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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 님의 서재입니다.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유목
작품등록일 :
2018.09.27 12:43
최근연재일 :
2018.10.22 12:01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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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0
추천수 :
125
글자수 :
64,083

작성
18.10.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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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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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 이래 봬도 흉신입니다만?

DUMMY

젊었을 적 수많은 남성을 울렸을 미모를 가진 중년 여인은 용산경찰서의 입구 앞에 서서 경찰서로 오기 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학업에 열중하는 착한 딸을 위해 오늘도 음식점 주방의 구석에 쪼그려 앉아 힘차게 설거지를 하던 중 그녀의 폴더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일하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바지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폴더폰의 진동을 애써 무시하며 일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진동으로 인해 마지 못해 고무장갑을 벗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녀의 차분하고 단아한 목소리가 폴더폰 너머로 울리자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용산 경찰서······”

그녀는 용산 경찰서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보이스피싱이람?”

그녀는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사기 전화라 판단했다.

폴더폰을 바지 주머니로 집어넣은 후 다시 설거지에 집중하였다.


우우우웅.

웅웅우웅.


하지만 곧바로 다시 걸려온 전화.

그녀는 혹시 몰라 폴더폰을 꺼내 발신자 표시를 확인했다.

010-0000-0000

‘끈질기네?’

이번에도 사기꾼의 전화번호였다.

그녀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를 무시했다.

그러나 계속해 걸려오는 전화로 인해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문이었을까?

평소보다 일 처리가 늦어져 눈앞에 있는 설거짓거리를 절반밖에 처리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음식점의 뚱뚱하고 못생긴 여사장은 저녁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지나 파리만 날리던 음식점의 테이블에 앉아 놀고 있던 종업원들이 보이자 배알이 뒤틀려 엄지손톱을 깨물던 중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식기의 선반을 보았다.

평소 이연정의 미모에 샘이나 있던 음식점 사장은 트집 잡을 거리를 발견하자 설거지를 하던 그녀에게 다가가 손가락질하며 잔소리를 했다.

“이연정씨 그렇게 굼떠서 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설거지 좀 빨리하란 말이에욧!”

“죄송합니다. 전화가 많이 와서 늦어졌어요. 열심히 할게요.”

트집 잡히고 있는 그녀.

그녀가 바로 류현의 어머니 이연정이였다.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허무하게 일을 수 없었던 이연정은 고용주인 음식점 사장에게 연신 머리를 숙여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연정의 반응에 콧대가 높아진 음식점 사장은 말했다.

“어느 남정네들하고 전화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조심해 주세요. 여시······.”

이연정은 자신이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서러웠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 말을 다 해 기분 좋아진 음식점 사장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주방에서 나가버렸다.

“······흑.”

사장이 나가자 이연정은 소리 없이 흐느끼며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서럽게 울었다.

잠시간 서럽게 울던 이연정은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소중한 딸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식기를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다시 폴더폰으로 전화가 걸려오자 도를 넘어선 사기꾼에게 따끔한 말을 해주기 위해 설거지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마시고 정당하게 일을······.”

이연정은 말을 하다 말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폴더폰 너머로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떄문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류현군이 우리 용산경찰서에 와있으니 대려 가주시기 바랍니다.”

이연정은 상대방이 정말로 고단수의 사기꾼이라 생각했다.

‘할 짓 없어 행방불명된 아들을 팔아먹다니.’

전화기 너머에 있을 놈을 용서할 수 없던 이연정이 말했다.

“이 나쁜 놈아 할 짓이 없어서······.”

“누구하고 통화된 거예요?”

하지만 폴더폰 너머로 들려온 꿈에서도 잊지 못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연정은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

눈앞이 뿌예지며, 두 눈으로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혀, 현이! 내 아들 현이 맞죠!”

“예. 류현군이 맞으니 용산경찰서로 오셔서 데려가도록 하세요.”

“예, 예 가야죠. 지금 바로 갈게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통화를 종료한 이연정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벗은 후 음식점의 사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급한 볼일이 생겨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요.”

“뭐에요? 지금 설거지를 다 하고 하는 말이에요?”

“조금 남아있지만 정말로 급한 볼일이 생겨서 가봐야 해요.”

간절하게 말던 이연정을 바라보던 음식점 사장이 외쳤다.

“설거지를 끝내기 전까지는 안돼!”

을의 처지인 이연정이었으나 물러날 수 없었기에 단호하게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경찰서에 있다고 전화가 왔어요. 꼭 가야 해요!”

하지만 음식점 사장은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못됐다.

“안돼!. 그렇게 정 가야겠다면 오늘 일당은 못 줘!”

단호하게 못 박아 버리는 음식점 사장의 말로 인해 이연정은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만둘게요.”

“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팥쥐 씨.”

그 말을 남기며 몸을 돌려 당당하게 음식점을 나가버린 이연정을 향해 음식점 사장은 소리쳤다.

“이년아! 내 이름은 팥쥐가 아니라 콩쥐라고!”

그렇게 생각을 마친 이연정은 경찰서로 들어가지 전 옷과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돈하며 힘찬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


이연정과 통화를 마친 장수는 류현으로 인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왜 가족의 근황을 이야기해주지 않는 건데요?”

“그건 법이 개정되면서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가족들의 신상과 근황은 말해 주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해줬잖아.”

장수는 이연정과의 통화를 종료하자 가족들의 근황을 알려달라 말하던 류현에게 새로 개정된 법으로 인해 불가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류현은 따졌다.

“아니, 그런 이상한 법이 어디 있어요?”

가족의 현 상황을 확인 못 하게 막아 놓는 황당한 법에 류현은 정말로 이 나라가 미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했잖니. 그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그러니깐 세상천지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요?”

류현의 끈질김에 속으로 경악하는 장수였다.

‘이놈이 언제부터 눈치챈 거야!’

그렇다.

장수가 말하던 것은 법이 아닌 공직자들의 불문율이었다.

4년 전 각성한 복귀자가 경찰서로 찾아와 류현처럼 가족들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일부의 가족들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던 것을 알게 된 복귀자는 그에 불만을 품고 경찰서를 통째로 뒤엎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 뒤로 각성한 복귀자들에 의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버리자 경찰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복귀자에게 가족의 신상과 근황을 절대로 발설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을 법으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장수는 공직자들 사이에서 지켜지고 있는 불문율을 어길 시 되려 이 바닥에서 자신이 매장당해버린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류현에게 말해주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알아대야만 했다.

그런 애타는 장수의 속마음을 너무나도 몰라주는 류현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대위기를 맞이한 장수는 류현을 불쌍한 복귀자가 아닌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게 무슨 법이냐고요!”

“그냥 법이라고. 법. 버업!”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이빨을 갈아대는 류현과 장수로 인해 경찰서 내부는 살얼음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살얼음판도 시간이 지나면 녹기 마련.

한 미모의 중년 여성이 다가오던 것을 류현이 바라보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어머니?”

꿈에서도 잊지 못할 이연정을 바라보던 류현은 기쁨이 이는 동시에 황당한 마음이 들었다.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 류한진의 고액 연봉으로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이 가능한 부유한 살림.

그런 부유함 속에서도 명품가방 하나 살 돈으로 소년 소녀 가장을 돕는 것이 좋다며 검소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던 류현의 어머니인 이연정.

하지만 옷을 언제 산 것인지 물이 빠져 원래의 색이 사라져버린 청바지와 피부색의 긴소매 티는 소맷단의 실밥이 터져 너저분해져 있었다.

이연정은 그런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경찰서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이연정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류현은 그런 검소함을 넘어선 옷을 입고 있는 이연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우리 어미니. 그동안 변하신 게 없네.’

그렇게 단정 지어 생각을 정리한 류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는 이연정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광경이었다.

“내 새끼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다가 이제 온거야. 흐어엉.”

‘조금 진정시켜드려야 할 것 같네. 하지만 너무 좋다.’

류현은 말없이 이연정을 두 팔로 이연정을 꼭 끌어안아 주며 드디어 돌아왔다는 현실감에 기쁨의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렸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광경.

모자의 상봉을 지켜보던 경찰관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간 서로를 부둥켜안고 보듬어주는 모자.

그런 모자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존재가 있었다.

“흠흠! 인제 그만 류현군을 데리고 돌아가 주시죠?”

장수는 자신을 괴롭게 만들던 류현이 눈앞에서 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기원했다.

해서 용건만 빠르게 말했다.

“아시겠지만, 나중에 류현군 앞으로 공문서 하나가 발송되니 자세한 건 그것을 확인해 주세요.”

“예.”

그렇게 이연정은 간단한 신분 확인만 걸친 후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에야 류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류현과 이연정이 돌아가고 잠시 후였다.

“드디어 해방이다!!”

장수는 기뻤다.

드디어 거머리 같은 류현이 사라졌음에.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한선영의 사직서를 쳐다보며 고통에 절규를 내뿜었다.

“이뤄언 젠좡!”

그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는듯했다.


***


경찰서에서 나온 이연정은 류현을 데리고 20분가량 걸어 용산을 등지고 있는 20평 정도 될법한 허름한 집 앞에 도착했다.

너무 낡아 군데군데 녹이 슬어 구멍이 뻥뻥 시원스럽게 나 있는 대문.

페인트는 언제 칠해진 것인지 여기저기 들려있거나 벗겨져 있었다.

귀신이 나올법한 폐가 수준의 외형의 집에 류현은 눈을 비비며 이연정에게 말했다.

“······어머니. 여기는 별장이죠?”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류현의 귀에 이연정은 쐐기를 박아버렸다.

“아니. 여기가 우리 집인데. 왜?”

‘서, 설마 집까지 남한테 줘버리신 건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버렸다.

“현아. 어서 들어가자.”

류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 이연정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슬픔이 묻어있는 이연정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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