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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조 님의 서재입니다.

귀록(鬼錄: 귀물 사냥꾼들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수호신조
작품등록일 :
2023.04.02 18:00
최근연재일 :
2023.06.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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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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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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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7. 풍진세상2(1)

현대를 배경으로 한 요괴 관련 판타지입니다.




DUMMY

한 허름한 건물의 식당 안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을 한 시니가 한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거구의 남자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식당답게 장아찌도 맛이 그대로이군. 주인 할매가 돌아가시고 며느리가 이어 받았는데도 맛은 그대로이군. 나박김치도 맛이 좋지. 무엇보다 이곳의 갈낙전골은 최고의 별미이지.”


남자는 식탁에 푸짐하게 차려진 반찬들을 먹으면서 맛을 찬양하더니 커다란 냄비에 끓고 있는 전골에 시선을 두었다. 갈비와 낙지가 섞여 있는 전골이었다. 갈비탕에 은행, 밤, 대추, 연뿌리, 송이버섯, 호박 등을 넣고 끓인 다음 산 낙지에 왕새우나 피조개 따위를 넣고 다시 끓이는 갈낙전골이었다.


갈비를 젓가락으로 잡고 뜯어먹고 낙지를 큰 입에 집어넣던 거구는 자신이 먹는 걸 보고만 있는 시니에게 한마디 하였다.


“왜 안 먹어? 불사라서 뭘 안 먹어도 괜찮은 건가?”


“불가사리라서 쇠만 먹는 줄 알았는데.”


“가끔 인간들 음식을 먹는 것도 좋더군. 쇠만 먹으니 퍽퍽해.”


불가사리는 시니의 물음에 태연스레 대꾸하였다. 그의 농언을 한 귀로 흘리던 시니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왜 보자고 했지?”


“뭘?”


“만나자고 연락한 이유가 있잖아.”


“아, 그렇지. 뭐 때문에 만나자고 했더라.”


갈비를 다시 뜯던 불가사리는 이제야 기억나는 듯 용건을 꺼냈다.


“밥이나 한 끼 먹으려고 불렀지. 넌 수백 년을 살면서 재물을 많이 모으고 땅도 많으니 돈도 많잖아.”


“농 그만하고. 악귀와 관련된 건가?”


“아 그렇지. 얼마 전에 길을 가다 악령인지 악귀인지에 씐 놈을 보긴 했지.”


“어떤?”


“그냥 좀 제정신이 아닌 듯 눈에 독기 가득하던 놈이더군. 악귀에게 씌기 전부터 정상적으로 산 것 같지 않더군.”


“그자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나?”


“당연히 쫓아갔지. 악귀 놈은 날 느끼고 잠시 모습을 감췄지만 그놈 주변에 있을 걸.”


“그자는 어디에 있던가?”


“어느 고시원이던데. 그런데 낌새를 보아하니 뭔가 저지를 것 같더군. 악귀에게 단단하게 씌어있던데.”







검은 색 티에 검은 색 재킷을 입고 검은색 바지를 입은 상재는 검은 색 스키 마스크를 챙겼다.


그의 방은 침대와 TV와 행거 등으로 조촐한 좁은 방이었다.


‘준비 되었나?’


“아직.”


상재는 가방 하나를 챙겼다.


‘이제 준비 되었나?’


“그래.”


‘좋아. 이제부터 너의 시간이야. 네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야.’


상재는 흥분되는 듯한 얼굴로 라이터를 켰다. 뭔가에 젖어 있는 침대에 라이터 불을 붙이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는 연기와 화염으로 점점 차오르는 방을 나왔다.


그러자 작은 복도와 그의 방 앞에 304호라고 적힌 방이 눈에 보였다. 방들은 일정 거리 떨어진 채 벽과 벽이 붙어 있는 고시원이었다.


그는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복도 끝 입구 쪽에 관리실이 있었다. 안에는 한 남자가 잠을 자고 있었다.


상재는 그를 보며 비웃더니 스키 마스크를 얼굴에 씌우고 가방에서 회칼과 과도 여러 개를 꺼내고 따로 구입했던 가스총도 허리춤에 찼다. 과도 하나 씩을 양 다리에 차고 회칼을 손에 쥐었다.


그의 방에서 일어나던 화재와 연기가 점점 심해지면서 복도에도 연기가 일어났고 화재경보기도 울렸다.


“뭐··· 뭐야?”


관리실에 있던 남자가 화재경보음에 놀라 헐레벌떡 밖으로 나왔고 그 순간 상재가 그에게 칼을 휘둘러 복부를 찔렀다.


“아악!”


남자가 칼을 맞고 쓰러지는 걸 보면서 상재는 희열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방에 있던 이들이 복도로 나와 입구 쪽으로 도망 왔다. 상재는 그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복부에 찔리고 옆구리에 찔리면서 쓰러지는 그들을 보며 상재는 쾌감을 느꼈다.


‘기분 좋지? 주인공이 된 기분이 어때? 더 하고 싶지? 위로 가자.’


쓰러진 그들을 두고 위층으로 올라간 상재는 화재경보음과 연기에 놀라 허둥거리는 위층 고시원 주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피습에 놀란 주민들은 달아나기 시작하였고 그런 그들을 쫓아가던 상재는 갑자기 자신 앞에 정장 차림의 누군가 나타나자 놀랐다.


순간 놀랐지만 다시 칼을 휘둘러 그를 찌르려던 상재는 단번에 칼을 든 손이 제압 되고 목이 잡혔다.


그의 목을 잡은 시니는 그대로 밀어내면서 벽에 충돌시켜 그를 제압하였다.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를 향해 시니는 노려보며 한 마디 하였다.


“악귀에게 영혼을 판 놈. 네가 한 짓은 악귀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네놈의 내면에 더러운 살인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악귀가 이용한 것일 뿐이고 네놈의 죄는 살아서 못 치루더라도 죽어서 지옥에서 치룰 것이다.”


일침을 한 그는 그대로 사라지면서 사라진 악귀를 쫓았다.


상재는 얼마 안 되어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악귀를 쫓기 위해 순간이동을 연신 해대면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면서 악귀를 쫓던 시니는 한 건물 옥상에서 결국 악귀를 잡았다.


고리자루칼을 꺼내 악귀를 공격한 시니는 악귀의 도주로를 차단하였다.


검은 안개처럼 형상화된 악귀는 붉은 눈에 팔다리가 없는 모습이었다. 공중에 둥둥 뜬 채 자신과 대치중이던 악귀에게 시니가 한마디 하였다.


“네놈인가?”


그의 물음에 악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산주시에서도 날 뛰던 놈이 네놈인가?”


“글쎄.”


재차 묻는 시니의 물음에 악귀는 음산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하긴 악귀가 세상에 하나 만 있는 건 아니겠지. 없애도, 없애도 잡초처럼 계속 생기는군.”


“우리를 정말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러지는 못하겠지. 너희들이 태어나는 그 세계를 작살내지 않는 한.”


“크크크, 네놈에 대해서 알고 있지. 과거에 죄를 짓고 벌로 죽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그래. 그 속죄로 네놈들을 처리하고 있지.”


시니는 검을 고쳐 잡았다.


“귀마왕은 어디 있나? 요즘 다시 부활할 생쑈를 하는 것 같던데.”


“네놈 따위가 그분을 언급하나? 감히?”


“악귀들의 우두머리 주제에 그분은 무슨.”


시니의 조롱에 악귀는 분노하면서 변화를 시작하였다. 등에 검은 고체 형태로 두 개의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곧 날개의 모습이 되었고 머리에도 양쪽으로 뿔 같은 게 생기더니 염소의 뿔처럼 휘어지면서 둥근 모습을 하였다. 팔 또한 생기더니 양쪽 다 뾰족한 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왼쪽 팔은 날이 얇고 뾰족한 서양의 레이피어(rapier)¹ 같은 모습이었고 오른쪽 팔은 날이 넓은 일반적인 양날의 검 모습이었다.


다리 또한 생겼는데 두 발은 말 같이 발굽이 있었고 얇은 다리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이런 모습을 안 보이지만 네놈은 특별하게 이 모습으로 우리의 세계로 끌고 가마.”


“고생하지마. 난 안 죽어. 네놈이 그랬잖아. 저주 받았다고. 그리고···.”


시니는 검을 고쳐 쥐고 자세를 잡았다.


“내가 아닌 네놈이 끝장나겠지.”


시니는 그대로 튀어나가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하였다. 악귀가 검은 안개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오른팔을 들어 막았다. 검은 안개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체화 된 몸이었다.


악귀의 왼팔이 찔러왔다. 시니는 몸을 틀면서 피하면서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의 공격을 몸을 뒤로 빼 피한 악귀는 레이피어 같은 왼팔을 연신 찔러대며 공격하였다. 연신 찔러오는 공격에 시니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날렵하게 피하고 검으로 막거나 쳐내면서 악귀의 공격을 버텨냈다. 왼팔로 계속 공격하면서 틈을 보며 오른팔을 휘둘러 위력적인 공격을 하는 악귀의 공격에 시니의 몸에 베이거나 찔리는 상처가 생겼다.


계속되는 놈의 공격에 시니는 결국 큰 틈을 보였고 악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 팔을 뻗었다. 검 형태의 팔들은 시니의 가슴과 복부에 찔러 들어갔다.


악귀의 양 팔이 시니의 몸을 관통하였고 악귀는 상대를 죽이자 기분 좋은지 웃기 시작하였다.


그때 시니의 몸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안개처럼 변하였다.


놀란 악귀는 아차하며 몸을 뒤로 뺐고 악귀의 뒤로 시니가 나타났다. 몸을 뒤로 빼는 악귀의 움직임을 이미 읽었는지 따라가던 시니는 검을 휘둘러 악귀의 뒷목을 베었다.


직후 악귀는 재빨리 몸을 감추며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제길.”


악귀를 놓친 시니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악귀에게 당한 상처도 어느새 아물어서 흉터 하나 없었다.


악귀의 흔적을 감지한 그는 도망가는 악귀를 잡기 위해 다시 추적을 시작하였다.






¹레이피어: 어원은 프랑스어 ‘에페 라피에르’인데 이는 15세기 중엽의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에페란 ‘검’, 라피에르는 ‘찌르기’를 의미하며 궁중의 의례용(결투) 도검을 가리키기도 했다. 가벼웠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된 적은 없지만 그 옆의 스페인에서 발전하여 에스파다 로페라라고 불리는 레이피어의 원형을 만들어 냈다. 시간이 흘러 레이피어가 이탈리아를 경유하여 모국인 프랑스로 돌아오게 된 것은 17세기 초의 일이다. 이때는 화기의 발달로 인해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검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레이피어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길이 80~90cm 무게 1.5~2kg 정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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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1. 사귀(死鬼)3(2) 23.05.31 18 0 10쪽
42 21. 사귀(死鬼)3(1) 23.05.30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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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0. 귀검(鬼劍)2(1) 23.05.26 18 0 9쪽
39 19. 미미치리보지(3) 23.05.25 17 0 9쪽
38 19. 미미치리보지(2) 23.05.24 22 0 11쪽
37 19. 미미치리보지(1) 23.05.23 15 0 10쪽
36 18. 홀리 나이트 23.05.22 16 0 13쪽
35 17. 풍진세상2(2) 23.05.19 20 0 15쪽
» 17. 풍진세상2(1) 23.05.18 21 0 10쪽
33 16. 텐구, 오니 추적(3) 23.05.17 19 0 16쪽
32 16. 텐구, 오니 추적(2) 23.05.16 21 0 14쪽
31 16. 텐구, 오니 추적(1) 23.05.15 21 0 14쪽
30 15. 귀검(鬼劍)(2) 23.05.12 20 0 14쪽
29 15. 귀검(鬼劍)(1) 23.05.11 18 0 9쪽
28 14.요괴 청부 살인2 23.05.10 22 0 12쪽
27 13. 죽두도사 23.05.09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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