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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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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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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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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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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펠리오

DUMMY

그리고 기도를 외웠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

기도 중에 악령은 입에서 거품을 품어내었다. 끈적끈적하면서 허연 액체가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침상을 감고 천정으로 피어올랐다. 갈리에르 신부는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성수를 악령의 몸에 뿌렸다.


“ 아버지”


악령의 부푼 얼굴 가운데로 여자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고통스런 신음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 날 구해주세요! 아버지!”


여자의 신음에 촌장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구 야장이 박도를 들어 그를 막았다. 촌장은 구야장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구 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꼭 구해내겠소.”


촌장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났다. 악령이 갈리에르 신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갈리에르! 나를 구할 수 있겠느냐? 나는 하느님의 처음과 같이 있었던 자이며, 에덴을 버린 자이다. 네가 찾는 성인들의 머리이며, 네가 뿌리는 성수의 봉헌자이다. 하늘 천사의 첫 번째이며 지옥불의 마왕이니 네가 나를 저 지옥의 무저갱에서 구해 낼 수 있겠느냐? ”


하고는 크게 웃었다.


“ 갈리에르! 나는 구함 받는 자가 아니며 구하는 자이니! 이 어둠과 달이 너의 오만을 쳐부수리라!”


악령을 묶고 있던 포승줄이 실뱀의 덩어리가 되어 꿈틀거렸다. 갈리에르 신부가 카인의 십자가를 꺼내 성호를 긋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 때서야 두려운 기색이 악령의 얼굴에 떠올랐다. 십자가가 스스로 빛을 내어 악령의 이마를 비추었다.


“ 크아악!”


악령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입가에 피를 뿜어내었다. 이마에 선명한 십자가의 상처가 그어졌다. 여자의 신체가 허공에 떠오르며 반듯하게 몸을 눕혔다. 갈리에르 신부가 기도문을 외우며 악령 가까이 접근했다. 그의 손이 악령의 이마에 가까이 접근하여 마지막 기도의 힘을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감았던 악령의 눈이 번쩍 떠졌다.


포승이 두두둑 소리를 내며 뜯어져 나갔다. 눈동자가 새빨개지며 귀가 쭈삣하게 튀어나옴과 동시에 갈퀴 같은 손이 갈리에르 신부의 멱살을 잡아 내동댕이쳤다. 퇴마사 갈리에르 신부는 미처 방어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허공에 붕 떠서 방 밖으로 굴렀다. 악령은 늑대가 우는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집어서 허공에 바로섰다. 구 야장이 그 앞을 바로 막았다.


“ 너는 누구냐?”


구 야장이 천둥같이 소리 질렀다. 악령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구 야장을 내려다보았다.


“ 나는 하늘의 천사장 ! 빛나는 날개이다!”


구 야장은 악령의 몸을 향해 칼등으로 올려쳤다. 악령은 몸을 뒤집으며 구야장의 머리를 잡으려고 하였다. 놀란 구 야장이 허리를 뒤로 눕혀 피하며 다시 박도를 휘둘렀다. 놀란 이장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오는 것을 류사가 붙들었다. 그리고는 방에서 굴러 나오는 구 야장의 앞을 막아서며 수휘비파(手揮琵琶 )의 초식으로 악령을 공격했다.


류사의 오른 손이 아랫배를 때리며 왼손이 가슴을 치려고 하자 악령은 뒤로 물러서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그 사이 갈리에르 신부가 몸을 일으킨 후 쇠로 된 홀을 빼어들고 악령을 향해갔다. 악령이 침상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어느덧 악령의 형상에는 처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거대한 악마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 하느님의 명으로 너를 봉인한다!”


갈리에르 신부가 홀을 뻗었다. 홀 끝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악령의 가슴을 찍었다. 류사가 보지 못하였던 이상한 글자가 악령의 가슴에 새겨졌다.


“야훼! 하늘과 땅의 처음이자 마지막 분의 이름으로 너의 영을 봉인하노라!”


갈리에르 신부가 계속 기도문을 외우며 쇠 홀을 좌우로 흔들자, 불의 철창이 악령을 가두기 시작했다. 악령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더니 몸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두 팔을 뻗자 침상 옆의 탁자와 화병들이 허공에 떴다.


“ 쉬이악!”


악령이 고개를 저으며 크게 신음했다. 그러자 허공에 떴던 탁자와 화병들이 갈리에르 신부에게 덮쳤다. 그 가운데를 류사가 막았다. 수월도가 빠른 속도로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집기들을 쳐 내었다. 류사가 호통쳤다.


“ 너는 누구냐?”


악령이 눈에서 흉험한 기운을 쏟아내었다.


“ 정체를 드러내어라! 처녀는 어디로 숨겼느냐? 어서 가면을 벗지 못하겠느냐!”


류사가 꾸짖었다. 갈리에르 신부가 어리둥절하여 류사를 말렸다. 류사가 쏜살같이 수월도를 휘두르자 악령의 겉옷이 찢어지며 공기가 빠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홀쭉해졌다. 악령이 손으로 목을 더듬어 가면을 벗겨내었다. 금발 푸른 눈의 서양인이 나타났다.


“ 돈 카펠리오!”


갈리에르 신부가 놀라 신음 소리를 내었다, 류사가 호통쳤다.


“ 귀신 놀음을 하여 백성을 놀라게 하고, 고혈을 짜니, 무도한 놈이다! ”


하고는 앞으로 돌격하니 침상 좌측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서 류사의 칼날을 막았다.


“ 오랜만이군! 류사!”


개산멸친 소 공조였다. 그는 당태도(唐太刀)를 들어 수월도를 밀어내면서 앞으로 달려나왔다. 류사는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소공조는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돈 카펠리오가 자신의 샤벨을 뽑아들었다.


“ 갈리에르! 너를 잡으려 그물을 쳤으나 한 그물에 새 한 마리가 더 걸렸구나! 가는 곳마다 우리 일을 방해하니 살려둘 수 없다!”


돈 카펠리오가 음산하게 위협하며 크게 소리쳤다.


“ 모두 나와 이자를 붙잡아라!”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담 밖에서 검은 옷을 걸친 수사들이 넘어 들어왔다. 그들은 류사 일행을 포위했다. 촌장이 벌벌 떨었다.


“ 내 옆에 꼭 붙어 있으시오!”


류사가 앞장 서 들어오는 수사의 검을 비껴 막으며 왼 무릎으로 수사의 배를 세게 질렀다. 넘어지는 그의 뒤통수에 칼자루가 내리쳐졌다. 도 야장은 소공조와 합을 겨루고 있었다. 그의 박도는 침착하게 당태도를 막아내었지만, 조금씩 밀렸다. 갈리에르 신부는 쇠 홀로

돈 카펠리오의 칼질에 대적하였지만 몇 번 위험을 넘기고 있었다. 류 사는 마침내 온 몸의 진기를 칼끝에 모아 옆으로 후려쳤다.


들어오는 수사의 칼이 부러지며 수월도는 적의 목을 베었다. 다시 류사는 돈 카펠리오에게 전진했다. 수사들이 칼을 들이대었지만 류사는 그 빈틈으로 칼을 들이밀었다. 속절없이 또 하나의 수사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소공조가 분개하여 달려왔다. 당태도가 묵직하게 내리쳤다. 수월도가 당태도를 흘리며 소공조의 팔목을 노렸다.


소공조는 뒤로 물러섰다. 류사의 옆으로 수사의 검이 직선으로 들어왔다. 수월도가 들어오는 검을 막으며 자세를 바꾸어 수사의 뒤로 돌아갔다. 당태도가 앞으로 나왔다. 그들이 마주 서는 옆으로 수월도가 긴 호를 그리며 베어 들어갔다. 수사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이 때 갈리에르 신부가 돈 카펠리오의 샤벨에 찔리어 비틀대는 모습이 보였다.


류 사는 소공조의 칼을 강하게 쳐서 밀어버리고, 수평으로 칼을 휘둘렀다. 그것을 무시하고 들어오는 수사를 비켜서며 가슴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공간이 열렸다. 류사는 그 사이를 뛰어, 돈 카펠리오의 찔러오는 샤벨을 수월도로 마주쳤다. 도 야장이 그를 쫓아오는 소공조의 칼과 다시 겨루었다. 류사는 초조해져서 마침내 추영전검의 기수식을 취하였다. 돈 카펠리오가 의아해져서 잠시 샤벨의 칼질을 멈추었다.


“ 무엇이냐?”


그가 의아하여 머뭇거리는 순간 추영전검은 호수의 물이 솟구치듯 돈 카펠리오의 가슴을 격타했다. 멈춤은 고요하였으나, 움직임은 전광석화같았다. 추영전검의 모든 검세는 철저히 상대를 베기 위한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돈 카펠리오는 뛰어난 검사였지만 상대를 파악하고 움직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추영전검은 상대를 무시했다. 그것은 야수의 칼이었다. 야수는 도약과 타격을 자신의 온몸으로 행할 뿐이었다. 눈으로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살의로 빚어진 총체적 생명력이 적을 부수려들었다. 물러날 사이도 없이, 샤벨을 쳐 올리면서 들어오는 수월도가 가슴을 베려는 순간, 돈 카펠리오는 어깨를 살짝 비틀었다.


간일발의 차이가 그의 목숨을 구했다. 수월도는 가슴을 비켜나, 돈 카펠리오의 어깨를 부쉈다. 팔이 떨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아픈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공포가 돈 카펠리오의 눈을 가리며, 그는 무너져 내렸다. 스산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남아있던 수사들의 기를 꺽어버렸다. 소공조는 더 이상 류사를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태도를 크게 내리쳐 도 야장을 물러서게 한 다음, 수사들에게 명령했다.


“ 모두 후퇴하라!”


류 사는 그들을 추적하려고 하지 않았다. 담을 넘어 달아나는 그들을 보면서 땅에 쓰러져 있는 갈리에르 신부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옆구리를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갈리에르는 촌장을 불렀다. 석대촌의 촌장 이가는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떨다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갈리에르 신부가 촌장에게 치료약을 가져와 달라고 한 다음, 돈 카펠리오에게 다가가 지혈부터 시켰다.


그리고 촌장이 가져온 금창약으로 자신과 카펠리오의 상처에 발랐다. 그 사이 류사는 방안에 들어가 침상 아래에 묶여있던 촌장의 여식을 구해왔다. 그녀는 혈도를 찔려 혼수상태였다. 혈도를 풀고 미친 여자처럼 울부짖는 그녀의 수혈을 짚은 다음 방으로 들여보냈다.


“ 어떻게 된 겁니까?”


촌장의 질문에 류사가 답했다.


“ 그녀의 약한 마음을 이용한 것이오!”


류사가 돈 카펠리오를 노려보며 화를 내었다.


“ 이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켜 자신의 야욕을 구하는 자들이오! 악마의 이름을 빌리고 두렵게 하여 마침내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정신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오! 그들은 아마 석대촌을 자신들의 관할아래 장악하려고 하였던 모양이오!”


도야장이 말을 덧붙였다.


“ 아마 그들은 촌장을 이용하여 마을을 접수하려고도 하였겠지만,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되는 갈리에르 신부도 해치우려고 하였던 것 같소!”


하면서 돈 카펠리오를 슬쩍 바라보았다. 돈 카펠리오는 눈을 꽉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선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방에 가서 쉬시고, 내일 다시 이자에게 물어보십시다.”


도야장의 제안에 그들은 촌장의 안내를 받아 사랑채에 가서 쉬었다.

아침이 되어 갈리에르 신부는 처녀의 구마의식을 다시 거행하고, 류 사는 헛간에 가서 묶어두었던 돈 카펠리오를 심문하였다.

도 야장도 류사와 동행하였다. 돈 카펠리오는 푸른 눈을 빛내며 류사를 두려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괴롭히지 않겠다!”


류사가 정중히 또박또박 말하였다. 그러나 기세는 삼엄하였다.


“ 무엇을 알고 싶으냐? 너도 기사라면 나의 명예를 지켜다오!”


돈 카펠리오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 잡힌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구나!”


도야장이 빈정댔다. 그러나 돈 카펠리오는 류사의 눈빛만 바라보았다.


“ 명예를 지키고 안 지키고는 돈 카펠리오! 너의 처신에 달렸으니 나에게 말할 것은 없다.”


류사는 덤덤히 답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 주 요연 군주는 지금 어디 있느냐?”


돈 카펠리오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 누구라고 하였느냐? 주 요연이 누구냐?”


류 사가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질문을 바꾸었다.


“ 그럼, 다시 묻도록 하지! 금정사녀는 어디에 있느냐?”


“ 금정사녀라니! 마녀를 말하는 것이냐?”


류사의 오른 손이 돈 카펠리오의 뺨을 후렸다.


“ 말을 삼가지 못하겠느냐? 앞으로는 군주라고 정확히 이야기 하도록 하라! 알겠느냐?”


돈 카펠리오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말하라! 그녀가 어디 있는지?”


류사가 다그치자 돈 카펠리오가 헛기침을 하였다.


“ 그녀는 지금 주술 중에 있다. 앞으로 일곱 날이 지나면 그녀의 본성은 잃어버릴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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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12 11:44
    No. 1

    잘 봤습니다. 과연 주요연이 마녀가 되는 신세를 면할 수 있을지...군주의 팔자치고 참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12 14:42
    No. 2

    독행도에서 다루는 주요 테마가 정입니다. 감상 평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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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죽음의 시작 편 +4 18.09.20 885 18 12쪽
44 작 두 편 +3 18.09.15 891 14 11쪽
43 양이투전 (洋夷鬪錢)편 +2 18.09.08 949 14 13쪽
42 취련 각(醉蓮閣) 편 +3 18.09.02 1,012 12 14쪽
41 수월도 편 +3 18.08.26 1,040 19 11쪽
40 천년 설련자편 +5 18.08.18 1,048 17 12쪽
39 배교 신녀편 +2 18.08.12 1,069 12 13쪽
38 혈수궁 편 +3 18.08.05 1,040 15 12쪽
37 금정사녀의 출현편 +3 18.07.28 1,090 15 13쪽
36 남객 묘일선편 +8 18.07.20 1,08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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