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갑습니다

역대급 천재 락스타의 회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롤쿠니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20 14:51
최근연재일 :
2024.03.26 12: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13,859
추천수 :
2,808
글자수 :
217,018

작성
24.03.16 09:21
조회
2,632
추천
69
글자
12쪽

28화

DUMMY

28화



JH 사무실은 이제 정리를 끝냄과 동시에 공장으로 탈바꿈됐다.

초판이 매진된 것에 이어 미친 듯이 몰려오는 주문.

오프라인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사는 인원들이 폭주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저희도 좀 도울게요.”


내 말에 주훈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됐어. 아티스트한테 이런 잡일까지 시키면 안 돼. 그건 내 철칙이야. 너희는 너희 일만 하면 돼.”

“그거 택배까지 다 직접 보내셔야 하잖아요.”


수익금은 대부분 우리에게 들어올 거고, 그렇기에 사실상 주훈에게 들어가는 돈은 CD와 택배비 정도 일터.

근데 이 인간은 왜 이렇게 성실한지, 그 많은 일을 혼자 하겠다고 우기고 있었다.


복사를 기다리는 CD들이 거진 탑처럼 쌓여있었으니.

이걸 모두 혼자 하려면 아마도 일주일도 넘게 걸리지 않을까.


“신입 뽑았어. 이따가 출근하기로 했고.”

“누군데요?”

“지철이. 너희 옷 봐줬던 놈 있잖아. 그놈도 벨리언 때려쳤단다.”


주훈은 빵긋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네?”

“뭐, 나도 결국 그놈 때문에 벨리언 엔터 때려 쳤으니. 자기도 일정부분 책임지겠다나 뭐라나.”


주훈은 말로는 툴툴거리면서도 기분은 좋은 듯 입가엔 미소로 가득했다.


“그래도 이거 두 명으로도 시간 꽤 걸리겠는데요? 저희 공연까지 시간 좀 남았으니까. 좀 도울게요.”


우리의 계속되는 요청에 주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CD를 나눠줬고, 우리는 그 CD를 복제기에 넣으며 복사를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금 판매량이 어느 정도죠?”

“이제 2,500장. 근데 참, 대단하다. 라디오 방송 한번 탔다고······ 인디 세계는 아직 좀 어렵네.”


주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직 인기 가수들 몇만 장 나가는 거에 비하면······ 이건 내가 더 노력해야 할 문제지. 다음 정규 앨범 때 기대해라. 내가 어? 이래 봬도······ 잔뼈 굵은 노장이야.”


지금 2004년, 앨범을 팔리는 건 아직 중요한 수입원이긴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대로 활성화되지도 않은 시점임과 동시에, 저작권 인식도 낮은 상황.

음원에 돈을 들여 사는 것보다, 불법 공유된 음원 파일이 아직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세상.

그렇기에 이렇게 앨범이 팔리는 건 좋은 소식이었다.


“음원 파일은 유통사랑 계약 끝냈고. 정산일은 매달 마지막 날이야. 그날마다 바로바로 너희 통장에 꽂아주마.”

“오, 사장님. 대단해요.”


주훈의 말에 수호가 대답하자, 주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참 멀었어. 너희 이거 앨범 수준이면 공중파에 나와도 한참 모자라. 얼른 좀 떠라! 내가 어떻게든 띄워 줄 테니까! 아이고! 유진 씨! 유진 씨는 하지 마. 진짜로! 유진 씨 손은 국보급인데, 무슨 CD를 만지고 있어.”


김유진도 발 벗고 도우려 하자, 급히 막는 주훈.

김유진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진 상황이었다.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건 많이 완화됐고, 감금과 스트레스 같은 비인간적인 것도 없으니.

그의 표정만 보아도 훨씬 편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주훈은 사람대접은 해주는 인간이었기에, 식당 오픈 행사 같은 말도 되지 않는 행사는 모두 취소해버렸고, 지방 큰 공연 정도 되는 무대에만 김유진을 올렸다.


“그래도 저도 해야죠. 회사 일인데요.”

“됐어. 뭘. 이따가 지방행사 가야 하잖아. 그거 새로운 매니저랑 가. 걔 아직 안 만나 봤지? 그 친구 착해. 싸가지는 좀 없어도. 다~ 얘기해놨어.”


조그마한 사무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라’의 싱글 앨범 제작 공장에서 우리는 복작거리며 할 일을 했다.


‘재밌네.’


처음 든 생각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즐겁다는 것.

그리고 이어진 건 성공에 대한 욕심이었다.

결국 이들과 함께하려면 필요한 건 돈이었으니까.


“흠······.”


작곡가로서 이전의 삶을 돌이켜보면 연예계는 지저분한 쓰레기장이었다.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판이었고.

조금 떴다고 생각하면 자아도취에 빠져 스타로 만들어준 이에게도 덤벼드는 놈들도 많았다.


내 곡 때문에 떠 놓고, 뒤에선 깐깐하다면서 욕하고 다녔다는 인간들.

뭐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한 수준이다.


내가 알던 그런 판에 비하면 지금 여기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

멤버들과 우직한 주훈.

그리고 이용만 당하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까지.

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장님.”


그런 생각으로 주훈에게 말을 걸었다.


“응? 왜.”

“잠깐 좀 보실까요?”


내 말에 주훈은 하던 일을 잠시 내버려 두고 나와 건물 밖으로 나섰다.


“왜, 무슨 일인데?”

“회사 자금 좀 부족하죠?”

“에이. 그런 건 네가 신경 쓰지 마. 어떻게든 내 사비라도 탈탈 털어서 먹여 살릴 거니까.”

“길게 버텨봐야 몇 달이잖아요. 여기 임대료도 그렇고. 저희가 무슨 행사를 뛰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운영하다간 금방 망할 텐데요. 이 회사에 제 지분도 있고요.”


회사를 인수할 때 내가 보탠 돈까지 고려하면 아마 몇 달을 버티긴 하겠다만.

멀리 볼 수 없다는 것. 그런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홍보할 수 있는 전략을 찾겠습니다. 그러니까, 허튼 데 돈 안 쓰셨으면 좋겠어요.”

“응······?”

“방송국 PD 계속 만나고 계시죠? 저희 띄워보시겠다고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하시는 것까진 이해하지만요.”


공중파 방송을 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곧 해결될 문제였다.


2005년 초, 지상 3사 중 하나인 MBS의 음악 프로에서 한달에 한번씩 인디 밴드를 초대해주는 코너가 생긴다.

그리고 이 코너를 통해 수많은 인디 밴드들이 공중파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보여줬고,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인디 음악이 점차 알려지던 시점.

하지만 그 기회는 곧 인디 밴드의 궤멸로 이어졌다.

하필 그곳에서 인디 밴드 판을 폭발시켜버린 나체 쇼가 일어나는 것이었으니까.


동시에 지금 당장 인지도 있는 밴드가 아닌 이상 공중파에 나갈 수 없는 건 현실.

그렇기에 주훈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거대 기획사도 아닌 JH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수라’가 공중파에 나갈 수 없는 건 현실이었다.


“어차피 저희가 다음에 갈 곳은 정해져 있어요.”

“응?”


주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뭐······ 어디? 그런 건 나한테 상의도 좀 하고 해야지.”

“어제 생각한 거라서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여기가 저희의 다음 목표예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줄여서 ‘쌈싸페’라고 불리는 이 페스티벌은 신인들, 그리고 현재 활동 중인 음악가들, 그리고 해외음악가들로 구성된 리스트로 진행됐다.


다른 락 페스티벌과는 달리, 완전히 초짜 신인들도 실력만 된다면 세워주는 무대.

그리고 프로그레스와는 수준이 다른 크기의 무대였다.


특히나 20대 팬들을 확실하게 모을 수 있는 기회의 창구.

넬, 피아, 럼블피쉬 등 그들도 메이저로 올라가기 전 이곳에서 그들을 홍보했다.

우리도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이름을 알린다면 2005년을 TV에서 시작할 수 있을 터.

그렇기에 꼭 서야 하는 페스티벌이었다.


“그럼 그동안······ 내가 뭘 해주면······ 될까?”

“음. 제 곡을 팔 수 있는 엔터를 알아봐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틈틈이 해온 작곡.

시간을 쪼개가며 작곡을 해왔기에, 금세 곡은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수라’의 곡이 아닌, 아이돌 댄스곡.

이제 곧 아이돌 공화국이 시작될 대한민국에서 큰돈이 될 음악들이었다.


“뭐?”

“수라의 멤버뿐만 아니라 작곡가 Kurt로서도 활동하겠다고요. 회사 한번 같이 키워봐야죠.”


내 말에 주훈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원래 이런 캐릭터였냐······?”

“네?”

“찔러도 피도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던 인간이······ 안 어울리게 애사심이 왜 이렇게 가득해?”

“회사에 제 지분도 있으니까요.”


내 말에 주훈은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보였다.


“그래. 너도 사람이었구나. 돈에 욕심이 좀 생기는 거지?”

“돈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난 네가 돈 욕심 없는 줄 알았지. 그래서 작곡으로 성공할 생각 없다며?”

“밴드도 작곡만큼 돈 될 거예요. 분명히. 훨씬 더 벌 겁니다.”


아직은 미비한 시작.

하지만 이번 생엔 세계적인 락 밴드 ‘수라’로서 꼭 성공할 테니까.


***


잠시 후.


“뭐!?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프로그레스 사장 곽우주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수라를 보며 말했다.


“네.”


그리고 이어지는 경재현의 대답.

무성의하면서도 자신감에 찬 대답에 곽우주는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렸다.


“쉴 새 없이 달리는구나. 흠. 근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기도 하고.”


‘수라’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처음 봤을 때 이미 완성형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훨씬 더 성장했고.

심지어 그들이 만든 싱글 앨범의 마지막 곡 [Blind`s light]는 듣자마자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가사가 한국말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해외 유명 밴드라고 착각할 수준의 음악이었으니까.


“햐······ 근데 거기서 뜨면 프로그레스에서 너희 못 보는 거 아냐?”

“정규 앨범 내면 여기서 단독 공연하죠. 뭐.”


프로그레스를 한번 쭉 훑으며 말하는 재현을 보며, 곽우주는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말했다.


“하? 누가 보면 자리라도 맡아둔 줄 알겠다.”

“싫으시면 말고요.”

“누가 싫다고 했냐? 앞서가긴······.”


우주가 장난스럽게 짜증 난 말투로 쏘아붙이자, 재현도 피식 웃은 후 말했다.


“저희가 따로 드릴 부탁이 있어요.”

“뭔데?”

“쌈싸페에서 저희 사운드 엔지니어 좀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응?”


곽우주는 눈을 껌뻑이며 경재현에게 물었다.


“너희 붙었냐? 심사는 봤어?”

“아뇨. 근데 붙었다고 봐야죠. 저희를 떨어트리겠어요? 저희 수라입니다. 존 형! 클럽 프로그레스 에이스! 수라!”


재현 대신 대답하는 수호. 그리고 그 뒤에서 수줍게 미소 짓는 찬용까지.

어이가 없는 놈들이었지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다.


“재현이만 미친 게 아니구나. 다들 미쳤어. 찬용이가 제일 정상이야.”

“찬용이 본모습을 못 보셔서 그래요. 찬용이가 가면 벗으면 제일 비정상이거든요?”

“그럼 가면 벗지 마. 이놈들보다 비정상이면 난 감당 못 한다.”


우주의 말에 재현과 수호는 낄낄 웃으며 찬용을 바라봤다.

찬용은 부끄럽다는 듯 붉어진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뭐 어떻다고?”

“너 가면 벗으면 제일 이상한 놈인 건 맞잖아.”

“아닌데······.”

“됐고. 그러면 가면 벗지 마. 이 악마들아. 우리 찬용이는 건드리지 마라.”


우주는 재현과 수호에게 잔소리하듯 말하다, 재현을 보며 물었다.


“근데 쌈싸페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 거기도 나름 짱짱한 사운드 엔지니어 올 텐데?”


우주의 물음에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희 밴드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는 형을 따라올 사람이 없어요. 작은 행사는 아니라 그쪽에서도 분명 좋은 엔지니어가 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형이 오는 게 제일 나을 거 같거든요.”

“흠······.”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특히나 경재현의 기타 톤.

그건 평범한 인디밴드들에서는 쉽사리 들을 수 있는 톤도 아닐뿐더러, 곽우주 역시 공연장에 맞춰 사운드를 배치하는데 수도 없이 고민했던 소리였다.


“일단 1차 심사나 붙고 와. 이놈들아. 그러다가 떨어지면 내 얼굴은 어떻게 보려고?”

“그럼 허락한 걸로 알고 있을게요.”


싱긋 웃으며 리허설 무대로 올라가는 ‘수라’.

그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곽우주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천재 락스타의 회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6 24.03.27 467 0 -
40 40화 +6 24.03.26 1,548 75 12쪽
39 39화 +4 24.03.25 1,731 74 12쪽
38 38화 +3 24.03.24 1,913 59 12쪽
37 37화 +3 24.03.24 2,059 68 13쪽
36 36화 +3 24.03.23 2,153 70 13쪽
35 35화 +4 24.03.22 2,219 69 13쪽
34 34화 +2 24.03.21 2,280 66 15쪽
33 33화 +3 24.03.20 2,334 57 13쪽
32 32화 +4 24.03.19 2,413 68 11쪽
31 31화 +4 24.03.18 2,442 69 13쪽
30 30화 +3 24.03.17 2,513 69 12쪽
29 29화 +3 24.03.16 2,536 67 12쪽
» 28화 +7 24.03.16 2,632 69 12쪽
27 27화 +4 24.03.15 2,664 69 12쪽
26 26화 +1 24.03.14 2,710 65 13쪽
25 25화 +2 24.03.13 2,736 61 12쪽
24 24화 +3 24.03.12 2,768 64 12쪽
23 23화 +2 24.03.11 2,805 60 13쪽
22 22화 +2 24.03.10 2,848 61 12쪽
21 21화 +2 24.03.09 2,946 68 12쪽
20 20화 +2 24.03.08 2,929 67 12쪽
19 19화 +5 24.03.07 2,971 78 12쪽
18 18화 +4 24.03.06 2,985 64 12쪽
17 17화 +3 24.03.05 3,016 74 12쪽
16 16화 +2 24.03.04 3,042 66 12쪽
15 15화 +3 24.03.03 3,098 66 12쪽
14 14화 +1 24.03.02 3,085 70 12쪽
13 13화 +1 24.03.01 3,079 76 11쪽
12 12화 +7 24.02.29 3,062 7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