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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역대급 천재 락스타의 회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롤쿠니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20 14:51
최근연재일 :
2024.03.26 12: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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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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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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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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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DUMMY

29화



며칠 후


“이거, 운명인가 보네.”


이해열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공개 오디션에 지원한 밴드 명단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단연 눈에 띄는 밴드의 이름은 ‘수라’.

최근 발매한 그들의 싱글은 고스트 네이션 게시판을 완전히 혼란 상태로 만들었다.


[이 밴드 뭐예요? 진짜 신인 맞음? 아니, 어떻게 신인이 이래?]

┗곡 쓰는 능력 장난 아닌 듯. 대한민국 밴드 희망이다······ 제발 떠라.

┗분명 못생겼을 거야······ 제발 못 생겨서 음악만 해라. 제발! 이상한 거 하지 말고! 얘네 정규 앨범 소식 없음?

┗못생기면 팬 많이 안 생길 텐데. 걱정 걱정. ㅜㅜ 그럼 밴드도 접는 거 아님? 생긴 것도 중요해!

┗염라대왕은 잘생겼냐? 음악만 좋으면 됐지. 우리가 염라 대왕 얼굴 보고 팬 된 것도 아닌데.

┗내 얼굴 보고 팬 된 사람들 많다. 이 악플러야. 나도 왕년에 꽃미남이었다고. [수정 / 삭제]


이해열은 피식 웃으며 댓글을 남긴 후 게시판을 다시 한번 훑었다.


벌써 ‘수라’의 음악에 홀린 듯, 고스트 네이션 게시판엔 그들의 찬양 글이 곳곳에 보였다.

특히나 이번 그들의 싱글은 고스트 네이션의 방송을 탄 후 더욱 불티나게 팔리는 것처럼 보였다.


[‘Start of sura’ 5장 삼. 미쳤음. 이런 밴드는 주변에 꼭 알려야 함. 주변에 나눠 줄 거.]

┗너 친구 없잖아. 친구 있는 놈이 고스트 네이션을 들을 리 없어.

┗가족한테 나눠 줄 건데.

┗나도 네 가족 하면 안 되냐? 지금 다 팔려서 또 찍고 있다던데.


세상에 드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밴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수준의 반응.

심지어 대학가요제로 스타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싱글 앨범이 라디오를 한번 탄 기회로, ‘수라’는 단번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대단한 놈들.”


이해열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드는 의문.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음악을 가볍게 듣는 사람들은 모를 문제였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겐 ‘수라’의 앨범은 음향적으로 엄청난 수작이었다.


작곡 능력은 차치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은 이해열의 밴드 [세구엔테]의 차기 앨범을 맡기고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최정상급 사운드 엔지니어일 거라는 생각에 주위에 연락을 돌렸지만, 이해열 주변 인물은 아니었다.


“뭐, 이따가 만날 테니. 만나서 물어보면 되겠지.”


***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예선 오디션장


우리는 무대 뒤에서 다른 팀의 연주를 들으며 순서를 기다렸다.

기술적으론 화려했지만, 내 귀엔 그다지 설득력이 들지 않았다.

음악으로 하는 차력쇼는 사실 내 취향이 아닌 이유도 있었겠지만,

수호는 그 소리를 들으며 놀란 듯 베이스를 부여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나······ 떨고 있냐?”


어울리지도 않게 내리깐 목소리.

수호는 창백해진 얼굴로 옛 드라마 대사를 낮게 읊조렸다.


“미친놈.”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롤 모델을 만난다며 그렇게 실실 웃으며 연습하던 놈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 베이스를 잡고 떠는 모습이라니.

그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외마디 욕을 뱉었다.


“괜찮아. 수호야. 잘할 수 있어.”

“그, 그렇겠지?”


찬용이가 따스하게 건네는 말에 수호의 입꼬리가 살짝 떨려왔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듯 텅 빈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해열이 형. 있냐? 보여? 봤어?”

“미친놈아. 뭐, 신이라도 만나냐? 뭐 이렇게 호들갑을······.”

“우리나라 락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인데······! 너 같은 사대주의자는 모른다고!”


이해열은 확실히 우리나라 음악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인물 중 하나였다.

대학가요제에서 인트로 시작부터 대상으로 점찍혔다는 전설적인 인물.

하지만 대학가요제를 나갔던 밴드는 금세 해체됐고, 솔로로 댄스와 발라드를 통해 인기 가수로 성공했으나, 그는 다시 락으로 돌아왔다.


“대단한 사람은 맞는데. 그렇게 덜덜 떨 수준은 아니지.”

“매국노! 사대주의자! 양키 밴드 빠돌이!”

“찬용아. 드럼 스틱으로 이 새끼 주리 틀까? 너무 시끄럽지?”

“좋은 생각이야.”


찬용과 내가 수호에게 다가서자, 수호는 마치 목숨이라도 바치겠다는 듯한 경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조선 락의······ 국모······.”

-참가번호 142번 ‘수라’ 준비하세요.

“다? 응? 으악! 왔다! 왔어!”


우리 팀이 호명되는 소리에 나는 들고 있던 드럼 스틱을 찬용이에게 다시 건넸다.


“잘해보자.”


내 말에 수호가 한번 숨을 크게 들이 내쉰 후 말했다.


“우리 그런 거 없냐?”

“뭐, 또.”

“막 응원 구호 같은 거 있잖아. 생각해보니까 그런 걸 안 했네. 와, 나 청심환 먹었는데 왜 이러냐. 정신이 없다. 정신이······ 심장 벌렁거리는 게 장난 없어······.”


수호의 말에 나는 귀찮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아주 그냥 호들갑은. 예선 때 이러면 본 무대에서 어떻게 하려고? 아니. 이번엔 심사위원들 앞에서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응원 구호하자고!”

“아니, 지금 응원 구호가 없는데 무슨 응원 구호야. 이 미친놈아.”


아무 말 없던 찬용이 나와 수호를 번 갈아보다 소리쳤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악을!”


‘수라’, 임금이 먹는 식사라는 뜻에 어울리는 표현.

그 표현에 나 역시도 피식 웃음이 나왔고, 수호는 마음에 든다는 듯 밝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어, 좋다. 좋다. 야 손 모아. 같이 하는 거야. 오케이?”

“그래. 해.”


우리는 그렇게 세 손을 모았다.


“위로? 아래로?”

“위로.”

“오키. 하나, 둘, 셋!”


수호의 구령에 맞춰 우리는 무대 뒤편에서 소리쳤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악을!”

-수라! 지금 시간 부족합니다. 빨리 나와요! 뒤에 대기한 팀이······.

“지금 나갑니다!”


수호의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우리는 무대 위로 올라섰다.


***


이해열은 무대에 오른 수라를 빤히 바라봤다.

생각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 모습이었다.


‘몇 살이지? 군대는 다녀온 건가? 너무 어려보이는데.’


“쟤네 알아? 왜 웃고 있어?”


옆에 있는 다른 심사위원이 이해열에게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다.


“쟤네 홍대에서 요즘 뜨는 애들이야. 쟤네 싱글 한번 들어봐. 좋은 의미로 미쳤으니까.”

“형이 웬일이래.”

“뭐가.”

“형이 남 칭찬하는 거 보기 쉽지 않은데? 쟤넨 보자마자 칭찬을 해버리네.”


옆에 있던 심사위원의 말에 이해열은 인상을 찌푸린 후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내가 뭐 사회 부적응자로 보여? 칭찬할 놈들은 칭찬해줘야지.”


이해열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무대에서 준비 중인 수라를 바라봤다.


-참가번호 142번 수라 준비 끝났습니다. 바로 준비한 거 시작할까요?


보컬의 말에 이해열은 급히 마이크를 잡았다.


“아니요.”

-네?

“뭐 물어볼 게 있어서요.”


심사위원들은 동시에 이해열을 바라봤다.

또 저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에 대한 걱정 가득한 눈빛이었다.


“최근에 싱글. 사운드 엔지니어가 누굽니까? 프로듀서 따로 있었죠?”

-제가 했는데요. 그리고 프로듀서도 저였고요.

“······.”


이해열은 담담히 대답하는 보컬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이도 한참 어려 보이는 20대.

작곡에도 능력이 있으면서 프로듀싱에도 이 정도로 재능이 있다니.

말이 되지 않는 재능이라는 생각에 이해열은 보컬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죠?”

-경재현입니다. 아, 소개 먼저 하겠습니다. 여기 뒤에 드럼 친구는 박찬용이고요. 베이스는 경수호입니다. 저희 둘 형제 아니고요. 그냥 우연히 성이 같습니다. 시작할까요?


미리 질문을 자르듯, 덧붙인 경재현.

그는 기타를 들고 심사위원의 답을 기다렸다.


“흠. 네. 뭐, 시작하죠.”


궁금한 게 너무 많았지만, 지금 여기서 질문했다간 오디션은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이크를 내려놨다.

그리고 시작된 수라의 음악.


“와. 얘네 뭐야······? 미쳤는데?”


옆에 심사위원들은 처음 듣는 곡 일터.

이해열이 저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숨은 고수.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오르는 완전 신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현재 활동 중인 음악가들을 지칭하는 ‘무림 고수’의 자리에 서도 부족할 게 하나도 없는 실력.


“미쳤는데요? 진짜 형님 말대로 좋은 의미로······.”

“거봐. 내가 뭐랬어.”

“아니, 얘네 아마추어 맞아요? 아니 얼굴은 아직 아기들 같은데······.”

“나도 생긴 건 처음 보는데,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네.”


하지만 속으로 계속 의구심이 떠올랐다.

군대는 다녀왔는지 싶은 아직 한참 어려 보이는 얼굴.

근데 저 어린 나이에도 음악적으로 그런 레코딩이 가능하다는 게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첫 곡 끝났습니다.

“잠깐.”


다시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쥔 이해열.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경재현을 바라봤다.


“지금 대학생이죠? 음악은 대학에서 배운 거죠? 한국예대 작곡과 박훈정 교수님 제자죠?”

-아뇨. 대학 안 갔는데요.

“아······?”


3개의 질문은 하나의 대답으로 처리됐다.

아니. 왜 예측한 것마다 다 틀리는 거지.

그런 생각으로 경재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아무 생각 없다는 듯 기타를 매만지며 다음 곡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형. 질문 더 할 거야?”

“어······ 아. 아냐. 아니. 어, 안 할래.”


차라리 고스트 네이션에 한번 초대해서, 방송 끝나고 술잔이라도 나누며 이야기하는 게 훨씬 쉬울 것 같았다.


‘한국에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이해열이 마이크를 내려놓자, 경재현은 눈을 껌뻑거린 후 심사위원에게 물었다.


-다음 곡해도 될까요?

“예! 보여주세요.”


한 심사위원은 신난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야야, 목소리 좀 낮춰라. 쟤네 무조건 붙이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하면 어떻게 해.”

“그러게. 우리 심사위원이야. 쟤네 평가해야 한다고······.”

“제가 방금 너무 신났나요? 죄송합니다······.”


심사위원들의 대화에 이해열은 어이없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붙는 거, 쟤네도 알고 있을 텐데. 뭘 굳이.’


그런 생각으로 편안하게 이해열은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한번 베이스를 치는 경수호를 바라봤다.


‘아, 쟤가 걔지.’


기억하기론, 라디오에 읽은 사연을 보낸 건 베이스였다.

그래서인지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며 이해열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끝입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수라의 오디션 곡이 모두 끝났다.

[Blind`s light]가 들리지 않자 아쉽다는 듯 이해열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Blind`s light도 듣고 싶은데. 김유진 씨가 안 계셔서 힘들겠죠?”

-네. 그 노래는 애초에 라이브 용으로 만든 게 아니니까요. 나중에 단독 공연 때 김유진 씨를 초청할 생각입니다.


경재현의 대답에 옆에 있던 심사위원은 웃으며 말했다.


“패기 좋네. 벌써 단독 공연까지 생각하고.”

“그러게요. 근데 내년 안에 가능할 거 같아요. 저게 허세가 아니라 진짜 저렇게 될 거 같아요.”


그들의 말을 들은 후 이해열이 피식 웃고 말을 이었다.


“아쉽네요.”

-그럼 저희 단독 공연에 와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하하. 참······ 햐. 이거 완전. 하하.”


경재현의 대답에 이해열은 어이없는 듯 숨소리 섞인 웃음소리를 내자,

경수호가 놀란 표정으로 경재현의 마이크로 다가간 후 외쳤다.


-꼭! 꼭! 와주십쇼! 염라 형님! 사랑합니다! 제가 염라대왕 광신도입니다! 제가 사연도 보냈습니다!


경재현은 그런 경수호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보였고,

경수호의 외침에 심사위원들은 크게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라’의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예선이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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