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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가 화산제일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아인수
작품등록일 :
2023.02.08 15:24
최근연재일 :
2023.06.03 18:00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31,434
추천수 :
230
글자수 :
421,448

작성
23.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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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74

DUMMY

074



의승이 입을 열었다.


“쉽게 말해, 소문 시주는 내공을 모을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몸에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는 자신을 두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의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저 설명한다.


“그렇습니다. 청소소 시주가 처음 우리에게 달려와서 말을 했을 때, 소문 시주의 내부가 기형적으로 깨끗하며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같다고 고했습니다. 그리고 미래 소림의 첨단 기술로 확인한 결과···.”


의승이 기계 장치를 가리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이 사실로 밝혀졌지요.”

“어··· 그렇군요.”


‘좋은 건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소문은 아래를 내려보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아직도 청소소의 말을 듣고 얻은 깨달음이 생생하다.


김두환이 알려준 고려의 선술은 일종의 원시적인 무공이다. 단전에 기운을 모으는 내공심법을 운용하고 초식을 수련하기보다는, 자연 그 자체를 닮아가는 방법이다.


첫 추측은 텅 비어버린 단전 부분이 아니라 기경팔맥에 기운이 모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청소소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닌 것같다.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기운이 없다고 한다. 대신, 대자연의 기운이 그의 몸 속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고나 할까.


소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제 몸에 수많은 무공이 잠자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습니까? 그것이 제가 가진 장애의 원인이었습니다.”

“그 사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의승이 조용히 대답한다.

“고려의 무공을 익히다 보니 몸이 회복되었습니다. 장애도 없어졌고요. 게다가···.”


소문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말했다. 수많은 무공이 깨어나고, 서로 거미줄처럼 체계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원래부터 머릿속에 들어있었던 것처럼, 수많은 무공들이 완벽하게 떠오른다.


지금으로서는 내공이 없으니 초식을 흉내내는 데에 그칠 것 같지만, 걸어다니는 무공 보고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 힘을 되찾지 못한다면, 어딘가에 납치되어서 고문을 받으며 아는 것을 모두 토해내는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거기서부턴 빈승의 생각을 들어 보시지요.]


천명선사가 기계음을 내며 다가온다.


[시주는 당기문처럼 완벽한 노도지체로 태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생전 노도의 무공을 인지하고 사용하지 못하며, 무의식중에 무공이 발현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던 거지요.]

“제 추측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공을 잃기 전, 완숙한 절정의 경지까지 내공을 쌓으며 초식을 수련하자 무의식이 억눌린 것입니다. 심마에 빠지거나 행동에 어려움을 겪던 무인이 새 무공을 수련하며 정상으로 돌아온 사례는 무림에 얼마든지 있지요.]


그가 자신의 기계 민머리통을 톡톡 두들겼다. 소림사의 방장이라기에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지만, 통신망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뒤질 수 있는 능력은 굉장하다.


[김두환 시주가 지도하는 동방의 선술. 저도 원격으로 수련 과정을 살펴 보았습니다. 우리 동자승들이 장난을 치곤 했지만, 대단한 수련법이더군요. 빈승도 함부로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역시, 근본이 있는 수련법이었군. 소림 방장이 힘들 정도면.’


동물을 따라하며 꼴사나운 몸놀림을 보인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소문 시주가 지닌 천부적인 자질, 노도의 재능은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무공의 근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근원을 건드리자, 시주의 무의식에 있던 무공이 솟구친 것이지요. 이전처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야기군요.”

[인체를 소우주라고도 하지요. 아미타불.]


그 때, 귀혼이 방장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호기심과 흥분이 가득한 얼굴이다.


“저 땡중의 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후배. 지금 몸 상태가 어떻지?”

“단전이 허하네요.”

“···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이 낫겠군.”


순간 좌중의 눈이 크게 떠졌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귀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손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그 목적지는, 다름아닌 일반인과 다름 없는 당소문!


콰아앙!


음속을 뛰어넘는 몸놀림. 파공성이 한 박자 늦게 들려온다.


“서··· 선배!”

“오라버니!”


동료 중 누군가, 그리고 청소소의 말이 섞여 들려온다. 그러나 소문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황당해하고 있다.


‘어라?’


시공간이 어긋난 것인가. 무공을 잃어 미쳐버린 것인가.

그의 시야에는 귀혼의 공격이 또렷하게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그의 손날이 그리는 경로가 나비가 나풀대며 날아오듯 읽힌다.


즉, 두 눈에 훤히 보인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느린 속도로.


턱.


귀혼의 손날이 소문에게 잡혔다. 한 손에. 동시에, 일행의 입이 떡 벌어진다.


“··· 어?”

“어라?”

“선배의··· 공격이?”


‘뭐지? 장난을 치시는 건가?’


소문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군가 중얼거린다.


“무공을 잃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 몸놀림은··· 화경 이상···.”


귀혼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 예상이 맞군.”

“예?” 소문이 대답한다.

“방금 나는 전력으로 공격했다. 살기만 없을 뿐.”

“그게 무슨···.”


귀혼은 손을 거두며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들 내공을 확인해라. 분명히 변화가 있을 터이니.”


그러자 좌중이 멍한 얼굴로 체내의 기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천명선사였다.


[역시 우리의 예상이 맞군요.] 뒤이어 무인들이 앞다투어 소리친다.

“내공이··· 줄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서··· 설마 누군가 내 내공을···!”


귀혼이 손가락을 들어 소문을 가리킨다. 소문은 놀란 얼굴로 손을 휘젓는다.


“나 아닙니다! 나 단전 없어요! 흡성대법 같은 것도 모르고요!”


<흡성대법>을 떠올리자 무공 구결과 심법이 퍼뜩 떠오른 것은 비밀이다.


‘이거 위험하겠군.’


[맞아요. 소문 시주가 그대들의 내공을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 자연의 기운이 빠져나와 소문 후배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다.”


소문의 눈이 점점 크게 떠진다.


“그··· 그 말은···.”

“네 몸 자체가 단전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녀석아.” 귀혼이 허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 아닙니다.”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두환 시주.]

“하아··· 갑자기 이 정도로 성장하다니···. 노도의 능력인지, 소문 시주의 복인지, 하늘의 뜻인지···.”


의무실의 문을 열고 김두환이 나타난다. 그는 복잡한 눈으로 소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 몸이 단전이 된 것이 아니라··· 대자연의 기운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된 거지요.”

“그거나, 그거나.” 귀혼이 부러운 듯 대답했다.

“다릅니다. 몸이 단전이 되었다는 것은, 기운이 소모된다는 말. 소모되면 다시 채워 넣어야겠지요.”


소문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삼촌. 설마, 저···.”

“그래. 너는 무공을 되찾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자연체>를 이룬 것이다.”


쿠웅!


전설 속에서만 나오는 경지의 탄생에 사람들의 눈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


그 시각, 설희는 십만대산 주변에 위치한 허름한 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잔인한 사람···. 소문의 혈육이라고는 믿을 수 없어.”


그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나무꾼 가족이 몰살당했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자들이었다.


“··· 마교와 연관이 있었을 거야. 분명히···.”


당기문을 제지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 죄 없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 소문과 일행에 대한 걱정.


설희의 내면이 서서히 무너지려 한다.

그 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 아! 소마도본!‘


잊고 있었던 미래 기술의 산물! 정작 자신이 소문에게 줘 놓고서도 잊고 있었다.


설희는 조심스럽게 사위를 살피다 품 속으로 손을 넣었다. 당기문의 감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의심스러운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린다면 순식간에 날아와 멱살을 틀어 쥘 것이다.


‘제발, 작동해라!’


복면인들과의 전투에 파손이 됐을 수도 있다. 이 며칠 간은 충전도 하지 못했다. 사용 가능할 만큼 전력이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기물에 의존하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 된다!’


설희는 눈을 크게 뜨며 입을 틀어막았다. 실수로 탄성을 내지를 뻔했다.

다행히 화산파의 제일 청년 고수, 장문인의 제자에게 지급된 소마도본은 꽤나 쓸 만한 것이었다.


화면에 실금이 생기고, 전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건재하게 화면에서 빛을 내뿜고 있다.


설희는 기감을 일으켜 주변을 탐색한다. 적어도 이 근방에는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이 없다. 이들은 그녀의 이목을 능히 속일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감시하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도망치더라도 다시 잡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입력한다. 수신자는, 최대한 입력할 수 있는 만큼.


[십만대산, 마교. 생강시와 망망단. 잠입, 필요 시 무력 사용. 아직까지 무사.]


간략하고 핵심적인 정보만 입력한다. 최대한 빠르게.

가장 먼저 입력한 것은 소문의 번호다. 그 다음은 화산 장문인, 청소소, 이제부터 매화검수···.


콰앙!


순간, 설희가 머무는 방문이 가루가 되어 터져 나갔다.


“흐읍!”


당기문이다.

그녀는 등 뒤로 소마도본을 재빨리 숨겼다. 엄지손가락으로 <전송> 단추가 있을 만한 화면을 수 없이 눌러 댄다.


‘제발, 제발!’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지?”


당기문이 건조한 목소리로 설희를 살핀다.


“아··· 아무 것도 아니예요.”

“흐음.”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눈동자를 굴린다. 이윽고 한 곳에 시선이 멈춘다.


“빛?”

‘아차!’


어두운 방 안.

소마도본에서 나오는 빛이 벽면에 반사되어, 한 구석이 주변과는 다른 명도를 보이고 있던 것이다.


“등 뒤에 숨긴 거, 뭐지?”

“개인적인 물건이에요.”

“내 놔라.”


터벅, 터벅.


“아, 안 돼요.”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가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설희의 몸이 떠오른다.


“뭐, 뭐하는 짓이에요!”

“건방지군.”


찌지직!


“아아악!”


당기문이 간단하게 손을 가로로 젓는다. 그러자 뒤로 숨기던 설희의 팔이 옆으로 팍 펴지고, 덩달아 입고 있던 무복이 찢어진다.

무채색의 속옷과 함께 새하얗고 가녀린 살갗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기문은 잠시 반쯤 드러난 그녀의 나신에 시선을 두더니, 설희의 손 끝으로 시선을 옮긴다.


“··· 그게 뭐지?”

‘아··· 안 돼!’


생의 마지막 동앗줄이라도 되는 양 꼭 쥐고 있던 소마도본이 너무도 무력하게 둥실 떠오른다. 간단한 허공섭물을 막지 못했다.


소마도본의 화면을 가만히 살펴보던 당기문의 입꼬리가 한 쪽으로 올라간다.


“허튼 짓을 하는군.”


파사삭!

소마도본이 가루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몸을 돌려 객실을 나가는 당기문의 등 뒤로 절망에 빠진 설희의 눈길이 하염없이 머문다.


**


그 시각. 소문의 소마도본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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