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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천재 락스타의 회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롤쿠니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20 14:51
최근연재일 :
2024.03.26 12: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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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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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7,018

작성
24.03.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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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DUMMY

15화


‘수라’는 그렇게 합주실 용 컨테이너에 자리를 잡았다.

앰프와 드럼에 둘러싸여 비좁은 공간에 오순도순 앉았다.


가운데엔 과자와 경수호가 마실 맥주와 소주.

그리고 박찬용과 경재현을 위한 사이다.

스물셋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메뉴에 경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재미없어진 놈이랑. 술 마시면 개 되는 놈. 에휴. 이게 무슨. 에휴.”


그런 한탄과 함께 경수호는 연신 맥주를 들이켰다.


“사이다로 짠은 해야지.”

“어디 알콜도 없는 탄산이 맥주랑 짠을 하려 들지?”

“야, 그럼 사이다끼리 짠 하자.”


재현의 말에 수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곤, 캔을 부딪쳤다.

그리고 한번 시원하게 입에 머금은 맥주를 삼키자, 절로 나오는 트름.

시원한 트름에 멤버들이 눈살을 찌푸리자, 수호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근데 아까 그 주 팀장님? 그 사람 이야기는 뭐야? 계약?”

“그러게. 무슨······ 첫 무대부터 그런 게 가능하냐? 우리한테 뭐 엄청난 걸 느꼈나?”


수호와 찬용의 물음에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너넨 어떻게 생각해?”

“사실 잘 모르겠어. 이 팀이 무대에 설 수 있던 것도, 그리고 그런 제안을 받을 수 있던 것도 너 덕분이잖아.”


나지막이 말하는 찬용.


“그래도 우린 팀이잖냐. 얘기해보고 결정하는 게 맞지.”


시원하게 말하는 수호.


“맞아. 우린 팀이지. 수라에서 경재현은 없어. 수라는 그냥 수라일 뿐이야.”

“오늘 무슨 명언 병이라도 걸렸냐? 뭐 이리 그런 소리를 해대? 우리가 락이라느니?”


실실 웃는 수호를 무시하며, 찬용이 재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음. 일단 내 생각은 이래.”


경재현은 짧게 그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당장 기획사를 들어가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지만, 홍대에서 입지를 쌓아 올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힘도 없는 그리고 팬도 없는 신생 밴드가 기획사로 들어가게 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는 말을 곁들였다.


“내가 작곡한 곡들. 그걸로 공연하기 힘들지 몰라. 내 곡이 아무리 좋아도 위에서 잘라대면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따라야 하는 게 일상이 될 테니까. 음악을 즐기지 못하고 이제 그저 기획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 빼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그런 식으로 이용만 당하는 거지.”

“꼭두각시로 돈을 버냐, 아니면······ 돈을 좀 덜 벌어도 자유롭게 사냐? 그 둘 중에 고르라는 거지?”


수호의 물음에 재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수라가 인기를 얻게 된다면? 그때부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지.”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는 사나이처럼.

전설적인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그는 댄스 그룹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고.

98년도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밴드 음악을 시작했다.


물론 그의 선택에 수많은 안티 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는 마음대로 대한민국의 음악판을 휘저었다.

기자든, 안티팬이 쏟아내는 망언들은 모두 무시한 채.

그는 묵묵히 그의 길을 걸어 나갔다.


“에이. 우리가 어떻게 서지태가 되냐? 그건 너무 갔다. 미친놈아. 정신 나갔어?”

“안 될 거 있어? 내가 있고, 너희들이 있는데? 우리 꿈이 락스타 아니냐? 도쿄돔이든, 글래즈톤 베리든. 미국 투어든. 아니, 부산 락 페스티벌부터 서는 게 우선이긴 하겠지만.”

“뭐래. 미친놈이······ 흐힛.”


칭찬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 수호가 실실거리며 웃었고.

찬용이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껌뻑거렸다.


“난 재현이 말에 따를래.”


수호와 재현이 실실거리던 사이, 나지막이 내뱉은 찬용.

그는 재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급하게 해서 좋을 것 없을 거 같아. 누구한테 휘둘리기는 더더욱이 싫고.”

“쯧. 그건 동감이야. 휘둘리는 건 군인 때로 족해.”

“그럼 내 말대로? 투표도 안 하고?”

“어차피 세 명이라 티 팍팍 나. 그냥 하지 마. 이 새끼야. 세 사람으로 비밀 투표가 되겠냐?”


수호는 다른 맥주캔을 까며 말을 이었다.


“아으, 좋다. 좋아. 첫 공연에 뒤풀이까지. 크으···.”


드러누우려고 하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베이스를 연결했다.


“뭐하게. 미친놈아. 잠자코 술이나 처먹지.”

“합주?”

“방금 공연하고 왔는데 무슨······.”

“원래 뭐든 술을 곁들이면 재미는 배가 되는 법. 난 재미를 택하겠다.”


재현의 말에도 찬용은 이미 스틱을 들고 드럼 셋에 앉았다.


“가보자고. 얼른 기타 들어. 인마! 집안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어휴.”


***


며칠 후.


-안 하기로 했습니다.

“네? 아니, 그······.”


경재현의 대답에 주 팀장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저희는 아직 좀 자유롭게 하고 싶습니다. 실력도 부족하고요. 이제 첫 무대를 한 밴드니까요.

“아, 하하. 에이. 그런 면에 있어서 저희가 언제든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 소속사에서 함께 꿈을 이뤄보는 건······.”


다시 한번 해보는 제안.

너무 질척였나.

주 팀장은 말을 내뱉고, 입을 오물거렸다.

공연에서 보았던 경재현의 보컬 능력을 보아서였을까.


더욱 놓치기 싫었다.

단순한 원석이 아니라, 다듬어졌으면서도 원석의 매력은 잃지 않은 보컬.

충분히 스타성도 가지고 있던 그를 어떻게든 데려오고 싶었다.


“앨범도 내고, 뮤직비디오도 찍으면서 대중들에게 노출돼야 밴드가 쑥쑥 크지 않을까요? 수라는 정말 가능성 있는 팀이란 말입니다. 제가 정말 아쉬워서 그래요.”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거죠. 언젠간 그렇게 할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제야 첫 무대를 경험한 밴드입니다.

“언젠가라면······.”

-적어도 1년 정도는 이 생활을 유지할까 합니다. 그동안 작곡은 계속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1년.

대체 뭘 기준으로 만든 시간일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경재현의 목소리에선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네······ 알겠습니다.”


그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껴서인지.

주 팀장은 한번 숨을 푹 내쉰 후,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물었다.


“아, 저희 소속사에 연습 중인 아이돌이 있는데······ 혹시······.”

-운이 좋네요. 요즘 댄스 음악 하나 만들고 있었거든요.

“아? 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경재현의 말에 주 팀장은 살며시 웃으며 물었다.


“그럼 저희 아이돌 데뷔곡도 손 봐주시는······ 애들 정말 좋은 애들입니다. 노래도 정말 잘하고요. 네,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그렇겠죠. 곡 완성되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전처럼······.

“네. 디렉팅 없이 저희끼리 마무리할 수 있는 완벽한 곡을 보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네.


툭-.


전화를 끊자, 다시 한껏 멀어진 듯한 경재현.

너무 들이댄 건가, 너무나 어려운 존재였다.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다가가면 적당한 거리감을 두질 않나.

기획사 일에 종사하며 만났던 인간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그의 태도는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았다.


하지만 좋은 소식.

그가 만든 댄스 음악은 또 어떨지 기대가 되는 주 팀장이었다.

그 기쁜 소식을 들고, 주 팀장은 급히 부장실을 찾았다.


“뭐? 그 인간이?”

“예. 이번에 헤벤 있지 않습니까. 이제 데뷔할 준비는 마쳤습니다. 이제 좋은 곡만 받으면······.”

“커트라는 놈이었나?”

“네. 맞습니다.”


부장의 이름은 조동준.

그의 이마에 깊게 주름이 파이자마자, 주 팀장은 몸을 움츠렸다.

그에겐 퍽 두려운 존재인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쏟아질 폭언에 마음의 준비라도 하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가격은?”

“김주인 씨의 곡이 흥행한 것을 봐선 확실히 증명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훨씬 더 올려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350 이상은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그 새끼는 언제까지 프리랜서로 일한다냐?”


조동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확실히 능력은 있는 친구라서 그런지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계속 살 생각인 거 같습니다. 전속계약은 아예 생각이 없는 거 같고요.”


주 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조 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생각을 만들어주는 게 능력이야. 아니, 그거 하나 못해?”

“그게······.”

“쯧. 후려쳐서 곡 뜯어내야지. 이게 뭐야? 하나하나씩 해서 계약은 또 알짜배기로 가져가잖아. 쯧. 주변에 저작권 빠삭한 변호사라도 달고 있는 건지.”


경재현이 벨리언 엔터테인먼트에서 받아 가는 돈은, 벨리언 엔터에 소속된 작곡가들보다 훨씬 많았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경재현은 히트하지 못하면 계약금만 가져가는 수준이었지만,

히트한다면 엄청난 수익금을 가져가는 형태로 계약했다.

그리고 그의 곡은 여지없이 성공했고, 그는 다른 작곡가에 비해 엄청난 수익을 손에 거머쥐었다.


“쯧. 이런 놈들은 등골까지 쭉쭉 빨아 먹어 줘야 하는데.”

“······.”


주 팀장 역시도 경재현을 처음 봤을 땐 조동준 부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어린놈 취급하며 속된 말로 어떻게 하면 등 처먹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하지만 그의 무대를 보고 난 후.

뭐랄까.

정말 음악을 좋아해서 하는 친구란 생각에 그런 불손한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약하자고 말한 것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결국 조동준과 같은 인간이 넘쳐나는 곳.

경재현이라도 이곳에 오면 결국 좋아하는 음악보단 위에서 시키는 음악을 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가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까.


“뭘 그렇게 생각해. 쯧. 여하튼 그 새끼 어떻게든 빨아 먹을 궁리나 하라고. 다른 데랑 계약했다는 소식 들리면, 네 모가지는 없다고 생각해. 알아들어?”

“네,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부장님. 제가 어떻게 해서든······.”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부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미봉책.

습관처럼 나오는 웃음과 함께 주 팀장이 말하자, 조동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갯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쯧. 무능한 놈. 말은 잘해요. 나가 봐. 꼴도 보기 싫으니까.”

“네!”


부장실을 나오던 주 팀장.

한껏 숨을 푹 내쉰 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후······.”


깊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로 빌딩 숲이 잠시나마 가려졌다.

숨이 턱 막히는 빌딩 숲.

누가 보기엔 웅장하고 거대한 아름다움처럼 보일 테지만, 주 팀장의 눈엔 그저 거대한 감옥일 뿐이었다.


파놉티콘처럼.

수형자들은 감시자를 볼 수 없는, 한평생 감시만 당해야 하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삶.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오늘따라 힘이 들었다.


“흐. 흐핫.”


힘듦에 지쳐있던 사이, 우연히 튀어나온 웃음.

수라의 무대가 뇌리를 스치자마자 터진 웃음이었다.


그들의 젊음.

젊음이라는 건 참 부러운 것이었다.

그 찬란한 젊음은 주 팀장의 마음 한 구석에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겐 ‘주책’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 마련.


"부럽다. 부러워."


나이를 먹으면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척,

싫어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는 척해야 할 상황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수라는 솔직했다.

그들의 음악과 동시에 그들의 태도까지.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꼭.’


그들과 함께 일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주 팀장은 생각에 빠져 미처 제대로 피우지 못한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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