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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의 서재입니다.

광인이 되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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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껌
작품등록일 :
2023.05.11 13:24
최근연재일 :
2023.11.12 20:3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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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추천수 :
18
글자수 :
187,767

작성
23.05.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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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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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징집병(2)

DUMMY

이쯤 되면 끝날 때 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뇌리를 계속 스쳐 지나간다.


서있는 것 조차 힘들다. 죽기 싫으니 어쩔 수 없이 느린 움직임으로 싸울 뿐.


주변에 있는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듯. 모두 움직임이 둔해졌다. 칼을 맞고 쓰러지는 사람조차도 느리게 넘어간다.


가늘게 이어지는 숨만이 들린다. 매우 시끄러워 한치 옆의 소리 조차 분간이 가질 않았건만, 이제는 저 멀리 있는 소리마저 옆에 있는 것처럼 들려온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가늘고 긴 숨소리만이 들리는 장소에 금속음이 툭툭하고 튀어 나온다.


이제는 고기방패들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뒤에서 정예병이 찌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정예병들도 지친듯 보이지만 우리의 뒤에서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우리에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가 죽은 듯 보인다.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엿같은 세상에 환멸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힘이 약한게 죄인 세상이다.


저들은 우리를 야만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그들을 볼때 생각하는 것이다. 잘하는 것이라고는 싸움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무식한 xx!


이러다가 쓰러질 것 같다. 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망...할...'


생각으로 내뱉는 말 또한 상당히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x발 분명히 살아남은 것 같은 데...


검과 방패 조차 버리고 맨손으로 치고박고 싸우고 있다.


여기저기 베인 상처들이 쓰라려 올 법도 하지만, 이제는 고통이라는 감각 조차 무디기 그지없다.


그러기를 한참 누가 나를 잡고 뒤로 잡아끈다. 그에 따라 휘청거리며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은채 그에게 끌려갔다. 나에게 뭐라 말하는 것 같지만 들리지 않는다.


"이 녀석 완전히 맛이 가버린거 아니야?"

"그러게 귀라도 완전 나가버렸나?"


정예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뭐라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자식들은 저럴 힘도 남아있는 모양이다. 괴물같은 새끼들...


병사가 내 입에 수통을 물려주지만, 실패하고 그냥 내 머리 위에 붓는다.


"하하하."

"아까운 물을 뭘 그리 쓰는거야?"

"재밌지 않냐?"

"이상한 새끼."

"칭찬 고마워. 하핫"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을 혀로 핥아 먹으니 그나마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소리도 차츰 돌아오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내가 귀머거리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이 녀석에 대한거 보고라도 할까?"

"왜 징집병 따위를? 너 설마?"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벌리는 동료 병사다.


"새끼가! 난 여자 좋아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지."


주변에서 동조하며 웃어댄다.


"아니 이녀석 봐봐 앞에 시체를 쌓아두고 있고, 그 전투 초반에도 눈길을 끌지 않았냐?"

"아 그 관종같은 새끼가 이 녀석이야?"

"그래도 재가 다 죽였다는 것은 아니지 않아?"

"그래도 저 정도 수라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

"그건... 흠..."


"뭐 구경이라도 났어!"


같은 병사지만 좀 더 높은 녀석이 온 모양이다. 시시덕 거리며 있던 녀석들이 차렷자세까지는 취하지 않았어도 눈치를 보는 것이 보인다.


"저 녀석때문입니다."


그러자 하나같이 나를 쳐다본다. 지쳐 쓰러져 있는 나를 말이다.


그런 눈초리가 달갑지는 않다. 그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어온다.


"그... 크..."


아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왜? 징집병아니야? 아니면 신참이냐?"

"아... 그게 징집병입니다."

"근데 뭐 이리 모여서 작당을 하고 있어. 선임병들도 지금 전장 뒤치닥거리하느라 바쁜데 말이야. 징집병들이 나중에 알아서 일어나겠지.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죄송합니다!"

"가서 일봐!"

"근데..."

"뭔데 임마! 바뻐!"

"저 녀석 제 후임으로 두면 안됩니까?"

"니가 뭔 벌써 후임이야!"


발로 차대며 일이나 하라고 지x이란 지x은 다 하고 있다.


"뭔지 몰라도 싹수 있는 새끼인가...?"


그러게 갈구다가 지나가려는 선임병이 음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x된 것 같은데...'


식은땀이 머리에서 흘러 내려간다. 내가 처음에 너무 나댄게 문제가 된 것 같다.


'제기랄. 병사는 되기 싫어!'


나는 노예도 아니고 일반 평민이다. 그리고 작지만 소작농이다. 가족들이 많아 입에 풀칠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그리고 다음 징집을 할 때에는 나는 포함 되지 않는다. 몇번의 뒤에야 내 차례가 돌아 올 것이다. 운이 정말 좋지 않을때야 한번더 이런 경험을 겪겠지만, 병사는 계속 겪어야 되지 않나. 죽을 확률이 줄어들어봐야 그 횟수가 많다면, 뒤지는 건 비슷하다고 봐야 된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그런 나의 생각과는 무색하게 그는 나를 부축하려다가 통째로 들쳐메며 막사로 들어간다.


막사 안에는 뭔지 모를 연기와 냄새가 풍기고 있다. 궐련인가?


털썩


그는 나를 땅 바닥에 버리듯 내쳐버리며,


"충!"

"그래 무슨 일인가."


상당히 권태로우며 권위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지휘소에 온 모양이다.


"그리고 저 너저분한 녀석은 뭐고."


신경이 조금 거슬리시는 모양이다.


'귀족새끼거나 그에 준하는 기사인 모양이네. 왜 여기까지 오는거야. 미x.'


"그게 이번 전투에서 눈에 띄이는 녀석인 모양입니다. 상당한 두각을 보였는 지. 병사들이 둘러싸고 난리를 치길래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봐야... 징집병이지. 싸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그렇습니까..."


머리를 긁적이며 낭패를 봤다는 표정의 선임병사다.


"그래. 병사야 위에서 알아서 채워 놓겠지. 여기 살아남은 녀석이나 다른 곳에서 데려오거나 말이야."

"죄송합니다!"

"아냐. 일단은... 나가보게."


나가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의 뒷덜미를 잡으며 질질 끌어낸다.


"그건 내버려두고 가."

"예?"

"쓸만한 녀석같다며 일단 데리고는 있지."

"아...예..."


멍청한 표정을 보이며 대답을 하는 모습이 웃긴다.


"나가봐."

"옙!"


그러고 한참을 그 자리에 누워져 방치되어 있었다.


정신이 조금 돌아오기 시작하고 육체의 통증도 돌아왔다.


"으으윽.."


낮은 침음성을 내뱉고 말았다. 그래서 고개를 좀 올려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사로 보이는 이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책상 위에 투구를 내려 놓았지만, 아직 갑주를 벗지도 않고 있다. 얼굴에도 흉터가 있어서 상당히 위협적이다. 머리는 벅벅 밀었는 지 상당히 짧다.


"이름."

"아... 필립입니다."

"굉장히 흔한 이름이군. 그래."

"그렇습니다."

"노예냐?"

"아닙니다. 평민입니다."


아마 노예라고 했으면 처우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진짜 평민이니 문제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그는 딱히 믿는 모양새는 아니다. 아니면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것 일 수도?


"흠..."


의자에 몸을 파묻듯 등을 기대어 보는 기사다. 삐걱 거리며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의자다. 그래도 그가 몸을 세울 생각은 없어 보인다.


"병사 할래?"

"아..."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내뱉어야 될지 모르겠다.


"병사 생활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을 거다."

"아뇨... 그 집안에 땅이 있는 터라..."

"이런... 평민에 소작농이라니."


왜 저런 반응일까. 그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입가를 올리며 말을 잇는다.


"그러면 내 밑으로 들어오게. 병사나 하게. 돌아갈 생각은 말고 말이야."

"...? 예....?"

"예? 받아들인 건가? 그런걸로 알겠네."

"아뇨! 저는!"

"조용!"


그가 책상을 내려 치며 내게 소리쳐 온다. 건틀렛으로 찍힌 책상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고 건틀렛 아래로 부서진 나무 조가리들이 떨어진다.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찐따 마냥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알았다. 그에게 나의 신분을 확실하게 했다는 것이 문제다. 노예나 범죄자 또는 다른 어떤 이력이 있을지 모르는 불순분자를 그냥 들이기는 싫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소작농에 땅이 조금 있다하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내가 멍청했다. 가만히 있으면 됬었을 문제를 코를 꿰이고 말았다.


'젠장...'


"저... 그러면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안돼. 그 자리에 있게."

"그 소변이 마렵습니다. 저기에 그냥 싸게."


그냥 나무 통처럼 보이는 것에다가 싸라고 한다.


"그게 사실 큰 거 입니다."

"그러면 병사를 붙여주도록 하지."

"그게 사실 급한게 아니라서 그냥 있도록 하겠습니다...."


'완전히 망했다!!'


나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가족들에게 저의 소식을 전할 수는 없을까요?"

"나중에 알아서 해주겠네."

"가족들이 걱정이 많을 겁니다."

"병사가 되면 어차피 소량의 금액이 그들에게 전달될 터인데? 그때가 되면 알겠지."


그렇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보상이다.


"그래도..."

"내가 책임지지."


그래도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상처가 매우 쓰라려 온다. 곪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사방이 어둡다.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기회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본다.


몸이 달달 떨려온다. 기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배가 너무 고프다. 그렇게 움직이고 먹은거라고는 물밖에 없었다.


막사를 둘러봤지만 먹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휘청거리는 몸을 최대한 억제시키며 막사를 빠져나왔다.


밖의 냄새가 과히 좋지 못하다. 썩은내가 어디서 흘러 오는 모양이다. 죽은 시체에게서 퍼지는 냄새가 분명하다.


어두워지긴 했지만 병사들은 활동시간이라는 듯이 많은 수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아직 후처리가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선임병사가 내게 온다.


"신참! 너 때문에 놀랐지 않냐!"

"예?"


눈을 부라리며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표시한다.


"예??? 뭐라고?"

"아닙니다!"

"이거 얼빵한 녀석을 데리고 온건가?"


이런 녀석 때문에라는 표정이 눈에 띄게 보인다.


'나는 너 때문에 이 곳에 쳐 박혔단 말이다!'


그리고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모양이다. 도망간다 해도 내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아는 녀석이 있으니 말이다.


이제 들어온 신참이 도망간다고 해도 신경은 안쓰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냥 받아드리자.


이것으로 문제가 생기면 내 가족에게도 무언가 문제가 번질 수가 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말이다.


선임병은 내 어깨를 감싸쥐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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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벌레(1) 23.06.24 50 1 11쪽
6 병사(3) 23.06.24 62 1 11쪽
5 병사(2) 23.06.23 65 0 11쪽
4 병사(1) 23.06.22 76 0 11쪽
3 징집병(3) +1 23.05.13 85 3 11쪽
» 징집병(2) +1 23.05.11 104 2 11쪽
1 징집병(1) +1 23.05.11 17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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