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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가 화산제일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아인수
작품등록일 :
2023.02.08 15:24
최근연재일 :
2023.06.03 18:00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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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0
추천수 :
230
글자수 :
421,448

작성
23.04.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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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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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59

DUMMY

059




“하아···!”


설희의 입에서 달뜬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소문이 거칠게 문 목덜미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통의 신호는 그녀의 척추를 따라 뇌에 도달하고, 곧바로 쾌감으로 바뀐다.


‘내··· 내가 왜 이러지? 안 돼. 소문하고 이러면 안 돼!’


설희는 억지로 끓어오르는 본능을 다스린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성을 완전히 거부한다. 여자로서 남자를 받아들일 때에 나타나는 증상이 온 몸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음기로 인해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피부 아래가 뜨겁다.

머리도 뜨겁고, 소문이 탐하는 목과 쇄골도 뜨겁고, 가슴도, 배도 뜨겁다. 심지어 말할 수 없는 어딘가는···.


‘축축해···.’


그녀 또한 양기를 키우는 자하신공을 수련했지만, 소문보다 훨씬 많은 음기를 체내에 소유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태생부터 남자보다 많은 음기를 소유한다. 아무리 양기와 음기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 한들, 타고 나기를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경지가 높아질 수록 극양지공은 여성에게 알맞다. 입문은 남성이 쉬울 지라도.

설희가 음기를 나누어 소문의 수련을 도울 수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의 몸 속에는 같은 종류의 기운이 흘러다닌다. 자하신공을 수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내공을 전해준 이력도 있다. 각자의 양기와 음기가 자석처럼 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들끓어오르는 눈 앞의 남자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으리라.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의 쾌감과, 흥분과, 애정을 느끼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으리라.


아니, 그 전에.


‘기운 때문이 아니야. 나는 정말로 소문을···.’

‘나는 지금, 설희가···.’


장벽을 한 번 뛰어넘은 두 남녀가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적극적으로 얽혀 든다.

이윽고, 두 사람이 있는 방에서는 부드러운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은은한 달빛이 미래소림의 화려한 건물을 비추고, 인공적인 형광빛과 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


“······?”

“무슨 일 있었나?”


다음 날.


오늘, 소림사의 아침은 오리 훈제다.

조찬 시간이 되어 모인 일행은 소문과 설희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설희가 냉랭한 얼굴로 말한다. 소문은 그 옆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긴. 일이 있었구만. 둘이 어제 뭐했어?”

“아니라니까요!”

“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설희와 소문이 동시에 소리친다. 움찔 놀란 팽도진이 대답한다.


“아니면 말지, 소리지를 것 까지는 없잖아. 그렇게 있으면 누구라도 궁금해 한다고.”


설희는 소문에게 등을 돌리고 있고, 소문은 우울하니 죄를 지은 표정이다.

팽도진이 전음성을 보냈다.


[동생. 어제 설희 소저와 싸웠나?]

[싸웠다기 보다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일? 둘이 엄청 친하잖아. 죽고 못 살더만.]

[하아. 말씀드리기에는 좀···.]

[아하, 설마···.]


팽도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동생이 어른이 된 건가?]

[··· 아닙니다.]

[에이, 그러지 말게. 이 의형한테 말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게다가 무인들은 그런 쪽으로는 상당히 개방적이다네. 요즘은 신중원시대라···.]

[그런 게 정말 아니라···.]


설희가 도끼눈을 뜨고 소문을 노려본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거죠?”

“아, 아닐세.”


설희가 날카롭게 물어봤다.


‘거 참, 눈치도 빠르군.’


“흥. 하긴, 줘도 못 먹는 애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 뭐라고?”


팽도진은 귀를 의심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한다.

다행히도 다른 일행은 주린 배를 채우며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방금 설희가 작게 중얼거린 말은자신과 소문 동생만이 들었을 것이다.


[···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잘 들은 것이 맞아요.]

[어제 설희 요리가 야식을 준비해갔는데, 자네가 배가 아파서 못 먹었다는··· 그런 어이없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


대충 사정을 짐작한 팽도진이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그가 의제의 아랫도리를 흘긋 바라봤다.


[젊은 사람이 그런 훌륭한 걸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안타깝군. 괜찮아, 동생. 나이 들면 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현상이네. 탈모하고 비슷하지. 자네는 그 시기가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하게.]

[··· 무슨 소립니까. 저 잘 섭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못 찾았다!’


소문은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붉힌다.


어젯밤, 모든 상황이 완벽했다.

두 청춘 남녀는 이성을 잃었고 애정이 가득했다. 둘은 생기가 넘쳤으며, 튼튼하고, 강했다.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지만 그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은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탐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을 나누기 위한 마지막 단계의 시작을 바로 앞두었을 무렵.


··· 소문은 지난 밤의 아름다운 여정을 완성하지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알고 있지만, 너무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흥분과 정열이 극에 치달은 상황, 소문은 자꾸 애먼 곳만 찔러 대었고, 시간이 자꾸 지체되었다.

점차 가열된 분위기가 식어 갔다. 본능은 사라지고, 이성이 돌아왔다.


강하게 치솟아 올랐던 각자의 양기와 음기도 점점 잠잠해져 갔다.


보다 못한 설희가 직접 손을 내밀어 소문을 이끌었지만, 이를 어쩌나.


거사를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수치심과, 짓밟혀버린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어느새 그를 고개 숙인 남자로 만들어버린 뒤였다.


그렇게 소문은 몇 십 년 뒤, 미래의 늙어버린 자신이 느끼게 될 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경험하며 패배하게 되었다.


냉기를 풀풀 흘리며 옷을 주워 입은 설희. 그는 침묵을 지키는 그녀의 애먼 등만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며 지난 밤을 보낸 것이다.


‘결국··· 못 했지.’

‘이 자식, 못 했네.’ 팽도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밤을 기억하자 반응이 온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바지춤이 치솟아 오른다.


‘그래도 진짜였어. 설희와 나눈 긴 입맞춤, 가녀린 어깨와 부드러운 피부, 새하얀 나신, 그리고 내 아래를 잡아 끌던 설희의 손까지···.’


모든 광경이 눈에 선하다. 무인의 감각은 어두운 방 안에서도 서로의 육체를 대낮처럼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솜털 하나하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촉감을 증폭한다.


흘긋, 음식을 깨작깨작 먹고 있는 설희를 바라본다. 그녀의 옷 아래에 있을 나신이 그대로 보이는 것같다. 의복 아래 숨겨진 팔과 다리, 가슴과 배, 그리고 그 아래까지 모두 상상할 수 있다.


설희하고 눈이 마주쳤다.


흠칫!


소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설희의 눈 아래가 붉다. 운 것 같지는 않고, 분명 그녀도 지난 밤을 떠올리고 있으리라.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겠지.


마지막 단계만 밟지 못했을 뿐, 사실 서로의 모든 것, 비밀스러운 부위까지 상세히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확인한 것.

어찌 보면, 그것이 지난 밤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아쉽긴··· 하지만. 에휴, 설희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되게 한심하게 보겠지.’


그 때, 설희의 입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소문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입술을 찾아 입모양을 읽었다.


‘나··· 중에 또··· 해. 그 땐 내가··· 직접···?’


뜻을 해석한 소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설희는 그를 보고 쿡쿡, 웃더니 한 쪽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앙큼한 계집애. 저게 무슨 냉심매화야?’


소문의 마음이 따뜻하게 물들었다.


**


“법존께서 폐관을 푸셨습니다.”


화산과 청성의 제자들이 모두 모였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소문과 설희, 그들을 곁눈질로 흘겨보는 청소소와 청인소까지.


기계가 가득한 절간에서 영양분이 가득한 단백질을 먹으며 어느 정도 상처를 돌본 그들에게, 성진이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드디어 <소림신승>이 폐관을 깨셨군요!”


팽도진이 탄성을 질렀다. 소문이 설희에게 물었다.


[소림의 장문··· 이라면 <천명선사>지?]

[응, 맞아. 장문인이라기보단 ‘방장‘이라고 하지만. 무림제일고수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이야.]

[그 분이 폐관수련에 든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설희는 소문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답한다.


[천명선사는 에덴바 제국과 최전선에 맞서 싸운 분이야. 그 때 치명상을 입으셨다고 해. 그 후 몇 십 년 동안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계속 폐관에 드셨다고 하더라.]

[아···. 그렇구나. 그러면 사실상 수련보다는 몸을 돌보는 데에 주력하신 건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다만 완전히 문을 걸어 잠군 것은 아니고, 소림 내부로는 교류를 했다고 해. 무림맹의 의사결정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셨다고 하더라. 사부님 말씀으로는.]


대충 상황을 파악한 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는 무림 사정에는 어둡다.


한편, 다른 일행들은 웅성거리며 신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몸을 완전히 회복하신 걸까?”

“글쎄.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용하실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고 하던데···.”

“그래도 삼십 년이 넘게 지나지 않았나? 워낙 지고하신 경지를 이룩한 분이니, 멀쩡한 상태로 나타나실 수도 있어.”

“동의해요. 아직도 무림에 위명이 자자하신 분이니까요.”


그들은 유두부에서 본 전성기 시절 소림방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삼사십 년 전에도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울퉁불퉁한 근육이 붙은 강건한 육체를 자랑했다.


“잠깐. 그렇다면 신승께서도 설마 ‘화경’의 경지에 이르신 건가? 귀혼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알던 경지의 구분이 잘못된 것이었잖아.”

“설마. 그래도 소림 방장이신데···. 현경이시지 않을까요?”


그 때, 머리 위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시주들이 참으로 활기차도다.]


쿠웅!


‘으음!’


내부를 진탕시키는 사자후!

커다란 음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기가 우르르 떨리는 듯한 소리다.


막대한 내공이 좌중을 훑고 지나갔다.


‘화산파 장문인의 산악같은 기운도, 귀혼 어르신의 그림자같은 기운도 아냐. 이건···.’


모두의 머리속에 공통적으로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부처···님?”

“석가모니?”


성진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동시에 소림의 모든 인원이 같은 목소리로 불호를 외친다.


“폐관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방장.”

“아미타불.”

[아미타불 - !]


어디선가 복잡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아니겠지.’


소문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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