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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휴게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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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색
작품등록일 :
2024.07.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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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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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4. 휴게소 쉘터화

DUMMY

진수는 가만히 로딩창을 응시했다.


로딩 게이지가 100%에 도달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가 되고 있긴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찰나.


팟!


로딩창이 하얗게 물들며 어떤 화면이 떠올랐다.


그건 〈휴게소 키우기〉의 오프닝 화면이었다.


정말로 게임이 실행된 것이다!


짧은 오프닝이 지나가고 또 한 번 화면이 바뀌었다.


《휴게소 키우기》

-새로 하기

-이어 하기


“허.”


진수는 기막힘에 탄식을 흘리면서도 습관적으로 이어 하기를 터치했다.


그런데.


[저장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새 게임을 시작합니다.]


저장된 데이터가 없다며 저절로 새로운 게임이 진행됐다.


“저장된 데이터가 왜 없어?”


내가 그간 플레이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간 거지?


불평스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


[휴게소 이름을 설정해 주세요.]



휴게소 이름을 정하란다.


원래 그렇긴 했다.


〈휴게소 키우기〉를 처음 시작하면 제일 먼저 휴게소 이름부터 지어야지.


진수는 멀거니 게임창을 바라보다가 키보드로 손을 가져갔다.


“다, 판, 다, 휴······ 어, 뭐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 판다 휴’까지 입력한 내용이 싹 지워지더니 저절로 새로운 문구가 입력된 것이다.


[휴게소 이름을 설정해주세요.]

‣ 점곡휴게소(영덕방향)


새로 입력된 이름은 현재 자신이 위치한 휴게소의 이름이었다.


확인 버튼까지 알아서 눌러지더니 재차 화면이 바뀌며 게임이 시작됐다.


화면 중앙엔 휴게소의 전경이, 화면 테두리를 따라선 각종 게임 메뉴들이 떠올랐다.


익숙한 플레이 화면이지만······ 어째선지 진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그럴 수밖에.


화면 중앙에 떠오른 휴게소의 전경.


그것은 다름 아닌, ‘점곡휴게소(영덕방향)’의 실제 전경이었다.


띠링!


[‘점곡휴게소(영덕방향)’을 운영하고 대출금을 상환하세요.]



***



휴게소 키우기.


그 게임은 휴게소를 운영해 발전시키고, 돈을 벌어 대출금을 갚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출금이란 배경 설정상 플레이어가 휴게소를 차리기 위해 ‘해피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총 3억 원을 빌렸고, 이중 2억 8천만 원을 써 휴게소 부지를 매입했다.


수중에 남은 돈은 2,000만 원.


플레이어는 이 2,000만 원을 가지고 각종 점포와 시설을 들이고, 손님을 유치해 돈을 벌어야 한다.


⏱ : D-365

₩ : 20,000,000/300,000,000


기한은 1년.


상환금은 3억.


만일 기한 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휴게소는 망한다.


현실이라면 상환기간 연장하면 그만이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에선 바로 GAME OVER다.


“허······.”


그거야 진수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만만히 봤다가 예상보다 어려운 게임 난이도에 휴게소를 몇 번 말아먹기도 했었고.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럴 수가.’


그가 경악한 표정으로 위를 바라봤다.


시선이 닿은 곳엔 웬 푸르스름한 홀로그램이 둥둥 떠 있었다.


저 홀로그램의 정체가 무엇인고 하면.


[시설»편의시설»스낵코너]

징어징어

-건설비용 : ₩1,500,000

-유지비용 : ₩10,000(일일)


휴게소 키우기에서 휴게소 매상 올려주는 일등 공신 ‘징어징어’였다.


쥐포 구이, 맥반석 오징어, 버터구이 오징어 등을 판매하며, 일단 설치해 두면 본전 이상은 뽑아주는 효자 점포.


진수는 홀로그램에서 눈을 떼고 발밑을 보았다.


땅바닥엔 푸른 선으로 격자무늬가 생겨나 있었다.


건설하거나 구조물을 세울 때 나타나는 게임적인 연출.


‘설마?’


그는 홀로그램을 움직여 격자무늬 땅에 내려놓았다.


점포 징어징어의 차지 공간은 4x3.


과연, 가로 4칸 세로 3칸에 딱 맞게 홀로그램이 안착했다.


게임창엔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징어징어’를 건설하시겠습니까?]

[확인] [취소]


진수는 순간 확인을 누를 뻔한 걸 꾹 참았다.


‘단순히 실험해 보는 거라면······.’


그는 징어징어 말고 다른 오브젝트를 선택했다.


[시설»꾸미기»장식물]

◉ 꽃-3

-설치비용 : ₩10


이윽고 새로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흰색 꽃잎을 가진 꽃 한 단이었다.


‘꽃-3’의 경우 별도의 기능이 없는, 단순한 꾸미기용 오브젝트이기에 값이 쌌다.


진수는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꽃-3’을 설치하시겠습니까?]

[확인] [취소]


‘확인.’


즈즈즛!


확인을 누른 순간, 홀로그램 상태였던 꽃-3이 실체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이 완전히 실체를 잡는 데까지 3~4초가 걸리지 않았다.


진수는 꼴깍 침을 삼키곤 조심스럽게 꽃을 만졌다.


“미친······.”


탄성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질감이 진짜 꽃과 진배없다.


“킁킁! 킁킁!”


그는 납작 엎드려 냄새를 맡았다.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내친김에 꽃잎 몇 개 따서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떫고 씁쓰름한 맛이 났다.


“지, 진짜다!”


누가 뭐래도 이것은 진짜 꽃이었다.


그는 놀람과 충격에 멍해지고 말았다.


‘게임이 현실이 됐다고?’


글쎄,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요지 자체는 같으니까.


그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있다가 매점으로 돌아갔다.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서는데.


“우왁!

“······.”

“까, 깜짝이야.”


하마터면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기절해 있었던 남자애가 깨어났다.


녀석은 가만히 앉은 채 썩은 동태 같은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진수는 목석처럼 서서 녀석과 시선을 맞췄다.


한순간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음?’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8,500❩


‘저게 뭔······?’


아이의 머리 위에 웬 숫자가 둥둥 떠 있던 것이다.


8,500원이라는 숫자가.


아까까지만 해도 저런 숫자는 없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잠깐만. 저거 혹시?’


진수의 미간이 좁혀졌다.


짐작되는 게 있었다.


‘방문객으로 취급되는 건가? 저 애가?’


휴게소 키우기에서 휴게소로 방문객들이 찾아오면, 그들의 머리 위에 저렇듯 숫자가 뜬다.


그건 각 손님이 보유한 금액이다.


어떤 손님은 지갑이 가볍고 어떤 손님은 무거웠는데, 그건 순전히 랜덤이었다.


그리고 보유한 돈의 액수에 따라 손님들의 기호가 달라졌다.


적은 돈을 가진 손님은 ‘소시지’, ‘라면’ 같은 저가 상품을 선호했고.


반대로 돈이 많은 손님은 ‘럭셔리 치즈 소시지’나 ‘스페셜 랍스터 라면’ 같은 고가의 메뉴를 선호했다.


따라서 손님들이 두루두루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갖춰놓는 게 이 게임의 포인트였다.


뭐가 됐건, 아이의 머리 위에 뜬 8,500원은 휴게소 키우기가 현실이 되며 발생한 여파인 듯했다.


“······.”


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진수는 천천히 의자로 가서 앉았다.


아이의 눈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뭐라고 서두를 터야 하지?


아이를 상대해 본 일이 없다시피 해서 말문이 막혔다.


진수는 끙 앓다가 간신히 입을 뗐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아이는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하질 않았다.


“아저씨는, 아니 형은 진수라고 해. 고진수. 너는 이름이 뭐야?”

“······.”

“아아, 맞다. 시우. 시우 맞지?”


그는 아이의 부모가 ‘시우 엄마’, ‘시우 아빠’ 하며 서로를 불렀던 걸 떠올리곤 물었다.


하나 이번에도 아이의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몇 살이야? 2학년? 3학년?”

“······.”


아이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 순간 진수는 어떤 위화감을 눈치챘다.


‘말을 못 해?’


무시하는 게 아니다.


녀석은 꼭 말을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수는 벌떡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갔다.


시우는 놀랐는지 약간 움찔거렸으나 그뿐이었다.


“그, 시우야. 말해 봐. 말.”

“······.”

“아아, 해봐. 응? 목소리 내봐.”

“······.”


시우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고, 색색대는 숨소리만 나왔다.


뭐지? 애가 농아였던가?


‘아니야. 아까는 분명 말했었어.’


그렇진 않았다.


이 사달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시우는 멀쩡히 엄마, 아빠 하며 말을 했었다.


불쑥 뇌리로 한 단어가 스쳤다.


‘실어증?’


외과적 이상은 없으나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질병, 실어증.


실어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극도의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에 의해서도 발병됐다.


그러고 보면 이 애 눈이 맛 갔다.


낯선 상황에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 법도 한데, 이렇게 동상처럼 가만히 있는 것도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진수는 마음이 안 좋아졌다.


“쩝. 음, 시우야. 과자 먹을래?”


끄덕끄덕.


진수는 진열대로 가서 과자 몇 봉지를 집었다.


“아이스크림도 먹을래?”


끄덕끄덕끄덕!


어차피 녹으면 금방 상해버릴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


그는 시우에게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가져다주고, 자신도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었다.


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전기 끊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녹을랑 말랑하고 있었다.


‘슬슬 후덥해지네.’


에어컨이 가동을 안 하니 건물 내부 온도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제기랄, 더운 건 딱 질색인데.


진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게소 키우기〉의 게임창을 살폈다.


인터페이스든 뭐든, 핸드폰으로 할 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게임 속 휴게소가 가상의 휴게소가 아닌 실제 휴게소란 점만 빼면.


“······.”

“음?”


진수는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돌렸다.


시우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라는 눈빛.


잠깐만, 쟤한테도 이게 보이나?


“시우야. 너도 이거 보여?”

“······?”

“이거 말이야, 이거. 게임 화면.”


녀석의 고개가 갸우뚱하고 기울었다.


모르겠다는 눈치.


아무래도 이 게임창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거나 마저 먹어.”


진수는 다시금 게임창에 집중했다.


화면에 뜬 점곡휴게소 부지.


그는 화면 속 건물 두 채를 확대했다.


오른쪽 것은 현재 자신과 시우가 있는 매점이고, 왼쪽 것은 화장실이었다.


터치해 본다.


[알 수 없는 시설]

-유지비용 : ???

-철거 : +₩2,429,760


[알 수 없는 시설]

-유지비용 : ???

-철거 : +₩1,881,510


정보를 확인하려 했는데, 매점과 화장실은 ‘알 수 없는 시설’이라고만 표시됐다.


왜 이런 거지?


‘게임에서 비롯된 오브젝트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흠. 그래도 철거비는 꽤 나오네.”

“······?”

“아, 너한테 한 말 아니야.”


현실에선 철거를 하면 철거비를 내야 하지만, 게임에선 되레 돈을 돌려받는다.


일종의 페이백이다.


“흠.”


진수는 가만히 게임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이유와 경위는 모르겠지만,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휴게소 키우기〉가 현실이 됐다.


자신은 게임 속 오브젝트를 현실로 불러낼 수 있었고, 그렇게 현실로 나온 오브젝트는 실재(實在)했다.


이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생존에 큰 도움이 되리라.


‘휴게소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하필이면 게임의 테마가 ‘휴게소’인 게 못내 아쉽긴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휴게소란 장소는 기본적으로 전투, 농성과는 거리가 먼 장소다.


당연하게도 게임 속 오브젝트 중 구울에 대적할 실질적 수단이나 무기는 없었다.


‘인형 뽑기 기계’나 ‘장식용 화단’ 따위로 구울 때려잡을 것도 아니고.


휴게소 키우기가 아니라 군대 키우기나 요새 키우기 같은 걸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됐어.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뭘 더 바라?’


진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없는 걸 왜 없냐고 투정 부려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있는 것에 만족하고 그걸 120%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뭐지?’


물과 식량은 있다.


매점에 있는 것만 해도 자신과 시우가 한두 달은 먹을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구울로부터 몸을 지킬 수단이었다.


마을에 있는 구울들이 몰려왔을 때 놈들을 상대할 무기와 방어책.


진수는 번뜩 떠오른 것이 있었다.


‘휴게소 키우기에 성벽(城壁) 같은 오브젝트는 없어. 하지만······.’


그가 게임창을 조작했다.


곧 ‘장식물’ 카테고리에서 몇 가지 오브젝트들을 찾아냈다.


[시설»꾸미기»장식물]

◉ 벽돌 담장-5

-설치비용 : ₩1,000


[시설»꾸미기»장식물]

◉ 철 난간-2

-설치비용 : ₩1,000


[시설»꾸미기»장식물]

◉ 안전 울타리-1

-설치비용 : ₩1,000


‘없으면 만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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