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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파우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 바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콘파우
작품등록일 :
2018.04.15 19:37
최근연재일 :
2019.12.06 18:15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47,106
추천수 :
513
글자수 :
1,559,100

작성
18.05.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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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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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약육강식 / Part O [Chapter 2. (완)]

시간 남을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여유가 있으면 자주 자주 올릴수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좀 연재가 지연될수 도 있는 그야말로 자유연제..... 부족하지만 재밋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DUMMY

Part O/ 허물어짐에 대한 기원


<행간 1>

A-1 구역과 A-0 구역의의 사이쯤 되는 어느 곳

방향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휠체어에 앉아있는 망가진 네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이미 끝났을 운전수 역할을 아직도 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A-1 구역을 (의도적으로!!!) 해매던 저 망가진 네비게이션 소녀가 드디어 자기집이 있는 A-0 구역을 향하여 바르게 길 안내를 하고 있다는 점.

그 점만이 이미 붉음을 지나 어둠으로 접어들어가던 주말 하늘을 보고 있는 나에게 유일한 위안을 주고 있었다···.

어쨌든 이틀 연속 주말을 망쳤다.


그렇게 열심히 휠체어를 열심히 운전하던 중 저 멀리서 익숙한 노란 신호를 보고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사실 빨간 불로 바뀌기 전에 휙 지나간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저쪽의 노란 신호 또한 우릴 알아보고 접근하고 있었기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가 없게 되었던 것


“아니 뭐야? 너희 아직도 집에 못 간거야?”


“네 어쩐지 네비게이션이 고장 난 것 같아서 말이죠”


이 시간까지 돌아가지 못한 가련한 나를 향해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는 노란머리의 여자에게 왜 이러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며 그 원흉을 내려다본다.

물론 상실한 방향감각만큼이나 양심 또한 저 멀리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네비게이션 소녀는 그저 자신의 머리카락이나 만지작거리면서 뻔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선생님은 이쪽에 왜 있는 건데요? 그쪽도 네비게이션이 고장 나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내 앞의 담임 이라는 마술사를 향해 물어본다.

분명 B-2 구역의 어느 병원에서 마술이 쌔지는 약이니 뭐니 일처리 하러 간다고 했다.

만약 끝났다고 해도 이 사람의 집은 B-1 구역. 애당초 돌아가는 길에 A-0 구역을 지나쳐야 할 이유가 없다.


즉 이 사람도 자기집을 빙 둘러간다는 의미


그녀들은 예전부터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데···.

혹시 이 소녀의 망할 길치 능력은 장난이 아니라 저 여자에게 배운 것인가?...!!!


“아! 일도 끝났고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집~”


그녀의 손 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최근 개장했다고 들은 수제 햄버거 집이 있었다.

솔직히 자신은 L사나 M사의 햄버거 체인점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흔히 ‘수제’ 라던가 ‘유기농’ 같은 단어가 곁들어 지면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햄버거 집이었다. 유기농이라··· 어떤 섬나라 소설 여주인공 별칭이랑 비슷한데?


어찌되었든 이 노란머리 선생님 머릿속의 길찾기 기능은 정상이라는 뜻, 다시 말해 이 소녀의 잘못된 방향감각은 장난임에 확실하다. 망할 소녀 같으니라고


“그러시군요···. 선 왼쪽으로”


“저기 이보세요? 방금까지 쭉 직진이라는 방금 전의 지시사항은 어디 가셨는지요?”


네비게이션이 다시 오류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왜 선생님이 손을 내미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는 거냐고!!! 선생님이 뭔 방향 지시등이야?


“배고파졌어.”


그렇게 말하며 나를 힐끗하고 쳐다보는 연, 생각해보면 배고플 시간이 맞긴 하다.

특히 이 먹보 소녀라면 말이다.

저 작은 몸에 어디에 그리 음식이 들어갈 곳이 많은지 이건 분명 연구 대상일 거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그리고 차량에도 연료보급이 필요할 것만 같고···.”


이젠 본격적으로 자동차 취급이다.


“그럼 이번 사건도 잘 풀렸던 기념 삼아 내가 사줄게. 자~ 가자고~!!”


아무리 귀찮아도 배고픈 나에게 공짜로 먹여준다는 걸 마다할 리 없는 나는 순순히 휠체어를 이끌며 선생님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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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2>

B-2 구역의 한 병원 옥상 어떤 남성과 여성이 허탈한 듯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아래로는 병원에서 운영 중인 작은 공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환자복을 입고 있던 소녀가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하···.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어이없게 놓쳐버리다니.”


그렇게 말하는 여성은 자신이 쓰고 있던 초록색 빵모자를 거칠게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방금전에 일어난 어이없는 상황에 허탈함을 넘어 작은 짜증이 났던 모양.


“뭐 별수 없잖아? 사슴을 잡아먹는데에는 순서 따윈 상관 없어, 치타가 잡은 사슴이던 사자가 잡은 사슴이던 일단 사자가 먹고자 하면 그때부턴 그냥 사자꺼야. 그 사슴이 치타가 먼저 발견한 먹이감이라는 건 사자에겐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남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인지 자신의 머리 색과 똑같은 에메랄드 빛 두 눈으로 내려다 보던 공원에서 고개를 획 돌려버린다.


“그래도 그렇지 아아악!!! 이 답답한 전개 마음에 안든 단 말이야!!!!”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대며 여자는 스트레스를 방출해 대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기분 나빠 하는 이유는 저 아래 공원에서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소녀와 관련된 일이다. 자신들의 먹잇감이라 생각했던 것을 어느 노란 머리를 갈기처럼 휘날리던 암사자에게 빼앗겨 버린 것.

암사자 주제게 갈기가 있다는 게 이상하지만 알게 뭐람.


이번 사냥의 시작은 오늘 오전 이 나라의 수도 어느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주제는 ‘D.G’ 라는 약 문제 해결 대한 협회차원의 개입.

그러한 회의를 끝내고 이리저리 다니던 중 뉴스를 통해 마술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을 들으며, 이것이 회의에서 나왔던 약에 의해 비닉이 위협받는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사냥을 즐길 때가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찾아낸 사냥감이다.


물론 회의장에서의 난리를 생각해 보면

대놓고 사냥을 즐겼다간 자신들이 사냥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쯤은 느꼈기에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조용히 사냥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느라 눈앞의 사냥감을 두고도 섣불리 사냥을 개시하지는 못하고 있던 것.


그러나 그런 생각이 너무 길어졌는지 결국 회의장에서 난리를 피우던 사자가 와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먼저 찾아낸 사냥감을 사냥하다 말고 열심히 침만 바르다 가버렸다.


뭐 사자가 가버렸으니 지금이라도 사냥하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명분이 없다.

그녀를 맛있는 사슴으로 만들어 주던 그 약병은 사자에게 넘어가버렸다.

그 순간 사슴은 더 이상 사슴이 아니었다. 그저 여기저기 피어있는 잡초와 같은 존재.

사자는 아니더라도 자신들도 나름 이 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맹수.


맹수로써 풀을 뜯어먹는 짓은 그들의 체면이 용납하지 못한다.

남자는 옥상에서 둘러보며 느낀다. 저 사냥감을 향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맹수는 자신들 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최소한 3~4마리의 맹수 그룹들도 저 아래 공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마 다들 자신들과 같이 허탈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사냥감이 더 이상 없다는 현실을 직시 했는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 가자 더 이상 여기에 귀여운 사슴은 없어”


여자는 말이 없다.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고 가서 따지기라도 할거야? 내 사냥감을 왜 빼았아 갔냐고···. 다른 사람도 아닌 그 3위에게 말이야···.. 잡아 먹힐거다. 너”


3위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여자도 일어나며 슬슬 떠날 준비를 한다.


“그래 니 말이 맞아 우리 같은 것들이 달려들어봤자 그 것에겐 안되니까. 그런 괴물을 상대로 이길만한 건 그 위에 있는 또 다른 괴물 둘 뿐일 테니까.”


“뭐 좀 더 쳐준다면 지 실력 숨기고 있는 그 아래 3명 정도?”


“그 중 하나는 빼자고, 일본에 있는 그 괴물은 이쪽 괴물이랑 꽤 친한 것 같으니, 우린 그냥 그 괴물들의 눈을 피해 적당히 다음 사냥감이나 찾아보면 되는 거야”


그렇게 초록 모자를 쓴 여성과 초록 머리카락의 남성은 병원 옥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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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3>

한 수제 햄버거 집에서 나는 두 여성과 햄버거를 먹고 있다.

꽤나 비싼 가격의 햄버거를 먹으며 느끼는 것은 역시 L사나 M사와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는 것이다. 아··· 그래도 L사보단 나은가? 일단 맛은 모르겠고 양은 확실히 많은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M사 보다도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감상을 잘못 입 밖으로 내놨다간 내 앞에서 역시 고급진 건 다르다며 좋다고 먹고 있는 두 여자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고 있었다. 어차피 내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비싸든 말든 뭔 상관이야.


햄버거를 먹는 와중에도 이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설명충 본능은 쉬지를 않는가 보다. 열심히 병원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있다.


감시역으로 보낸 사역마로 우리가 한 일은 이미 알고 있고

집에서 설명했던 그 D뭐시기 약도 잘 회수한 것 같고 (자기말로는 평화적으로)

소녀의 몸도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생명의 지장이 있는 수준까진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까지

몸의 이상은 약에 의한 거니 약을 끊는 순간 서서히 복원 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사로세~경사로세~


“그런데 말이에요···. 이왕 착한 일 할꺼면 완벽하게 하는게 좋지 않아요?”


“응?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생명의 지장은 없더라도 몸이 망가지긴 했다면서요. 그럼 마술로 치료 같은 거 해주면 금방 되는거 아니에요. 뭐하러 서서히 자연회복을?”


나의 그런 말에 의아 하다는 듯이 처다보는 아정샘 설마 내 말의 의미를 이해를 못했나?


“영화 같은데서 보면 마술로 빛 같은 거 내면서 상처 치유하는 마술 쓰고 그러잖아요. 자칭 실력좋은 마술사라면서 그런 거 못하냐고요”


“당연히 못하지. 마술로 사람 치료를 어떻게 해, 애당초 치료가 가능하면 내가 너희 다칠 때마다 병원에 보내지도 않어. 내가치료하고 말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정샘. 그 모습이 너무나도 당당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니 실력 좋다면서!!!!


“마술이란게 마(魔)를 다루는 기술이란 건 예전에도 설명 했었지? 마라는 것이 힘의 형태로써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 마력(魔力)이고, 그럼 마(魔)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뭔가 지루한 설명이 이어질 것만 같다. 이 설명충을 말려야 하나? 그런데 명분제공자가 나라서 말릴 방도가 없다.


“알게 뭡니까? 그런 정체불명의 마(魔) 따위”


관심없다고 애둘러 표현했다. 그러나 이 설명충 마술사는 웃으며 설명을 시작한다.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천직이 틀림없어


“’마’ 라는건 기본적으로 형체가 없는 강대한 에너지야. 이 세상의 아래에 깔려있지, 그러니 통상적으로 인간이 사는 세상에선 관측되지 않는 에너지, 그러다 보니 과학적으로 관측할 방법은 없지. 그러나 관측할 수 없다 뿐이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의 근원 아래에 ‘마’라는 에너지를 모두 가지고 있지. 마술은 그 세상 아래 에너지가 우리가 사는 위쪽 세상으로 올라와 마력이라는 힘이 되었을 때 그 힘을 사용하는 기술일 뿐이야.”


더 듣고 싶냐는 듯이 잠시 말을 멈추며 나를 힐끗 쳐다본다. 뭐 이왕 듣기 시작한 거 들어나 볼까? 공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이 정도 쯤이야···.


“계속하시죠”


“그럼 그 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것이 너의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이 될 텐데, 그것은 ‘인간의 감정’, 그 중에서도 악의가 쌓여 이루어진 에너지가 마의 본질, ‘슬픔’, ‘우울’, ‘분노’, ‘질투’ 그 외 기타 악의로써 표현될 수 있는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 내는 통곡의 눈물, 그 눈물이 모여 만들어낸 강물이 이 세상 아래로 흘러가 영겁의 시간 동안 고여버린 결과물이 마라는 거야.”


“뭔가 듣기만 해도 상당히 기분 나빠 보이는데요?”


“그래 기분 나쁘지 그리고 아주 해로워, 그런데 그런 해로운 것으로 사람을 치유 가능하다 생각하니?”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그냥 듣기만 해도 목에다가 방사능이 범벅이 된 홍차를 목에 다 들이붓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예전에 한 말을 기억 하는지 모르겠지만, 마술로는 죽은 자를 살릴 수 없다고 했지? 그거도 그런 맥락이야”


잊을 리가 있나. 내가 그 형과 얼마나 친했는데 그리고 까먹기엔 아직 일주일밖에 안 지났단 말이지···.


“인간이었던게 악의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악의 그 자체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 뭐 선악설을 말하는 어떤 마술사들은 ‘악의’ 그 자체가 인간의 근원이니 만들 수 있다. 라고 외치긴 하지만···. 그렇게 자신 있으면 만들어보라지!!!”


“네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웃으며 바라보는 선생님.

제발 그녀에게서 이런 상식에 벗어난 이야기라도 척척 이해해주는 제자에 대한 고마움이 생겼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긴다.


“그래도 말이야”


아직 할 말 남은 건가? 그녀의 웃음 사이로 슬픔이 묻어 나오는 것 같은 것은 착각일까?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너 아직 완벽하게 이해 하지 못한게 있어···. 너가 설득했던 소녀의 상처는 밖에서 만들어낸 상처, 그러나··· 너의 맘을 움직였던 상처는 안으로부터 돋아난 상처거든···. 근본적으로 달라···.”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분은 좋더라···. 그 상처가 너를 움직이게 했다는 것은 말이야”


고마움 따윈 안 생겨도 될 것 같다. 상식을 너무 벗어나 버리자 나의 이해의 영역을 벗어났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부디 척척 알아듣는 똑똑한 제자를 새로 구하시죠

그렇게 생각하며 척척 알아들을 것만 같은 옆에 있는 똑똑한 소녀를 힐끗 쳐다 보았다.

어? 근데 얘도 모르는 표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혀 죄송하지가 않겠군. 크히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새에 주문했던 음식도 다 먹었다. 선생님은 연을 나에게 다시 맡기고 집으로 떠났다. 이제 난 이 소녀의 네비게이션이 정상 작동 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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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4>

햄버거 집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그 소년과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티격태격 싸우며 가고 있는 둘의 모습, 싸우는 와중에도 소녀의 표정은 무뚝뚝하기만 하다.


그러나 소녀와 살아온 10년 가까운 시간은 내 눈에 보이게 했다.


그 무뚝뚝한 표정 속에 희미하게 묻어 나오는 작은 미소

너무나도 희미하여 소녀 본인 스스로도 파악하지 못했을 미소를 소녀는 짓고 있었다.

10년동안 보아온 적 없는 그 미소를


상처를 치료해 줄 순 없었다.

애당초 마술사인 자신에게 그런 능력 따윈 없다.

그저 상처 입은 아이가 흘리는 눈물을 그때 그때 닦아 주기만 할 뿐

그저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한없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치료받지 못한 상처는

덧나고, 덧나고, 덧나고, 덧나고,

그렇게 계속해서 끊임없이 덧나가며 그 크기만 커져만 갔다.


덧나버려 흉한 상처를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던 소녀는

자신의 주변에 벽을 치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은 알고 있다.

그 벽의 안쪽은 결코 온실이 아님을 너무나도 차가움을

그 안쪽에선 화초의 향기가 아닌

상처에서 흘러나온 고름의 썩은 내로 가득 차 있음을


그리고 소녀는 그 안쪽에서 혹여라도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벽에 틈이 생기면 그 즉시 메워나갔다.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로 고름을 짓이겨 만든 진흙으로


그 벽이 무너지지 않으면 상처가 나을 수 없음을 모르는 소녀는

끊임없이 매워나갔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메웠다.


느끼진 못하였지만 틈이 생겼음은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또 다시 벽의 빈틈을 메워가고 희미했던 웃음을

무뚝뚝한 얼굴 뒤로 감추어버렸다.


표정을 감춘 소녀에게서 소년으로 눈길을 돌린다.

자신이 10년간 만들어 내지 못할 그 벽의 틈을

너무나도 짧은 시간만에 만들어낸 소년,


그러나 소년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소망을 기원한다.

부디 그 아이를 둘러 싸고 있는 벽이 온실이 아님을 깨달아 주기를


그래서 진정으로 따스한 그 손으로 저 벽을 허물고

그 안에서 눈물 흘리는 소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를.

자신이 할 수 없는 그 일을 무책임하게 소년에게 떠넘긴다.


소년과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에서 더 이상 할 것이 없음을 깨닳은 자신도

집을 향에 발걸음을 옮긴다.

- Chapter 2. 약육강식, END -


작가의말

두 번째 챕터인 약육강식을 이번 글로써 마무리 하였네요


이번 챕터는 이 소설의 세계관 기반 중 하나인 마술 협회란 곳의 비정함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적용되는 그러한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약자를 보호해 보려는 소수의 모습을 그려보려 하였는데

잘 표현됬는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는 뭔가 3류 마술사들과의 싸움이었다면

이후부터는 마술 협회쪽의 수준 높은 마술사들과의 싸움으로

스토리를 진행해 볼 예정이에요


물론 본격적인 것은 4장부터 진행할 생각이며

3장은 연과 선의 첫만남에 대한 과거회상편을 써볼까 합니다

(이미 플롯은 거의 다 짜진 상태)


더불어 이번 챕터에서는

한아정이라는 사람이 마술사도 아닌 그렇다고 선생님도 아닌

순수한 가족으로써 연을 바라보는 모습도 그려보고자 노력하여 봤어요.

물론 피는 안 섞였지만 말입니다.


이 둘에 대한 과거 스토리도 언젠간 다뤄볼 예정이며

그것을 다루게 될 때에는 아마 연을 둘러싼 벽은 더 두꺼워 지거나 허물어 졌거나 둘 중 하나이겠죠.


그때까지 제 부족한 소설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소설을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관심 가져주실수 있도록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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