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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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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7.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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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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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0쪽

5장. 심해탐사(11)

DUMMY

조명등에 드러난 2호 잠수정은 얼음에 닿은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우리는 잠수정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 파손된 부분을 살폈다.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으로 찌그러진 부분은 엎드린 사람 하나가 통과할 정도로 찢겨지기까지 했다.


에머가 로봇팔을 뻗어 팔에 달린 소형 탐사등으로 안쪽을 비추었다. 로봇팔이 고무처럼 유연하게 구부러지지 않아 내부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상한 대로 승무원의 시체는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좀비가 되어 이 바다 속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그렇네요. 그 중 한 명은 독일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였는데···”


“유감이군요.”


“어쩔 수 없죠. 위험하다는 걸 알고 왔는 걸요.”


에마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가는 슬픔과 떨림이 있었다. 나는 안타까운 감정을 담아 물었다.


“카티냐 기지에 간 적 있나요?”


나의 물음에 에마는 얼굴을 내쪽으로 돌렸다.


“그곳은 1급 보안 구역이에요. 신디케이트의 연구원들 중에서도 지정된 사람만 갈 수 있죠.”나 같은 외부에서 온 사람은 근처도 못가요.”


“그럼 친구는 신디케이트 정직원이었나 보죠?”


“예. 효소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신디케이트에 들어갔죠.”


“캬티냐 기지에서는 무슨 연구를 했답니까?”


“워낙 보안, 보안하니까 자세한 얘기는 해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잡아 놓은 우르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고 있다고 했어요.”


“아, 캬티냐 기지의 최고 자랑거리가 살아있는 우르를 가둘 수 있는 풀이라고 했죠?”


“그 풀장에 우르를 두 마리나 잡아 놓았데요. 우르에서 언제든 살아있는 세포의 샘플을 채취 할 수 있었죠. 그런 장점이 있는데도 결과 안 나온다고 했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했죠.”


“그 프로젝터의 리더가 김철수 이사군요?”


“리더만 아니라 실제 연구도 대부분 김철수 이사가 했다더군요. 자기들 같은 연구원들은 그냥 보조 인력이라고. 그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죠.”


몇 번이나 로봇팔의 위치를 바꾸어 관찰했지만 2번 잠수정에 더 이상 특별한 건 없었다. 에마가 얼굴을 돌려 모니터를 봤다. 배터리의 전력량은 이제 2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별안간 불안해졌다.


“이만 돌아가죠.”


에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위치 시스템을 가동한 후 잠수정의 엔진을 켰다. 분출공 밑에서 곰팡이의 샘플을 채취하고, 말미잘 같은 생명체도 발견하고, 2번함의 잔해까지 찾았으니 목표 이상을 달성한 셈이었다. 이제 우르를 피해 돌아가기만 하면 우르를 최초로 잡을 때만큼은 못하겠지만, 또 한 번 주목을 크게 받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붕 떠오를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당장 잠수정 기지로 찾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우리가 믿는 건 위치시스템 뿐이었다. 우르가 일으킨 파동과 혼란을 컴퓨터가 얼마나 잘 감안해 계산할지 모르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잠수정은 방향을 틀어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조금씩 부상을 시작했다. 곧 내려올 때와 같은 긴장이 덮쳐왔다. 잠수정이 부상하는 동안 우르 탐지기가 울리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km정도 올라갔을 때 우르 경보기가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에마가 잠항탱크를 닫았다. 물을 배출하는 모터 소리를 우르가 들을지 몰라서였다.


수심을 감안해 계산하면 잠수함 기지가 있는 분출공까지는 한 시간 이상 올라 가야했다. 산소와 배터리가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됐다. 우리는 내려올 때처럼 우르가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우리의 기도는 역시 들어지지 않았다. 우르가 잠수정 옆을 지나가며 와류를 일으켰다.


하나의 우르는 그렇게 지나갔다면 다른 우르는 확실히 잠수정을 감지하고 자신들의 세상에 나타난 것이 뭔지 알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우르가 자신의 몸으로 잠수정을 감쌌다. 빨아들인 물의 무게를 이용해 누르는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아는 에마와 나는 공포에 빠졌다. 금방이라도 잠수정이 찌부러질 것만 같았다. 에마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눈을 감았고 나는 완전히 어두워진 화면을 쳐다보며 의자를 꽉 잡았다.


잠수정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르는 자신이 쥔 것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것처럼 잠수정을 돌려댔다. 우르가 힘주는 부분이 달라질 때마다 잠수정 외벽에서 나는 소리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옆에서 옮겨 다녔다.


우르의 압력 때문에 전선 연결부가 비틀어져서인지 갑자기 메인 탐사등과 카메라가 켜졌다가 바로 꺼졌다. 그 짧은 시간에 카메라에 잡힌 영상은 그대로 모니터로 전달되었다. 나와 에머는 모니터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우르의 몸속에 벌거벗은 인간의 몸이 박혀있었다. 마치 몸에 생긴 티눈이나 젖살처럼 살짝 도드라진 인간의 몸은 우르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너무 놀라 몸이 굳어 있는 사이, 우르가 갑자기 잠수정을 밀어냈다. 아마도 탐사등의 빛 때문인 것 같았다.


우르에게서 밀려난 잠수정은 두어 바퀴 회전하며 우르에게서 멀어져갔다. 곧 잠수정 외부의 센스들이 다시 작동되었다. 모니터에 잠수정을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와 그림들이 그려졌다.


에머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다. 에머는 잠수정을 당장 가동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해류에 모든 걸 맡기고 한동안 손가락하나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우선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고 프로펠러 소리에 우르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우리는 5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잠수정은 해류릍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서야 에마는 조심스레 잠수정의 엔진을 켰다. 분출공까지는 한 시간 거리라고 컴퓨터가 말했지만 오차가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도 달았다. 산소도, 배터리의 전력이 아슬아슬했다.


“느리게 올라가면 전력이 떨어지고 산소 부족으로 죽을지 몰라요. 속도를 좀 높여야 될 것 같아요.”


내가 에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다가 우르가 나타나면요?”


“어차피 숨 막혀 죽으나 우르에게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에요?”


에마가 아무 대답 없이 속도를 높였다. 컴퓨터의 위치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잠수정은 수평으로 가기도, 부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컴퓨터가 기억해 왔던 좌표가 맞기를, 우르가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렇게 20분을 가는 사이 우르 탐지기가 경고음을 냈다. 3km밖에서 우르가 우릴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에머가 산소 게이지를 힐끔 보고 엔진을 멈췄다. 잠수정이 멈추자 우르는 멀찌감치 우리를 지나갔다. 우르 탐지기의 경고음이 사라지자 에머가 다시 엔진을 켰다. 그런 일이 두 번이나 더 반복되었다. 배터리와 산소가 달랑달랑 해질 무렵 잠수함의 컴퓨터는 얼음벽에 박아놓은 자계 센스를 감지했다.


“살았어요. 분출공 위치를 찾았어요. 위치 시스템이 계산했던 결과와 오차는 300m 뿐이네요.”


에머가 흥분해 외쳤다.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르가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초초함 속에 계속 위로 오른 잠수정이 드디어 잠수정 기지와 연결된 분출공으로 들어갔다. 이제 잠수정은 수직으로 부상을 시작했다. 약 7000m의 거리였다.


산소가 정말 아슬아슬했지만, 잠수정을 둘러싼 얼음벽 간의 거리가 30m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우르가 나타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우리의 간절함이 먹혀서인지, 이곳의 분출공이 좁다는 건 우르도 알아서인지, 우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수심 1km에서 얼음벽에 설치해 놓은 전파 중계기를 통해 잠수정 기지와 교신을 했다. 잠수정 기지의 담당자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말투로 우리의 이상여부를 확인했다.


“승무원 두 분은 이상 없죠? 그럼 크레인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너무나 평화로운 그의 말투에 힘이 빠졌다. 우리는 죽을 동 살 동 했지만, 물 밖 얼음위에서는 위기도 긴장도 없는 일상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기지와 통신을 했더라도, 에마와 나는 계속 긴장했다. 나는 우르 탐지기의 모니터는 보며 경고음이 울리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수심이 7백m를 지났을 때 에머가 긴 숨을 쉬었다.


“이제 안심해도 되요. 여기서부터 분출공의 폭이 30미터 이하에요.”


하지만 배터리의 전력은 거의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전력이 0입니다.”


에머의 얼굴이 굳어졌다.


“엔진만 남겨놓고 모든 전원을 내릴게요.”


곧 외부를 비추는 화면에 더해, 내 앞의 우르 탐지기마저 꺼져버렸다. 잠수정 내부는 엔진 컨트롤 패널에서 나오는 몇 개의 빛만 남았다. 대화하는데도 전력이 드는 것처럼 우리는 아무말도 없이 칠흑의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잠수정은 최대 속도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산소 부족 경고음마저도 원초적 어둠과 그 분위기를 깨지 못했다. 우리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잠수정이 분출공 물위로 떠오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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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6장. 좀비 대원의 습격(6) 22.07.14 561 25 10쪽
57 6장. 좀비 대원의 습격(5) 22.07.13 577 28 10쪽
56 6장. 좀비 대원의 습격(4) +1 22.07.12 577 26 11쪽
55 6장. 좀비 대원의 습격(3) +1 22.07.11 578 29 10쪽
54 6장. 좀비 대원의 습격(2) +2 22.07.10 583 28 10쪽
53 6장. 좀비 대원의 습격(1) +1 22.07.09 619 28 10쪽
52 5장. 심해탐사(15) +4 22.07.08 623 28 10쪽
51 5장. 심해탐사(14) 22.07.07 634 32 10쪽
50 5장. 심해탐사(13) +2 22.07.06 640 29 10쪽
49 5장. 심해탐사(12) +2 22.07.05 633 29 10쪽
» 5장. 심해탐사(11) +3 22.07.04 640 30 10쪽
47 5장. 심해탐사(10) +2 22.07.03 625 26 10쪽
46 5장. 심해탐사(9) +1 22.07.02 639 27 11쪽
45 5장. 심해탐사(8) 22.07.01 667 31 10쪽
44 5장. 심해탐사(7) +2 22.06.30 677 32 11쪽
43 5장. 심해탐사(6) +1 22.06.29 689 34 11쪽
42 5장. 심해탐사(5) +8 22.06.28 715 30 12쪽
41 5장. 심해탐사(4) +1 22.06.27 713 31 10쪽
40 5장. 심해탐사(3) 22.06.25 723 37 10쪽
39 5장. 심해탐사(2) 22.06.24 724 30 10쪽
38 5장. 심해탐사(1) +1 22.06.23 738 31 10쪽
37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2) +2 22.06.22 735 33 9쪽
36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1) +4 22.06.21 729 33 10쪽
35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0) +5 22.06.20 752 38 11쪽
34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9) +1 22.06.20 739 31 10쪽
33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8) 22.06.19 745 35 10쪽
32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7) +2 22.06.18 752 37 10쪽
31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6) +2 22.06.18 757 35 10쪽
30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5) +3 22.06.17 755 39 12쪽
29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4) 22.06.17 793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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