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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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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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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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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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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1)

DUMMY

유벤타 공장으로 다가갈수록 하늘에서 목성의 영토도 넓어졌다. 목성은 하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유로파의 주인, 목성의 모습은 분명해졌다. 은회색과 오렌지색 기류가 섞이며 소용돌이치는 경계부의 미세한 부분까지 보일 정도였다. 목성이 커지는 만큼 그 영향력도 강해졌다. 목성을 처음 보는 사람들, 보안요원과 특히 미찌코는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거나 어쩌다 하늘을 보게 되면, 멍하니 목성만 바라보게 되는 현상을 겪고는 했다.


보안요원 중에서는 가슴이 답답하다며 압박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목성의 위력을 알아서인지 궤도차는 거인의 발밑을 기어가는 개미처럼 조심스럽게 얼음 위를 달렸다.


얼음만의 대지는 리네아와 크레바스 천지였다. 비록 길은 넓고 깔끔했지만, 그만큼 휘어진 곳도 많았다. 궤도차가 코너를 돌때마다 S자 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목성과 이오 등에 비틀리며 생긴 응력에 수시로 작은 지진들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궤도차의 컴퓨터는 떠들썩하게 지진 발생을 알렸다. 그런 소리를 제외하면 궤도차 내에서는 대체로 침묵이 흘렀다.


지배자 목성의 기세에 눌려서이기도 했지만, 곰팡이에 이어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유로파에 번질 일만 남았다는 사실이 목성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눌렀기 때문이었다. 조수석에 앉아 묵묵히 앞을 보고 있던 김철수가 뒤돌아보며 내게 물었다.


“아서 기지에서 대원들의 시체를 가져간 놈들이 우리가 분출공에서 본 것들이라면 말입니다, 그것들의 이동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 않습니까?”


“약한 중력에 비해 인간의 근력 이상을 가졌다고 추정하면 그 정도 속도는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철수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다른 이동 수단이 있지 않는 걸까요?”


“글쎄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로사 기지에서 린과 톰슨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들은 로사 기지 가까운 곳의 리네아 아래를 흐르는 해류에 대해 말했던 것이다.


“어쩌면 말입니다, 그 생명체들이 분출공으로 들어갔으니까 말입니다, 바다 속 해류를 타면서 속도를 얻는 게 아닐까요?”


김철수가 기쁜 목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맞아요. 바다 속의 해류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분명해요. 그래서 우리에게 발견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겁니다.”

김철수는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는 가설이 흡족한 듯 말을 이었다.


“얼음 대지의 아래쪽 지형은 대단히 거칠다고 들었어요. 그런 지형적 방해물에 유로파의 자전과 지진 등이 겹쳐지며 바다의 흐름은 대단히 복잡하다고 합디다. 해류의 속도도 빠르고요. 그걸 타기만 하면 얼음 위를 뛰어 다닐 때보다 에너지를 덜 쓸 수 있을 거예요.”


“아, 우르의 이동을 추적하다 발견한 유로파의 해류에 관한 얘기는 나도 들었습니다.”


나도 김철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가 대화하는 중에도 미찌코는 꼼짝하지 않고 관측창으로 빼곡히 서있는 얼음 기둥을 보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찌코는 김철수를 상대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대했다. 아마 김철수가 나를 대화상대로 삼는 이유일 것이다.


미찌코에 대한 배제가, 실상은 그 반대이지만, 불편하기도 했지만, 김철수와 친해진다는 것이 내게 나쁜 일일 수는 없었다. 나는 김철수가 질문할 때마다 언제나 상대해주었다. 우리의 대화가 계속되는 중 장영과 마크가 있는 우리 뒤의 궤도차에서 긴급 통신이 날아들었다.


“좀비 대원이 나타났에요.”


그와 동시에 궤도차 지붕위로 퉁 하니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두 번 연달아 들렸다.


“두 명이 지붕에 뛰어내렸어요.”


뒤차의 통신이 끝나기도 전에 거꾸로 매달린 좀비 대원의 얼굴이 앞 유리창에 나타났다. 미찌코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앞 유리창으로 눈을 돌렸다. 나와 좀비 대원의 퀭한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1초간의 짧은 마주침이지만 인간의 것이 아닌, 우주의 다른 생명력이, 미숙과 혼돈, 호기심과 공허가 범벅된 생명의 힘이, 내 마음을 찌르고 들어왔다.


운전을 하고 있던 엔지니어가 놀라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틀었다. 궤도차는 비스듬히 길을 막고 멈추어 섰다. 뒤따라온 궤도차가 브레이크를 늦게 밣았는지 우리 궤도차의 에러록이 있는 부분을 들이박았다. 충격에 머리가 흔들리며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에어록의 외부 밀폐가 손상되었다는 컴퓨터의 경보가 시끄러웠다.


“빌어먹을”


손상된 부분을 점검하려는 듯 김철수가 욕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미찌코가 관측창을 보며 소릴 질렀다.


“좀비 대원이 지붕으로 뛰어 내렸어요.”


“에어록의 안쪽 문은 닫혀있어 들어올 순 없어요.”


김철수가 긴장한 얼굴로 미찌코를 진정시켰다. 우리와 충돌했던 궤도차의 보안요원이 통신기로 급하게 말했다.


“좀비들이 에어록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처리한단 말이야.”


김철수가 멈칫하며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황급히 소릴 질렀다.


“위험합니다. 나가지 말아요.”


김철수의 경고에 보안요원의 자신만만한 대답이 되돌아 왔다.


“우리가 처리 할 수 있어요.”


다른 보안요원도 잇달아 말했다.


“얼마나 센지 맛을 한번 보자고.”


그 사이 좀비대원 하나가 살짝 벌어진 에어록 앞으로 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영상이 전송되었다. 곧 보안대원 둘이 장영과 마크가 타고 있는 뒤쪽 궤도차에서 나왔다. 한명은 자동소총을, 다른 한명은 샷건을 들고 있었다.


좀비대원 둘은 보안요원의 진동을 느낀 듯 몸을 돌리더니 바로 달려들었다. 자동소총을 든 보안요원이 침착하게 좀비대원을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은 좀비 대원들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좀비대원의 머리에서 구멍이 나며 살이 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용병다운 실력이었다.


그러나 좀비대원들은 머리에 구멍이 뚫릴 때 멈칫했을 뿐, 쓰러지지도 않았다. 샷건을 든 보안요원이 총을 발사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좀비대원을 약간 비틀거리고는 몸을 바로 잡았다. 김철수가 미친 듯 외쳤다.


“총은 소용없어. 빨리 들어가!”


보안요원도 사태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총이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몸을 돌려 나왔던 궤도차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가장 앞장서 달려오다 총알을 서너 발이나 맞은 좀비대원이 훌쩍 뛰어 보안요원의 목을 낚아채 쓰러뜨렸다.


보안요원도 만만치 않았다. 보안요원은 쓰러지며 우주복에서 대검을 빼 자신을 잡아 누르는 좀비대원을 목을 베었다. 반쯤 목이 베인 좀비대원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동작을 멈추었다. 보안요원은 좀비 대원을 밀치고 일어서려했으나 뒤에 있던 좀비 대원이 일어서려는 보안요원을 다시 덮쳤다.


다른 보안요원이 자신의 동료를 누른 좀비대원을 개머리판으로 후려쳐 떼어내고 샷건을 쏟아부었다. 좀비대원은 샷건 총알이 몸을 뚫을 때마다 몸을 들썩이며 뒤로 굴렀다. 좀비대원의 몸을 관통한 총알이 얼음에 맞아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는 중 목이 베여 쓰러져 있던 좀비대원이 다시 일어섰다. 반쯤 떨어져나간 목은 어느새 차오른 새살로 붙어가고 있었다.


칼을 들었던 보안요원이 떨어진 자동소총을 집어 들어 방아쇠를 당겼지만 극한의 온도 탓인지 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개같은···”


보안요원이 뱉은 욕지기가 그대로 통신기에서 울려나왔다. 김철수가 절망적으로 소릴 질렀다.


“빨리 궤도차 안으로 도망쳐.”


그러나 보안요원이 도망치기에는 좀비대원과 너무 가까웠다. 개머리판에 맞아 구른 좀비대원까지 일어나 보안요원에게 달려들었다. 대검을 든 보안요원 둘과 좀비대원 둘이 엉겨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 차에 있는 보안대원 둘이 동료를 돕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김철수가 앞을 막아섰다.


“비켜요.”


“저것들은 죽지 않아. 나가면 당신들만 죽어.”


“그래도 도와야 해.”


보안요원이 김철수를 밀쳤지만 김철수는 에어록으로 가는 문을 가로 막고 비키지 않았다.


“창밖을 똑똑히 보란 말이야. 당신들이 아무리 잘 싸워도 저것들을 죽일 수는 없어.”


밖에서 싸우는 보안요원 둘은 능숙한 기술로 좀비 대원들 베고 찔렀지만 좀비대원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힘에 있어 좀비대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몸싸움이 있고 1,2분도 못되는 사이, 보안요원들은 좀비대원들에게 잡혀 헬멧이 벗겨지고 기압차에 피가 끓으며 바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김철수를 비롯해 나머지 사람들은 화면과 창문을 통해 이 처절한 싸움과 처참한 결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피커로 전해지는 용병의 거친 숨소리가 비명으로 변해 사라지는 동안 궤도차 안의 누구도 소릴 내지 않았다. 그 사이 4명의 좀비대원 얼음 바위에서 떨어져 어느 듯 숫자는 여섯이 되었다. 김철수가 통신기에 대고 다시 소릴 질렀다.


“나가면 다 죽어. 궤도차를 떠나지 마.”


좀비 대원 둘은 우리 궤도차 달라붙어 벌어진 에어록의 외부 문을 밀고 당기기 시작했다.


“차를, 차를 출발시켜요. 도망가요.”


미찌코가 공기를 째는 것처럼 소릴 질렀다. 운전석의 엔지니어가 차를 수동으로 바꾸어 후퇴와 전진을 반복해 방향을 잡았다. 그동안에도 좀비대원은 차에서 떨어지지 않고 에어록을 열려 안간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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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6장. 좀비 대원의 습격(1) +1 22.07.09 619 28 10쪽
52 5장. 심해탐사(15) +4 22.07.08 623 28 10쪽
51 5장. 심해탐사(14) 22.07.07 634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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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5장. 심해탐사(2) 22.06.24 724 30 10쪽
38 5장. 심해탐사(1) +1 22.06.23 738 31 10쪽
37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2) +2 22.06.22 735 33 9쪽
»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1) +4 22.06.21 730 33 10쪽
35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0) +5 22.06.20 752 38 11쪽
34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9) +1 22.06.20 739 31 10쪽
33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8) 22.06.19 745 35 10쪽
32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7) +2 22.06.18 752 3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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