11 9쪽
16 새 친구들 -1- 19.03.17 1,045 13 12쪽
15 마족 아이 -5- 19.03.16 1,056 12 9쪽
14 마족 아이 -4- 19.03.12 1,070 14 11쪽
13 마족 아이 -3- +2 19.03.10 1,173 14 10쪽
12 마족 아이 -2- 19.03.09 1,211 11 11쪽
11 마족 아이 –1- 19.03.05 1,304 12 10쪽
10 강소영 -4- 19.03.03 1,376 15 11쪽
9 강소영 -3- 19.03.02 1,490 16 9쪽
8 강소영 -2- 19.02.26 1,572 15 10쪽
7 강소영 -1- 19.02.24 1,757 16 11쪽
6 달에 갇힌 세계 -2- 19.02.23 1,982 16 8쪽
5 달에 갇힌 세계 -1- 19.02.19 2,311 16 9쪽
4 종말의 겨울 -1- 19.02.17 2,646 21 11쪽
3 류연의 실종 -2- 19.02.16 3,194 2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