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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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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310

작성
20.07.2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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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어둠의 천강

DUMMY

장진인이 뒤편을 돌아보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짝짝!“


소리와 함께 그의 뒤에 설치된 휘장이 열렸다, 바퀴가 달린 앉은뱅이 의자를 끌며 견갑을 두른 무사가 나타났다. 의자 위에는 얼굴의 반은 푸른 빛을 띠고 나머지 반은 붉은 빛을 가진 소녀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기괴했다. 장진인이 그 소녀의 얼굴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이 아이가 무엇인지 아시오?“


그는 소녀를 물건 취급하였다.


” 여러분은 구음절맥이란 병을 알고 있을것이오! 기경팔맥이 막혀 생기가 흐르지 않으니, 나면서 생긴 천음 절맥은 치료 방법이 없소이다. 그러나 엉켜진 생기를 신선의 도인(導引)법으로 열면서 천년 설삼과 동충하초, 백년 잉어와 각종 영약으로 다스리면, 피와 생기가 엉기어 그야말로 귀한 약재가 되는 것이오!


탁기는 몰아내고 생기만 축기하여 인체에 주입하면 늙은이는 새로운 젊음을 얻고, 병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이와 같은 약재를 구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오! 지금 아이의 얼굴이 푸르고 붉은 것은 생기가 양기와 음기로 나누어 진 것이니 지금이 약효가 극성일 때요! 피를 뽑아 자신의 피와 바꾸면 회춘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을 것이오! 이 물건의 이름은 음양동삼(陰陽童參)이니 은자 삼십만냥 부터 시작하겠소!“


아이가 슬피 울며 두 눈에서 푸르고 붉은 핏물이 흘렀다. 장진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흥분된 목소리로 자랑했다.


” 보시오! 지금 생기가 음양으로 화하여 마침내 몸 밖으로 흐르오! 어서 투찰하시오!“


장진인의 권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잔기침을 하는 늙수그레한 목소리가 은자를 질렀다.


” 형주의 노 이대요! 사십만냥을 쓰겠소!“


“ 포목장사 노 이대! 그 사람이요?”


장진인이 묻자,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고 허리가 구부정한 마른 몸매의 믉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소이다! 틀림없는 노이대 이요! 오래전 장사에서 진인을 뵈온 적이 있었소이다! 오늘 다시 뵈니 감회가 무량하오!”


장 진인도 이맛살을 좁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그 말에 동조했다!


“ 그런듯하오! 장사의 우 판관 집에 잔치 초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뵌듯하오! 지금 몸이 안 좋으신 듯한데 음양동삼의 피를 받으면 다시 살아나는 기연을 만날 것이오!”


그 사이에 또 다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 무창의 요승삼이요! 오십만냥을 내겠소!”


그러자 장진인이 요란스럽게 웃었다.


“ 장강의 목재 왕, 요 목왕이시군 ! 그렇소! 그렇소! 진품을 알아보시는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노이대가 부르짖었다.


“ 요 목왕! 어찌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가? 나는 칠십만냥을 내겠소!”


하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의자에 앉은 소녀는 놀라서 더욱 크게 울었다.


“ 시끄럽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다!”


라고 장진인이 소녀를 을르는데 갑자기 창문이 요란스럽게 흔들리더니, 음산한 바람이 일며 방안의 불빛이 꺼졌다.


“ 무엇이냐?”


장진인이 부하들을 시켜 다시 불을 켜려하는데, 귀신의 음성 같은 음울한 소리가 들려왔다.


“ 백만냥을 낼 터이니 소녀를 나에게 다오!”


장중이 질겁하여 허둥대는데, 불빛이 다시 들어왔다. 언제 들어왔는지 식당 벽 가에 죽립을 쓴 사내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진인이 괴상한 사나이의 출현에 기분이 나빠 크게 꾸짖었다.


“ 너 이놈! 이게 무슨 장난질이냐? 어서 네 이름을 밝히고 무릎을 끓어라!”


“ 흘흘흘!”


사나이가 비웃듯이 웃었다.


“ 이거면 되지 않겠나?”


어느새 그의 손에 커다란 구슬이 달린 목걸이가 불빛에 찬연히 빛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장중은 모두 놀랐다.


“ 저것은 아황의 월영롱(月玲瓏)이 아닌가 ?”


월영롱은 순임금의 딸이자 우 임금의 왕비인 아황의 패물이었다. 전설로만 전해오던 물건이니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으나 봉황의 장식을 한 고리에 가슴에 늘어질 정도로 가득 달린 구슬의 모습을 보고 옛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었다. 괴 사내가 찬탄의 뜻을 보였다.



“ 여기에 모이신 분들은 과연 다르오! 이 월영롱이 세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지 오래 되었건만 그 것을 알아내다니! ”


하고는 장진인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괴인에게 얼떨떨했던 장진인은 곧 정신을 차려 냉소했다.


“ 네이놈 ! 어디서 나타난 놈인지 정체를 밝히고 오라를 받아라! 감히 괴이한 물건을 가지고 절정산장을 농락하려 하느냐? 여기는 네 따위가 날뛸 장소가 아니다.”


괴인은 월영롱을 손에 든 행장에다 다시 넣으며 장진인을 꾸짖었다.


“ 무도한 놈들! 사람을 잡아 그 목숨으로 저희들의 이익을 취하려 하다니, 너희들이야 말로 그냥 두어선 안될 악인들이로다!”


하고 장진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장진인이 무사들을 불렀다. 검을 든 두 무사가 괴인의 앞을 막아섰다.


“ 멈추어라! ”


소리치며 괴인의 어깨를 잡으려 하자, 순식간에 두 사람이 용수철처럼 튕겨나며 세차게 바닥을 찧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괴인이 일갈했다.


“ 나는 삼천갑자 동방삭이니 이 세상의 처음을 본 자이다! 우하하!”


웃으면서 신속하게 장진인에게 접근하자, 다시 무사 둘이 나타나 사정없이 검을 휘둘러 괴인의 허리를 베려하였다. 괴인은 검날이 베어오기 전에 검수의 안으로 파고들며, 턱을 올려치고 , 다른 한 사람의 다리를 질렀다. 속사지만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 우직끈!”


소리와 동시에 뼈가 잘게 부숴져 나갔다. 그의 동작이 너무 빨라 가까이 있던 장진인도 미처 보지 못하였다. 그는 자기 눈을 의심하였다.


“ 이 자는 어제 밤에 자신에게 쫓겨나간 젊은이가 아닌가? ”


의아해 하는데 장진인의 앞으로 괴인이 다가섰다. 그는 죽립을 쓴 자세로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 너희들의 수괴는 누구냐? ”


장진인은 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괴이한 기도에 압박되어 어쩔 줄 몰랐다. 분명히 검을 내리쳐야 하건만,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둘어 마른 침만 삼켰다. 그러다 죽립 아래로 비치는 그의 어두운 눈을 바라보고는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 비선(飛仙) 한상자!...”


그러다 화들짝 놀라, 손에 힘을 주어 검을 들어 올렸다. 괴인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손으로 덥석 날을 잡으려하였다.


“ 이런 괴상한 놈이!”


장진인은 그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분노가 솟구쳐 검을 휘두르려 하였으나, 괴인의 두 손가락에 잡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으!”


힘을 잔뜩 주는데 식당 안으로 분주히 누군가가 뛰어들더니 괴인 앞으로 달려왔다, 설산 쌍기였다. 거대한 몸집의 설 세웅이 소리질렀다.


“ 그자의 목숨을 놓아주라! 우리가 이 일을 주관하니 나와 겨루자!”


괴인이 피식 웃으며 손에 든 검날 끝을 ‘뚝’ 분질렀다. 그리고.


“ 쉬악!”


부러진 검날의 끝이 똑바로 장진인의 목을 관통했다.


“ 허억!”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놀란 눈을 부릅뜬 채 장진인이 목을 부여잡았다.


“ 용서할 놈이 못돼!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놈이지! 이런놈이 더 심한법이지!


괴인이 장진인이 죽은 이유를 설명했다.


“ 이런 제길!”


설세웅이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옆에 섰던 딱바라진 어깨의 설진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질렀다.


“ 류대협! 혹시 류 사 대협 아니시오?”


그의 기억력이 류사를 알아보았다. 그는 당시 류사를 우습게 보았는데 오늘 류사의 기도를 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류사의 기도는 무겁지않으나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심연이었다.


“ 류 대협! 오늘 여기는 웬일이시오?”.


우선 말을 던져 상대를 재어 볼 기회를 가져보려 하는데, 설중영이 소리쳐서 설진표의 기억을 뒷받침했다.


“ 류대협! 저 설중영이오! 모르시겠소?”


혹시 급하면 목숨이라도 빌어볼까 하여 아는 척하였으나 류사는 쳐다보지 않았다. 류사는 다만 명령했다.


“ 설귀인과 아이만 놓아두고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라! ”


그러더니 무표정하게 설산쌍기를 바라보며.


“ 너희 둘은 점창파의 당주들인데 여기에는 무엇하러 왔느냐? 한 상자와는 무슨 관계이냐?”


거침없이 하대하니 설산쌍기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류사의 무공이 높다 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를 만난지 긴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고, 그 당시는 무공이 높아 보이지도 않았다.

달리 생각하니 미리 주눅이 들어서 그렇지, 대단한 무공이 아닌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설진표가 발끈했다.


“ 너 이놈! 비록 파는 다르나, 마땅히 존장을 만났으면 예를 표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오히려 협박하려 들어?”


류사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 쳐라!”


설세웅이 좌우에 서 있던 부하들에게 호령했다. 몇 명의 부하들이 창과 칼을 들고 한꺼번에

찍고 내리쳤다. 시커먼 경기가 풀썩 일어나며 요란한 소리가 일어났다.


“ 파파파!”


무수한 손자욱이 경기 속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팔다리가 부러지고 칼에 찔린 무사들이 허공을 날아 벽에 부딪치고, 바닥을 굴렀다. 놀란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도망쳐 나가기 시작했다. 양주의 오맹달이 설귀인의 손을 잡고 달아나려다, 류사가 집어던진 젓가락에 뺨이 뚫린채, 혼이 빠져 도망갔다.


류사가 검은 경기를 양 날개처럼 품어내며 설산쌍기의 앞으로 왔다. 설세웅이 당하지 못할 것을 짐작하고, 류사를 달래려고 하였다.


“ 류대협!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우리와 다툴 것이 무어 있소? 설귀인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양보하겠소. 데려가시오.”


류사는 머리를 흔들었다.


“ 한 상자는 어디 있느냐?”


설산쌍기가 망서렸다. 그러다 류사의 눈빛이 갈색으로 변하자 위기를 느꼈다.


“ 그 분은 우리 파의 존장이오! 이 곳으로 곧 나타날 것이오!”


류사는 더욱 크게 경기를 뿜어내었다.


“ 그가 나타날 때까지 너희들은 여기에서 대기하라!”


그러자 설진표가 참지 못하고 판관필을 들었다.


“ 이런 미친놈이! 우리를 뭘로 보고!”


류사가 음산하게 말했다.


“ 미친 놈은 너희들이다! 아이의 피를 뽑아 그 어린 목숨을 뺏고, 무고한 여인을 납치하여 재물을 취하다니! 정신 나간 놈들!”


그러자 설진표가 참지 못하고 판관필을 앞으로 내어 질렀다. 새파랗게 빛나는 창날이 무서운 속도로 류사의 아랫배를 찔렀다. 설세웅 역시 등에 맨 판관필을 뽑아 빙글 류사의 목을 향해 회전했다. 그들은 점창파의 당주로서 일신에 가진 재주가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수평으로 급속히 찌르고, 피할 공간을 미리 점유하여 날카로운 창의 이빨로 류사를 물어 뜯으려하였다. 위와 아래 좌와 우 모두 판관필의 창날이 장악했다. 그러나 좌와 우 어느 쪽도 류사의 중앙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위와 아래 역시 류사를 베지 못했다.


“ 크아악!”


류사의 두 팔이 판관필의 중봉을 잡았다. 설진표가 찌른 판관필의 창끝은 아랫배를 찔렀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바위와 같이 단단하고 묵중한 힘이 설산쌍기의 필봉을 붙잡아 들어올렸다. 시커먼 연기 속에 화염같은 류사의 눈이 번쩍였다.


류사는 판관필을 번쩍들어 두사람을 허공에서 빙빙 돌려 내던져 버렸다. 설세웅은 천장에 부딪쳤다 떨어지고, 설진표는 벽에 ‘쿵’ 하고 부딪쳤다가 탁자에 엎어졌다. 류사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 나는 증오의 혼원이니, 어둠의 천강, 파괴의 혼이니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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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지옥도 1 +4 20.08.03 448 6 13쪽
94 양려 +2 20.08.01 413 9 12쪽
93 칠절산수(七絶傘手) +3 20.07.29 443 10 12쪽
» 어둠의 천강 +2 20.07.27 429 9 12쪽
91 장진인 +2 20.07.25 438 9 12쪽
90 금의위 조자훈 2 +2 20.07.22 445 8 13쪽
89 금의위 조자훈 1 +2 20.07.20 437 9 14쪽
88 혼원천강정 2 +2 20.07.18 408 10 14쪽
87 혼원천강정 1 +2 20.07.15 429 8 13쪽
86 조국구 2 +2 20.07.13 395 6 15쪽
85 조국구 1 +2 20.07.08 433 5 14쪽
84 아름다운 대나무 3 +2 20.07.06 447 6 13쪽
83 아름다운 대나무 2 +2 20.07.04 455 8 14쪽
82 아름다운 대나무 1 +2 20.07.01 480 8 12쪽
81 어룡첨 +2 20.06.29 454 6 13쪽
80 결투 +2 20.06.27 424 5 13쪽
79 절명고독(絶命蠱毒) +2 20.06.24 444 5 14쪽
78 화승권총 +2 20.06.20 442 8 13쪽
77 수정궁 +2 20.06.17 461 7 16쪽
76 비사문(毘沙門) +4 20.06.15 47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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