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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의 서재입니다.

광인이 되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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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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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6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6.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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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병사(3)

DUMMY

날파리가 우웅 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죽은 시체들 사이에서 자서 그런가?


죽은 뒤에는 여러 벌레들이 끼어들고 지독한 녀석들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벌레 소리가 소름이 끼쳐 일어났다. 그런데 시체에 벌레가 꼬이긴 했지만 그리 많은 수는 아닐 뿐더러 부패가 심하지 않다...


식탁 위에 익숙한 얼굴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흠...'


생각 외의 충격은 오지 않는다. 육체 또한 별 타격이 없는 느낌이다.


벌레들의 뷔페가 열리고 있다. 이정도면 어제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어야 했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지내다니 이 녀석들 제정신은 아니다.


여동생의 얼굴은 정액으로 뒤덮혀 있다. 끔직한 녀석들.


죽기 전에 그런 것인지 죽은 후에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외에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을 돌봐줄 이유는 없다. 하물며 이미 죽은 사람이다.


동생의 몸은 어디로 갔는 지 모르겠지만 머리는 멀리 치워 놓아야 한다.


'가족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겠지.'


이제 볼 수 없는 혈육들이다. 이 정도는 할 의향이 있다. 아들 하나 군대로 보낸 것만 해도 복창이 터질텐데. 여동생까지 이지경이라면 견디기 힘들어 하실 것이다.


자신의 월급도 어느 정도 보내질 예정이지만, 찾아뵐 생각은 없다. 그러기엔 이제 자신이 없다.


여동생의 얼굴을 들고 길 조차 없는 수풀을 지나쳐 멀리 집어 던졌다.


'미안하다.'


차마 저 상태로 묻거나 화장하기엔 신경이 쓰인다. 벌레나 짐승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자연이 그녀를 보담아 주기를 기대한다.


"취향도 참으로 더러운 새끼들."


일말의 양심 마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전에는 조금 찝찝했건만.


병영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볍기 그지 없다. 그는 나중에는 콧노래 마저 부르며 돌아갔다. 그러나 그 모습이 처량해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에그머니나."

"이게 다..."


마을의 어른들이 다음 희생양을 데려왔지만, 정작 받을 사람은 없었다. 싸늘한 주검만이 그들을 맞이했다.


필립의 가족들은 몇 일간 자신의 혈육인 메라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그들은 그 탓에 매우 힘들어 했지만, 망가진 그녀를 보지 못한 것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숲 깊은 곳에 머리만 남은 반 반백골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카이렌님..."


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하며 기사를 부른다.


"왜 불렀는 지 아는가?"


질문하며 맨손으로 책상을 쓸어내리는 기사다.


'흠... 쥐새끼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뭔가를 알아챈듯한 생각을 하며 말이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 죽이고 왔지?"

"예... 그치만 그거야."


그가 돌아오자마자 칼 한 자루가 더 있다는 사실에 소대가 뒤집혔었다. 오자마자 여러 자초지경을 물었고, 그에 따라 진실과 거짓을 섞은 각색 어린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설명 중에 사람들이 처음엔 자신을 의심하였지만, 곪아터지고 상한 냄새마저 풍기는 허벅지의 상처에 다들 이해해 주었다. 그러나 선임병은 아직 의심을 거두지 않은 눈치였고 쌍둥이 형제는 아예 관심이 없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카이렌경은 그저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보았을 뿐이었다. 의무실에 들러 조치를 받은 뒤 오라는 이야기뿐...


걷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붕대가 감겨있는 채로 그의 집무실로 갔다.


대륙지도가 정면에 크게 붙어있으며 책상에는 이 지역의 지도가 나타나 있다. 전술에도 관심이 있는 듯 여러 권의 책이 꽂아져 있다.


"글을 아는가?"


내가 눈치를 보며 뒤에 있는 책을 흘겨보자 그가 물었다.


"아... 조금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디가서 사기 당하고 다니지 말라고..."

'확실히 쥐새끼는 아니야.'


그는 초단위로 필립의 자취를 정하고 있다. 자신의 장기말로서 사용할지 아니면 후에 생길 불안의 싹을 지울지.


"그래서 내 부하는 왜 죽였지? 그가 널 짜증나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럴정도는 아니였을텐데?"

'쓸모가 있다고 해도 장애가 있는 녀석을 데리고 다닐수는 없지.'


살인에 맛을 들인 새끼는 군에 필요가 없다. 그 실력이 매우 뛰어난 정도가 아님에야 당연히 처리해야한다. 전쟁을 즐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아군의 등에 칼을 박아넣는 녀석들...


...


필립은 말조차 하지 못하고 숨조차 내뱉지 못했다. 떠보는 것이 아닌 확신에 들어차 말하는 어투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다.


"대답."


단호한 어조로 그를 꾸짖는다.


"사고였습니다."


중간 중간 숨을 마시고 뱉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대답하고 말았다.


"의도적인 사고라..."

"의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에 크게 외치며 부정한다.


"충동적이었다는 건가? 그리고 동료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외치고 싶은가? 상관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게."

'건방지군.'


그러나 덕분에 그가 살 확률이 높아졌다. 단순하다고 생각하기에 더욱이 믿음직한 법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키운다면 언제든 버리기 좋은 패가 되어 줄 것이다.


'진정하자. 멍청아. 진정해! 난 죽지 않아. 진정해.'


그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다. 내가 중무장하고 맨손인 그에게 달려든다해도 아직 기지도 못하는 아기를 상대하듯 손쉽게 뒤지고 말것이다. 처참하고 버러지처럼... 상대는 걸어다니는 길로틴 그자체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다.


"앉아. 눈을 내리깔고 말이야. 기분이 별로야."


눈이 뻑뻑한 느낌이 든다. 일이 그르친다는 생각 또한 하고 있기에 그것이 티가 난 모양이다. 한 없이 저자세로 나가야 한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책상에 처 박듯이 숙이며 바닥을 본다.


궐련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오며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묵직한 발걸음이 양옆의 귓가에 번걸아가며 들리는 느낌이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터라 쳐다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내게 허락된 일이 아니다.


"눈치는 좋아."


대답하지 않았다.


톡톡


그가 수박의 상태를 확인하듯 내 머리에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죽였어?"

"그가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뒤를 밟았습니다."

"x같아도 윗사람이다. 참아야지.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닐텐데?"


그가 원하는 대답을 찾아야한다. 솔직하게? 아니면 속여서?


"어딜가도 따라 붙었습니다. 전 게이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골이 울린다.


책상에 쳐박은 모양새가 상당히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아니지. 그냥 기회가 생겼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겠지. 너같은 녀석을 한 둘 봤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고 참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원한 입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닥쳐! 조용히 하라고 했을텐데."


분명 등을 때렸건만 명치에 한 방 쌔게 맞은 느낌이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켁켁거리며 불합리한 상황에 화가 날 뿐이다.


"날 기만하려 하지 말아라. 지금 시험하고 있는 건 자네가 아니야."

"예."

"그래서 왜 죽였어?"

"벌레를 죽이는 것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익충인 거미가 집 안에 들어온다 해도 죽이는 것이 사람입니다."

"이제야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 구나."


자신의 상관은 사이코패스가 맞는 듯하다. 어찌 저런 대답을 좋아한다는 말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먹고 사는 세계는 역시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인가? 아니면 상관 또한 나처럼 미친걸까?


"그 불순한 눈총은 무엇이냐. 감아라."


짐승같은 감각이다.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어릴때 산에서 멧돼지를 본 모습과 같다. 배가 고팠다면 그 멧돼지가 자신을 죽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자연의 섭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포식자와 피식자만이 있을 뿐이다. 필립은 그저 언제 물어 뜯겨도 반항조차 못하는 작은 초식동물일 뿐이다.


감은 눈에 보이는 검은 장막만이 더 두려울 뿐이다.


"여기서 맞아 죽고 나가고 싶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

"필립."

"예."

"네가 죽인 벌레와 너의 차이를 나는 알지 못한다. 벌레가 되겠는가 사람이 되겠는가?"


저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보통이라면 사람이라 대답해야겠지만, 그렇다면 싸늘한 주검으로 밖을 나서게 되겠지. 어떤 불이익이 가족에게 갈지도 모른다.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겠습니다."

"개가 되겠다? 건방지군."


발등에 있는 뼈들이 시리게 아프다. 어느새 밟힌 발이다. 끙끙거리며 참아본다.


"전 벌레입니다. 버러지새끼입니다..."

"좋아. 넌 개가 되기엔 너무 모자란 벌레새끼일 뿐이다."

"맞습니다."


한없이 내려가는 자존감이 거항할 수 없는 폭력 앞에서 어떠한 반항도 저항한다.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좋은 법이다. 그것이 똥통 안이라도.


"자넬 지켜볼거야. 어딜가도 나의 눈이 따라간다는 것을 명심하게."

"예."


저 말은 거짓은 아닐 것이다. 병영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위치다.


"나가."

"감사합니다."


그러자 나의 복부에 사정없는 주먹을 갈긴다.


"벌레가 그런 말 하지 마라."


벌레는 침이 줄줄 입밖으로 나갈것 같으나, 자신의 팔뚝을 물며 억지로 삼켜낸다.


"나가."


그러자 벌레답게 기어 나가는 필립이다.


벌레는 투지를 잃어버렸다. 그저 우울감에 빠졌다. 그의 살인 본능 또한 꼬리를 말고 고개를 숙인다.


몇 달이 지났다.


그동안 그는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누구보다 바쁜 생활을 보냈다. 오전에는 체력단련. 오후에는 심부름과 카이렌경의 잡무를 도왔고(카이렌경은 그 동안 벌레로서의 교욱도 겸사겸사 시행했다.), 이제는 번듯한 신참의 느낌이 풍겼다.


더러운 짬통의 냄새가 절반은 덜어진 모습이다. 띨띨하기 그지 없는 모습에서 조금 모자라 보이는 인간이 되었다.


그는 생각보다 무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졌지만, 근성이 뛰어났다. 체력의 한계보다 더 참을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모자란 재능에 노력할 수 있는 재능.


사람을 죽이는 동작에 있어서 거리낌없는 깔금한 동작. 목숨을 앗아가게 되는 나쁜 버릇은 없다. 카이렌경은 그런 그를 보며 즐거워했다.


"벌레도 쓸모는 있네."


사실 그의 잡무를 돕는 것만으로도 벌레 신세는 면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의 기준이 높은 것인지. 어쩌면 그의 귀족적인 의식이 필립을 한 없이 낮게 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버림패에서 두 번은 쓰고 버릴 재활용 쓰레기가 되가고 있었다.


그저 살아남은 것에 또한 바쁜 일상에 치이고 있는 벌레로서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일이다.


또한 선임병이 중간마다 바이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때문에 더욱 정신이 없기도 했다. 가끔 날카로운 질문이 날라올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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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벌레(1) 23.06.24 50 1 11쪽
» 병사(3) 23.06.24 62 1 11쪽
5 병사(2) 23.06.23 65 0 11쪽
4 병사(1) 23.06.22 76 0 11쪽
3 징집병(3) +1 23.05.13 85 3 11쪽
2 징집병(2) +1 23.05.11 103 2 11쪽
1 징집병(1) +1 23.05.11 17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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