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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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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5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5.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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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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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징집병(3)

DUMMY

"신병 받아라!"


있는 힘껏 밀쳐 안으로 집어 넣는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휘청거리며 들어갔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들이다. 위험한 곳에 오래 있어서 인지 아니면 원래 저런 얼굴이 이런 일을 하게 되는 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럴때 뭐라고 소개하는 방법은 모르겠으나, 아무 말도 없이 얼굴을 쳐다 보고 있자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눈치 없는 녀석이라고 해도 자기소개를 해야할 타이밍인 것을 알 것이다.


"...필립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게 외치며 애꿎은 천장을 바라본다. 기사가 있던 막사 보다 조금 더 크지만 열악한 환경이 여실한 막사다. 한대라도 치면 넘어갈 것 같은 기둥과 장정들이 몸을 맞대며 취침을 하게 되리라 생각되는 협소함이다. 지금은 다들 깨어 있어서 그렇게까지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몸소 체험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 저거 그 새끼 아니야?"


선임병사는 나를 새끼라고 지칭했던 녀석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새끼가 뭐야. 임마. 새끼가."

"아니! 후임으로 데려가려고 할 때는 반대하실 듯 하더니만 너무 하십니다!"


그건 자신도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돌린다.


"아니. 뭐 그럴수도 있지 안그러냐?"


멋쩍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긴다.


"신병 왔으니까 자기소개나 하자고. 다들 있나?"


그러면서 막사 안의 인원을 세기 시작한다.


"아직 3명이 밖에서 작업 중에 있습니다."

"언제 들어오고?"

"방금 나가서 한참이나 뒤에 올 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래도 일단은 있는 인원들끼리 얼굴이나 익혀두라고."


내 곁으로 오면서 말을 마저 잇는다.


"방금 들었다시피 이 녀석의 이름은 필립이다. 저 녀석의 말로는 이번 전투에서 선두에서 싸우던 징집병 치고는 화려한 전적을 보인 모양이니 모두 좋게 보도록. 모자란 신병이 오는 것 보다야 이런 녀석을 옆에 두어야 되지 않겠냐?"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아직 불만이 가시지 않은 말투이지만, 선임병은 그런건 무시 해버린다.


"내 이름은 로크다. 여기에서 선임병사를 맡고 있다. 대충 위에서 내가 지령을 받고 너희에게 알리고 상황에 따라 직접 진도지휘하고 상과 벌을 주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된다."


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런 집단은 역시 체계가 잡혀있는 모양이다. 대충 다른 병사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너를 먼저 발견 했던 저 녀석의 이름은 레흐다. 뺀질거릴 것 같은 얼굴대로 사는 녀석이지."


여차하면 주먹이 나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쳐다보는 레흐 병사님이다.


'화가 잔뜩 나셨나 본데...'


주변에서는 일상 있는 일이라는 듯. 그들에게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그리고 나머지 폰, 칠레, 네이션, 호이트, 바이셔, 제이크, 미셀이다."


나머지는 간략하게 설명을 하신다. 어차피 나중되면 알아서 익혀지니 얼굴을 익히라는 느낌이다.


"아직 오지 않은 세명은 카렌, 렌, 론이다. 카렌과 렌은 쌍둥이여서 구분이 어려울 거다. 아직도 나도 잘 모르겠거든."


"이쯤되면 신고식을 해야겠지만, 우리도 피곤하고 특이나 이 녀석은 선두에서 있었던 모양이라 카이렌님의 막사 안에서 기절해 버렸지 뭐냐."


힘들어서 잠에 든 것 뿐이지만 그것을 기절이라고 표현한다. 그치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신고식은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어차피 전쟁 경험 없는 녀석들이 첫 전투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경각심을 심는 거였으니 할 필요도 없겠지."

"예~"


그에 다들 기운 빠진 모양새로 대답을 한다.


"오늘은 그냥 저기 구석에 가서 잠이나 자라."


막사의 제일 안쪽을 가리키며 그게 나의 자리임을 알려준다. 동선이 매우 불편하고 잠잘때도 불편할 것 같지만, 이제 막 들어온 막내이니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몸이 아직 굉장히 지저분한 상태이지만 저들도 마찬가지인데. 말 꺼내면 눈치 없는 새끼로 찍히겠지?'


그런 이상한 생각이나 하며 짜져 있기로 생각했다.


"너 어디서 왔냐?"


레흐를 필두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험악하게 생긴 얼굴들이 초롱하게 뜬 눈으로 쳐다보니 무섭기 그지 없다.


"예... 르바우 마을에서 왔습니다."

"아 거기... 꽤 멀리서부터 왔네."

"그러게 운도 지지리도 없는 모양이야."


내가 사는 동네가 좀 촌 동네이긴 하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됬네요."

"이번 전투가 좀 크기도 해서 그런지 멀리까지 데려온 모양이네."

"그렇게 큰 전투 였습니까?"

"그럼. 아마 너가 죽을 때까지 몇 번 보지 못 할 정도일걸?"


아무래도 불운이 매우 컸던 모양이다.


"하... 그런 줄 알았으면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올 걸 그랬습니다."

"그래도 인마 너는 살아남았자나!"

"그러게 반대로 운이 매우 좋은 거 아닐까?"

"맞아. 그러고 보니 넌 어떻게 살아남은 거냐?"

"예?"


다른 이들도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네이션(?아마 맞을 것이다.)을 쳐다본다.


"아니. 그게 이번에 레흐가 처음부터 뭔가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눈에 띄던 녀석이니까... 나는 금방 죽을 줄 알았다니까?"


당사자 앞에서 그런 얘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그 말에 어느정도는 동조하는 모양이다.


"그건 저희 마을 사람들 중 먼저 갔던 선배님들의 조언을 여럿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별로 없는 데다가 뭐 훈련도 한 것도 아닌데 잘했네?"

"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 멍청한 후임이 들어온 것 보다는 좋은 거 아니야? 뭐 어차피 처음부터 가르쳐줘야 할 것 같지만 말이야."

"그리고 뭐 이런 큰 전투 뒤에는 자잘한 전투들이 있을 테니까..."


그말에 모두들 침울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말았다. 내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지만 말이다.


"아니. 벌써요?"

"후처리가 좀 골치가 아픈 느낌이지."

"탈영병들도 생각보다 여럿 생기고..."

"패잔병들이라든가 그런 녀석들도 있고 말이지."

"암튼 골치거리들이 산재하기 시작할 거니까."

"전투라기엔 금방 해치워질 녀석들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다치거나 죽거나 하는 녀석들은 생기니까 말이야."


"아무튼 너는 어지간하면 도망가거나 하지 말아라. 뭐 징집병일때야. 운이 좋으면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병사가 도망친 경우는 거의 다 잡힌다고 봐야해."

"그리고 차라리 죽는 게 낫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흠칫


괜시리 스산한 공기가 나를 감싸는 느낌이다.


"유의하겠습니다."

"도망가려고 할때 꼭 기억해두라고."

"애도 언제 한 번은 보게 되겠지."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하자. 여자친구는 있어?"

"아뇨...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네!"


뭐 썸타는 여자도 없었으니 큰 문제야 없기는 하다. 당장 나 하나 없어도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길 일도 없고... 뭐 그렇다고 병사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다냐?"

"예?"

"해봤냐고?"


무척이나 저질스러운 손동작을 한다. 뭔가를 쑤셔박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추잡한 모습이다.


"예."

"이 짜식... 창관이라도 간거냐?"


뭔가 몰라도 비틀린 성적취향이라도 있는 것인지. 비뚜름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퍽으로 흐믓하게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다.


'기분 나빠라.'


"아뇨. 창관은 아니고 그저 좀 눈이 맞아서 말입니다."

"그러면 여자친구지? 아니냐?"

"그런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라서 말입니다. 저도 그 뒤로 말이 없었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므흣한 상황이 되었고 둘이서 절제 없이 벌어졌던 일이다. 뭐 한때의 불타는 청춘이라고 해야 하나. 뭐 어릴때야 흔히들 있는 일 아니겠는가?


"이제보니 참 대단한 녀석이네!"


레흐가 내 머리를 팔로 조여오며 크게 웃는다.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그는 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여기서 선임병 뒤로 서열이 위인 모양이니 나야 좋은 일이 아닐까?


"그냥 그런 일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 짜식 말하는 것 보소!"

"왜 나는 그런 일이 없던거야?"

"너의 그 면상을 봐라 그런 일이 있게 생겼냐?"

"내가 뭐! 어때서?"

"못생겼지!"

"아니! 그러는 너는 나하고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 거냐!"

"뭐 임마!"


저라다가 진짜로 치고 박게 생겼다. 그리고 그걸 딱히 말릴 생각도 없어 보인다. 어느새 선임병인 로크님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선임병이니까 할 일도 많은 것일까?


"누가 더 잘 생긴 것 같아?"


둘이서 동시에 내게 물어본다. 둘이서 멱살을 잡고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참으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들어왔다.


식은땀이 괜히 흐른다. 오자마자 이게 무슨 위기인가.


내가 저 둘에 대해서 뭔가 아는 것이라도 있다면, 줄이라도 잘 서 보이겠는데...


'흐음...'


끙끙거리는 모습에 답답한 모양인지. 재차 물어본다.


"누가 더 잘생겼냐니까?!"

"내가 그래도 너보다는 괜찮게 생겼지!"

"너처럼 못생긴 얼굴은 난생 처음 본다!"


내가 보기엔 둘 다 그저 그렇게 생겼다. 여자가 좋아할 만한 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가 좋아하는 얼굴도 당연히 아니다.


"두 분 다 준수하게 생기셨습니다... 하하..."

"그럴리가!"

"내가? 재가?"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대답을 건넸지만, 그것이 딱히 효용이 없던 모양이다. 뭔가 장작에 기름이라도 집어 넣은 듯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 보인다.


"나야? 재야?"

"내가 좀 그래도 애보다는 낫지?"


'시x. 이게 무슨 일이야!'


방금 자고 일어났으나 자세도 어정쩡하게 자버렸고, 아직 근육통도 심하고 정신도 제정신도 아닌터라 속에서 치밀어오는 화를 어떻게든 참아보았다.


'여기서 지x하면 내 인생만 꼬이자. 잘하자! 임마!'


"이분이..."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눈이 무섭게 집중된다.


"애?!"

"아뇨. 그..."

"나?!"


반응이 참으로 격렬하다. 둘이 도진개진이거늘...


이럴 땐 그냥 한 사람을 가리키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분이 더 잘생긴 것 같습니다!"

"호이트가?! 내가 아니라?!"


내가 고른 사람이 호이트인 모양이다. 어쨋든 저질러 버렸다.


이익!!


머리 위에서 김이 나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든다.


'오우. 심상치 않은데.'


"으아아아! 내가 저런 모지리한테 지다니!"


분에 못 이겨 밖으로 벅차고 나간다.


'쳐 맞는 줄 알았다... 휴우.'


"신참 넌 보는 눈이 있다. 내가 특별히 끼고 돌아주마!"

"옙~! 감사합니다!"


뭔가 잘못된 듯 하지만, 이런 호의는 받아야지.


"바이셔가 와서 뭐라고 하면 내게 오도록!"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알겠습니다! 믿습니다!


"옙!"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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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벌레(1) 23.06.24 50 1 11쪽
6 병사(3) 23.06.24 61 1 11쪽
5 병사(2) 23.06.23 65 0 11쪽
4 병사(1) 23.06.22 76 0 11쪽
» 징집병(3) +1 23.05.13 85 3 11쪽
2 징집병(2) +1 23.05.11 103 2 11쪽
1 징집병(1) +1 23.05.11 17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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