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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송 님의 서재입니다.

학사무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1.08.25 09:30
최근연재일 :
2012.12.10 11:2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57,841
추천수 :
714
글자수 :
23,207

작성
11.03.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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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학사무림 #-30. 그리고...

DUMMY

제십이장. 하나의 도법이자 진기도인법이구나.











휘이잉! 휘잉!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화창한 오후의 바람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졌다. 강한 바람에 따라 정원의 나무들의 모습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다르다. 전에 보았던 모습과 달라.”

정원의 한복판에서 무릎 꿇고 앉아있는 임학후가 발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섣부른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무는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팔의 위치가 바람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있어.”

임학후의 눈이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에서 보면 볼수록 나무는 사람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나무를 이제 완전히 사람으로 의인화하고 있었기에 나뭇가지를 보고 팔이라고 지칭했다.

휘이잉! 휘잉!

거칠게 불어 닥치는 바람 속에서 그가 한 시진이 넘도록 정원을 살폈다.

그리고…….

벌써 이각이 넘는 시간 동안 아름다운 눈을 여인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때마다 펄럭거리는 붉은 비단옷자락을 통해 그녀의 균형 있는 날씬한 몸매가 드러났다.

‘아까부터 저 소나무만 바라보고 있네.’

그녀의 맑고 고운 눈빛이 임학후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흥미가 생겼기에 똑같이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는 못 했다.

‘칫! 내 눈에는 안 보인다는 이야기이네.’

그녀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희고 고운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더 이상 봐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그녀가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임학사님.”

그녀가 나지막이 불렀다.

“…….”

임학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분재들의 변화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정으로 즐거움을 승화시켜 빠져든 삼매경이었다.

오로지 그와 나무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수많은 사고와 사색이 명멸해나가고 있었고, 그걸 보고 헤아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임학사님.”

여인이 보다 강한 힘을 담아서 불렀다.

목소리가 고즈넉하게 이어지고 있던 임학후의 삼매경으로 스며들었다. 이질적인 목소리가 끼어들면서 삼매경이 산산조각이 났다.

“아!”

임학후의 잎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편안한 자세로 무릎 꿇고 있던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미묘하게 흔들렸다. 새롭게 다가서고 있던 분재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생긴 허탈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슥!

예기치 않은 침입자의 난입으로 인해 짜증이 난 임학후가 고개를 돌렸다. 눈을 흘기면서 삼매경을 방해한 사람을 찾았다.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보였고, 가녀린 허리 위로 풍만한 가슴이 보였고, 그 위로 오밀조밀한 여인이 얼굴이 보였다.

붉은 비단옷을 입고 있는 참으로 화려한 미인이었다.

속눈썹이 길게 치켜 올라간 여인의 두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시오?”

임학후의 말에 까칠함이 흘렀다.

“고은미라고 해요.”

그녀가 짐짓 모른 체하면서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이 여인이 점주이구나.’

임학후가 고은미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해서고의 사서가 볼 때 까마득히 높은 위치에 있는 상전이었다.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하는 폐월수화의 절세의 미인인지는 몰랐다.

“점주님을 뵙습니다.”

사해서고를 움직이는 수장에게 임학후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처음으로 뵙네요. 임학사님.”

맑은 눈빛을 뿌리는 고은미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임학사님이라니 과분한 호칭입니다. 사서라고 부르시면 충분합니다.”

사서가 사해서고의 그의 위치이다.

지금은 팽가의 개인학사로 있지만 서고에서 사서로 일하며 책수선과 책복원을 한다. 일손이 바쁠 때 다른 일도 돕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서이다.

“호호호! 아니에요. 세상 사람들 누구나 주변사람에게 배울 수 있으니 저도 이제부터는 임학사님이라고 호칭할게요. 그리고 팽설처럼 임학사님에게 가르침을 받고도 싶고요.”

고은미가 활짝 웃었다.

예전에 먼발치에서 지나가는 모습을 언뜻 보았을 때는 꼬장꼬장하고 궁색한 학사라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결코 서고에서 사서로 썩을 인물이 아니야.’

고은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사해서고의 점주로 있지만 전에는 상단에서 일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다. 그리고 다시금 상단으로 돌아가 더욱 중요한 직책을 맡을 예정이었다. 사해서고는 그녀에게 있어 잠시 거쳐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특급이야.’

그녀가 임학후의 값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매겼다.

특급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 개의 성을 사고팔고 할 수 있는 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 때만 내리는 그녀만의 등급이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세요.”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제가 어찌 나서겠습니까? 사해서고에는 훌륭한 학사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편찬위원회의 위원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 합니다.”

임학후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해서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라는 것이 존재한다.

편찬위원회에는 쟁쟁한 대학사들이 즐비하고, 삽화를 그리는 대화백들도 있다. 사해서고의 책을 간행하고 배급하는 걸 중추적으로 책임진다. 편찬위원회에서 통과하면 사해서고 전체에서 전폭적으로 책을 중원에 뿌린다.

사해서고는 체계적인 구조가 잡혀있는 거대한 조직이었다.

“편찬위원회의 분들이 왔으면 성공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고은미가 눈빛을 반짝거리면서 물었다.

팽가에서 초빙한 한림원의 대학사들은 편찬위원회의 대학사들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석학들이었다.

대석학들도 하지 못 한 일이었다.

“저도 해낸 일입니다. 그분들이라면 저보다 뛰어나니 해내셨을 겁니다.”

임학후가 말했다.

‘제자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역발상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해.’

조건만 충족된다면 편찬위원회의 누가 와도 할 수 있는 가르침이었다.

“아니에요. 팽가의 보조 개인학사를 구한다고 할 때 편찬위원회의 모든 위원들은 모두 꽁무니를 뺐어요. 결코 그들은 할 수 없어요.”

고은미가 단정적으로 결론지었다.

사실 편찬위원회에 먼저 팽설의 개인학사 자리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돌머리라는 말을 들었기에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고은미 역시 편찬위원회의 거물들을 보내기를 꺼렸다.

만약 편찬위원회의 거물들을 보내어서 효과가 없다면 커다란 망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결국 팽설의 보조 개인학사의 자리가 임학후에게 맡겨졌다.

실패를 예상하고 보낸 자리였다.

하지만 보란 듯이 임학후가 해냈다.

“임학사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제자를 자상하게 사랑하면서 눈높이를 마춰주고, 깨어난 사고를 가지고 역으로 다가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팽설을 가르친 수많은 대석학들이 증명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예가 과하면 비례라는 말 아시지요? 지금 임학사님이 딱 그렇네요.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두면 언젠가 밖으로 튀어나오지요. 안 그런가요?”

고은미가 눈빛을 맑게 빛냈다.

사해서고에는 그저 그런 학식을 가진 학자들이 많다.

밖에서 볼 때는 유식하지만 사해서고에는 흔한 것이 바로 낙방수재들이었다. 학사들이라면 대부분 청운의 꿈으로 과거급제를 쫓는다. 그리고 붙는 자들보다 떨어지는 자들이 훨씬 많다.

임학후는 수많은 낙방서재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리고 낙방서재들 가운데 조금 더 학식이 있을 뿐이었다.

팽가로 보내기 전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임학후는 스스로를 능력으로 증명했다.

“지금 임학사님으로 인해 사해서고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저도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머리가 아프다고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아니요. 정반대이지요. 너무 잘해서 문제지요.”

“이해가 안 갑니다만…….”

“대륙의 유수한 무림가문과 무림문파에서 무수한 청탁이 들어오고 있어요. 모두가 임학사님을 개인학사로 초빙하고 싶다는 내용이에요.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본점으로 찾아와서 꼭 들어달라는 분들도 많아요. 그것뿐인지 아세요? 팽가주님은 임학사님을 영구임대해달라고 말씀하고 계세요. 관심이 있다면 아직도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데 계속 해드릴까요?”

고은미가 긴 말을 쉬지 않고 종알거렸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무림가문과 무림문파들은 임학후에게 직접적인 부탁이 통하지 않자, 우회하여 일터인 사해서고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청탁도 있었기에 사해서고로서는 무척 난감한 일이었다.

“저는 사해서고의 사서라는 자리에 만족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들은 걸로도 충분합니다.”

임학후는 뒷말을 듣지 않아도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나간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 붙잡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그녀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 임학후에 대해서 환상적인 조건들을 내세우는 영입처가 너무 많았다. 쉽게 이직하는 곳이 바로 출판서점 계통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로만 끝났다.

‘책을 좋아하는 학사다.’

그녀는 극소수지만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돈과 조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단지 책만 손에 쥐어주면 주변의 사소한 일을 잊어버리는 소위 책에 미친 사람이다.

사해서고에서 점주로 일하며 학사들 구슬리는 방법도 알고 있다.

임학후의 꽉 다문 입술이 한눈에도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요즘 천자도법이 적힌 서적이 무림에서 얼마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아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임학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팽설을 가르치고, 잠룡서고에서 책을 읽고, 만년온옥 위에서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정원에서 분재를 살피는 등의 생활을 하면서 팽가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술을 마시러 간 적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바깥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몰랐다.

“만약 천자도법서를 사해서고에서 발행했으면 대박이었어요.”

“…….”

출판계에서 통하는 대박이라는 말을 들을 줄 상상도 하지 못 한 임학후가 침묵했다. 일 년에 수천 종의 책을 발행하는 사해서고에서도 대박인 경우는 열 손가락 안에 손꼽혔다.

“임학사님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사람이에요. 그걸 분명히 알고 계셔야 해요.”

고은미가 말했다.

“험!”

정면에서 대놓고 하는 칭찬에 임학후가 헛기침을 토해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민망함을 흩어버리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고은미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비루해보였는데 지금 보니 멋있네.’

사해서고에서 있을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외모와 꾸민 것도 달랐다.

전속시녀 소소에 의해 머리카락, 목욕시중을 받고 있는 임학후는 빛이 났다. 원래부터 잘생긴 얼굴이기도 하지만 잘 먹고 잘 입으니 더욱 훤칠해졌다.

“그런데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고 무엇을 그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었던 건가요?”

“분재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임학후의 대답에 그녀의 눈이 샐쭉해졌다.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해주지 않네.’

보지 못 했던 걸 알고 싶었는데 임학후가 숨기고 있어 불쾌했다. 하지만 그걸 입밖으로 표현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임학후는 팽설과의 약속 이후 분재를 사람이라고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덧글 - 학사무림이 출판됩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출판하면서 연재본보다 재미있도록 수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님들이 읽기 편하게 열심히 퇴고하였습니다.


조은세상에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에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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