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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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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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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2.07.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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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5장. 심해탐사(10)

DUMMY

몇 분이 흐르고 뱅뱅 돌던 잠수정이 멈춰 설 무렵 이번에는 밑에서 우르가 올라왔다. 미칠 것처럼 울리는 우르 탐지기의 경고음 속에 잠수정은 두어 번 솟구치다 아래로 떨어졌다. 그 뒤로도 우르는 두 마리나 더 나타나 잠수정 근처를 맴돌았다.


우리가 살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우르가 일으키는 물결에 잠수정의 존재가 가려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르는 끝내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 속에서 요동치는 물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꼼짝 하지 않았다. 우르는 흥미를 끌어던 것이 발견되지 않자 올 때처럼 빠르게 장소를 떠났다.


우르가 모두 사라지고도 우리는 잠수정을 가동시키지 않았다. 소리가 전달되는 즉시 우르는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꼼짝하지 않고 우르와의 거리가 3km 이상 벌어지기를 기다렸다. 칠흑 같은 물속에서 얕은 숨만 쉬며 좁은 공간에 갇혀있자니 마치 죽어서 관속에 넣어진 것 같았다. 우르와의 거리는 2km로 벌어졌다.


나와 에머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나눴다. 그 순간 뭔가가 잠수정 지붕에 툭하니 부딪치며 낮고 약한 충격이 잠수정 안으로 전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우릴 더 공포스럽게 했다. 나와 에머는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았다. 잠수정 벽을 내리치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충격의 크기가 작아 우르는 아닌 것 같았다. 나를 보는 에머의 놀란 눈에서도 미심쩍은 의문이 들어있었다.


나는 에마가 말하려는 걸 알아차렸다. 잠수정을 두드리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나는 잠수정 뒷부분에 장착된 후방 카메라를 켰다. 카메라와 연동된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곧 잠수정을 두드리던 것의 정체가 화면에 나타났다. 에마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나도 헉 하는 소릴 냈다.


잠수정을 두드린 건 좀비 대원이었다. 갑자기 켜진 조명에도 놀라지 않고 빛이 나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건 분명 나체의 인간이었다. 왁스를 바른 것 같은 탱탱한 맨살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강한 빛에 부담스러운 듯 좀비 대원이 얼굴을 돌렸다.


“도망가요.”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에마가 잠수정을 가동시켰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잠수정이 급하게 앞으로 나갔다. 갈라지는 물의 흐름에 좀비 대원이 옆으로 밀려났다. 좀비 대원은 잠수정의 외부 구조물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화면을 보고 있던 에마가 잠수정의 방향을 틀었다.


좀비대원은 잠수정을 잡지 못했다. 잠수정 뒤로 밀려나는 물이 좀비대원을 멀리 밀어냈다. 좀비대원과의 거리는 곧 멀어졌다. 잠수정을 따라 올까 걱정했지만 후방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이 수압에서 견디지.”


에마가 자신이 경험한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는 불쑥 대답했다.


“우르가 수압을 견디는 것과 같은 방법을 쓰겠죠.”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좀비 대원이 따라 올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따라온 것은 좀비 대원이 아니라 우르였다. 우릴 지나갔던 우르가 잠수정의 프로펠러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린 것이다.


우르 탐지기가 다시 요란한 소릴 냈다. 어쩔 수 없이 에마가 후면 탐사등을 끄고 잠수정의 프로펠러를 정지시켰다. 잠수정은 자체의 무게로 아래로 내려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르 한 마리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갔다. 우르는 잠수정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동력이 꺼진 잠수정은 빠르게 아래로 가라앉았다. 내려가는 속도로 보아 하강하는 해류를 탄 것 같았다.


“다시 엔진을 켜야 되는 것 아니에요?”


에머가 불안스레 물었다.


“우르가 다시 올 것 같습니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지나갔던 우르가 돌아왔다. 우르는 조금 전 잠수정이 있던 위치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잠수정과의 거리는 2,30미터도 되지 않았다. 우르가 일으킨 물결에 잠수정이 춤을 추듯 흔들리며 아래로 밀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수심은 어느새 10km를 넘어섰다. 아직은 견딜 만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금방 한계 수심에 다다를 것 같았다. 에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여장군 같았던 에머마저 겁먹는 걸 보자 엔진을 켜자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이 우르 탐지기는 조용했다.


“일단 더 내려가는 건 멈춰야겠죠.”


내가 찬성하자 에머는 엔진을 켰다. 잠수정은 간신히 현재의 심도를 유지하며 주위를 맴돌았다. 주위의 지형을 몰라 멀리 움직일 수 없었다.


“위치가 어딘지 않아요?”


나의 물음에 에머가 불안해하는 소리로 말했다.


“위치 시스템의 좌표로는··· 유벤타 공장의 리네아를 완전히 벗어났어요. 5km는 넘게 흘러내려 온 것 같아요.”


“위치 시스템은 시작점부터 움직였던 좌표들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역으로 따라가면 잠수정 기지에 닿을 겁니다.”


나도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내색 할 순 없었다. 에머도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럼, 왔던 좌표들을 따라 가기로 해요.”


“그런데 우르가 나타나면 곤란해요.”


내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르 탐지기가 경보음을 냈다. 에머가 엔진을 껐다. 잠수정은 다시 아래로 가라앉았다. 잠수정 위로 우르가 지나가며 그 물결이 잠수정을 비스듬하게 아래로 밀었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다시 5분 정도 밀려 내려갔다. 갑자기 둔탁한 진동이 들리며 하강이 멈추었다. 내가 놀라 에머에게 물었다.


“뭐죠? 또 좀비 대원인가!”


에머가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아뇨. 어딘가에 내려앉았어요.”


“비스듬히 밀렸으니···, 얼음벽에 부딪친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지형도가 나오지 않아요.”


우린 다음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몇 분간 그대로 있었다. 우리에게 길을 알려줄 뭔가, 아니 우르나 좀비 대원이라도, 우리에게 결단을 강요할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은 바다 속에서 어떤 진동도, 빛도 내지 않는 건 죽음과 동의어일 뿐이었다. 결국 에머가 메인 탐조등의 스위치에 손을 뻗었다.


“먼저 우리가 앉은 곳이 어떤 곳인지 봐요.”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곧 탐조등이 천천히 움직이며 주위를 비추었다. 잠수정은 얼음벽에서 테라스처럼 튀어나온 부분의 끄트머리에 앉아있었다. 탐조등에 드러나는 부부은 경사 10도에 너비는 30미터정도였다.


“이런 곳에 얼음층이 튀어나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에머도 긴장이 풀린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요. 우리는 유로파 바다의 10km 심해에 앉은 첫 번째 인간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눈으로 주위를 확인하게 되자 여유가 생긴 나는 반 농담처럼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 나뿐만 아니라 에머의 마음까지도 맹렬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맞아요. 바다속 10km 아래 얼음 땅을 조사했다는 보고는 없어. 우리가 처음이에요.”


에머가 침을 삼키며 흥분했다. 캬티냐 기지는 이보다 깊지 않는 곳에 있었다. 로봇이 아니라 인간으로 이 정도 내려온 건 우리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비록 좁은 돌출부지만 바닥에 앉기까지 했다. 에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도를 높여 먼 곳까지 봐보죠.”


“잠깐요, 우르나 좀비 대원이 빛을 느끼면···”


내가 말리자 에머가 탐사등 스위치 앞에서 손을 잠시 멈췄다. 하지만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마음에 그어둔 금지선을 뚫고 오른 후였다. 나도 찬성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수는 없지요. 조사해봅시다.”


탐사등이 더 길게까지 빛을 비추었다. 빛이 닿는 부분은 어김없이 카메라가 지형을 촬영했다.


화면을 보던 에머와 내가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얼음 바닥에 수십 개의 납작한 털 뭉치 같은 것들이 군집을 이루며 붙어 있었다. 납작한 말미잘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물의 흐름에 흐느적거리기는 했지만 떠내려가지 않는 걸 봐 얼음위에 고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새로운 생물이 분명해요. 저걸 채집해야 하는데···”


그러나 말미잘 같은 생물체는 로봇 팔이 닿기에 너무 멀리 있었다. 에머가 흥분을 누르고 말했다.


“엔진을 켜고 가까이 가요.”


우르가 걱정되었지만 새로운 생명체를 채집하고픈 욕망이 더 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수정은 프로펠러의 힘으로 말미잘 가까이로 갔다. 몇 초 동안의 움직임이었다. 에마는 로봇팔을 길게 뻗어 생물을 집었다. 우리는 너무 흥분해 우르 걱정은 하지도 않았다.


로봇 팔에 집어 올려 진 생물체는 힘없이 늘어지며 회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빛을 냈다. 막상 들어보니 몸길이가 30cm는 될 것 같았다. 에마가 잠수정 옆면의 문을 열고 그 속에 설치된 채집통에 조심스레 생물체를 넣었다.


우리는 짜릿한 기쁨 속에 얼음 테라스 위 여기지저기에 조명등을 비추며 조사했다. 말미잘 모양의 생명체 군집이 몇 군데 더 있었다. 에머는 그것들 중 하나를 다시 채집했다. 에마가 조명등을 좀 더 안쪽으로 비추자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뭐죠?”


에머가 놀라 외쳤다. 나는 화면을 노려보며 카메라가 잡은 물체를 살폈다.


“잠수정 같은 데요.”


“맞아. 잠수정! 그렇다면 저건.”


에머가 말을 멈추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침을 삼켰다.


“저건, 카티냐 기지에서 올라오다 행방불명된 2번호에요. 그런데 2번호가 왜 여기에···”


에머는 놀라움에 말을 맺지 못했다.


“조난을 당한 후 해류에 밀리며 가라앉은 것 같군요.”


에머는 잠수정의 엔진을 켜고 2호 잠수정 가까이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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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6장. 좀비 대원의 습격(5) 22.07.13 577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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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6장. 좀비 대원의 습격(1) +1 22.07.09 619 28 10쪽
52 5장. 심해탐사(15) +4 22.07.08 623 28 10쪽
51 5장. 심해탐사(14) 22.07.07 634 32 10쪽
50 5장. 심해탐사(13) +2 22.07.06 640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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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심해탐사(10) +2 22.07.03 625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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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5장. 심해탐사(5) +8 22.06.28 715 30 12쪽
41 5장. 심해탐사(4) +1 22.06.27 713 31 10쪽
40 5장. 심해탐사(3) 22.06.25 723 37 10쪽
39 5장. 심해탐사(2) 22.06.24 724 30 10쪽
38 5장. 심해탐사(1) +1 22.06.23 738 31 10쪽
37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2) +2 22.06.22 735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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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0) +5 22.06.20 752 3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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