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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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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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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9)

DUMMY

우리는 분출공의 얼음바위들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분출공 주위를 천천히 조사하며 돌았다. 분출공 주위에 생명체는 없었다. 수색 범위를 넓혀 다시 30분이 지나갔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우리는 몸을 돌려 왔던 길을 올랐다. 얼마 오르지 않아 가장 늦게 따라오던 미찌코가 소릴 질렀다.


“저길 봐요.”


우리는 미찌코가 가리키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뒤쪽으로 비스듬히 30미터 떨어진 얼음 바위 위에 인간 형체의 생명체 하나가 서 있었다. 피부는 베이지 색으로 매끄럽게 빛났고 머리에는 눈, 코, 입의 윤곽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윤곽뿐으로 기능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키는 족히 180cm는 되어 보였다. 성별은 구분되지 않았지만 형체는 분명 인간이었다.


우리와 생명체가 서로 노려보고 있는 사이 바위 뒤에서 생명체 넷이 더 올라왔다. 침착하려 애쓰는 김철수의 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말아요. 저들이 우릴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


눈동자 없이 눈의 형태만 있는 것을 보면 김철수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우린 꼼짝하지 않고 1,2분을 서 있었다. 생명체는 다섯으로 모두 바위위로 올라와 우리가 있는 쪽을 주시했다.


나는 헬멧에 달리 카메라를 그쪽으로 고정시켰다. 생명체는 우리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진동을 내지 않았는데도 사물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빛을 감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완성되지는 않는 눈이지만 빛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형체라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눈싸움을 벌리는 사이 산소량은 더 줄어들었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작은 지진이 d발생했는지 딛고 선 얼음이 조금 흔들렸다. 생명체도 지진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돌려 분출공쪽을 보고는 갑자기 몸을 돌려 뛰어 내려갔다.


생명체들은 날카로운 얼음 기둥과 큼직한 얼음바위를 재빨리 피하고 툭툭 뛰어넘었다. 부드럽고 활기찬 움직임에 놀라운 운동신경이었다. 분출공에서는 약한 부분의 얼음이 갈라지며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생명체들은 갈라진 얼음 틈으로 뛰어들어 그대로 사라졌다. 십 몇 초 정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악이 우리를 지나갔다. 김철수와 미찌코가 거의 동시에 내뱉듯 말했다.


“아까 그것들은 뭐지?”


“인간은 아냐!”


생명체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우리는 한동안 멍하니 분출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김철수였다.


“산소량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 빨리 돌아갑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우리는 급하게 리네아를 올랐다. 궤도차까지는 40분을 가야하지만 가지고 있는 산소량은 잘해야 30분 정도였다. 역시 김철수는 상황판이 빨랐다. 김철수는 통신기로 마크를 불렀다.


“우리 궤도차와 우리의 이동경로는 그 궤도차에도 저장되어 있죠? 아무래도 우리가 궤도차에 갈 때까지 산소가 못 버틸 것 같아요. 산소통을 가지고 와 줘요. 중간에서 만납시다.”


마크가 바로 대답했다.


“지금 출발합니다.”


우리는 빠르게 리네아의 오르막을 내려왔다. 왔던 길이라 시간이 절약될 줄 알았지만 내리막길이라 오히려 쉽지 않았다. 나는 두 번, 미찌코는 서너 번 정도 넘어졌다. 한 번은 미찌코의 우주복이 날카로운 얼음에 걸리기도 했다. 우주복이 쉽게 찢으질리는 없겠지만 보기에는 아찔했다. 아래로 오자 그나마 미찌코가 덜 넘어졌다. 빼곡한 얼음 기둥이 미찌코를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궤도차가 서있는 곳에 도착했어요. 우리 궤도차에서 내려 그쪽으로 갑니다.”


마크의 소리가 통신기에서 들렸지만 초조함은 줄지 않았다. 리네아 가장자리에 벗어나자 궤도차가 있는 방향으로 뛰다시피 했다. 얼음 바위와 기둥들은 여전히 방해물이었고 날아버릴 듯이 떠오르는 몸을 바로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 김철수까지 두 번이나 얼음에 몸이 쳐 박혔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마크와 장영이 오기에는 아직 거리가 남은 것 같았다. ‘죽음’이란 단어가 머리에서 언뜻언뜻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 멀었나요? 우린 산소가 몇 분 남지 않았어요.”


김철수는 통신기에 대고 애 타는 듯 외쳤다.


“뛰어가고 있습니다.”


마크도 다급하게 응답했다. 이제 산소 게이지는 3분이라는 숫자를 보이며 미친 듯 경보음을 울렸다. 순간순간 질식의 공포가 머리를 때렸을 때 마크와 장영의 모습이 멀리 있는 얼음기둥사이로 보였다.


그들은 정말 필사적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해물들을 피하며 달리는 속도가 놀라웠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얼음바위를 돌아 장영과 마크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마크와 장영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선외우주복의 옆면을 열고 산소통으로 교환했다.


“이제 됐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뛰었으면서도 마크와 장영은 숨차지도 않았는지 평안한 얼굴이었다. 반면 우리는 너무 긴장해 몸이 바로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김철수가 이윽고 힘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산소통을 양손에 들고도 그렇게 뛰다니 대단하군요.”


김철수는 장영과 마크의 달리는 능력에 정말 감탄한 것 같았다. 나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았다.


“시간 내 두 사람과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달리기를 정말 잘하시네요.”


장영은 나를 살려 기쁜 듯 밝게 말했다.


“잘하는 게 아니라, 급하다고 해서 미친 듯 뛴 거예요.”


나는 장영을 탄복하는 눈으로 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그런 수준이 아니었어요. 학교에서 육상 선수라도 했나보죠?”


장영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미찌코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던 모양으로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마크가 미찌코를 부축했다. 나는 지쳐 늘어진 상태로 궤도차에 돌아왔다. 나만 아니라 미찌코도 진이 빠져있었다. 김철수는 피곤해 보였지만 노력만큼 성과가 없었다고 투덜댔다.


궤도차가 월리엄 기지로 출발하고 나서야 나는 헬멧의 카메라에 저장된 영상을 컴퓨터로 옮겼다. 김철수와 나 미찌코가 먼저 영상을 보았다. 김철수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제 보니 성과가 없지만은 않았어.···”


미찌코는 영상을 보면서도 냉정하려고 애써는 모습이었다. 내가 찍은 영상을 본 후에는 김철수가 촬영한 영상까지 보았다. 내가 찍은 것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나는 두 영상을 모두 본 후 말했다.


“이건 좀비가 된 대원이 아닙니다. 그것과는 너무 달라요. 인간화가 된 우르라고 할까요?”


김철수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맞아요. 어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아무래도 우르로부터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정지된 채 있는 끝 장면을 지긋이 보고 있던 미찌코가 별안간 화면의 한 부분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미찌코가 가리킨 것은 가장 앞 쪽의 생명체가 아니라 그 뒤쪽에 서있던 생명체였다.


“이 개채의 팔위에 나타난 얼룩 같은 선들을 보세요. 저게 뭘까요?”


나와 김철수도 미찌코가 말한 개체를 유심히 봤다. 김철수가 말했다.


“희미해서 잘 모르겠어. 화면을 좀 키워봅시다.”


김철수가 키운 화면에서 생명체의 팔에 그어진 희미하고도 분명한 선이 드러났다.


“문신이에요.”


김철수가 그것을 보며 단정적으로 말하고는 빠르게 설명을 덧붙였다.


“이건 죽은 대원중 한명일 거요. 전체적으로 생긴 것도 좀 더 인간에 가까운 걸 보면···”


미찌코가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차갑게 반문했다.


“그럼 다른 개체들은요?”


김철수가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복제? 유전자의 재조합?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르는 인간 만들기를 학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을 만들어요?”


나는 경악으로 소름이 돋았다. 김철수가 손사래를 쳤다.


“내 생각이에요. 내 생각.”


미찌코가 궤도차의 의자에 깊숙이 앉으며 냉냉하게 말했다.


“뭔가가 우르에게 자극을 주었어요. 그게 곰팡이일수도 있고, 죽은 인간의 유전자일수도 있어요. 우리가 저지른 거예요.”


갑자기 김철수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가와무라 박사의 말이 맞아요. 우리는 이 위성과 우르에게 엄청난 짓을 자행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 주범이 여기에 다 모였네요. 우르를 잡은 김영하 박사, 그것에서 트리거 효소를 발견한 가와무라 박사, 그리고 그 효소를 이용해 유벤타를 분해한 나까지···”


김철수는 계속 낄낄거렸다. 하얀 피부에 통통한 얼굴, 큰 눈동자로 언제나 진중하던 그가 그렇게 웃는 것이 이상함을 넘어 괴기함까지 주었다. 김철수가 웃음을 멈추었다.


“알아요? 이제는 누구도 멈출 수 없어요. 지금 한 차에 같이 타고 있는 것처럼 운명에서도 같은 차를 탄 겁니다. 우린 계속 갈 수밖에 없어요.”


미찌코가 냉담하게 웃었다.


“갈 길이 있다면 멈추지 말아야겠죠. 하지만 길이 없는 곳을 계속 달렸다간, 아까 우리가 죽을 뻔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런 때가 오면 그 방역관들처럼 산소통을 들고 뛰어와 줄 사람이 있을지 걱정되네요.”


김철수는 빙글거리며 새로운 생명체를 촬영한 영상을 제임스 기지로 송신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미찌코에게 대응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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