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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가 화산제일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아인수
작품등록일 :
2023.02.08 15:24
최근연재일 :
2023.06.03 18:00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31,444
추천수 :
230
글자수 :
421,448

작성
23.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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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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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070

DUMMY

070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건가요?”

“······.”


설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당기문에게 물었다. 그는 무표정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허름한 이층 객잔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아 있다. 복면인들이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시체를 가볍게 끌어 밖에다 던지는 소리만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객잔을 운영하던 일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다섯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무인도 하나 끼어 있었지만, 이들에게 일초지적이 될 리가 없다.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차라리 내쫗기만 해도···.”

“조용히 해라.”


당기문이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에게는 이들의 목숨은 가치가 없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에도 별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행적을 노출할 수는 없어.”


그러나 설희와 함께하고 난 뒤부터 당기문의 말수가 늘었다. 복면인들은 그의 변화에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죄송해요. 제가 더 힘이 있었다면···.’


그녀는 속으로 죽은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자신의 힘이 부족한 것을 탓하며.


“천마신교가 위치한 신강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시신들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갑에게 묻는다.


“··· 일주일은 더 걸릴 듯합니다.”

“··· 왜 시일이 늘어난 거지?”


당기문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분명 얼마 전에도 나흘이 걸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갑은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으려 노력하며 답한다.


“행적을 노출하지 않으려 청해의 외곽을 따라 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거리가 좀 늘어난 것은 문제가 아니나···.”

“그런데?”

“꼬리가 밟혔습니다.”


우웅 –


당기문의 중심으로 싸늘한 살기가 흘러나온다.


‘차··· 차가워!’


얼마 전에 그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맹수 앞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사지가 마비된다. 그녀의 사부인, 화산파의 장문인도 이 정도의 기운을 뿜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수 십의 절정고수가 한 번에 살의를 품은 수준이다.


“꼬리가 밟혔다고?”


덥썩.


당기문이 손을 들자, 누군가 잡아 들기라도 한 듯 갑의 몸이 둥실 떠오른다. 그가 갑의 목을 쥐어 챘다.


“크윽···.”

“나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누가 감히 나의 꼬리를 밟는다는 말이냐?”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 섬뜩한 살기만 느껴질 뿐이다.

끔찍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갑은 기계처럼 대답한다.


“저희 외에도··· 인원이··· 있···습니다. 우리를 돕는···.”

“너희들 말고도 다른 놈들이 있다고? 내 이목을 피해 연락을 했다는 말인가?”

“그건··· 소마도··· 본···.”

“소마··· 도본?”


당기문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의문을 표한다. 동시에 설희의 귓가에는 천둥소리가 들렸다.


‘아, 소마도본! 어째서 그 생각을 못했지?’


소문과 소마도본으로 연락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기회만 잡는다면 팽도진을 비롯해 화산파의 무인들에게도 연락할 수 있었다.


설희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기색을 유지하며 옷 매무새를 점검한다. 가슴 아래 주머니에서 네모난 기계의 감촉이 느껴진다.


‘있다!’


제발 망가져있지 않기를.

그녀는 혼자 남게 될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


설희가 사라진지 일주일이 흘렀다. 소문은 불안한 마음을 수련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사뭇 특이하다.


“이거··· 맞습니까?”

“맞고 말고. 생각보다 잘 하는군. 역시 자질이 있어.”


소문이 괴상한 표정으로 묻자 김두환이 흐뭇한 얼굴로 코를 벌렁거린다.

어느새 소문의 수련은 미래 소림 내에 쫙 퍼졌다. 당과를 먹으며 구경하러 온 귀혼도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를 거든다.


“거 참. 이런 수련 방식은 내 처음 보는군. 이봐, 오랑캐.”

“선배님. 오랑캐라뇨. 우리 입장에서는 여기가 오랑캐입니다.”


김두환이 한 마디도 지지 않으며 대꾸한다. 귀혼은 그 대답을 무시하며 묻는다.


“저게 무슨 수련이라고?”

“아, 자연을 담으려는 겁니다. 여기 소림이 있는 숭산도 장백산 못지 않게 자연의 기운이 가득하더군요.”

“꼭··· 저러고 있어야 하는 건가?”

“물론입니다.”


소문은 두 손을 마주한 채 정수리 위로 쭉 뻗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로 하늘을 보고 있다. 주변에는 기묘한 물건들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있다.


바로 옆에는 어른 몸뚱이만한 옹기가 놓여 있는데, 그 안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자, 어서! 더욱 엉덩이를 움직여라! 너는 지금 생선이 된 거야!”


‘시발, 진짜···.’


소문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물고기의 움직임에 맞추어 엉덩이를 움직였다. 청소소라도 본다면 배꼽을 잡고 웃을 모양새다.


그러나 그는 무작정 불만을 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원래라면 사지가 꼬여 넘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져야 해. 그러나 멀쩡하다.’


김두환이 알려준 방식은 막무가내로 물고기를 따라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점차 작은 생물부터 시작해 큰 생물의 움직임을 따라하며, 나중에는 자연물을 닮게 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부적과 돌멩이, 나뭇가지 몇 개를 사용해 ‘기운을 응축하는 중이다’라며 이상한 진법을 만들고, 연이어 독특한 호흡법과 움직임 요령을 알려 주었다.


이 이상한 수련법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처음에는 바닥의 개미를 따라했다. 몇 번 자빠지다가 김두환이 알려준 방식대로 움직이자 팔다리를 제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장애가 호전됐다. 점차 실수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전력질주만 하지 않으면 넘어지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다.


그런데.


“다 좋아요. 그런데 이 짓이 무공을 되찾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소문이 엉덩이를 좌우로 규칙적으로 흔들며 물었다. 김두환은 진지하게 답한다.


“당연히 관련이 있지. 우리 고려의 무공을 익히는 기초 과정일 뿐 아니라, 모든 무공의 본질을 관통하기 때문이야.”

“고려 사람들은 다 동시에 빵댕이를 흔드는 겁니까?”

“빵댕이라니···. 이 수련이 보통 수련인 줄 아나?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다른 말로는 <선법>이라고 해. 신선이 될 수 있는 수련법이라고. 천금을 주어도 인연이 닿지 않은 자에게는 전수할 수 없어.”


‘신선들이 다 이 지랄을 했다고?’


참다 못한 귀혼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크흡···! 아, 미안.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겠구만.”

“웃지 마세요, 선배님. 심란해 죽겠구만···.”

“엉덩이가 참으로 요염하군. 이봐, 후배. 모든 무공은 어디에서 출발했겠나?”


소문은 엉덩이를 흔들며 고민에 잠겼다.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대부분 그렇지. 무공은 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네. 인간보다 뛰어난힘을 지닌 짐승들을 닮고 싶었던 게야. 시간이 지나며 산, 바람, 강과 같은 자연물을 인간이 담으려고 노력했지.”

“아···!”


이해가 된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담현택, 귀혼 등의 고수가 자연의 형상을 일으켰던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잠깐이었지만, 소문도 선명한 자룡을 소환하지 않았는가.

그 또한 밟아 본 경지다. 분노에 휩싸여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찌 보면, 지금 저 코 큰 오랑캐가 알려주는 수련법이 무공의 본질에는 더 부합할 지 모르겠군. 웃기긴 하지만.”

“날 믿고 따라와. 나도 화경 이상의 고수였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될 거야.”


귀혼의 말을 받아, 김두환이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무공을 되찾을 수는 있겠죠?”


물고기가 몸을 부르르 떤다. 소문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그건 모르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


입술을 깨무는 소문에게 그가 덧붙였다.


“굉장히 진전이 빠르네. 이틀만에 곤충과 교감을 마치고, 물고기와도 통하고 있잖아. 점차 내 뜻을 이해하게 될 거야. 그리고 다음 단계는 꽤 기대할 만해.”

“다음 단계요?”

“바로, <뱀>을 닮아 보거든. 자네 무공이··· 아마 <영사권>이라는 것이었지?”


소문의 눈이 반짝 빛난다.


**


소림의 대전. 무승, 성진이 공손한 자세로 고급스러운 목각함을 들고 나타난다.


“방장. 모든 준비가 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아미타불.]


미약한 기계음을 내며 명상에 잠겨 있던 천명선사의 눈이 붉게 빛난다. 그는 목함을 받아 들고 내부에 있던 물건을 꺼낸다.


“방장의 현 상황에도 <노도복>이 필요한겁니까? 이미 모든 몸이 미래 기술로 대체되지 않았습니까.”


성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중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빈승 스스로 본인 모습을 촬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


목함에서 금색으로 빛나는 노도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도복의 등판에는 자애로운 석가모니가 음각되어 있다.


천명선사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노도복을 조작한 뒤, 전면의 유리를 정확히 자신을 향하게 했다.

그의 손가락이 얇은 바늘처럼 변하더니, 노도복에 꽂혀 기운을 공급한다.


위잉-


미약한 소음과 함께 노도복이 켜진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천명선사는 열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통신 상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미타불. 세월은 유수와 같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관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사.>

<신승. 소림에 변고가 있었다 들었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다.

수십 년 전, 에덴바 제국과 맞서 싸우던 정파의 무인들은 무림맹의 수뇌가 되었다.


오늘은 맹의 정기 화상 회의가 있는 날이다. 본래 정파의 거두 역할을 했던 소림이니 만큼, 방장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이 중에서 누가 사천당문과 에덴바 제국의 끄나풀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지. 하아, 무림의 미래가 어둡구나.’


천명선사는 딱딱한 기계 속에 우려를 숨기며, 무림맹주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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