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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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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64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02.24 10:07
조회
1,756
추천
16
글자
11쪽

강소영 -1-

DUMMY

강소영 -1-

소영.png

“따르르릉.”


휴대폰 알람 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넒은 침대에서 혼자 자던 방 주인은 팔을 뻗어 알람을 끄고는 욕실로 갔다.


“솨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진 따뜻한 물이 거울을 뿌옇게 만들었다.


조금 있자 샤워기가 꺼졌다. 그리고 늘씬하고 볼륨감 있는 여성 실루엣이 자욱한 수증기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후. 오늘도 해를 보기는 힘들 것 같네.’


그녀는 블라인드를 올렸다. 펜트하우스 유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오늘도 잿빛이었다. 여전한 태양의 부재에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지상의 까마득하고 흐릿한 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에는 어제 퇴근하며 사 온 주스와 샐러드가 들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그녀는 드레스 룸으로 갔다. 가운을 벗고 새 수건으로 완전히 물기를 말린 그녀는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톡. 톡.”


새하얀 피부 위에 옅은 화장을 하는 것으로 그녀는 출근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구역장님.”


그녀가 출근한 곳은 B 구역 중앙행정기관이었다. 중앙행정기관의 입구를 들어서자 공무원들이 그녀를 반겼다.


“오늘도 모두 힙 냅시다.”


부드럽고 활기찬 목소리로 공무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 그녀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네오 메트로폴리스 B 구역장 강소영]이라 적힌 명패를 잠시 만지작거리던 소영이는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


2025년 현재, 올해로 24세인 소영이는 종합 능력 평가에서 전체 차석을 기록해 B 구역의 구역장이 되었다.


그 성취는 대단한 것이었지만 소영이는 요즘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약간의 외로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막 청소년기에 접어 들 때, 버팀목이 되어 주던 류연까지 실종되었다. 류연의 실종 이후, 소영이는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공부도 아픔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한 것이었다. 수시로 날카로운 감정이 마음을 후벼왔지만 소영이는 꾹 참았다.


하지만 2020년도 수능시험의 만점자가 되고서도, 스물 둘의 나이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서도 이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세상까지 소영이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 것이었다.



“왜애애애애앵.”


[현재시간 서울 전역에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새벽,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소영아 빨리 대피소로 이동하자.”


“네. 아저씨.”


류성일과 소영이는 미리 준비해 놓은 비상용 배낭을 메고 대피소인 금호역으로 뛰어갔다. 금호역 주변은 인파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질서를 지켜 주십시오!!!”


확성기를 잡은 군인들이 소리쳤지만 사람들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늦게 도착한 둘은 대열의 끝에 서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니에요 아저씨. 그래도 대피소가 나을 듯해요.”


그때, 전투기의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폭격이 시작되었고 역 입구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재로 화했다.


다행이 류성일과 소영이는 역과 떨어져 있어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그렇지만 폭격은 끝이 아니었다. 류성일은 소영이를 감싸 안고 몸을 날렸다. 마지막 폭격을 마친 전투기 편대는 서울 상공에서 사라졌다.



“아저씨···?”


연기가 걷혔다. 소영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콘크리트 파편이 류성일의 가슴을 뚫고 나와 있었다.


“괜찮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거라. 나는 더 이상···.”


“그만 말하세요! 상처가 벌어진다고요.”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아···.”


“아저씨!!!”


“혹시라도 연이를···. 찾으면···.”


류성일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소영이의 힘으로는 류성일의 시신을 옮길 수가 없었다. 담요를 꺼내 류성일을 덮어준 소영이는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향했다.


집이 있는 동네는 비교적 멀쩡했다.


“앗, 따거.”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소영이는 다리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깨끗한 붕대로 감았다. 소독약이 닿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치료를 마치고 나서는 짐을 챙겨 집 바로 옆에 위치한 체육관으로 갔다. 체육관의 지하에는 류성일이 만들어둔 임시 대피소가 있었다. 임시 대피소로 내려간 소영이는 입구를 봉했다.



어수선하고 기나긴 하루가 지나가고 밤이 찾아왔다. 고요한 적막이 어두운 지하실을 맴돌았다.


“흑···. 흑···.”


친아버지 같은 류성일을 잃은 슬픔에 소영이의 크고 맑은 눈에서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


“너무 추워···.”


겨울은 임시 대피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잘 지어진 공간이라 외풍은 없었지만 내부 온도는 영하로 내려갔다. 버틸 만 했던 대피소 생활은 매우 힘들어졌다.


매트리스 위에 핫 팩을 넣은 침낭을 놓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 만든 간이침대가 생활공간의 전부가 되었다.


소영이는 침낭 안에서 간이 발전기로 충전한 노트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는 활달한 소영이에게 있어 굉장한 고역이었다.


수도 시설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지하수를 끌어오는 장치가 있었지만 한파에 지하수가 얼어버렸다.


샤워나 의복의 세탁은 당연 불가능했고 식수로 쓸 생수마저도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녹여 먹어야 했다.



“이제 좀 살 만 하네.”


그래도 봄은 왔다. 봄이 오자 생활수준이 확실히 개선되었다. 생활수준이 개선되자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신흥 세력 간의 전쟁으로 바깥은 아직 엉망이었다. 결국 소영이는 네오 메트로폴리스의 건설이 시작 될 때쯤에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 개운해.”


근 2년 만에 마주한 바깥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소영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코어 코퍼레이션은 대한민국에서의 사유재산을 대부분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등록 기간이 제법 지나 소영이는 힘들게 집을 되찾아 와야 했다.


컴퓨터가 켜지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이 과거의 기억들은 소영이를 괴롭혔다.


**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


컴퓨터의 로그인 음성은 소영이를 현재에 집중하게 해 주었다. 소영이는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부유한 B 구역의 세수는 다른 구역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예산은 항상 빠듯했다.


일단 부의 재분배 목적으로 A 구역이 세수의 반을 가지고 간다. 이건 크게 상관없었다.


배수 시설의 추가 건설에 들어가는 3할의 예산도 아깝지 않았다. 배수 시설을 건설하지 않으면 원래 있던 달이 만월이 될 때마다 한강이 범람해 지대가 낮은 B 구역이 잠긴다.


그러나 예산의 1할을 차지하는 특별 세금은 언제나 아까웠다. 정석구의 유언대로 정건우는 B 구역에서 걷히는 세수의 1할을 정지우의 것으로 책정했다.


‘이건 진짜 승인하기 싫다. 안 그래도 예산이 빠듯한데 이 많은 돈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그렇지만 법령에 정해져 있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승인해야 했다.


남은 1할의 예산을 적재적소에, 최대한의 효율을 볼 수 있게 배분하다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두 시였다. 소영이는 모니터에 띄워진 차트와 문서에서 눈을 뗐다.


‘점심도 못 먹었네. 바쁘다 바빠.’


몸은 간절하게 휴식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정은 소영이가 쉬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구역장님 기자 회견 시작 30분 전입니다.”


“그래요. 나갈 준비 하겠습니다.”


컴퓨터를 종료한 소영이는 비서가 포장해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회견장에서 읽을 발표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네오 메트로폴리스는 폐허가 된 서울 위에 세운 도시다. 그랬기에 네오 메트로폴리스 밑에는 지하 공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 기자 회견의 주제는 이 지하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법 행위의 해결에 대한 것이었다.


“투입될 특수 경호팀과 치안 유지군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예산은 어느 구역에서 부담하게 됩니까?”

“소탕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지는 소영이는 이러한 종류의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대답을 준비해 두었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수준은 가관이었다. 그들은 한심한 질문을 던져 왔다.


“어디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하시나요?”

“굉장한 미인이신데, 관리는 어디서 어떻게 하시나요?”

“결혼 계획은 있으신가요?”


소영이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회견장 뒤에서는 비서실장이 휘하 비서들을 조용히 질책하고 있었다.


“누가 연예부 기자들 들여보냈어? 이따위로 일 할래?”


“아닙니다. 저기 모인 기자들은 전부 사회부 소속입니다.”


“어휴. 근데 저 따위 질문이나 하고 있어?”


애써 정신을 추스른 소영이는 회견을 재개했다.


“주제에 대해 질문해 주십시오.”


소영이의 부탁에도 기자들의 질 낮은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소영이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십 분 만에 기자 회견을 마쳤다.


“코어 코퍼레이션은 빠른 시일 내에 각 방송국에 공문을 보낼 예정입니다. 이것으로 회견을 마치겠습니다.”



기자 회견 이후 소영이는 군사시설에 특수 경호팀과 치안 유지군의 파견을 요청했다. 군사시설에서는 별말 없이 요청에 응해주었다.


지하 공간은 악의 소굴이라 할 수 있었다. 미로 같은 내부에 진입한 치안 유지군을 범법자들이 습격해왔다. 범법자들의 저항으로 치안 유지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나서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토벌 이후, 네오 메트로폴리스의 치안 만족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불법으로 규정된 물건들의 유통이 근절되었다.


엄청난 성과를 냈음에도 소영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하 공간이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뒤를 봐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소영이는 지하 공간에서 체포한 범법자들의 심문 결과와 수집한 증거를 종합해 확증을 잡아냈다. 지하 공간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인물은 바로 코어 코퍼레이션 부회장 정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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