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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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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6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6.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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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병사(1)

DUMMY

신참이라 그런지 아니면 징집병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는 별로 다른 지시를 받지 않았다.


불편하긴 하지만 밖에서 노숙하듯 잠자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래서인지 잠에 드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푹 잠들었다.


"기상!"


저 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일어나 버리긴 했다.


으어어...


여기저기서 좀비와 같은 소리가 울린다. 야간에 작업하던 병사들이 많았던 터라 기상한 인원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눈에 익은 사람이 자신은 이 일과 관련 없다는 듯 몸을 풀고 있다.


"그... 뭐더라?"

"필립입니다!"


이제 정식 병사가 된지라 경례를 해야 했으나 까먹었다. 그것을 상대방 또한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인다.


"흠... 그래 필립. 다른 병사들하고 인사는 했는가?"

"예!"

"그래.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그는 딱히 자신의 부하라고 해도 크게 신경쓰는 양반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면 나한테 관심이 없던가. 전자나 후자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리라 생각된다.


"후우..."


그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느꼈으나 상급자를 본다는 것은 긴장이 되는 일이다. 그것도 갓 입대하게 된 녀석이라면 말이다. 나 또한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몽양이다.




"악!"


갑작스레 어깨에 손이 올라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음?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얼굴을 보니 호이트 병사다. 아직 잠에 떨깬 모양새에 내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일어나셨습니까?"

"어우 그래. 나는 중간에 한번 깨서 말이야."

"작업 나가셨습니까?"

"그렇지."


아무래도 나만 편안한 잠을 잔 듯 보인다. 그렇게 내가 약간 눈치를 보니.


"신참에게 크게 바라는 건 없어. 임마."


그렇게 가볍게 말하며 넘긴다. 지금 상황의 특수성이라고 해도 갓 들어온 녀석을 굴릴 정도의 상황은 아닌듯 하다.


그건 참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손이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뭐냐 벌써부터 신병 건드리고 있는 거냐?"


선임병이 소리도 없이 그새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참으로 바람과 같은 인간이 아닐 수가 없다.


"아뇨. 오히려 잘 대해주시고 있습니다."

"그래?"


눈을 가늘게 뜨며 호이트 병사를 쳐다본다.


"그보다 제가 할 일은 없습니까? 가만히 있자니 눈치가 보여서 말입니다."


딱히 나서는 것은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첫 인상이 중요한 법이다.


"됐어. 그정도로 열약한 곳은 아니야.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조금 신경이 쓰일 수도 있겠네. 호이트가 잘 해주고 있다니 맡겨도 되겠지?"

"그럼요. 그럼요."


자기 딴에는 환한 미소 같지만 보기에는 음흉하기 그지 없는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사실 이제 작업도 마무리 단계라서 말이야. 그 뒤는 좀 바빠질 예정이기도 하고 그 전에 궁금증이나 그런건 저 녀석을 통해 알아보도록."

"예!"

"선임병이기도 하지만 같은 병사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격식은 안차려도 되네."

"예!"


편하게 대하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 그렇게 정신을 다 잡아 본다.


"우리 병아리 궁금한 거 있어?"


바로 궁금증이 생겨나는 호칭을 부르일으켰지만 사소한 건 넘어가도록 하자.


"이번 전투가 큰 전투로 아는데. 원래 뒷정리가 이토록 빠릅니까?"

"아니지. 이번 전투는 일반적인 사례와는 크게 달라."

"그렇습니까?"

"고럼~. 일단 고작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아서 끝났지."

"전쟁에서 이겼다는 말이지."

"그게 그 말 아닌가요?"

"아니지. 아니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그건 아니라고 강조를 한다.


"전쟁과 전투는 달라. 전투는 몇번이고 일어날 수 있지. 전쟁은 한번에 일어나고 한번에 끝난다."


대충 알아먹자면 전투는 몇번이고 져도 상관없다는 느낌을 들려오고 그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전투에 져도 전쟁은 승리할 수 있다."

"어떻게 그렇습니까?"


최대한 궁금한 병아리의 표정을 지어본다. 그게 큰 효과가 없어 보이라 생각 하지만, 그래도 말하는 자로서 청중의 태도에 따라 더 말해줄 거리가 생기리라.


"머리만 잡으면 끝이야. 그러니까 제일 윗사람 말이지."


그것만은 작게 말해준다.


"한 사람이면 이길 수 있습니까?"

"내가 있던 전쟁은 전부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예외가 있다곤 하지만 아마 넌 볼 일도 없을 거다."


철저한 계급사회... 평민은 나로서는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지금은 피부로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고 느껴져 온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 겁니까?"

"그 이상은 질문하지 마라. 머리 아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친절히 대답해준다. 기분 나쁠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나가고 말았다.


그치만 이내 수긍하고 말았다. 어차피 내가 무엇을 하든 바뀔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한 문제로 이상한 녀석 취급 받을 수 없다.


그 뒤로 호이트 병사에게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들었다. 특히 막내로 들어온 이가 숙지해야 할 것에 말이다.


그리고 우리 3소대를 책임지시는 카이렌님이 큰 활약을 펼친 덕분에 7일간의 휴가 포상을 받았다. 병사들에게 따로 떨어지는 포상금은 없었지만,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터가 없다.


여기 저기 떠돌며 도망간 녀석들 잡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면 대부분의 녀석들이 잡힐 것이니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신참 너도 갈래?"


여기서 너도 갈래?라고 묻는 말은 역시 물빼로 가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것에 큰 취미는 없던 나는 빠지기로 생각했다.


"고향에 가 볼 예정입니다."


사실은 아니다. 전투가 끝난 뒤 부터 고양감이 가시질 않는다. 정확히는 훈련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볼품없는 육체가 삐걱거림이 가시기 시작할 무렵부터다.


두근 거린다. 나는 이것이 PTSD같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저 불안감이라 치부하고 덮어 두었다.


그런데 심장에 문제라도 생긴 듯 멈추질 않는다.


특히 바이셔 병사가 나에게 시비를 건넬때마다 더욱 증가한다.


"넌 군생활 x댔다고 생각해라."


첫인상을 조금 조졌기때문일까. 그가 조금 모자란건지 아니면 쫌생이에 가까워서 그런지 정도가 심하다.


아직은 가벼운 터치감에 불과하지만, 저것이 손찌검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다. 여기서 가벼이 보여선 안되지만, 나로서는 그냥 내버려둬서 곪아 터지길 원하고 있다.


여기서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을거라 편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저들의 전우감은 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내 후장이 x이더라도 저들은 그냥 넘어갈 지도 모른다. 심지어 호이트라도 그를 두둔할 것이 분명하다. 불공평하기 그지 없는 판이다.


신참에 불과하니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면 나락으로 갈 것이고 뛰어난 모습을 보여도 위험하다. 시기와 질투감에 휩싸인 녀석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그정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일단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가 선을 넘는 순간이 중요하다...


"흠... 그런거면 어쩔수 없지."


호이트 말고도 여럿이 와서 함께하자 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저 예의상 한 말에 불과하다. 그가 다른 것으로 함께하자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고자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곳은 매우 지저분 하니까. 이런 생각도 신참이라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이나 마차 없이 그냥 걸어간다. 승리한 병사들이라고는 초라한 모습. 일개 병사에게 그런 대우까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포상을 받게된 소대라도 말이다.


중간에 6명이 떨어져 나갔고, 하루가 지나갔다.


발에 물집이라도 잡힌듯 신경이 쓰여 온다.


군화를 벗고 칼을 들고 째버린다. 아프지는 않지만 조금 있으면 쓰려올것이다. 다음날에 문제 없기를 바래야겠지.


"새끼. 고작 그것 걷고 물집이 난거냐. 한심하기 짝이 없네. xx!"


아니나 다를까 xxx가. 아가리를 털어온다. 짐승이라도 된 것인지 노린내가 참을 수가 없다.


쾅!쾅!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내 얼굴은 틀림없이 빨갛게 무르익어 있을 것이다.


"xx. 뭐라 대답이라도 하지?"


내가 난처해서 그런줄 아는 녀석은 더욱 짜증을 내 온다.


"괜찮습니다."

"xx. 내일 안 괜찮으면 버리고 간다."


화는 혼자 냈으면서 분에 못이겨 자리를 피한다. 그사이 멀리서 지켜보던 선임병이 찾아왔다.


"저 녀석이 지금은 저래도 나중엔 널 챙겨줄 거다."


그러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들으면서 한귀로 흘릴 뿐이다. 못생기고 냄새나는 짐승같은 xx.


선임병은 우리 둘이 잘 되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니다.


이성도 그렇고 내 본능 또한 그렇다.


심장이 목구멍에 걸린듯 그날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선잠만 조금 잤을 뿐이다.


피곤해서 필름이라도 끊긴 것 마냥 시간이 지날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았다.


전투시의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본 것 마냥 펼쳐졌다.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전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내 모습이 그렇다.


뚝뚝 끊어지는 마리오네트를 보는 모습이다. 처참하고 처절하다. 더럽기 그지 없고 화려하지도 않다. 눈과 코에서는 분미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 그러나 나는 내 얼굴을 만져주고 싶었다. 저 한 없이 내려가있는 입가를 위로 올려주고 싶었다.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나의 심장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터질듯한 굉음을 내며 날뛰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큰 소리가...


다음날 모두 다 떠났다. 아니 정정한다. 한 xx가 내 곁에 남아있다.


하하하.


실없는 웃음이 바람도 타지 못한채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가슴에 품은 단검을 메만진다.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혹시 몰라 대비하는 것이다.


"내가 말이야..."


자신의 자랑거리라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댄다. 한심하기 그지 없다.


저녀석 분명 날 따라온거다. 음흉하기 그지 없는 녀석. 무슨 생각으로 따라온 걸까?


나는 길을 일부러 음침한 곳으로 옮겨 갔다. 더 걸어가면 나의 고향이지만 어차피 내 도착지는 아니다. 집에 갈 생각은 별로 없다.


가족간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달라진 내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병사니까... 아무래도 볼 일은 적어질 것이다. 그저 그들에게서 안보이는 것이 좋을 거다. 언젠가 그들에게 갈 부고가 슬퍼지는 일이 없길...


예전 화전민이 있던 곳을 경유해 목적지로 향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없어야 할 곳에 사람들이 있다. 3명 정도가 보초를 서고 있다.


"어이!"

"? 어이?"


바이셔가 화가 난 모양이다.


"이새끼가 병사님에게 어이?"

"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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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1) 23.06.22 7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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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징집병(2) +1 23.05.11 104 2 11쪽
1 징집병(1) +1 23.05.11 17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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