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목 님의 서재입니다.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유목
작품등록일 :
2018.09.27 12:43
최근연재일 :
2018.10.22 12:0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5,269
추천수 :
125
글자수 :
64,083

작성
18.10.15 12:00
조회
334
추천
8
글자
11쪽

8.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DUMMY

방 2개와 거실.

깔끔한 실내장식과 정리 정돈된 집기들.

류현은 밖과는 다른 실내의 풍경에 안도하던 중 작은 체격과 키를 가진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리따운 여성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엄마 왜 이렇게 늦······”

방에서 나오던 여성은 말하던 중 류현을 바라보자마자 안겨들어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앙!”

류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와락 끌어안으며 외쳤다.

“설아!”

류현에게 안겨 울고 있는 그녀는 여동생 류설이었다.

류설은 이연정이 돌아올 시간이 한참을 지났음에도 오고 있지 않자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그때였다.


끼이이익.


낡아빠진 대문이 열리며 발생하는 거친 소리가 들려오자 불안한 마음으로 류설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확인했다.

그러나 밖은 너무나도 어두워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후였다.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현관문을 열며 들어오는 이연정과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낯익은 얼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열고 나와 서야 이연정과 함께 있는 사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인간의 이목구비였다.

“······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류설은 눈을 비비며 눈앞에 있는 남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냐면 죽었다고 생각한 류현이 눈앞에 있었기 떄문이었다.

갈길 잃은 류설의 눈이 이연정을 향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 이연정을 보고서야 류설은 류현에게 안겨들어 울어버렸다.

“이 바보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으아앙.”

류현은 류설과 마찬가지로 여동생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한 또 다른 여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아 항상 심장에 못이 박힌 체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류현은 류설이 눈앞에 있어 줘서 고마웠다.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이 꿈이 아니기를 바랐다.

“미안. 그리고 돌아왔어.”

류현은 류설을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남매가 서로 부둥켜안고 재회를 만끽하던 것을 지켜보던 이연정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고마움과 미안함 속에 결의를 다졌다.

언젠가 알아야 할 것이라면 빨리 알아야만 했다.

“현아. 저 방에 계신 아버지한테 인사해야지?”

아버지.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단어인가.

류현은 이연정이 가르쳐준 방문 앞에 서서 침을 삼켰다.

눈앞에 방문 손잡이가 보였다.

저 손잡이를 열면 아버지 류한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그러나 류현은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때기를 반복했다.


꿀꺽.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또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과거 마계 대전이나 신마 대전에서도 이 정도로 긴장한 적은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 심호흡. 심호흡하자.’


히히후.

히헤후.


류현은 긴장감을 덜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류현은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방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류현은 방안을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두 눈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낡은 장롱과 화장대.

한쪽에는 정돈된 이불과 수납장이 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던 곳 그 어디에도 류한진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수납장 위에 올려져 있는 웃고 있는 류한진의 사진.

그리고 사진과 함께 놓여 있는 국화꽃뿐이었다.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류한진의 사진을 보던 류현은 사정없이 흔들리던 눈으로 눈물을 ‘왈칵’ 쏟아졌다.

“으아아아!!!”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집안에선 느껴진 인기척은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이연정의 말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애써 무시했었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그러나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후드두둑.

쏴아아아.


하늘 또한 류현의 슬픔을 함께하듯 빗줄기를 내려주었다.

류현은 한참을 울고서야 울음을 그치고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류현은 자신이 집에 없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어머니.”

“어. 어?”

류현의 진지한 표정으로 인해 이연정은 긴장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올 것이 왔구나······.’

언젠가 알아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일찍 알아야 아픔과 슬픔도 빨리 잊는다는 것을 이연정은 잘 알고 있었다.

“현아 진정하고 엄마가 하는 말 들어야 해.”

류현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이가 3년 전 헌터로 각성했는데 헌터보단 회사가 좋다며 회사에 남는 것을 택했단다. 그런데 그이가 추진하던 사업이 게이트로 인해 무산되자 회사는 책임자인 그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손해배상금을 청구했고, 우리는 소송으로 대응을 했지만 결국 패소해버려 가지고 있던 재산과 집을 팔고 빚을 내 간신히 배상금을 갚았어. 그 뒤 우리는 지금 이곳으로 이사와 살던 중 그이는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헌터 세계로 뛰어들었단다. 그렇게 헌터일을 하던 중 지령산에 발생한 재해를 막기 위해 헌터들이 힘을 합해 싸웠단다.”

말을 하던 이연정은 괴로운 듯 가슴에 한 손을 올려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재해를 감당치 못해 혼자서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혼자서······. 흑흑”

이연정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류현은 류한진과 현재 집안 사정을 알아버렸다.

그러나 왜 집안의 가세가 이렇게까지 기울었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던 중 떠올렸다.

과거 자신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대장이라 부르며 놀던 친구를.

또한 류한진이 다니던 회사의 회장의 손자이기도 한 절친을.

“강수. 최강수는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녀석이라면······.”

그 순간이었다.

이연정이 아닌 류설의 입에서 거친 말이 흘러나왔다.

“그 개자식 이름은 엄마나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 아빠가 돌아가신 직후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류설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두 눈에는 물기가 그렁그렁 매달려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필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류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연정과 류설을 보았다.

억울함과 분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현재 어떤 상황인지 류현은 대충 짐작했다.

‘기분이 더럽군······.’

그렇지만 류현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분노는 미뤄둬야만 했다.

왜냐면 자신의 궁금증보단 어머니와 여동생을 안심시켜야만 했기 떄문이었다.

해서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잠시나마 묻어두곤 말했다.

“어머니.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600년은 허투루 산 것이 아닌듯한 임기응변이었다.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배고프지? 얼른 차려줄게.”

그렇게 이연정은 주방으로 향했고, 류설과는 간단하게 안부를 물었다.

6분 정도가 흘렀다.

이연정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 요리하였다.

향긋한 냄새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후각을 강타했다.

그리고 요리가 완성되어 접이식 밥상에 올려지는 반찬들을 류현은 바라보았다.

김치와 콩나물무침 외 몇 가지 반찬들과 된장국이 전부였다.

부실해도 너무 부실했다.

하지만 반찬의 종류를 따져 볼 때 필시 영양의 발란스를 맞춘듯했다.

생활의 지혜가 엿보이는 밥상이었다.

류현은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어떤 녀석을 먼저 먹어 볼까? 너냐? 아니면 너니?’

행복한 고민 중인 류현.

그런 류현을 바라보던 이연정은 콩나물무침을 젓가락으로 집어 류현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갓 지은 쌀밥 위에 올려진 콩나물무침.

류현은 그것을 젓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노려보았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류설과 이연정은 말했다.

“오빠 정신 차려. 콩나물하고 싸우려는 거야?”

“얘가 안 먹고 뭐 해. 독은 안 들어있으니 걱정하지 마.”

장난스레 말하는 류설과 이연정.

류현은 그제야 콩나물무침과의 기 싸움을 끝내고 수저로 밥을 크게 한술 떠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보았다.

신세계를.

윤기 넘치는 머릿결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

고춧가루로 인해 농염하고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콩나물.

할 수만 있다면 콩나물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배고플 적마다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주르륵.


류현은 음식을 씹다 말고 눈물을 흘려 버렸다.

이연정과 류설은 갑작스레 우는 류현을 보며 깜짝 놀랐다.

“오, 오빠 아직도 슬퍼?”

“아들. 울지마.”

밥을 먹다 류한진이 생각나 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이연정과 류설은 보았다.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헤벌쭉 한 표정으로 울고 있는 류현의 모습을.

“뭐야 그게. 아하하.”

“푸훕.”

류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류설은 웃음보가 터져버렸고 이연정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참기 바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판테아 세계의 그 어디에서도 음식이란 외형이 중요시될 뿐 맛은 뒷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저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로 판테아 세계의 모든 음식은 달거나 짜고 싱거운 것들뿐이었기 떄문이었다.

맛의 조화를 설명을 해줘도 구현을 못 해내던 가신들로 인해 정말이지 많이 고생했다.

그런 음식에 길들여진 혀에 간이 잘된 음식이 닿았으니 결과는 신세계였다.

‘역시 내 혀가 문제가 아니라 판테아의 모든 음식이 개밥이었어!’

자신의 혀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진공청소기처럼 허겁지겁 밥을 씹지도 않고 마셔버리는 류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녀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식사가 끝이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류설은 문뜩 궁금한 것이 생각나 말했다.

“오빠. 그간 어디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이연정 또한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류현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번갈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자신이 겪어온 내용을 간략하게 생각했다.

싸움.

싸움.

또 싸움.

600년 중 세월의 태반이 피로 물든 끔찍한 이야기뿐이었다.

‘이것을 말해도 될까?’

겁이 났다.

아들이 오빠가. 이유가 있다 해도 두 손에 묻힌 피의 무게를 받아들여 줄지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류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이연정과 류설의 눈동자를.

“커흠.”

헛기침이 절로 나왔다.

‘하는 수 없지. 내용을 추려서 말해주자.’

모든 것을 통편집해 말해주기로 했다.

긴 이야기가 될 것이었다.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놀다가 집으로 오던 중에 발밑에 갑자기 검은 구체가 생겨서 빨, 으읍!”

류현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오빠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

류설이 류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류현이 말하는 검은 구체, 그것의 정체가 게이트라는 것을 류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겁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 +1 18.09.28 470 0 -
12 11.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22 275 5 12쪽
11 10. 이래봬도 흉신입니다만? +1 18.10.19 318 9 11쪽
10 9.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17 340 9 11쪽
» 8.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15 335 8 11쪽
8 7.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2 18.10.12 381 11 11쪽
7 6.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2 18.10.10 392 11 13쪽
6 5.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08 431 9 11쪽
5 4.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2 18.10.05 489 14 12쪽
4 3.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03 484 14 12쪽
3 2.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10.01 499 11 13쪽
2 1.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18.09.28 582 11 12쪽
1 0.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프롤로그 18.09.27 725 1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